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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251화.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 2 )

       

       

       

       

       

       인생에서 가장 좋은 계획은 철저한 계획도, 분석으로 가득한 계획도 아니다.

       

       무계획이다.

       

       인생만사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계획을 세우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다.

       

       “…미, 미친…”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케니스의 무기를 S급 무기로 승격시켜 주고, 쿨이 돌 때마다 다른 녀석들의 무기도 계속 승격시키겠다는 나름의 계획이.

       

       쩌적ㅡ

       

       청바지 주머니 속에 넣은 쿠크다스처럼, 허망하게 부서져 버린 나의 계획.

       

       《……’순수한 별의 불꽃’의 재사용 시간이 71시간 52분 남았습니다…》

       

       – “…아, 아…… 내 검…? 어……?”

       

       쿠크다스처럼 멘탈이 부서진 건 케넬름과 케니스도 함께였다.

       

       입을 벌린 채 허공을 응시하는 케니스의 모습을 보니,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몰아쳤다.

       

       결자해지. 

       

       똥 싼 사람이 똥을 치운다는 아주 좋은 사자성어다.

       

       《마력을 띈 오르할콘의 파편 X 5》

       

       푸짐하게도 싸지른, 흡사 아프리카 코끼리의 그것과도 비슷해 보이는 내 똥들.

       

       이걸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일단… 갑자기 검이 똥 가루로 변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된 케니스부터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슥- 슥.

       

       – “시시시시, 신이시여? 어, 어째서… 저의 검…을? 호호혹시, 제가 뭔가 자, 잘못하거나 불경해서ㅡ!”

       

       졸지에 검이 부서지는 장면을 직관한 케니스가 패닉에 빠져 손까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처벌로 검을 부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ㅡ

       

       ‘그런 거 아니야… 나도 부수고 싶지 않았어…’

       

       설마 강화하다가 잠깐 삐끗했다고 이렇게 부서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 아니면 모라니.

       미쳐버린 양자택일이다.

       

       그 옛날 유행하던 유명한 게임의 악랄한 강화 시스템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

       

       – “저, 저저저저의 불경을! 부디, 부디! 신이시여!”

       

       “어, 어어! 얘가 왜 이래!”

       

       눈이 홰까닥 돌아간 케니스가 땅에 이마를 부딪칠 자세를 준비하고 있다.

       

       – 텁!

       

       아슬아슬하게도 이마가 땅에 부딪히기 직전에 가까스로 잡아낼 수 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성도 쪽 인간들은 전생에 박치기 공룡이었던 게 분명하다.

       왜 자꾸 땅에 이마를 박으려는 거지? 자기 두개골을 부수지 않으면 속이 안 풀리나?

       

       “진정… 일단 좀 진정해라…”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케니스를 일단 대장간 성 구석으로 옮겼다.

       

       – 쓰담쓰담쓰담ㅡ

       

       좀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덜덜 떨던 케니스의 몸이 점차 멎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심히 화면을 쓰다듬었는지, 검지 손가락의 지문이 다 닳을 지경이다.

       

       ‘좋아. 케니스도 좀 진정이 된 것 같고… 이제 이 똥을 어떻게 치울지, 그게 문제네…’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온다.

       

       일단… 새 무기를 만들어 주기는 해야겠는데.

       

       “하아ㅡ 최소한 A급 무기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 뭔가 좀 괜찮은 게 있으려나…”

       

       

       

       

       

       *****

       

       

       

       

       

       사르륵- 사르륵-

       

       거대한 대장간 모양의 성. 그 구석에는 별 무리가 작게 뭉쳐서 누군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고 있었다.

       얼핏 보면 마치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후우…”

       

       별무리 사이사이로 붉은 머리를 흩날리는 용사, 케니스는 거대한 성의 구석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구 쿵쾅거리던 심장이 이제는 조금 잠잠해졌다.

       

       그녀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고 있는 별 무리 덕분이다. 신께서 그녀를 벌주기 위해 행하신 일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내 검이……”

       

       물론 당시의 충격이 완전히 가셨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침울하게 중얼거린 케니스가 제 무릎 사이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녀의 보랏빛 신검이 거대한 망치로 하여금 허망하게 부서지는, 그리고 파편이 되어 흩날리는 그 끔찍한 장면이.

       

       그간 얼마나 많은 역경과 전장을 함께 헤쳤으며, 그녀가 얼마나 많은 애착을 가졌던 무기인가.

