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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0

    ‘장소’에 도착한 루크는 곧장 컴퓨터를 내려놓고 화면을 켰다.

    그러자 미리 준비해둔 매직파인더의 창이 떠오른다.

     

    그 밑에, 남은 시간 1시간이라는 체험판 제한시간까지도.

     

    게다가, 발자국 소리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조금 서둘러야 할 것만 같다.

     

    ‘자, 일단은 아공간을 열기 위해서 필요한 값부터 지정하지.’

     

    보통 아공간을 여는 작업은 별자리가 명확히 보이는 밤에 이뤄지곤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별자리 지도가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루크는 곧장 머릿속에 미리 정리해두었던 값을 꺼내 계산식에 전부 대입한 후, 남은 계산식을 암산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가져오긴 했지만, 컴퓨터에게 모든 연산을 전적으로 맡기게 되면 자신이 가진 컴퓨터의 성능상, 값이 나오는 시간이 애매하게 부족하다.

     

    하지만 당연히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컴퓨터대로 연산하고, 루크는 루크대로 남은 값을 계산해 두 값을 합치는 것으로, 자신이 가진 컴퓨터의 부족한 연산능력을 메꾸는 것.

     

    그렇게하면 아슬아슬하게 값이 바뀌기 전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루크가 부지런히 계산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이쪽인 것 같습니다. 흔적이 가장 최근의 것이에요.”

    “확실히 그렇군, 좋아.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그 아이를 찾을 수도 있겠어. 조금 더 집중하도록!”

    “넵!”

     

    ‘흐음……. 벌써 코앞까지 따라붙은 건가.’

     

    파이의 교란은 그리 오랜 시간을 끌어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바스락, 바스락.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려온다.

    앞으로 조금, 아주 조금만 있으면 그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데에 충분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루크를 발견하는 것 보다 루크가 계산을 마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좋아, 끝났군.”

     

    루크는 월영석 목걸이에 수납해두었던 공간의 파편, 열쇠를 꺼내들었다.

    컴퓨터를 보며, 마력식의 형성을 마치고 완벽한 각도와 위치에 열쇠를 쥔 손을 내민다.

     

     

    그러자, 이변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돌연 기묘한 색채를 뿜어내는 구멍이 떠오른 것이다.

     

    바로, 아공간의 입구이자 공간의 특이점.

    그 모습은 마치, 땅 위에 뜬 별과 같았다.

     

    루크는 망설임 없이 그 빛에 자신의 그림자를 벼린 검은 열쇠를 끼워넣는다.

     

    찰칵!

     

    빛과 그림자가 맞물리는 순간,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손 끝을 타고 느껴지는 시동음.

     

    루크는 곧 열릴 공간에 대비해, 눈을 감았다.

     

    —————-

     

    루크는 곧 자신의 몸이 공간의 틈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눈을 뜰 때는 아니었다.

    원래 공간의 틈을 직시해서는 안되는 법.

     

    본디 ‘관측’이라는 행위에는 상태나 형태를 확정하는 효과가 있기에, 아무것도 아닌 틈에서 눈을 뜨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없는 행위이다.

     

    이곳은 현실의 그림자와도 같아서, 물질계의 존재가 직접 ‘관측’하는 순간 어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나타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크는 당연히 그런 사고는 원치 않았다.

     

    자신에겐 공간을 직접 다룰 수 있는 권한도 없으니 더더욱.

     

    게다가 어차피 이곳에는 눈을 떠보았자 볼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이라는 개념조차 미묘한, 단순한 통로일 뿐이니까.

     

     

    그렇게 공간의 틈을 유영하며, 루크가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쯤, 발이 무언가에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도착했나.”

     

    자신이 아직 공간의 틈에 있는 거라면 당연히 이런 바닥이 없을 테니, 지금은 확실히 아공간에 도착한 것이리라.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할 필요는 있으니, 일단은 이대로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 때.

     

    -휘이잉–.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루크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기념품 로브 밑으로 부는 바람이 꽤나 세차다.

     

    ‘바람…….?’

     

    바람이 어째서 불지?

    본래 자신의 공간에 이런 바람이 불어올 이유는 없을 터다.

    바람이 일어날 만한 환경도 아니고…….

     

    이상하다.

     

    헌데 바람은 여전히도 불어오고 있다.

    거세지만, 기분 좋은 따스함을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그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향기 또한 너무나 향긋하다.

     

     

    마치, 어머니가 사랑을 담아 자식을 어루어 만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아니, 실제로 무언가 자신의 얼굴을 훑고 지나가고 있는 듯 하다.

