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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0

   복마의의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타고난 소심한 성격인 그녀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돌변하는 이중적인 성격인 그녀는 그날 죽음을 맞이했다.

     

   쿵, 데구르르르-

     

   바닥에 떨어진 복마의의 머리가 천천히 굴러갔다.

     

   “복, 마의.”

     

   피가 쏟아지는 목을 틀어막은 묵성이 복마의를 불렀다.

   죽은 그녀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크라슈는 아직 멸천화룡을 유지 중인 상태였다.

   크라슈의 시선이 묵성에게 닿았다.

     

   다음은 자신이다.

   그것을 확신한 묵성이 지팡이를 틀어쥐며 몸을 일으켰다.

     

   상대를 완전히 잘못 봤다.

   이 자는 자신들이 감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새끼가!”

     

   그때 묵성보다도 먼저 무장공주가 크라슈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지옥꽃이 깨져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음에도 무장공주는 겁먹는 기색 따위 조금도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무장공주의 의지 하나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나 멸천화룡 상태인 크라슈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건 여전했다.

   무장공주가 또다시 하늘을 날며 바닥을 뒹굴었다.

     

   쿠당탕!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이번에는 가슴팍 전체를 가로지르는 검상이 남아 있었다.

     

   “케흑, 켁.”

     

   하지만 그걸로 아주 잠시 시간을 벌었다.

     

   “무장공주, 후퇴한다.”

     

   복마의가 당한 시점에서 승산은 없다.

   그녀의 전투 능력은 셋 중 가장 으뜸이었으니까.

     

   크라슈는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인영이 흩뜨려졌다.

   그러나 처음 목을 당했던 시점부터 묵성은 이미 준비해놓고 있었다.

     

   쿵!

     

   그 순간 거인의 숲 전체가 한차례 뒤흔들렸다.

     

   쿠구구구구구구궁!

     

   그리고 곧 이쪽을 향해 대량의 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인의 숲에 일어난 홍수였다.

     

   숲을 모조리 집어삼키며 몰아쳐 오는 홍수를 보며 크라슈도 우뚝 발을 멈췄다.

   크라슈가 묵성에게 닿는 것 보다도 홍수가 다가오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면 묵성을 치기도 전에 홍수에 먼저 휘말린다.

     

   그 광경을 본 묵성은 이 틈에 무장공주와 바로 도주할 생각을 했다.

     

   그때.

   묵성의 눈에 크라슈가 검을 돌려 잡는 것이 보였다.

     

   몰려오는 홍수 앞에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세를 고치는 크라슈의 모습은 묵성에게 불안감을 형성시켰다.

     

   설마 하는 기분이 든 그 순간.

     

   파직-

     

   크라슈의 검 위에 뇌기가 흘러나왔다.

   뇌기는 크라슈의 우뢰성 검날을 타고, 검집의 형태가 되어갔다.

     

   검집의 내부에 드리운 것은 흑염이었다.

   크라슈의 힘이 오직 파괴력에만 집중하기 위해 아우라를 세계 침식으로 바꾼 것이다.

     

   검집 내부로 흘러 들어온 흑염은 곧 검집 내부를 미친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엑셀의 힘이 더해졌다.

     

   가속한 흑염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그에 따라 검집 내부에 힘 또한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두근-

     

   그 광경을 본 묵성은 자기 심장이 거세게 울리는 기분을 들었다.

     

   지금 크라슈가 다루고 있는 힘은 아우라가 아닌 세계 침식.

   그래서인지 그와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

   저게 완성되면 위험했다.

     

   “무장공주, 이리로!”

     

   묵성은 당장 이곳에서 도주 해야 함을 깨달았다.

   무장공주도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묵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크라슈에 비해 자신들이 너무 느림을 깨달았다.

     

   콰직!

     

   크라슈의 뇌기의 검집이 깨져 나가며 그 안에서 흑염이 새어 나왔다.

   쏟아나온 뇌기와 흑염이 피어오른 순간 묵성의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삼식(三式)

   멸화천뢰(滅火天雷)

     

   쏟아나온 흑염과 뇌기의 폭풍이 홍수와 맞부딪쳤다.

   방금까지 숲을 전부 집어삼킬 것 같았던 홍수는 멸화천뢰와 부딪치며 일제히 증발해 버렸다.

     

   그 광경을 묵성은 넋 놓듯 보았다.

   거인의 숲에서 벌어지는 재해마저도 크라슈의 앞에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묵성이 도주를 위해 발동시키려던 공간 이동이 일그러지며 깨졌다.

   너무 강한 에너지가 한 번에 몰아친 탓에 공간 이동조차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다시금 크라슈의 시선이 이쪽으로 닿았다.

