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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레이나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상태창을 살피던 나는 이윽고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빠! 아빠 맞죠?”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올라타더니 내 몸을 꽉 껴안았다. 어지간한 성인 여성보다 키가 큰 그녀가 뛰어들어 법석을 떨자 휠체어가 위태한 각도로 흔들거렸다.

         

       “레, 레이나 양, 갑자기 이러시면…….”

       “가면 벗겨줘서 고마워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녀는 내 허벅지 위에 앉아 내 머리통을 가슴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방방 뛰었다.

         

       “읍읍……레, 레이나 양?”

         

       나는 어떻게든 저항하려 애썼다. 그러나 사지를 못 쓰는 현재 상태로는 그녀의 포옹을 풀기는 어려웠다.

         

       “아빠다! 아빠!”

         

       그녀는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계속 어린애 같은 말투를 쓰며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저만 신나 하는 거 같네요? 아빠는 제가 안 반가워요?”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레이나……우리 딸? 부, 부탁이니 좀 떨어져 주지 않을래?”

       “아, 죄송……죄송해요! 많이 아팠어요?”

         

       내가 아빠인 체를 하니까, 그제야 그녀도 내 말을 알아듣고 재빨리 내 몸 위에서 내려왔다. 약간의 흔들림도 없이 능숙하게 몸을 빼는 그 동작은 평소의 그녀다운 솜씨였다. 그러고 보니 휠체어 위에서 그 난리를 치는데 휘청거리기만 하고 넘어지지 않았던 것도 그녀의 균형 감각 덕분인 듯했다.

         

       “혹시 제가 냄새나서 떨어지라 한 건 아니죠? 며칠 동안 몸은 꼬박꼬박 씻었는데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옷에 코를 대는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보아하니 그녀의 인격이 정말 4살 때로 돌아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곡예 동작을 능숙하게 행했고,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언제인지도 묻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기억이 온전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는 그저 유치한 단어와 행동으로 자신이 어린아이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이전까지 그녀가 연기하던 것과는 달랐다.

         

         

       이름: 그림자-4살의 레이나

       적용 대상: 레이나의 정신

       효과: 대상이 4살짜리처럼 굽니다.

       조건: ‘페르소나-우는 여자’의 가면을 벗길 것.

         

         

       페르소나와 대칭점에 있는 특성, 그림자.

       그녀에게 이런 저주가 붙은 이유는 짐작이 갔다.

         

       그녀는 4살 이후의 자신은 ‘가짜 레이나’라고 죽은 레이나에게 듣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는 죽은 레이나처럼 ‘진짜 레이나’가 될 수 있도록 4살 때의 상태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따져 보면 서글픈 일이었다.

       4살부터 17살까지의 ‘진짜 삶’은 가짜로 치부하면서, 정작 4살까지의 ‘만들어진 기억’은 진짜로 여기는 것이 말이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는 아이다운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놀랄 것이다. 항상 딱딱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가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다니.

         

       평소 그녀의 표정에서 보이던 차가움은 마야의 것과 유사한 듯 보였지만 달랐다.

       마야가 정말 감정이 적은 편이라 싸늘해 보이는 거라면, 레이나는 감정이 억압된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순수하게 감정을 발산하고 있는 모습은 솔직히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녀를 마냥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마음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레이나, 가면 좀 다시 쓸까?”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녀가 페르소나를 쓰는 순간 그림자는 다시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레이나는 입술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붕붕 저었다.

         

       “싫어요! 답답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아빠는 가면 쓴 레이나랑 꼭 나눌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는 제가 반갑지 않아요? 오랜만이잖아요. 신입생 환영회 이후로 처음인데…….”

         

       그녀가 짐짓 화난 듯 볼을 부풀리며 내게서 고개를 홱 돌렸다.