    무언가 종이나 솜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것이…….

     

    ‘대체, 이게 다 무슨 감각이지?’

     

    여태껏 아공간을 열면서는 전혀 느껴본 적 없던 생소한 감각에 강한 위화감을 느끼며, 루크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펼쳐진 광경은, 루크로 하여금 경악성을 내뱉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더냐?”

     

     

    눈을 뜬 루크를 반겨준 것은, 광활히 펼쳐진 형형색색의 꽃밭이었다.

     

    —————–

     

    루크는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쫓아서 흙을 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꽃과 풀이 지평선 너머까지 무성하고, 나비와 꽃잎은 춤추듯 이 드넓은 초원을 원 없이 유영하는 중이었다.

    일견 굉장히 아름답다는 감상이 느껴지기는 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곳은……? 정녕 나의 아공간이 맞단 말인가?”

     

    루크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처음엔 어쩌면 자신은 아직 루크 숲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지형은 적어도 루크 숲에선 볼 수 없다.

    게다가 마력시로 보이는 뒤틀린 공간의 형태는 자신에게 이곳이 명백한 아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오고 있다.

    아니면 계산실수로 이상한 공간으로 전이했나?

    아니, 계산은 잘못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조금 서두르긴 했지만 검토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었고, 애초에 자신의 식이 틀렸다면 공간에 도착하기는 커녕, 틈에 사로잡혀 영원한 찰나를 헤메이고 있었겠지.

     

    좌표 역시 정확했다.

    문제라고 할 만한 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명백히 자신의 공간이라는 말인데…….

     

    물론 5000년동안이나 관리되지 않은 공간이므로, 어쩌면 자신이 알던 공간과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어쩌면 남아있는 아티팩트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런 광경은 당연히 루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공간이 이렇게 될 수가 있나?”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루크는 곰곰히 생각하며 머리 위에 흙먼지를 털어낸 모자를 얹어 씌웠다.

    이곳의 햇살이 생각보다 눈이 부셨기 때문이다.

     

    그래, 햇살 말이다.

    루크는 저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었다.

     

    “아 공간에 해를 띄워두다니……. 나는 저런 걸 띄워 놓은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 뿐 아니라, 이렇게 대규모로 식물을 기르려 한 적도 없었다.

    마력초 정도야 조금 재배하긴 했지만, 그건 굳이 어렵게 아공간을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원래 아공간은 ‘보존’을 위한 것이지, 무언가를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은 식물을 기르기엔 그닥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흐음…….”

     

    루크는 사색에 빠졌다.

     

    그렇다면 대체 이 기현상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어쩌면,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누구의 것일지 모를 공간과 침식해 영향을 받았다?

    글쎄, 침식에 대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원래 공간이 침식된다면 꽤나 뒤틀리고 변형된, 악몽에서나 나올 법 한 지옥 같은 형상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초원이 만들어질 리는 없다.

     

    확률적으로 보아도 그렇다.

    적어도 루크가 알기로는, 아공간에 넓은 초원을 가꾸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으니까 침식이 된다해도 이런 형태로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

     

    아니면, 이렇게 공간을 꾸민 것은 바로 자신이고, 단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이런 짓을 하지?

    본래 있던 각종 아티팩트는 대체 다 어디로 치운 것이고?

     

    그렇게 턱을 쓰다듬으며 길을 걷고 있으니, 루크는 문득 어떤 꽃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차피 널린 것이 꽃이고 풀인데 어찌 그 꽃에 시선이 갔는가 묻는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꽃은 심어진 것이 아니라,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꽃다발로 묶인 채로.

     

    루크는 허리를 숙여 이 꽃다발을 집어들었다.

     

    “이 꽃은……. 꽤 낯이 익군.”

     

    그것은 고인의 명복을 기리기 위한 헌화.

     

    과거, 레니에가 케일 프롭슨의 묘소에 항상 두던 그 꽃이었다.

    망자의 평화로운 사후를 기원하는, 바로 그…….

     

    그에 생각이 닿자, 루크는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설마?”

     

    레니에.

    그 이름이 떠오르자, 루크의 가슴이 벅차오르듯 뛰기 시작했다.

     

    루크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드넓은 초원을 향해 눈을 돌렸다.

    형형색색의 꽃은 발이 달리지 않았기에,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저 꽃들은 무작위로 규칙없이 심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꽃다발이 놓여진 곳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이 푸른 초원에 심어진 모든 꽃과 풀들이, 사실은 거대한 회로도라는 것을.

     

    “말도안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국토연성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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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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