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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머리가 어지럽다.

       앞으로 걸으려고 했는데, 몸이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비틀린다.

       한참을 비틀거리던 나는 누군가의 품에 안착하고 말았다.

       

       “엥?”

       

       깜짝놀라 위를 올려다보았다.

       한여름이다.

       안심하며 그녀의 품에서 조금만 쉬기로 했다.

       

       ‘동물들이 똑똑해지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똑똑해 지기보단, 말을 잘 듣는다는 느낌이었다.

       가끔 특별한 녀석들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했고.

       

       음···

       일단은 여기까지만 생각할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이 이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레비나스는 괜찮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며 레비나스를 찾았다.

       헤롱거리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레비나스와 눈이 마주쳤다.

       

       “······!”

       

       나를 본 레비나스가 화들짝 놀라더니,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아, 레비나스 어지럽다.”

       

       어지럽다던 레비나스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사이로 작은 몸을 쏙 집어넣었다.

       

       “어머.”

       

       한여름이 나와 레비나스를 동시에 꼭 안아주었다.

       이를 지켜보던 새벽이가 다급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새벽이도 같이 안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헤헤, 우리 아가들이 참 어리광쟁이란 말이지.”

       

       한여름이 환한 미소와 함께 우리 셋을 안아주었다.

       좌우에 있는 아이들 덕분에 꼬리가 빠르게 흔들렸다.

       

       “나도 안아주냐?”

       

       우리를 지켜보던 최진혁이 농담섞인 어조로 다가왔다.

       장고도 멍멍거리며 우리 주변을 뛰어다녔다.

       

       “진혁이도 누나한테 안기고 싶어?”

       

       “···됐다.”

       

       최진혁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에 한여름이 쿡쿡 웃고는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겨울아, 근데 왜 레비나스랑 으아아 하고 있었어?”

       

       “못 보셨어요?”

       

       “응. 겨울이 비명 지르는 거 보고 달려왔는데, 헤롱헤롱 하고 있더라.”

       

       아하.

       어지러워하는 장면만 봤구나.

       

       한여름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설명해 주려는 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멍멍이가 뱅글뱅글해서 어지러웠다!”

       

       “뱅글뱅글?”

       

       설명이 많이 압축되었네.

       나는 제대로 된 설명을 위해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장고가 저희 등에 태우고 이렇게 돌았어요.”

       

       “장고가 꼬리 물기 했구나?”

       

       “꼬리 물기요?”

       

       한여름의 발언에 괜스레 꼬리를 돌아보았다.

       돌면서 입으로 물어보려 했으나 내 꼬리가 그렇게까지 길진 않았다.

       

       아니, 그나저나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 거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수인족의 본능이 계속하라며 나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본능 따위에 지지 않았다.

       일단은 그만두기로 했다.

       

       “어, 어머···”

       

       도는 걸 멈추자, 카메라로 나를 찍고 있는 한여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항상 찍는 거라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래서 어지러웠던 거예요.”

       

       “그랬구나.”

       

       한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화면을 본 한여름이 뭔가 헤헤 웃고있었다.

       

       “뭐 보세요···?”

       

       “언니 컬렉션.”

       

       컬렉션이 뭐지?

       한여름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꼬리를 쫓아 뱅글뱅글 도는 내 모습이 있었다.

       

       이게 왜 컬렉션···?

       당황스러운 눈으로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진심으로 기뻐해 하는 그녀가 보였다.

       

       ‘뭐지.’

       

       그냥 가족들의 영상이 생겨서 기쁜 건가.

       하기는, 나도 레비나스나 새벽이의 영상이 있으면 저렇게 기쁘긴 하겠다.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지금 그냥 한여름이 즐기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

       

       

       장고를 통한 간단한 연습을 끝내고, 아이들과 함께 공원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남으니 아이들이랑 놀기로 할까?

       

       주위를 둘러보는데, 레비나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묻혀놓은 페로몬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레비나스.”

       

       새벽이랑 함께 레비나스의 기척을 쫓아 연못으로 이동했다.

       연못 한복판에 수많은 아이들 틈에 레비나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교복을 입은 덕에 학교에서 단체로 야외 활동을 하러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온 건가?

       근데 레비나스는 왜 저기 있지?

       나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레비나스를 향해 다가갔다.

       

       “다들 간식 챙겨왔죠?”

       

       “네에.”

       

       인솔자로 보이는 이의 물음에 아이들이 가방속에서 간식을 꺼내 들었다.

       레비나스도 주머니에서 당근을 꺼냈다.

       

       “그럼 도시락이랑 간식 먹고 한 시간 뒤에 모이는 거예요?”

       

       “네에.”

       

       레비나스가 다른 아이들처럼 존댓말로 답했다.

       주변 아이들을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비나스, 여기서 뭐 해?”

       

       “아이들 모이라고 해서 모였다!”

       

       “어··· 그거는 여기 아이들만 일걸?”

       

       “그, 그러냐···?”

       

       레비나스가 어깨를 떨궜다.

       크게 실망한 것 같았다.

       

       “왜 그래?”

       

       “밥먹고 어린이 공연 보러 간다고 했는데, 레비나스는 못 보냐···?!”

       

       “으, 응···”

       

       레비나스가 어린이 공연이 보고 싶었구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에 잠기려는 그때,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레비나스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넨 학교 안 다녀?”

       

       “웅··· 레비나스 학교 안 다닌다···”

       

       “학교 안 다니는 사람은 어린이 공연 못 봐.”

       

       “우우···”

       

       레비나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아이가 레비나스에게 교복을 건네왔다.

       

       “이거 엄마가 예비용으로 쓰라고 준건데 너 입어.”