       

       신검이다.

       신께서 내린 검이니, 신께서 거두어 가는 것이 이치일 터.

       

       허나 그럼에도… 검이 부서지는 것을 눈앞에 보고도 마음을 다잡는 건 쉽지 않았다. 

       

       “휴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케니스, 용사이자 팔라딘 데모닉의 딸이며 악마와의 싸움에서 첨봉에 선 존재였지만.

       그녀는 고작 20년도 살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붕, 붕-

       

       ‘아냐, 정신 차리자 케니스! 신께서 주신 것을 거두어 가신 것뿐이야! 정신 차려!’

       

       그럼에도 케니스는 스스로 뺨을 챱챱- 두들기며 정신을 다잡고자 노력했다.

       두 볼이 벌게져라 두들겼더니, 어쩐지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것 같다.

       

       화악ㅡ!

       

       “으읏!”

       

       문득 강하게 몸을 부풀린 열기가 달려와 케니스의 얼굴을 덮쳤다. 무시무시한 열풍이 몰아치며 케니스의 머리카락을 한참이나 뒤흔들다가 사라졌다.

       

       성의 중앙에서 얼음처럼 푸른 빛으로 타오르는 불꽃에서 불어온 열풍이다.

       

       푸른빛의 불꽃은 온 세상을 태워버릴 기세로 넘실거렸던 아까에 비하면 확연하게 작아졌지만, 그럼에도 본래의 열기와 기세는 어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불꽃이… 저럴 수가 있지?’

       

       성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서 밖으로 흘러 나가는 저 어마무시한 힘이, 저 불꽃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슬쩍 신성력을 흘려 저 불꽃을 가늠하고자 하면, 되려 숨통이 턱 막혀오는 터무니 없을 정도의 밀도.

       

       저 푸른 불꽃은 지상에 강림한 태양이라도 되는 것인가?

       

       “…꿀꺽…”

       

       홀린 듯 푸른 불꽃을 바라보던 케니스가 고개를 올렸다.

       

       그곳에는 성을 가득 채운 거대한 밤하늘이 보였다.

       

       무수하게 빛나는 별들의 집합, 그 너머의 옥좌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시는 분.

       여섯 번째 신.

       

       그분이 케니스를 바라볼 때면 압도적인 격의 차이로 다리가 덜덜 떨리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막중한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케니스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밤하늘의 품에서 그녀의 신검… 이었던 파편들이 빙빙 맴도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준비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케니스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을 그제야 떠올렸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나는…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 공간에 대한 의문. 어떻게, 왜 여기에 왔는가- 에 대한 의문.

       

       ‘나는 분명히, 어… 그러니까… 어?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뭘 하고 있었지? 왜 내가… 검을 들고 있는 거지?’

       

       이곳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기억이 굉장히 모호하다.

       마치 꿈의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떨어지고 있었다.

       

       왜 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고래의 등에서 뿜어지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안개에 가린 듯 오묘하고 희미한 기억들이 마치 한낮의 꿈처럼 뿌옇다.

       

       “꿈…”

       

       이건 꿈인 걸까?

       신께서 거대한 고래로 하여금,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이곳으로 데려오신 걸까?

       

       차츰차츰 주변 상황에 대한 파악이 시작된다.

       

       그녀의 검이 박살 나는 것에 대한 충격이 너무나 컸던 탓일까.

       케니스는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여기는 성… 인가?”

       

       이 공간을 성이라고 불러야 좋을까.

       

       그 내부가 일반적인 성의 생김새는 아니었다. 성의 내부에는 오로지 거대한 화로와 푸른 불꽃만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이 공간을 성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되려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천장에 박힌 보석 그림과 작게 흔들리는 등불, 우뚝 솟은 기둥과 세세한 모든 장식이.

       이 공간의 모든 구성품은 하나하나가 예술품이었다.

       

       심지어 벽을 보아도 그렇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섬세한 무늬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느 곳은 파도치듯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다가, 덩굴 식물처럼 생기를 머금더니 불꽃처럼 강렬한 느낌의 조각으로 연결된다. 

       

       “이건 전부 금속이잖아…?”

       

       그러한 것들이 모두 금속이었다. 세세한 조각이 새겨진 바닥과 천장, 벽이 모두.

       

       창문을 대신하여 천장의 곳곳에 자리 잡은 투명한 보석 그림은 또 어떠한가.

