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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0

       본인이 천마신교에 대해 지닌 추억이라는 것은 대개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있다.

       

       과거 영문도 모른 채 천마의 딸의 몸에 깃들게 되었을 때에 처음으로 보았던 광경도 누군가의 죽음이었으니.

       

       그 후의 광경이 어디 다를 수 있겠는가.

       

       척박한 세상에 자리 잡은 가난한 이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일상의 한 장면에 불과했다.

       

       본인이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한 그 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불쌍하다거나 한심하다거나 하는 소리를 내뱉는 와중에 본인은 계집애마냥 비명을 질렀더랬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함을 쳐댔지.

       

       그 내용은 여전히 기억이 나는 구나.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사람이 죽었는데 반응이 왜 그러냐고.

       

       이 살인자들! 이라고.

       

       수련장에 있던 이들은 사람이 죽었을 때보다 본인의 반응에 더 당황을 했었다.

       

       그 후 상황을 파악하고는 이 미친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생각했던 본인이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더구나.

       

       한 달이 지날 즈음엔 나도 의례적인 말을 내뱉게 되었지.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공포를 제압하는 것은 그보다 더 커다란 고통이었으니.

       

       주변에 동화되지 않으면 또 다시 같은 일을 겪을 것이란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본인은 신교의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그러한 신교에서의 삶은 그리 길지 못했다.

       

       본인이 최소한의 정을 붙이기도 전에 무림맹의 손에 천마신교가 무너져 내렸고,

       

       본인은 도주자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머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한 게 아니었더라면 본인은 무림맹에 대한 복수를 결심했을까.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 것 같구나.

       

       어머님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본인이 무림맹에 추적당할 일도 없었을 테니.

       

       그랬더라면 본인은 천마가 아니라 무림의 평범한 무명인으로써의 삶을 살아갔겠지.

       

       천마신교를 재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터이니 말이다.

       

       천마신교에 관해 즐거운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 본인은 필요에 의해 다시 신교를 재건했을 때에도 거기에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

       

       광신도 무리를 이끌면서도 저들을 어찌 떨칠 수 있을지나 고민했지.

       

       상황이 이러하니 본인은 신교의 도움이 되고자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신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일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교가 돌아갔던 것은 어디까지나 신교의 교주가 유능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본인이 자꾸 스스로를 바지라 칭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은 천마라는 지위에 올라 신교의 얼굴마담이자 무력으로써 자리하고 있었지만 정작 신교의 모든 실권은 교주가 지니고 있었거든.

       

       불만은 없었다.

       

       본인에게 신교란 본인의 목을 옭아매는 목줄일 따름인데 그 목줄에 무언가 권한이 있다 한들 거들떠보고 싶겠느냐.

       

       이쯤 되면 알겠지만 본인은 새롭게 건설된 천마신교에도 전혀 마음이 없었다.

       

       필요에 의해 건설하여.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오랜 기간 머무르다가.

       

       결국에 도망쳐 버린 곳에 어찌 마음이 있겠는가.

       

       부하를 위해 다시금 발을 내딛게 된 지금도 본인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어찌하면 그 곳에 들렸다 빠르게 나올 수 있을 지를 생각할 뿐.

       

       “저기 화령님?”

       

       곰방대를 문 채 허공을 올려다보다 눈길을 옆에 두었더니 설아가 있었다.

       

       오랜만에 그 지긋지긋한 장소에 들린다는 생각을 했더니 잡스러운 생각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 모양이구나.

       

       아무것도 아닌 곳에 왜 이리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연기와 함께 잡설들을 떠나보낸 난 눈짓으로 설아의 말을 촉구했다.

       

       “여기 부탁하셨던 가면이요.”

       

       설아가 내민 것은 여우를 형상화 한 듯 요망한 가면이었다.

       

       엔리가 보았다면 귀엽다!라며 소리를 칠 것 같구나.

       

       본인도 비슷한 감상이다만 그를 소리치면 위엄이 떨어질 것 같으니 마음속에 접어 두어야지.

       

       “고맙다.”

       “아뇨. 별 거 아닌 걸요.”

       

       해실해실 웃는 설아의 얼굴에서는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천마신교에서 특별한 것을 체험시켜주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테지.

       

       아닌가?

       

       어차피 설아는 이 세상을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이이니 이 안의 인물끼리 서로를 죽인다 하여도 별 신경을 쓰지 않으려나?

       

       그럴 가능성이 높겠구나.

       

       본인이 방송을 하며 본 바에 따르면 현대인들에게 게임 속 NPC는 NPC일 뿐 그를 현실과 혼동하는 자는 흔치 않았으니까.

       

       바루처럼 오래 애정을 담아 둔 자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 죽어나간다 한들 관심이나 두겠는가.

       

       기대감이라.

       

       그러고 보면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도 잔인한 풍경을 본다 하여 크게 신경을 쓰는 작자들은 아니었지.

       

       지난 번 녹림을 사냥할 때만 봐도 그랬다.

       

       사람들이 불타오르고 그 속에서 녹림의 대장과 싸우는 와중에도 제발 빨리 좀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놈들에게 거리낌이란 게 있을 리 없잖은가.

       

       신교의 풍경을 보더라도 비슷하리라.

       

       그 놈들.

       

       최근 들어서 만날 천마행동이니 마교행동이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던데 진짜 제대로 된 신교가 어떤 곳인지 한 번 구경을 시켜주어야겠구나.

       

       그를 보면 녀석들도 질릴 것이야.

       

       “설아야. 방송을 켜도 괜찮겠느냐?”

       “물론이죠! 아니 오히려 화령님이 신교에 들리시는 데 그걸 방송 안 할 생각이셨어요?”

       “어… 원래는 그랬다만?”

