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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핸드폰 돌려주세요. 대회에서 도적 한번 하더니 도둑질까지 하시네. 팬들이 실망할 거예요.”

        

       “……네가 할 말이야? 애초에 왜 사람을 앞에 두고 톡을 보내고 있어.”

        

       “……사연이 있어요.”

        

       조용히 읊조리듯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에서는, 미묘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수치심을 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리도 생생하게 부끄러워했던 마지막 순간이……언니라는 사람 앞에서 방송 이력을 폭로당하던 식사자리였던가.

        

       “대회 앞두고 술은 또 어마어마하게 드셨던데.”

        

       “……그것도, 사연이 있어요.”

        

       “혼자 몇 인분 사연을 수집하는 거야, 대체.”

        

       “……억울하네요.”

        

       하여간, 평소와 퍽 다른 반응이었다. 통통 튀듯이 반박하며, 역으로 뭐라고 반격하던 그녀답지 않은- 어딘가 의기소침한 태도.

        

       시훈의 머리는 문득, 예나가 어제 밤의 통화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분명, 술을 마셔도 제법 마신 말투였으니. 필름이 끊긴 상태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리고 빈틈이 보일 땐, 일단 가볍게라도 찌르고 볼 일이더랬다. 눈앞의 소녀에게 배운 교훈이었다.

        

       “그래서. 코스프레는 뭐로 할 거야?”

        

       “……뭐요?”

        

       “코스프레. 댁이 나한테 준 컨텐츠 참여권이니 합방권이니……다 합하면 몇 갠지 세기도 어려운데. 그 와중에 나보고 무슨 나무꾼 코스프레하라고 해서, 대신 댁도 뭔가 같이 코스프레 하고 합방하기로 했잖아. 어제.”

        

       과연, 정답이었나.

        

       예나는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채, 경직기라도 맞은 듯이 멍하니 서있었다.

        

       “설마, 기억 안 난다느니……그런 식상한 핑계 대려는 건 아니지?”

        

       그리 멍하니 있는 그녀를 향해, 시훈은 침묵을 틈타 슬쩍 밀어 넣는 한 마디로 퇴로를 차단했다. 경험상, 유효타에 이어서 들어가는 연속기는 언제나 정답이었기에.

        

       “……그, 메이크 받으러 가라고 했죠. 어디더라. 혹시 아시나요.”

        

       노골적으로 말을 돌리고 있었음에도 조금도 얄밉지 않은 건, 드디어 우위에 선 덕분이겠지. 시훈은 비죽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억누르며, 슬며시 어깨를 들썩여보였다.

        

       “글쎄. 난 이미 떨어진 사람이라, 출연을 안 해서.”

        

       “……대회장이 DMZ라도 되나. 지뢰가 많네요.”

        

       두 눈을 살며시, 처연하게 감은 예나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던 순간.

        

       “아! 예나야! 참가자 대기실 저쪽이래! 거기서 기다리다가 메이크업 받으면 된다니까, 미리 가있자!”

        

       저 멀리에서 종종걸음으로 뛰어서 등장한 아리의 목소리에, 그녀의 고개가 번개같이 돌아갔다.

        

       “그렇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시 시선을 그에게 향했을 때에는,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너무 역력해서. 본의 아니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닌 고로.

        

       “아무튼,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파이팅 하고.”

        

       “네. 고마워요.”

        

       “가능하면 복수도 해줘. 그러면, 코스프레 일은 없던 걸로 해줄 수도 있으니까.”

        

       시훈은 아쉬움을 힘겨이 삼키며, 응원에 섞인 보상을 내밀었다.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도는 것이, 괜히 빠져나갈 구멍을 줬나 싶었지만- 애초에 사소한 장난에 불과했으니까.

        

       무리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무엇보다, 저 표정 변화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보상이었으니까. 어제의 통화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그 내용을 홀로 기억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네. 꼭, 꼭 10배로 복수하고 올게요.”

        

       “……너무 과하게 하진 말고. 이기는 건 좋은데, 세리머니까지 복수할 필요 없으니까.”

        

       “절대 그럴 순 없지. 세트메뉴예요.”

        

       거짓말처럼 다시 원래 페이스를 되찾고, 짐짓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예나. 그리 의미심장하게 읊조리는 말을 듣고 있자니, 묘한 기대감이 슬며시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평소라면,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되는 마음 뿐이었을 텐데.

        

       ‘많이 변했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 입밖으로 낼 일은 영원히 없겠으나- 예나의 색이 어느새 그에게서도 묻어나게 되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여러가지 의미로.

