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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0

       탕, 탕.

        

       쏘는 김에 그대로 탄창을 전부 비웠다.

        

       한번 페이스가 이쪽으로 넘어왔으니, 그 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루카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옆으로 빠르게 몸을 굴려서 내 총알을 피해내고는, 그대로 자세를 재정비했다.

        

       나는 그대로 총을 놓았다. 끈을 달아놓은 총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내 가슴 언저리에 매달렸다. 최대한 빠르게 자동권총을 꺼내, 다시 루카스를 향해 속사.

        

       아무래도 소총탄보다는 위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기에, 나는 권총에 불 속성의 마르마로스 탄을 꽉 채워두었다. 장약은 소총에 비해 부족해도, 45구경이라는 탄두는 결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맞아서 폭발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펑펑, 루카스의 발치에서 작은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원작에선 검성의 경지도 넘어섰던 인물이다. 애초에 총알을 쳐낼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었으니 자세를 재정비하고 내 쪽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옆으로 펄쩍 뛰어서 아예 나의 사격 각도에서 벗어난 루카스는 그대로 내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힘을 다해 옆으로—

        

       —뛰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뛰기도 전에, 그 검격은 반으로 갈렸다.

        

       마치 색을 입힌 아지랑이 같은 두 색의 검격이 공중에서 부딪혀 흩날리는 모습은 이런 상황에서도 한순간 눈을 빼앗길 정도였다.

        

       “응?”

        

       한순간 루카스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일행에게 뭐라고 말도 하지 않고 튀어 나가는 버릇이 있었나? 그런 버릇은 고치는 것이 좋겠군. 나도 한동안은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기긴 했지만,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닌 이상 서로 의사소통은 해야 하지 않겠나?”

        

       즐겁게 웃으며 저벅저벅 걸어오는 검성은 그렇게 말했다.

        

       검성의 말대로, 주변에선 이미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이 파이는 소리, 기관단총이 연발로 쏘아지는 소리, 뭔가가 깨지고 폭발하는 소리.

        

       “그리고, 검을 다루는 자가 있다면 기왕이면 같은 검을 다루는 자에게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구경만 하러 너를 따라온 것이 아니니 말이다.”

        

       검성은 내게 씩 웃어 보이고는 척, 하고 루카스 쪽을 보았다.

        

       “지난번에 얼굴을 본 뒤로 처음이군.”

        

       그리고 마치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하듯, 검성은 루카스에게 인사했다.

        

       “하.”

        

       검성의 말에, 루카스는 긴장이 풀렸다는 듯 허탈한 소리를 냈다.

        

       “왜, 이 늙은이는 자네가 베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는가?”

        

       그런 루카스에게 검성은 편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변에서 울리는 전투 소리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예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루카스가 허무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검성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지난번에 널 놓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남부끄러운 실력을 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만. 오히려 너야말로 바로 앞에 있는 한 소녀에게 농락당하고 있지 않았던가?”

        

       검성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보였다. 그 눈이 조금 휘어있었다.

        

       “내 제자 중에서는 가장 재능 없는 제자인데.”

        

       “…….”

        

       그렇게 콕 집어서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스승님.

        

       “가거라.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으냐. 이곳에 혼자 오지 않았다는 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지.”

        

       검성은 조용히 말했다.

        

       ……원작에서, 검성은 루카스에게 죽는다.

        

       물론 지금 시점은 아니다. 시기상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뒤에 죽는다.

        

       원작에서도 루카스는 이미 검성의 실력을 뛰어넘은 자였다. 이 세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결코 원작보다 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검성의 목소리는 너무 확신에 차 있어서 나도 모르게 믿어버릴 것 같았다.

        

       “가거라.”

        

       검성이 다시 한번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디 무사 하라느니, 위험하면 빠지라느니. 그런 말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검성 프레데릭을 여기까지 불러온 건 나였으니까.

        

       그래, 이 세상은 원작과는 다르다. 검성이 이 자리에 있듯, 검성의 제자들도 이 자리에 있었다.

        

       루카스를 혼자 상대할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여전히 황제가 서 있었다.

        

       자기 눈앞에서 돌아가는 기계를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나는 그쪽을 향해 몸을 쏘아 보내듯 뛰어들었다.

        

       *

        

       “재능 없는 제자를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겠다는 건가?”

