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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언니!”

        

       황제를 향해 나아가는 실비아는 이 장소에 있는 누구에게나 보였다.

        

       비록 주변에 함부로 벨 수 없는 존재들이 잔뜩 있었고, 실비아가 입고 있는 장치에서 뿜어져 나온 증기 때문에 시야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이 자리에서 실비아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황제가 노리고 있는 인물이라서 그렇기도 했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으니까. 애초에 여기까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따라온 이유는 실비아를 돕기 위함이었다.

        

       황제도 말하지 않았는가. 실비아 외에 다른 인원이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그렇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실비아에게 ‘여신’과 관련된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클레어도 실비아를 따라가서 돕고자 했지만—

        

       “—읏!”

        

       앞으로 나아가려던 클레어는 급하게 몸을 뒤로 빼며 검을 휘둘렀다.

        

       쐐액, 하는 공기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라기보다는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그 휘둘러지는 검의 모습은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지난번에도 봤지만, 대체 그 검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겠네.”

        

       “오?”

        

       클레어가 뒤로 급하게 빠지며 휘두른 검 끝은 푸른 검기가 매달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검기는 ‘일직선의 빛’이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는 한 검날이 언제나 뻣뻣하듯, 검기도 마찬가지였다.

        

       클레어의 검기가 마치 채찍처럼, 기어 다니는 뱀처럼 구부러질 수 있는 것은, 클레어가 자기 검기가 그렇게 움직이도록 확실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소리를 네게 듣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클레어의 말에 벨라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벨라가 검을 쥔 오른손을 한차례 가볍게 털자, 뱀이 몸을 움츠리듯 사복검은 다시 ‘검’의 형태가 되었다.

        

       “검기를 휘두르는 방식은 나랑 비슷하잖아? 누구한테 배웠니?”

        

       “그레이스.”

        

       클레어는 양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말했다.

        

       “그레이스가 그런 변칙적인 검술을 가르칠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나 올곧은 검만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잖아. 처음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혼나지 않았어?”

        

       벨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클레어의 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옆으로 걸었다.

        

       쯧, 클레어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혀를 찼다.

        

       일견 여유로워 보이는 벨라였지만, 실제로 하는 행동은 클레어를 깔보는 것이 아니었다. 벨라는 클레어가 실비아를 도우러 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클레어가 실비아에게 합류하면 그만큼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그런 검을 어떻게 얻은 건데?”

        

       클레어는 일단 벨라의 말을 받아주었다.

        

       “황궁에는 이런저런 무기가 많거든. 그냥 그중에서 내 손에 가장 잘 맞는 무기를 선택했을 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검술을 배우면서 내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을 뿐인데.”

        

       “으음~”

        

       클레어의 말을 들은 벨라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어쩌면 우리는 사고방식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너도 나처럼 고아원 출신이라서 그런 걸까?”

        

       “…….”

        

       “실비아를 언니라고 부르던데, 어린 시절에 실비아가 너를 그곳에서 꺼내주기라도 한 거니?”

        

       “……그래.”

        

       “그렇구나.”

        

       클레어의 대답에 벨라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벨라의 얼굴이 한순간 무뎌졌다고, 클레어는 생각했다. 그 표정은 ‘씁쓸함’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벨라가 계속 얼굴 위에 그리고 있는 인위적인 웃음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아쉽네. 나는 그런 언니 같은 존재가 없었는데.”

        

       클레어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황제를 돕고 있는 건 그것 때문이야?”

        

       “응?”

        

       “당신을 구해준 존재가 황제라서, 거두어 준 존재가 황제라서, 그런 거야?”

        

       “음, 어떨까.”

        

       벨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날 거두어준 것은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황제를 따르는 건 아니야. 그보다는, 그래, 어차피 여기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서 뭘 할지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런 거겠지.”

        

       벨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쥐고 있는 검을 휙 돌렸다.

        

       “그리고, 음, 아버지가 여신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말이야.”

        

       벨라는 클레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소원 하나 정도는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예를 든다면, 어둡지 않은 과거를 선물해주는 것.

        

       황제가 주워온 가짜가 아닌, 진짜 제대로 된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것.

        

       “…….”

        

       여기서 벨라가 진짜 황제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벨라는 어떻게 반응할까.

        

       클레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클레어, 조심해!”

