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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0

       대회 당일.

         

       일정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대회 참가자들도 오후 5시까지만 가면 되는 모양이었고- 예나의 집에서 경기장까지는, 넉넉잡아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였으니.

        

       그러니, 아니라고 했지만……아리가 굳이 오후 3시에 미리 픽업을 간 건, 순전히 걱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나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진희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언제 방구석에 틀어박혀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했던 고로.

         

        만에 하나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들이 친구를 욕하는 건 보기 싫었으니.

         

        『???누구세요』

        『야방?』

        『포크포크야 기어이 사생팬이 됐구나』

        『숨 참던 새끼들 다 뒤지니까 드디어 왔구나 센세ㅠㅠ』

        『대회 째고 캠핑 가보자』

        『? 누구야』

        『엥 별포크 합방이었어?』

        『합방이면 공지를 좀 해 이 텐련아 진짜』

        『센세 보여주세요』

        『 ❗ ❗ ❗ 아따먹 내놔 ❗ ❗ ❗ 아따먹 내놔 ❗ ❗ ❗ 아따먹 내놔 ❗ ❗ ❗ 아따먹 내놔 ❗ ❗ ❗ 아따먹 내놔 ❗ ❗ ❗』

       

        물론, 방송까지 켜버린 건……사적인 감정이 조금 개입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지만.

       

        “아. 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별포크예요. 아따먹님 대회에 데려다 드릴 겸, 잠시 방송 켰어요. 가만보니 내버려뒀다간 공지 댓글이 2,000개 찍게 생겨서요…….”

       

        잠시 말을 흐린 아리의 시선이, 옆자리에 늘어지듯 앉은 예나를 향했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도 없는 얼굴. 스튜디오에 가면 메이크업을 해준다고 했던가. 그래도, 보통 기초화장은 할 법도 한데. 

       

        ‘그래. 나같아도, 응. 화장 안 해도 저런 얼굴이면, 안 할 것 같아. 진짜……질투도 안 난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덕분에 더 친근한- 주말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난 여자친구같은 인상이었다. 트위트의 특성상, 시청자들이 오히려 좋아할 것만 같은.

       

        덕분에 아리는 자신있게 방송을 켜고 진행할 수 있었다. 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부글부글거리던 예나의 팬들이 모조리 납득하고 조용해질 것 같았으니.

        

       물론-

         

        “자, 그러면- 우리 아따먹님. 여태까지 방송 안 켠 이유에 대해서 해명 좀 해주세요.”

        

       따져 물을 건, 따져 물을 예정이었다. 아리 본인도 시청자 중 한 명으로서 불만이 결코 적지 않았으니.

        

       혹자는, 지금처럼 찾아오면 그만 아니겠냐고 하겠지. 하지만 아리가 느끼기엔, ‘이예나’와 ‘아따먹’ 간에는 의외로 제법 큰 괴리가 있었다.

        

       그녀는 이예나도 좋아했지만, 아따먹의 방송을 대체할 수는 없더랬다. 그 누가 그 방송을 대신할 수 있을까. 현실의 예나 본인도 대체할 수 없는데.

        

       그러니, 언제 방송을 켜는 거냐며 울부짖는 시청자들에게 항상……깊게 공감이 되는 편이어서.

        

        “……공식 방송 시점이 더 멋있었고……음. 뭔가, 경기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예의인 것 같아서. 시청자분들도 원하셨을 거예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얼굴 보여주는 건데. 찍어도 돼요?”

        

       어째서인지, 예나와 이야기할 때면 저도 모르게 시청자들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었다.

         

        “……네, 괜찮아요. 근데 좀……재미없을 거 같은데. 바깥 풍경 찍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제 얼굴은 이미 다 아시잖아요.”

         

        물론, 그에 대한 답변은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읊조리는 헛소리였지만.