       진짜 어린애 같은 태도였다.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진짜 어린애였다면 감언이설로 구슬려 볼 텐데, 정작 그녀의 기억과 사고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때, 내 머릿속으로 익숙한 개념이 스쳐 지나갔다.

         

       아바타.

       무대 위의 배역이 반영된 것이 페르소나라면, 그것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아바타와 유사했다.

         

       즉, ‘그림자-4살의 레이나’가 보기에는 4살부터 17살까지 있었던 레이나의 삶은 어디까지나 게임 속 아바타가 겪은 일에 불과한 것이다.

         

       그녀가 가면을 벗었다는 것은 게임에서 로그아웃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정신과 의사도 마도학에 정통한 학자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금 그림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살아왔던 삶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진실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녀에게 가면을 다시 씌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내 몸 상태로 그녀에게 그것을 강제하는 건 무리였다.

         

       대신 나는 방금 떠오른 퀘스트를 확인했다.

         

         

       *단원 퀘스트-씻고 싶어요

       : 레이나는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 해서 찝찝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달성조건

       : 레이나의 몸이 깨끗해질 것.

         

       성공 시 보상

       : 레이나가 잠이 듭니다.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시스템은 단원의 요구를 감지하고 그것의 충족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알려왔다.

         

       “레이나 일단 좀 씻을까? 우리 딸 얼굴이 너무 지저분한데.”

         

       삐쳐서 딴청을 피우던 레이나는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빠도 같이 목욕한다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퀘스트의 조건은 그녀를 깨끗이 만드는 것뿐이었다.

         

       “레이나 정도면 혼자서도 씻을 수 있지 않니?”

       “싫어요! 씻겨줘요!”

         

       욕실 안에서 물이 콸콸거리며 차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린 문틈 새하얀 증기가 모락모락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가면을 벗는 즉시 바로 세수하러 달려가겠다고 레이나가 아까 뜨거운 물을 받아둔 것이었는데 가면을 벗은 직후의 상황 때문에 끄는 것을 깜빡했다.

         

       내겐 선택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이 꼴을 보이는 게 더 큰 일이었다.

         

       “……좋아. 그럼 같이 들어갈까?”

       “네! 아빠는 제가 들어드릴게요!”

         

       내방은 별장에서 제일 큰 방인지라 욕조도 큰 편이었다.

       서로 몸을 밀착하면 사람 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옷을 입은 그대로 탕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지금 입고 있는 것은 의상실의 능력으로 만든 것이라 젖어도 상관없었다.

         

       “아빠, 그래도 옷은 벗어야죠!”

         

       나를 안아 욕조 안에 조심히 내려놓은 그녀가 내가 옷을 계속 유지하고 있자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욕실의 환기구는 아래위로 방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그녀의 목소리에 음소거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위층에 다 들리고 말았을 것이다.

         

       내 바로 위층이 누구였더라?

       누군가를 떠올리려는 순간, 레이나가 나를 향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옷 안 벗으면 저 안 들어갈 거예요.”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내 목소리에도 서둘러 음소거를 적용했다.

         

       “알았어. 미안. 벗을게.”

         

       나는 의상실을 통해 옷을 제거했다. 그녀도 곧 입고 있던 치마와 속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탕 안으로 들어왔다. 예전에 속옷을 보일 때는 그렇게나 부끄러워했던 그녀가 지금은 알몸을 보이는 것은 전혀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헤헤, 아빠랑 목욕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너무 좋다!”

         

       그녀는 내 품속으로 등을 기대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내 팔을 잡아당겨 허리를 안게 하고는 그 위에 본인의 가슴을 척 걸쳤다.

         

       웃는 남자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안 그랬다면 그녀는 내 몸에 등을 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알몸으로 찰싹 달라붙은 채 목욕을 즐겼다.

       정확히 말해 나는 누군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즐긴 건 그녀뿐이었다. 그래도 웃는 남자 덕에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와 어울려 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손목을 붙들고 내 손바닥을 멋대로 샤워 타월로 사용했다. 거품을 잔뜩 머금은 내 손으로 본인의 가슴을 주무르고 허리를 문지르고 허벅지를 닦았다.