       

       그녀의 새끼손톱보다 작은 보석들이 아주 미세한 색으로 구분되어 거대한 초상화와 온갖 문양의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 성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의 보고였다.

       무수하게 반짝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신의 궁전…”

       

       그야말로, 신이 기거하는 궁전.

       

       케니스가 몸을 일으켜 벽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보석의 그림을 통해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들어오는 것은 가히 몽롱한 꿈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사방의 풍경에 취하여 멍하니 걷다 보니 거대한 문에 맞닥뜨렸다. 

       

       슬쩍…

       

       곰곰히 되짚어 떠올려 보면, 그녀는 잘 닦인 도로를 달려 이 궁전으로 들어왔다. 

       

       당시에는 이게 뭔지 알 수도 없고, 어디론가 향하는 별의 집합을 따라 무작정 달리기 바빠서 잘 보지 못했지만.

       그 풍경은 틀림없는 도시의 것이었다.

       

       “으음…”

       

       나가볼까?

       그런 생각이 든 케니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위를 올려봤다. 

       

       보랏빛을 머금은 검의 파편은 여전히 별들의 사이에서 빙빙 돌며 무언가 준비하고 있었다. 

       신께서 바라보실 때 특유의 숨 막히는 존재감과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케니스는 얌전히 안에 남아 있기로 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는 사리 분별도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고, 신께서 친히 그녀를 불러오셨음인데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언어도단.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시 저쪽 구석에 앉아 있어야지.’

       

       그녀가 원래 있던 벽의 구석으로 다시 돌아가려던 그때.

       

       “히힛. 뭐야, 언니. 안 나가?”

       “어?”

       

       누군가 케니스의 귀에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 특유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다.

       

       당황한 케니스가 사방을 둘러봤지만, 어린아이는커녕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숨을 곳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말을 걸었단 말인가?

       

       케니스가 당황하든 말든, 아이의 목소리는 재잘재잘 케니스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안 나갈 거야? 정말정말정말로?”

       “뭐, 뭐야. 누구야?”

       “언니라면 특별히 ‘나’를 구경하게 해줄 수 있는데? 정말로 안 나가?”

       “나를 구경한다고…?”

       

       여자아이인가? 케니스를 언니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여자아이가 맞는 것 같다.

       

       한참이나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무, 무슨… 도대체 어디야?”

       “나? 여기야, 여기. 지금도 보고 있잖아.”

       “보고 있다고…?”

       

       벽이랑 바닥, 문밖에 안 보이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목소리의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이내 케니스는 목소리의 주인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 공간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법칙을 초월한 신의 땅이다.

       

       그래. 마음을 비우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후우ㅡ”

       

       평정심. 의연함.

       케니스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정말정말 안 나가? 내가 턱수염이 잔뜩 난 아저씨들은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우음ㅡ 언니는 예쁘니까! 내가 진짜 특별히 이번만 봐줄게!”

       “에, 응? 봐준다니? 뭐를ㅡ 꺄아아!”

       

       차가가가각ㅡ!

       

       알 수 없는 존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의 타일에서 작은 톱니바퀴 수천 개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닥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무빙워크처럼, 케니스를 싣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성 바깥으로 향하는 바닥 타일.

       

       차가가가각ㅡ

       

       “이이이이이게 도대체 무, 무슨ㅡ!”

       

       바닥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 처한 케니스는 재빨리 바닥에서 뛰어내렸다.

       

       날렵한 몸놀림 덕분에 늦지 않게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그녀가 밟고 있던 바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바닥이 스스로 달려 나간다.

       무수한 톱니바퀴와 이상할 정도로 강한 신성력을 품고.

       

       ‘하, 하하… 바닥이 혼자서 막 달려나가네…?’

       

       케니스는 이곳에 대해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우음? 언니, 정말로 안 가게? 정말로? 잠깐만 나가서 우리 같이 놀자, 응?”

       “하아ㅡ”

       

       잔뜩 토라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뭔지 이 상황에 대해 알 도리가 없지만, 딱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안 돼!”

       “히잉…”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존재는 기묘할 정도로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조언이란…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지만, 꼭 필요한 것이지요…! 다른 이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는 자가 어찌 큰 일을 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조언, 쓰라린 채찍…!! 아프지만, 굉장히 아프지만…!! 하나하나 뼈에 새기도록 하겟읍니다…!! 언제나 감사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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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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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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