         

        아리는, 저게 분명 진심일 거라는 점이 제일 신기했다. 대체 왤까. 예나에 비하면 한참- 아니,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인 자신도, 얼굴을 비출 때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수 배는 높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러나, 진심이라고 하여 들어줄 이유는 없는 고로.

         

        “서울 생긴 것도 다들 알아요.”

         

        아리는 ‘와- 가로수가 예쁘네요. 이건 진짜 못 보면 손해일 거 같은데. 사람 얼굴같은 거랑은 비교가 안 돼요.’ 따위의 말을 단칼에 쳐내며, 단호하게 카메라를 돌렸다.

         

        “자, 짜잔- 아따먹입니다 여러분! 와, 진짜 언제 봐도- 님들 그거 아세요? 아따먹님 모바일 방송도 완전 노보정 노세팅이었어요. 지금도 화이트밸런스만 살짝 맞춘 건데, 진짜 미친 미모예요. 이건 오프라인으로 봐야 해. 응원 많이들 와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빛 포 크】

         

        -아크x아따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요즘 아크 억제력이 시원찮더라니 별포크가 큰 일을 하는구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우우……아붕이 마음이 까매지고 있었는데 3초만에 치유돼써……】

         

        『와』

        『ㅗㅜㅑ』

        『머리 부스스한 꼬라지 봐라』

        『동네 마실 나가냐고……』

        『꾸안꾸 존예다 진짜루』

        『어떻게 저런 상태로도 예쁠 수가 있냐…』

        『저 귀찮다는 표정 진짴ㅋㅋㅋㅋ 예쁘고 귀엽고 혼자 다해ㅠㅠㅠㅠ』

        『오늘은 또 무슨 지랄 예정입니까 센세』

        『예쁘긴 뒤지게 예쁘네』

         

        그리하여 대만족한 채팅창을 뒤로 한 채, 아리는 핸드폰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변경해 예나에게 넘겼다.

         

        “전 이제 운전할 거니까, 아따먹님은 본인 찍으면서 소통 좀 해요. 지난 경기 소회, 남은 경기에 임하는 각오, 우승 공약, 뭐 그런 거 많잖아요. 아……카메라 돌리기만 해봐요. 오늘은 시청자 대표로서 안 참아 진짜로.”

         

        “……왜 주변에 암흑진화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 터가 안 좋은 걸까요.”

       

        이제부터는, 운전에 집중할 요량이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볼멘소리를 들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면허가 싱싱하다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던 고로.

       

        아리는 긴장한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천천히 엑셀을 밟았고-

       

        -우우웅!!

       

        거센 공회전 소리와 마주했다.

       

        “……기어 안 바꿨어요.”

       

        “꺅! 아니, 짠! 자, 장난이었어요. 헤헤.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아따먹님은 운전 걱정하지 마시고 시청자들이랑 소통하세요!”

       

        “……저, 대회장에 무사히 도착하면 고백할 거예요. 어젯밤 꿈자리가 괜시리 기분이 좋았거든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 * * *

        

       ……주변에 이상한 사람밖에 없다면, 당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해보라고 했던가.

        

       불현듯 떠오르는 격언이었다. 어째 최근들어 주변 사람들이 다 조금……조금, 이상해지는 것만 같았던 고로.

        

       갑자기 흑화를 하지를 않나. 이상한 오해를 하지를 않나. ……내가 대회 잠수를 탈 거라고 생각하지를 않나.

        

       ……마지막은, 음. 업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는 한데.

        

       그럼에도 억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뭔지.

        

       쉬이 단언할 수는 없었다.

        

       특히 지금은, 깊은 고민을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고로.

        

       -빠앙!

        

       “……별포크님 운전 잘 하시네요. 무사히 고향에 도착해서 고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제발, 고백 말고 다른 플래그로 얘기- 꺅!”

        

       -빠아앙!

        

       “운전에 집중해주세요. 무서워.”

        

       별포크의 운전 실력은, 굳이 말하자면 흥미로웠다. 아주 안정적이고 부드러운데, 다른 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운전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기이할 정도로 부드럽고 편안한 운전이었다.

