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1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추락으로 암흑 백작을 밟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내 아바타는 일반적인 인간보다 내구성이 높고, 마법 소녀로 변하며 그 내구성이 한 번 더 강화되었다.

        그런데도 지난번의 추락은 제법 충격이 컸다.

       

        게다가 나는 근접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근접전을 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근접전을 해도 되는 유리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

       

        턱!

       

        “어?!”

       

        “지난번의 그 마법 소녀?!”

       

        갑자기 등장한 나의 모습에, 마법 소녀들과 암흑 백작이 두 눈을 크게 뜬다.

        이쪽 세상의 생물체들도 ‘두 눈을 크게 뜨는 행동’으로 ‘놀람’의 감정을 표현하니, 저들이 많이 놀랐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잘 만났다! 이 얼굴의 상처! 그 복수를 해 주마! 가라 괴인!”

       

        핸~드~폰~!

       

        암흑 백작의 명령에, 거대화된, 팔다리와 눈, 입이 달린 핸드폰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 같잖은 모습에 나는 손을 휘두르…… 려다 참았다.

        지금은 내 힘을 사용하면 안 되지.

       

        그 대신, 손에 들고 있던 ‘매지컬 다이어리’를 펼쳤다.

        내가 살핀 대로라면…… 약 50페이지쯤에…….

       

        ‘여기 있군.’

       

        폰~!

       

        핸드폰 괴인이 주먹을 휘두른다.

        그것을 살짝 점프해 회피하고, 괴인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며 다이어리 50페이지에 쓰인 마법 주문을 외웠다.

       

        “빛과 함께 정화되리라. 프린세스 샤인 블레스.”

       

        번쩍!

       

        나의 손에서부터 빛이 뿜어지며 핸드폰 괴인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핸드폰 괴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었다.

        그저 바닥에 떨어지는 낡은 핸드폰만이 뒹굴 뿐.

       

        “아닛?!”

       

        “네거티브 에너지째로 괴인을 정화했다고?!”

       

        “저, 저건 여왕님밖에 못 할 텐데?”

       

        아. 이거, 플로렌스만 사용할 수 있었던 능력이었나?

        마법 소녀들과 함께 있던 요정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 ‘매지컬 다이어리’라는 것은 플로렌스의 ‘선기’다.

        그것도 ‘마법 소녀’에 대한 플로렌스의 모든 아이디어가 망라된 기록물이다.

        당연히 저 마법 소녀의 기술도 이 다이어리 안쪽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고, 보다 상위의 기술도 이 안에 기록되어 있겠지.

       

        “젠장! 네놈은 누구냔 말이다!”

       

        파앗!

       

        그 순간 암흑 백작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달려든다.

        그의 손에 들린 긴 송곳(레이피어)이 나를 향해 빠르게 찔러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막고자 한다면 간단하겠지만…….’

       

        비록 상대가 다른 초월자의 권속이라지만, 나와 비교하면 한참 격이 낮은 초월자다.

        심지어 나는 나보다도 격이 높은 초월자들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존재.

        이곳에 있는 것이 본체가 아닌 아바타라고 하더라도, 겨우 저 정도 녀석의 공격에 상처를 입을 리는 없었다.

       

        금속 지배력으로 저 송곳을 없애버려도 되고, 그냥 내 아바타의 내구력을 믿고 몸으로 받아 내고 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 암컷 흉내를 내야 한다.

        그리고 이 세계의 인간은, 금속으로 몸을 쑤시면 다친다.

       

        ‘아나티샤가 몸이 튼튼해서 좋았는데…….’

       

        과거의 인연을 떠올리며, 나에겐 느릿하게 보이는 송곳을 피해낸다.

        왼쪽. 오른쪽. 왼쪽…….

       

        슈슈슈슈슉!

       

        “이이이익?! 맞아라! 맞아!”

       

        “흠…….”

       

        암흑 백작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여왕의 다이어리를 살핀다.

        이 녀석에게 사용하기 적당한 마법이…… 뭐가 있을까…… 아!

       

        ‘이게 좋겠군.’

       

        “으하하하! 뭐 하나! 피하는 것밖에 못 하나!”

       

        암흑 백작의 말을 대충 무시하며, 다이어리에 적힌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닫고, 책 모서리를 휘둘러 암흑 백작의 미간을 찍었다.

       

        투쾅!

       

        “케게겍?!”