        

       “내가 목숨을 걸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유희를 즐기고자 하는지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루카스가 도발하듯 하는 말에 검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양손으로 검을 꽉 쥐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루카스와는 다르게, 검성은 검을 쥔 손을 늘어뜨리고 편하게 서있는 자세였다.

        

       루카스에게는 검성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미 자신의 경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법국에 침입했을 때도, 자기 형제와 싸워 그가 확보하고 있던 지보를 훔쳤을 때도.

        

       루카스는 자신이 있었다.

        

       그랬는데—

        

       눈앞에 있는 검성은, 그 확신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당신이 그 재능 없는 제자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속은 거야.”

        

       “호오.”

        

       루카스의 말에 검성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이렇게 보여도 ‘검성’이라는 칭호를 달고 살아가는 나다만, 그런 나의 눈을 재능 없는 이가 어떻게 속였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때?”

        

       “…….”

        

       “시간을 돌려서, 몇 번 정도 시도한 뒤에 언제나 완벽한 결론만을 꺼내 내놓을 수 있다면, 상대를 속일 수도 있겠지.”

        

       “흠.”

        

       검성은 짧은 콧소리를 냈다.

        

       “그런가.”

        

       그리고 평탄한 어조로 내뱉었다.

        

       “확실히, 아무런 재능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그렇게 잘 움직일 수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종종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움직이긴 했지.”

        

       “그래, 그러니까—”

        

       “그런데 말이다.”

        

       검성은 루카스를 가만히 보면서 말했다.

        

       “그 ‘재능 없는’ 이가, 보통의 검사, 아니, 그 이상의 검사 여럿을 상대하기 위해 시간을 돌린다면 그걸 몇 번이나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어?”

        

       “검을 휘두르고 걷고 뛰는 것조차 검사라고 하기에는 지독하게 부족한 녀석이— 몇 년을 허비해야 가장 간단한 기술을 겨우 익힐 수 있을 법한 녀석이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익혀 활용하려면, 충분하지 못한 재능을 채워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시간을 돌려야 했는지 상상해볼 수 있겠느냐?”

        

       “…….”

        

       “그럴 수 없겠지. 적어도 나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천재였으니까. 처음 검을 잡는 순간부터 이 길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렇게 살았다. 한평생 검을 휘둘러왔으니, 재능과는 별개로 보이는 것 또한 많아졌지. 세상에 사는 모두가 나 같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검성은 검을 쥐고 있는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뒤쪽에서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흙먼지가 일었지만, 검성의 조용한 목소리는 루카스에게까지 너무 쉽게 가 닿았다.

        

       “남들보다 못한 재능을 무한한 시간을 갈아 넣어 키우는 행위를 보고 ‘속임수’라고 하느냐? 글쎄, 오히려 재능 없는 이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재능을 가진 우리가 더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

        

       한 걸음, 한 걸음 검성은 루카스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시간을 돌리는 게 속임수가 아니라면 뭐지?”

        

       “글쎄, ‘노력’이라는 좋은 말도 있지 않으냐.”

        

       검성은 웃었다.

        

       “저 재능 없는 제자는, 그저 자기가 가진 시간을 들여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노력’ 때문에 내가 한 모든 행동에 의미가 없어진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마주 보고 있지.”

        

       검성은 말했다.

        

       “시간이 돌아가건, 돌아가지 않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이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느끼지도 못할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할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검성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 검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그저 앞의 상대와 검을 마주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면 그만이다. 시간이 몇 번이고 돌아가더라도 나의 눈앞의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으니까.”

        

       “…….”

        

       “저 재능 없는 제자와 약속했다.”

        

       프레데릭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나보다 강한 이를 보여주겠다는 제자의 약속은 이렇게 지켜졌군. 덕분에 말년에 아주 재미있는 일을 겪고 있어.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제자의 부탁을 조금 들어줘야겠지.”

        

       탕, 탕, 하고 실비아가 쏘아져 나간 쪽에서 총소리가 몇 발 들렸다.

        

       “검성이라는 이름을 걸고 말하마. 나는 네 검이 저 지나치게 성실한 제자를 베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 막겠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겠다만, 나는 저 제자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거든. 네 말대로 무수하게 시간을 돌려가며 여기까지 왔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그냥 평범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느냐?”

        

       그렇게 말하는 검성의 검신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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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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