        

       -빠앙! 빠아앙!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어서 문제지.

        

       달리 집중할 게 있어서 다행이더라. 도로를 보고 있었으면 나도 몇 번 정도는 비명을 질렀을 것 같으니.

        

       그러고 보면……만약 내가 죽으면, 이번엔 정말로 죽는 걸까. 아니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4강전 오독이던데 어떠신가요】

        

       복잡한 생각에 빠지기 직전. 때마침 들려오는 도네이션에 맞춰, 시선을 애써 창문에서 떼어내어 핸드폰을 향했다.

        

       바깥을 본다고 방어막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지.

        

       “음……오소독스 님이요. 잘하시던데. 도적, 기사, 그 캐릭 셋 다 제법 다루고. 결투를 할 준비가 된 사람이에요.”

        

       『얼빡캠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진짜 ㅋㅋㅋㅋ』

       『얼굴때메 뭐라는지 말이 하나도 안 들림』

       『빵빵 소리 왜케 자주 들리냐』

       『사제대결인가요』

       『‘그 캐릭’』

       『이제 나무꾼도 아니야?』

       『존나 너무하네 진짜 ㅋㅋㅋㅋ』

       『오소독스 그래도 주캐는 광전사 아닌가』

        

       그리하여 시청자들과 가벼이 소통하는 사이.

        

       당연하게도, 자주 나오는 화제는 대회. 그리고-

        

       -레따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따먹님 레반 16강전 보셨나요ㅠㅠ 탈락하고 심신이 망가져서 휴방 중임……】

        

       레반이었다.

        

       “……생방송은 못 봤어요. 경기에 집중하느라. 나중에 하이라이트는 봤는데……음.”

        

       평소라면 조금 더 편하게……여러가지 코멘트를 했을 텐데. 

       

       혀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진지한- 승리를 향한 갈망이 가득 어린 표정과 플레이가 떠올라서. 그리고 또, 파골이라는 상대의 불쾌한 행동들에 대한 질척한 감정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아따먹이 그런 행동을 지적하는 게 말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섞여대는 탓에.

        

       그리고 무엇보다, 대체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서.

       

       가능하면 아예 주제로 꺼내지 않고 싶았다. 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피하면……그것도 어색하겠지. 억누르지 못한 쓴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아.

       

       방종할까.

       

       대회장도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서 살펴보고……혹시, 혹시 오지는 않았나 확인해야겠지. 그리 생각하면, 지금이 최적의 종료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알아보기 전에는, 정말 안 마주치고 싶었으니.

        

       * * * * 

        

       그렇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이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종료되고, 약 15분 후.

       

       [이예나: 안녕하세요 레반님]

       [이예나: 좀 괜찮으신가요]

       [이예나: 저는 어제 안 괜찮았어요😢]

       [이예나: 너른 양해와 이해를 부탁드려요]

       

       “……사람 앞에 두고 뭐하는……아니, 아니야. 이해하려 드는 내가 잘못이지.”

       

       [이예나: 네]

       [이예나: 잘못이긴 해요]

       [이예나: 대체 왜 온 거지]

       

       “……이 컨셉은 언제까지 하는 거야?”

       

       [이예나: 컨셉이라니]

       [이예나: 말씀이 심하시네요]

       

       “그리고, 응원하러 간다고 어제 말 했는데. 기억을 못하나?”

       

       [이예나: 🤐]

       [이예나: 👋]

       

       “……진짜 미친년인가, 이거. 알겠으니까 빨리 메이크업실로 가. 헬쓱해보이네.”

       

       [이예나: 그 정돈 아니에요.]

       [이예나: 정신은 멀쩡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예나: 저희 전에 술마신 후 생각해보시면, 저만 앞을 봅며 높은- 아므투느.

       [이예나:   ]

       

       “가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느덧 250화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수정) 소제목이 없었네요. 수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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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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