       “말도 없이 그랬다가는 또 방송에 불이 났을 거에요.”

       

       으음. 분명 그랬을 것 같구나.

       

       본인이 혼자 백화령과 싸웠다고 했을 적에도 한참 난리를 피웠던 녀석들이니 말이다.

       

       …최근 들어서 자주 드는 생각이다만 그 놈들은 정말 화가 나서 불을 지르는 게 맞느냐?

       

       그냥 불을 지르는 게 재미있어서 화재를 내고 보는 방화범이 아니더냐?

       

       “편집자 입장에서도 화령님이 방송을 해주시는 편이 좋으니까요, 전 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알겠다. 잠시 기다리거라.”

       

       이제는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진 손놀림으로 방송을 켰다.

       

       지금 시각은 본인이 항시 방송을 켜는 시각과 비슷한 시간인지라 사람이 몰려들어오는 속도는 빨랐다.

       

       “오늘 할 일은 신교에 들르는 것이다. 그 곳의 의식 중 하나를 부하 녀석과 함께 참관하기로 했거든.”

       

       – ㅁㅊㅁㅊㅁㅊ

       – 천마님 천마신교가신다!

       – 이 갓 컨텐츠가 드디어!

       

       – 천마조아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강자존의 율법 아래에 모두를 굴복시키는 거 맞죠? 그렇죠?]

       

       “큰 후원은 고맙다만 말이다. 앞에 본인이 한 말을 듣지 못했느냐? 손님의 입장으로 그 곳의 의식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깽판을 치러 가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한다면 천마신교에 머무는 녀석들을 모두 박살낼 수야 있겠지.

       

       허나 그래서야 백화령에게 몰려 있는 신앙을 본인이 덧쓰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일은 사양이다.

       

       한 때 그 곳에서 빠져 나오고자 했던 입장에서 그 미친 짓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 실망.

       – ㄴㅈ

       – 화령님 감 없네.

       – 화령이 깽판을 안 치면 무슨 재미로 방송을 봐야 하죠?

       

       “엔리에게 배웠던 말을 해주마. 꼬우면 나가거라.”

       

       본인이 깽판을 치지 않는 게 싫다고?

       

       그래서 어쩌란 것이냐.

       

       그대들이 무얼 할 수 있지?

       

       채팅창에서 본인을 욕하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느냔 말이다.

       

       – 아 꼴받네?

       – 누가 참교육 안 해주나.

       – 화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 야이 씨X…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유행어 배웠다고 신나서 쓰는 게 할머니 같아요!]

       

       “크흠.”

       

       투덜거리는 이들을 놀리기 위해 한 마디를 해보았다마는 되로 받게 되었구나.

       

       하여간에 말로는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녀석들이라니까.

       

       하긴 수천의 사람과 말재간으로 싸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저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면 입을 다물게 만들어 강제로 승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도 아니니.

       

       잠시라도 말싸움에서 승리한 것에 만족을 할까.

       

       “이 쪽은 알고 있겠지? 설아. 화산에 소속된 무인이자 본인의 편집자이니라.”

       “설아입니다! 오늘 화령님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이고. 녀석.

       

       저가 방송을 키라고 권유를 해놓고는 정작 방송이 켜지니 긴장해서는 목소리가 떨리는 구나.

       

       이런 관심을 받는 건 처음이더냐?

       

       – 이 사람 편집자였음?!

       – 언제?!

       – 아니 맨날 화룡무인에서 사는데 편집할 시간이 있다고!?

       

       “아. 본인이 알려주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시청자들에게 설아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긴 하구나.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줬으니 된 것이 아니냐 했더니 채팅창에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슬슬 확신이 든다.

       

       이 놈들은 그냥 불을 지르는 것이 즐거운 것이야.

       

       “어. 저. 네! 편집자 맞습니다! 언제 편집을 하냐고요? 게임을 안 할 때죠! 잠을 줄이기만 하면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까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기는 하는 거죠?]

       

       “네! 저 말고도 두 분. 아니 한 분과 초보 하나가 있으니까요! 하루에 네 시간 정도는 잘 수 있어요!”

       

       – ㄷㄷ

       – 네 시간 자는 걸 활기차게 이야기 하다니.

       – 악덕사장.

       – 역시 천마야. 피도 눈물도 없지.

       – 노동법 위반 아냐?

       

       “과열되는 것 같아 정정하자면 본인은 과로를 하라 시킨 적이 없다.”

       “맞아요! 화령님 만날 저 볼 때마다 자라 그러시는 걸요!”

       

       – 자체 야근이야?!

       – 왜?!

       

       “그야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저 솔직히 월급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 억지로 주고 계세요! 화령님 좋으신 분이에요!”

       

       – ????

       – 미친.

       – 내가 들은 게 맞나?

       – 그러니까 그거지? 돈 받고 덕질하는 느낌?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본인이 행복하다면 된?거?아닐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구나. 이러다가는 오늘 하루종일 입만 놀리다 방송을 끄게 생겼어.”

       

       다른 때라면 모를까 오늘을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적당히들 해라 이 놈들아.

       

       본인이 주의를 주고 나니 설아가 입을 다물었고 그에 따라 시청자들의 관심도 덜해졌다.

       

       하아. 이제는 슬슬 움직여도 되겠구나. 피우던 곰방대를 끄고 여우가면을 얼굴에 덧씌웠다.

       

       – 아시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왠 가면임?]

       

       “본인은 백화령과 똑같이 생겼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분위기니 뭐니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구분을 하지만 그 곳의 광신도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을 터.

       

       소란을 방지하려면 이러고 가는 편이 낫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혜안이라는 것이다.

       

       “자아. 그럼 설아야. 가자꾸나.”

       

       그 지겹고 불쾌한 장소로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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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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