       

       “헉!”

       

       회색빛 치마와 노란 자켓의 교복이었다.

       초등학생인데 교복이라니.

       부자 동네는 다르구나.

       

       잘 사니까 저리 교복도 줄 수 있는 거겠지?

       감탄하는 내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다.

       처음 보는 어린 여학생이었다.

       

       “너도 학교 안 다녀?”

       

       “응.”

       

       “아직 아기라서 학교 못 다니는 건가?”

       

       “아니, 아기는 아닌데···”

       

       “그러면 이거 입어.”

       

       아이가 내게 교복을 건네왔다.

       괜찮다며 거절하는데, 아이는 내 거절을 거절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많은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너는 고양이인데 사람이 된 거야?”

       

       “꼬리도 있다.”

       

       “우리 집에도 고양이 키우는데.”

       

       “고양이 말 할 줄 알아? 나는 할 줄 안다. 야옹 하면 돼.”

       

       재잘재잘-

       조물조물-

       아이들이 떠들며 귀와 꼬리를 주물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교복이 입혀져 있었다.

       

       “옷, 옷이···”

       

       옷 안쪽을 살펴보았다.

       낡은 셔츠가 입혀져 있다.

       옷을 벗겨지진 않고 위에다가 입힌 것 같았다.

       

       “휴우.”

       

       애들 앞에서 알몸이 되진 않았구나.

       그랬다면 경찰에게 잡혀갔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내게 새벽이가 다가왔다.

       새벽이도 나처럼 교복을 입은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힘든 일을 당했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겨울이도 초등학생이 됐네.”

       

       “응···”

       

       “겨울이는 유치원생이 어울리는데.”

       

       “응···?”

       

       그건 무슨 의미이지?

       눈을 깜빡거리며 새벽이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짝짝,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박수를 치며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이동할게요. 버스에 타세요. 반장이랑 부반장은 인원 체크하고.”

       

       “네에.”

       

       아이들이 떠나간다.

       교복 돌려줘야 하는데.

       

       자연스레 시선이 아이들이 탑승하는 버스로 향했다.

       버스에 탑승하는 레비나스가 보였다.

       

       “레비나스.”

       

       나는 새벽이와 함께 레비나스를 향해 달렸다.

       이미 버스에 탑승한 상태라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레비나스, 버스에는 왜 탔어?”

       

       버스의 뒷좌석.

       레비나스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레비나스가 좌석 의자를 팡팡 두드렸다.

       

       “어린이 공연 보러 간다! 왕이가 창가에 앉아라!”

       

       레비나스가 나를 잡고 창가 쪽에 앉혔다.

       새벽이가 자연스레 가운데 앉았다.

       의자가 두 개지만 몸이 작아 셋이 앉을 수 있었다.

       

       “레비나스, 우리는 타면 안 되는데.”

       

       “안 되냐?!” 

       

       “응. 어린이 공연은 나중에 우리끼리 가서 보자.”

       

       “그러냐?!”

       

       레비나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이 버스에 탑승했다.

       

       “반장 인원수 확인했어요?”

       

       “네. 하온이랑 이준이 안 왔어요. 화장실 갔나 봐요.”

       

       “그래요?”

       

       선생님으로 보이는 이가 인원수를 체크했다.

       손가락으로 한 명씩 가리키며 지나가길래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멋대로 탄 걸 알게 된다면 크게 혼날지도 몰랐다.

       아이들도 나를 따라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머리띠···?”

       

       선생님이 우리 셋을 세며 지나갔다.

       수인족의 귀를 머리띠로 착각한 것 같았다.

       

       “한 명이 많은데···?”

       

       “선생님도 센 거 아니에요?”

       

       “아, 그랬나?”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이 자리에 앉았다.

       혼나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할 것 같았다.

       

       “저, 저기요···”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에 묻혀 선생님에게 까지 닿지 않았다.

       

       “어어···”

       

       부릉-

       버스의 시동이 걸린다.

       어느샌가 안전벨트를 맨 레비나스가 몸을 들썩였다.

       

       “헉! 왕아! 레비나스는 이렇게 큰 차는 처음 타본다!”

       

       “그, 그게, 저기요 선생님···!”

       

       좀더 크게 외쳤으나, 신이 난 아이들의 기세에 짓눌렸다.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레비나스가 붙잡았다.

       

       “왕아, 착한 어린이는 차 이동할 때 움직이는 거 아니다.”

       

       “그, 그치, 근데 우리 내려야 하는데···”

       

       차가 이동한다.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고, 목소리는 아이들에게 묻혀 들리지 않았다.

       최대한 큰 목소리를 내보았으나, 역시 아이들은 이길 수가 없었다.

       

       도와줄 사람이 없나?

       다급히 창문 밖을 살폈다.

       기적적이게도 근처를 지나가는 마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저씨.”

       

       마스터를 부르며 창문을 두드렸다.

       작은 소리였음에도 마스터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

       

       니들 거기서 뭐 해.

       그런 표정이었다.

       레비나스도 마스터를 발견했는지 창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빠이빠이.”

       

       레비나스가 내 손도 잡고 흔들었다.

       그런 우리에게 화답하듯 마스터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상당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부우웅-

       버스가 출발한다.

       나는 멀어져가는 마스터만 빤히 바라보았다.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창문을 콩콩 두드리기도 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던 거 같은데.

       어쩐지 데쟈뷰가 느껴지는 하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이번화를 쓰면서 제일 고민한 게 뭔지 아세요?!
    유치원생으로 할까? 초등학생으로 할까를 고민했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유치원생은 너무 애기인 거 같더라구요…!

    ───
    마이번냥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헤엄치는새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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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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