       

        쿠과과과과과광!

       

        암흑 백작의 몸이 사라지고, 이어서 땅 아래를 향해 깊은 구멍이 생겨났다.

        나는 손에 든 다이어리를 매만지며 감탄했다.

       

        ‘침묵 마법이라더니…… 효과 확실하군.’

       

        참고로, 페이지가 접히는 바람에 주문이 다음 장에 적힌 ‘강타’ 마법과 바뀌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였다.

       

       

        *            *            *

       

       

        – 앜ㅋㅋㅋㅋㅋ

        – ㅋㅋㅋ

        – 침묵마법ㅋㅋㅋㅋㅋ

        – 아! 책은 훌륭한 침묵 마법이짘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물 마시다 뿜었잖아욬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하기 시작했다.

        다들 내 실수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양이었다.

       

        “뭐, 결과적으로 적을 침묵시켰으니, 어찌 보면 침묵 마법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맞긴햌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어쨌든, 이런 방식이 계속 이어졌단다.”

       

        1. 적이 나타난다.

        2. 마법 소녀들이 나타난다.

        3. 마법 소녀들이 밀린다.

        4. 내가 도와준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이런 방식의 반복이었다.

        그렇기에 이때의 일들은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해봤자 재미가 없는…….

       

        – 마법 소녀들과는 어땠나요?

        – 이건 그쪽과의 티키타카가 재미있는 건데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티키타카 말해주세요!

        – 마법 소녀들과는요?

       

        “마법 소녀? 흠…….”

       

        마법 소녀들과의 접점이라…….

       

        시청자들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해봤다.

        그들과 나 사이에서 일어난 접점이라면, 몇 가지 이야기할 거리가 있긴 했다.

       

        “그래. 그렇다면 방금 이야기하던 것을 마저 이어나가 볼까?”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암흑 백작까지 처리한 후,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경계심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4명의 마법 소녀를 볼 수 있었다.

       

        “…….”

       

        “…….”

       

        “…….”

       

        마법 소녀들과, 나 사이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들은 나를 경계하기에, 나는 저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가들이 놀라지 않게 말을 하려면…….’

       

        이쪽 세상의 인간들은 어떻게 대화를 하지?

        그런 고민 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

       

        “음?”

       

        “바, 반가워. 나는 프린세스 하트라고 해.”

       

        핑크색 머리카락과 핑크색 옷차림의 마법 소녀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른 마법 소녀들은 아직도 나를 경계하는데, 혼자 나에게 다가오다니?

       

        ‘용감한 아이로군.’

       

        용기는 전사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아무런 힘도 없이 용기만 있어서는 ‘만용’이 되겠으나, 저들에겐 ‘마법 소녀’라는 힘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 힘을 믿고, 용기를 내는 것은 좋은 점이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은 보이지만…… 그거야 가르치면 되겠지.’

       

        “이쪽은 프린세스 스페이드, 클로버, 다이아야. 네 이름은 뭐야?”

       

        “흠…….”

       

        프린세스 하트의 질문에, 팔짱을 낀 채 하트를 바라보았다.

        아직 경계심은 남아 있으나, 그보다는 나를 나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더 커 보인다.

       

        “……조커.”

       

        “응?”

       

        “비장의 마법 소녀, 프린세스 조커. 그것이 나의 이름이다.”

       

        마법 소녀로서의 내 파트너인 뀨뀨가 지어 준 이름.

        그것을 마법 소녀들에게 밝혔다.

       

        내 마법 소녀로서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프린세스 하트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반가워 조커!”

       

        “…….”

       

        한 점의 그늘이 없는 미소다.

        그저 내가 그들과 같은 마법 소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들은 나에 대한 경계심을 접어둔 것이다.

       

        ‘3명은 조금이라도 경계심이 남아 있지만, 이 아이는 경계심이 완전히 날아갔구나.’

       

        그래. 아이들은 이래야지.

        자라서 세상의 풍파와 생존경쟁에 대해 배우더라도, 어릴 때는 이렇게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을 가지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나도 이 부분은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전사’는 이래서는 안 된다.

        확실히 동료가 된 것이 아닌 이상, 의심과 경계심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프린세스 하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휙!

       

        “어?”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퍼엉!

       

        “?!”

       

        “하트!”

       

        불의의 일격…… 이라기엔, 사실 경고의 의미로 살살 휘두른 것이었다.