         

       그녀의 실제 나이는 성인이었지만, 천진한 목소리로 쫑알대는 것을 듣고 있으면 자꾸 정신 연령이 떠올라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윽고 손이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스칠 때는 이제 슬슬 그녀의 정신 상태가 걱정되었다. 가면을 다시 쓰고 난 다음에 수치심에 목을 매달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바로 그 걱정을 떨쳐 버렸다.

       정신이 멀쩡할 때도 당당히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찾아왔던 그녀였다. 클라라처럼 연약한 아이도 아니고 잘 버티겠지 싶었다.

         

       그렇게 내 손을 이용해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혼자서 몸을 잘 씻어나가던 그녀였지만, 얼마 안 가 한계와 부딪쳤다. 아무리 그녀라도 손이 닿지 않는 등은 씻을 방법이 없었다.

         

       “어떡하죠?”

       “글쎄. 여긴 솔도 없고. 그냥 나갈까?”

       “찝찝한데요. 아빠가 해주면 안 돼요?”

         

       단원 퀘스트는 여전히 미달성 상태였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으면 그녀는 한참을 깨어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떤 변수가 더 생길지 몰랐다.

         

       나는 손을 움직이려 애썼다. 그러나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들어와 몸이 노곤해진 데다가, 그녀가 내 손을 붙들고 멋대로 휘두른지라 진력이 다 빠진 듯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걸까?

       그녀의 등을 바라보던 내 머릿속으로 한 줄기 벼락이 내리쳤다.

         

       내게는 손이나 발보다 더 오랫동안 사용한 도구가 있었다.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나는 그걸로 리모컨을 집었고, 펜을 붙잡고 글씨도 썼고, 전화기 버튼도 눌렀다.

         

       나중에 시각 트래킹 장비를 도입하고 쓰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사지가 없던 내게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였다.

         

       하지만 그걸로 그녀의 몸을 닦아주는 건…….

         

       “아빠?”

         

       상당히 민망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잠시 일어서서 허리를 이쪽으로 내밀어 볼래?”

       “허리를요? 어, 이렇게요?”

         

       그녀의 엉덩이가 불쑥 다가와 내 얼굴을 짓눌렀다.

       나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좀 더 아래로. 못 씻은 부분이 아빠의 얼굴에 닿게!”

       “아, 알았어요.”

         

       그녀 허리의 파인 부분이 내 입에 닿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의 엉덩이에 턱을 괸 꼴이 됐다. 잠시 심호흡을 한 나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핥았다.

         

       “흐앗! 아, 아빠!”

         

       그녀가 허리를 크게 비틀었다.

         

       “가만히 있으렴. 씻기 힘들잖니.”

         

       나는 데볼루트로 혀 돌기를 샤워 타월처럼 까끌까끌한 재질로 개조하고, 타액 대신 바디워시가 나오게 했다. 그걸로 그녀의 씻지 못한 부위를 핥아 나갔다.

         

       목욕 봉사는 나도 받았었잖아?

       그걸 이제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어주는 것일 뿐이야.

         

       나는 그렇게 되뇌며 자신을 다독였지만, 내가 받았던 것과 전혀 다른 행위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으응……아, 아빠…….”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내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움찔거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유라크네와 함께했던 밤이 떠올랐다.

         

       그때, 욕실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목욕 중이세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유라크네가 욕실 문 너머에 서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내 방 위에 있는 방의 주인이 누군지 깨달았다. 그리고 음소거 기능은 오직 우리의 목소리에만 적용된다는 것도.

         

       레이나는 첨벙거리던 것을 멈췄다. 갑작스러운 유라크네의 등장에 놀랐는지 그녀는 엉덩이를 쭉 뺀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몸을 핥고 있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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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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