   새까맣게 피어오르던 흑염은 어느샌가 백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는 세계 침식도 아우라도 언제든 바꿀 수 있게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도마뱀 놈아, 정신 차려!”

     

   무장공주의 외침이 묵성의 멍한 정신을 일깨웠다.

   묵성도 뒤늦게 자신의 정신을 되잡았다.

     

   막무가내였던 무장공주조차도 더 이상 크라슈와 싸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금 저 상태인 놈과 싸우려면 따로 숨겨뒀던 마장을 꺼내 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승산이 전혀 없었다.

     

   하물며 도주로는 묵성만 가지고 있다.

   그는 공간을 접었다 붙였다 하는 식의 특이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크라슈가 움직였다.

     

   “도망 가게 둘 리가 없잖느냐.”

     

   묵성과 무장공주가 대화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크라슈가 둘에게 달려들었다.

     

   그 앞을 막아선 건 무장공주였다.

   묵성이 도주로를 만들 때까지 시간을 벌 속셈이었다.

     

   무장공주와 크라슈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묵성은 그사이 최대한 빠르게 도주로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워낙 강대한 에너지를 휘두른 탓에 공간이 제멋대로 어질러져 있었다.

   그러니 그는 필사적으로 공간을 재정돈하고는 서둘러 연결을 시켰을 때였다.

     

   콰앙!

     

   무장공주가 크라슈에게 머리가 잡힌 째로 바닥에 깊게 박혔다.

   그녀의 팔 한 짝은 어느새인가 날아가고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장공주는 처참한 상태였다.

     

   반면에 크라슈는 멀쩡했다.

   세계 침식자 둘을 박살 내놓았으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크라슈의 인영이 다시금 흩뜨려졌다.

   순간 공포심이 든 묵성이 급히 자신의 공간과 주변 공간을 단절시켰다.

     

   그것은 공간의 방어막이었다.

     

   콰앙!

     

   그때 공간의 방어막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칫한 묵성이 시선을 옮기자 굴절되어 보이는 공간 보호막을 두드린 크라슈가 있었다.

     

   크라슈는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이내 두 걸음 물러섰다.

     

   그러더니 아까와 같이 검을 양손으로 쥐며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묵성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 뒤늦게 깨달았다.

     

   아까 전과 같이 멸화천뢰를 발동시킬 속셈이었다.

     

   공간 보호막의 단점은 발동 중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

   대신 웬만한 공격은 전부 막아내는 극강의 단단함을 자랑하지만.

     

   아무리 묵성의 공간 보호막이라 해도 방금전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썅!”

     

   그때 기어코 다시 일어난 무장공주가 크라슈에게 몸을 들이박았다.

   이제 남은 무기도 없는지 그녀는 엉망인 꼴로 크라슈의 허리춤을 한쪽 팔로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그대로 크라슈를 밀어낼 작정이었다.

     

   화륵!

     

   “갸아악!”

     

   그러나 무장공주는 크라슈에게서 피어오른 아우라의 불길에 휘감겨 비명을 지른 채 바닥을 굴러야 했다.

   시간을 버는 것조차 이제는 그녀로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파직-

     

   크라슈의 검에서 다시금 뇌기가 터져 나왔다.

     

   아까 전 흑염과 달리 백염으로 타오르는 크라슈의 불길은 세계 침식자에게 있어 끝을 고하는 것과 같았다.

     

   “……젠장.”

     

   운수 한번 더럽게 나쁘네.

     

   묵성의 생각과 함께 크라슈의 검이 내리그어졌다.

     

     

   * * *

     

     

   백염으로 이루어진 멸화천뢰가 다시금 세상에 도래했다.

   공간 단절로 만들어낸 묵성의 보호막을 깨부수고, 거인의 숲 위 백염의 불길이 치솟았다.

     

   그 앞.

   크라슈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멸천화룡을 사용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그 육체의 부담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아직 미완성이라 이건가.’

     

   실제로 크라슈가 삼식밖에 다루지 못한 이유도 이 이상의 비술을 사용하기에 몸이 감당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을 제외하고도 이만한 출력을 낸 시점에서 필살기라 평하기에 충분했으나.

   스스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백룡왕의 힘을 좀 더 확실히 다루지 못하는 이상.’

     

   멸천화룡은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터무니없는 출력 덕분에 세계 침식자 세 명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복마의는 크라슈의 검에 목이 잘려 죽었다.

   무장공주는 치명상은 물론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결국 정신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묵성은.

     

   쩌적-

     

   깨져 나간 공간 보호막에서 묵성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어깻죽지부터 허리까지 절단이 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잘려 버린 결과, 그대로 목숨이 끊어진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크라슈는 서서히 한계에 돌입하는 자신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이대로 무장공주의 숨통도 끊어 버리고, 천하십강, 마왕이 오기 전까지 몸을 숨길 작정이었다.