        그 증거로 저 멀리 날아간 프린세스 하트는 충격만 조금 있었을 뿐이지, 어딘가가 작살나지는 않았으니까.

        내 처지에서는 눈 감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휘두른 건데, 설마 거기에 맞고 날아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는 피할 줄 알았는데?’

       

        내 머릿속에서 마법 소녀들에 대한 수준이 한 단계 내려갔다.

        예상보다도 더 허약한 아이들이었나?

       

        내가 마법 소녀들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는 사이, 저 멀리 날아간 프린세스 하트를 부축한 마법 소녀들이 나에게 소리친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당신!”

       

        “왜 하트를 공격한 거야?!”

       

        “…….”

       

        하트의 복부를 때려 버린 왼손을 쥐락펴락하며, 나는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살짝 예상하지 못한 평가 하락이 있긴 했지만, 계획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너희들은 약하구나.”

       

        “뭐?”

       

        “그게 무슨…….”

       

        내 말에 마법 소녀들이 의아한 기색을 보인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서 그런가? 이런 짧은 말로는 그들이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말하기로 했다.

       

        “지난번과, 이번의 전투.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이 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요?!”

       

        “헛소리 하지 마!”

       

        “우린 강해!”

       

        비로소 내 말을 이해한 듯, 그들이 발끈했다.

       

        “음…….”

       

        나로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인데, 그들로서는 분노하는 말이었나보다.

        하긴. 나 같아도 다른 초월자가 나에게 ‘너는 약하다’라고 한다면 화가 나겠지.

        ……상대가 나보다 약하다는 가정하에.

       

        ‘강자가 나에게 약하다고 한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나는 저 마법 소녀들보다 강하다.

        그러니 내가 저들보고 ‘너희들은 약하다’라고 한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저들보다 강한 내가 판단을 마친 것이니까.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화를 내냐는 것이다.

        지난번과 이번 전투에서, 나는 나의 강함을 저들에게 선보였다.

        당연히 저들도 내가 저들보다 강하다는 것은 잘 알 텐데…… 왜 강자인 나에게 저런 반응을 보이냐는 것이다.

       

        “그런 소리를 하려거든, 실력을 보여주고서 말해!”

       

        파밧!

       

        “스페이드!”

       

        “??”

       

        갑자기 나에게 달려드는 프린세스 스페이드.

        그녀의 주먹이 이능을 머금고 나에게 휘둘러진다.

       

        한 점의 망설임 없이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프린세스 스페이드를 바라보며, 나는 어째서 이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했다.

        지금, 이들은…….

       

        ‘내가 저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구나!’

       

        그렇다.

        지난번과 이번의 사건에서 나의 힘을 보았음에도, 저들은 내가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하압!”

       

        후우우웅!

       

        프린세스 스페이드의 주먹과 발차기를 피해내며, 나는 탄식을 흘렸다.

        이 철없는 아이들을 어찌할꼬…….

       

        “이익! 좀 맞으란 말이야!”

       

        후웅! 후웅! 후우웅!!

       

        “…….”

       

        나에게 휘둘러지는 프린세스 스페이드의 공격을 피해내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내가 이들보다 압도적인 강자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동시에 이들의 의욕을 꺾어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군.’

       

        인간의 아이들을 키워 본 경험은 몇 있지만, 이런 방식의 육아는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너무 어렵다.

        결국 한숨과 함께 손을 뻗어, 나에게 날아오는 프린세스 스페이드의 주먹을 붙잡았다.

       

        콱!

       

        “큭?! 이거! 놔……!!”

       

        “후우~! 어쩔 수 없지.”

       

        나에게 붙잡힌 주먹을 빼내기 위해 힘을 주는 프린세스 스페이드.

        하지만 그녀의 의도는 실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주먹을 잡아당기자, 그녀의 몸이 나에게 딸려 온다.

        그와 동시에 휘둘러지는 나의 오른손.

       

        투쾅!

       

        “커억?!”

       

        쿠당탕탕!

       

        “스페이드!!”

       

        “꺄악!”

       

        단 일격에 프린세스 스페이드가 쓰러진다.

        모두가 눈동자를 떨며 나를 바라보고, 나는 마법 소녀 복장을 툭툭 털며 말했다.

       

        “실력을 보고 싶다면…… 그래. 응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우선은 서열 정리부터 해야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지분간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머리가 아프신 드래곤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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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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