        

       —열기 전에,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서 빠악, 하는 뭔가 단단한 것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도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레오가 클레어에게 달려들던 사람 하나의 머리를 검 자루로 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성당 안으로 민간인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클레어가 벨라와의 대화에 한 눈이 팔린 사이에 이쪽까지 접근한 존재가 있었던 모양이다.

        

       “클레어!”

        

       레오가 클레어에게 다시 외쳤다.

        

       클레어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바로 조금 전까지 클레어의 머리가 있던 곳을, 벨라의 검날이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푸른 머리카락 몇 가닥이 보였다. 위로 묶은 머리카락 끝부분이 잘려 나간 것이다.

        

       클레어는 바로 몸을 틀면서 벨라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아쉬워라.”

        

       벨라는 여유롭게 뒤로 펄쩍 뛰며 말했다.

        

       “사람들은 내 과거에 대해서 말만 해 주면 다들 그런 식으로 반응하더라. 어차피 이제 다 지나간 일이고 끝난 일일 뿐인데.”

        

       벨라가 빙글빙글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클레어는 사고를 다잡았다.

        

       그래, 애초에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실비아라면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싸우지 않고 해결했을 것이다.

        

       “클레어.”

        

       레오가 작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내가 최대한 붙잡고 있을 테니까, 틈이 보이는 대로 실비아에게 가. ……실비아가 준 거, 아직 가지고 있지?”

        

       “……응.”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실비아가 했던 말대로 하자.”

        

       레오의 말에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안토니오!”

        

       소피아의 목소리는 노성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평소의 조금 높은 목소리와는 다른, 마구 긁힌 것 같은 고함.

        

       소피아가 마냥 무감정한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면 감정적인 인간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직도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거였고.

        

       스스로 여신교의 신도라는 자각은 있었다. 성당 기사단의 소속이라는 자각도 있었고, 법국의 사람이라는 자각도 있었다.

        

       하지만—

        

       안토니오라는 인물을, 소피아는 믿고 있었다.

        

       수년 전에 법국에 홀연히 나타나 오로지 실력만으로 기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 기사단 내에서도 그 성실함과 실력 때문에 여러모로 기대받는 인물이었다.

        

       여신의 이름을 함부로 빌릴 수는 없다는 이유로 여신의 이름으로 맹세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미안하지만, 안토니오라는 이름은 임시로 쓰던 이름이다.”

        

       소피아가 휘두른 검격을 한 손에 쥔 검으로 가볍게 막아내며 ‘안토니오’는 말했다.

        

       “내 이름은 데미안. 데미안 팬그리폰이다.”

        

       “……!”

        

       소피아는 미처 언어가 되지 못한 고함을 지르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소피아도 기사단 내에서는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다. 아직 성장 중이었고, 그 성장세가 충분히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실전을 겪어 경험을 쌓으면 분명 좋은 기사가 될 거라는 소리를 듣고 했지만.

        

       ‘안토니오’에게 맞먹을 실력은 아직 아니었다.

        

       “큭……!”

        

       데미안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소피아는 뒤로 밀려났다. 끼기긱, 하고 고무를 덧댄 신발 바닥과 매끈한 대리석 바닥이 마찰을 일으키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이 뒤로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대화를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사망했다’라고 알려지기 전까지, 안토니오— 아니, 데미안은 성당 기사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이였다. 심지어 그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은 제리코의 검. 그가 성당 기사로서 쓰던 검이었다.

        

       극도로 예리하지만, 절대로 그날이 나가지 않는다는 성유물.

        

       가증스럽다.

        

       성당 가장 깊은 곳의 사람이 적이었다고 한다면, 애초에 성당은 무엇을 해냈던 것인가? 여신을 위해 싸우고 있고, 그렇기에 여신께서 보우해주리라 생각했던 성당은 사실—

        

       타타탕!

        

       잡념에 물들던 소피아의 사고가, 무언가 터지는 소리에 한순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정신 차리십시오. 적은 당신 혼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데미안이 뒤로 몇 발자국 정도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전장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짓은 없습니다. 제가 뒤에서 보조할 테니, 저 데미안이라는 자의 시선을 끌어주십시오.”

        

       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총을 재장전했다.

        

       “당신—”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없을 텐데요. 뒤에서 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황녀님께서 당신을 믿는 동안은 저도 당신을 믿기로 했으니까.”

        

       “…….”

        

       레나의 그 말에 소피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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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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