     

   그렇게 그가 몸을 돌리던 찰나.

     

   오싹!

     

   크라슈는 몸 전신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꼈다.

     

   “이야, 이거.”

     

   그 순간 그의 뒤에서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멸천화룡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전신이 위험을 거세게 알리는 상대.

     

   크라슈가 서서히 고개를 뒤로 돌리자 거기에는 거구의 남성이 하나 서 있었다.

     

   몸 전반을 두르고 있는 백색의 털.

   손목 위에 채워진 강철의 족쇄.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지닌 그는 크라슈를 보자 붉은 눈을 반짝였다.

     

   “너 용왕족이 된 거냐?”

     

   야수왕.

   베르도.

     

   세계 침식자 중에서도 손꼽는 강자이자 지금의 크라슈조차 어쩔 수 없는 존재.

     

   그가 그곳에 나타났다.

     

   크라슈의 대처는 빨랐다.

   검을 당겨 쥔 즉시, 바닥을 박차며 엑셀을 가동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도주를 택한 것이다.

     

   순식간에 그가 숲을 돌파한 순간.

     

   “이 몸이 묻잖냐.”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크라슈가 검을 반사적으로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무슨 포탄에 맞은 느낌과 함께 크라슈가 수십 그루의 나무를 깨부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충격을 받아낸 양팔이 저릿하게 울렸다.

   만약 우뢰성의 검날이 아니었다면 그 즉시 박살이 났을 충격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주먹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는 야수왕이 있었다.

   엑셀을 발동시킨 크라슈를 따라왔음은 물론 한 번의 공격으로 크라슈를 이 꼴로 만든 것이었다.

     

   ‘썩을, 망할 괴물 같으니.’

     

   크라슈는 점점 더 줄어드는 멸천화룡의 힘을 느끼며 이를 바득 부딪쳤다.

   그 광경을 보며 야수왕은 몸 전신에서 압박감을 쏟아낸 채 터벅터벅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몸은 대답 안 하는 놈이 가장 딱 질색인데.”

     

   그는 자기 주먹을 두둑하니 풀었다.

     

   “어디 언제까지 그 입을 다물 수 있을지 볼까?”

     

   그의 입가에 웃음이 차오르자 거인의 숲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야수왕에게서 쏟아나온 살기가 숲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마치 그를 중심으로 흘러가기라도 하는 듯.

   섬뜩하기 짝이 없는 흐름이 이어진 그때.

     

   [ 왔다. ]

     

   크라슈의 앞에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거기에는 긴 금발의 장신의 남성이 서 있었다.

   중년의 남성인 그는 검을 늘어트린 채 야수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방금전 야수왕을 중심으로 굴러가던 분위기가 변색 되었다.

   남성의 존재감이 야수왕과 범접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쯧.”

     

   그와 마주한 야수왕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었다.

     

   천상사강

   천황

   달피론 쥬논

     

   그가 크라슈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었군.”

     

   달피론은 크라슈에게 짧게 사죄하며 야수왕을 바라보았다.

     

   “마왕, 크라슈 발하임을 부탁하지.”

     

   그리고 어느샌가 크라슈의 옆에는 또 다른 인물이 서 있었다.

   천하십강, 마왕 다이크람 아리오스.

     

   특이한 콧수염이 눈에 띄는 그가 달피론을 데리고, 아슬하게 도착해준 것이었다.

     

   야수왕은 세 명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쩐다.”

     

   이쪽도 일이 끝마친 대로 급히 날아온 터라.

   천황과 부딪치는 건 계산하지 않고, 움직였는데.

     

   쿠웅!

     

   그때 거인의 숲 전체가 한차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한순간 그쪽으로 향하자 거기에는 구름 보다도 높은 크기의 다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인의 숲의 주인인 거인.

   숲에서 워낙 소란이 일어났으니 놈도 이쪽으로 온 것이었다.

     

   야수왕과 달피론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거인까지 날뛰는 마당에 둘이서 부딪치게 된다면 십중팔구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그건 야수왕도 달피론도 바라는 결과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라고.”

     

   먼저 물러선 것은 야수왕 쪽이었다.

   그는 어느새인가 복마의와 묵성의 시체, 그리고 무장공주를 챙기고는 유유히 떠나가 버렸다.

     

   쿵!

     

   그가 떠나거나 말거나 거인은 계속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달피론도 저쪽이 완전히 물러섰음을 눈치채고는 크라슈와 마왕을 돌아보았다.

     

   “우리도 돌아가지.”

     

   거인의 숲에서 벌어진 크라슈 납치 사건.

   어쩌면 앞으로의 전쟁의 서막이었을지도 모를 일이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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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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