        

       * * * *

        

       [작성자: ㅇㅇ]

       [제목: 갤주 실물 미쳤다]

       [방금 이스포츠 센터 앞에서 갤주 봄

        

       실물 ㄹㅇ 미쳤다

        

       어떤 남자새끼랑 얘기중이던데 존나 부럽더라 시발……]

       –     뭐무머ㅜㅁ무멋 근자라고?

       –     ㄴ 나도 봤는데 레반이더라

       –     ㄴㄴ 탈락한 놈이 거긴 왜 갔대

       –     ㄴㄴ 오소독스랑 친하잖아

       –     ㄴㄴ 응~ 누가봐도 아따먹이랑 뒤풀이하러 간 거죠? 프로한테 개털린 아따먹을 부드럽게 위로해주면서, 속상한데 술이나 한잔 하자는 멘트로 아따먹따먹뒤풀이가 시작되기 3시간 전

       –     진짜 존나 예쁘긴 하더라 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뻐서 멸종 안 한 고양이 그 자체임

       –     ㄴ ㄹㅇ 그냥 편한 차림인데도 빛이남ㅋㅋㅋ 옆에 쭈구리 같은 일반인은 누구지 했는데 별포크더라

       –     ㄴㄴ 외모 비교질 갈드컵 ㄴ

       –     ㄴㄴ 걍 갤주가 사기여서 그래

       –     방송보다 더 예쁘더라 진짜 마이너스 캠빨임

       –     ㄴ 그 정도야?

       –     ㄴㄴ ㅇㅇ 진짜 미쳤어 ㅋㅋㅋㅋ 필터고 보정이고 조명이고 아무것도 안 쓴다더니 진짜더라

       –     ㄴㄴ 일단 집에서 캠 켰을 때보다 실물 피부가 더 하얗다

        

       [작성자: ㅇㅇ]

       [제목: 오늘 격돌 우승 정배픽 알려준다]

       [나알못 새끼들이나 좆독이니 아따먹이니 나불대는 거고, 우승은 무조건 파꼴 뽑는게 맞다ㅇㅇ

        

       아따먹은 뭐 특별한 변수 없으면 4강에서 무난한 탈락일 거고

        

       오독이는 은퇴하고도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1:1에서 파꼴 이길 레벨은 아니라고 봄

        

       현역 기준으로도 쉽지 않았을 거고

        

       파꼴이 오독 만나서 3:1 정도로 우승한다

        

       성지 예정이니 미리 댓글 달아두도록]

       –     아따먹이 오소독스 스승인데?

       –     ㄴ 그건 걍 립서비스고

       –     아따먹 4강까지 전승으로 올라온 건 뇌에서 지우셨나……

       –     ㄴ 파꼴도 버그 당한 거 빼면 전승인데 ㅋ

       –     ㄴㄴ 버그가 아니고 스끼린데요

       –     ㄴㄴ 버그였으면 몰수패가 됐겠지

       –     4강 후 바로 결승이라 체력 문제도 있어서 아따먹은 솔직히 쉽지 않을 듯

       –     ㄴ 6시간을 연속으로 솔랭 달리는 미친년인데요

       –     ㄴㄴ 그건 키마 섞어해서 그런 거고 대회는 다름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GP팀원들 단체로 오소독스 응원하러 등장]

       [(사진)

        

       수상할 정도로 수상하게 한 놈만 아따먹 이름 적힌 피켓들고 있음

        

       미친새낀가 진짜]

       –     바이오 게이야……

       –     프로가 여캠이랑 친한 거 티내서 좋을 거 하나 없을 텐데

       –     ㄴ 여?캠

       –     이새끼들 월즈 우승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담시즌 성적 박으면 존나 돌려질 텐데

       –     ㄴ 바요는 이미 눈 돌아갔다 내가 보기에

       –     ㄴㄴ 그새끼 아따먹 방송 준 터렛임 ㄹㅇ루다가

       –     형 놀릴려고 일부러 상대 응원 피켓 들고 온 거겠지ㅎ 바요랑 오독 맨날 티격거리는데 은근 혐관삘이자너

       –     ㄴ 뭔 개소리죠

       –     ㄴㄴ 짚튜브 자컨보면 둘이 티격대는 거 엄청 자주나와

       –     ㄴㄴ 하 시발

        

       * * * *

        

       작년 이맘때 즈음엔, 지튜브를 보며 화장 공부와 연습을 제법 했더랬다. 화장을 곧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전혀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잘은 몰라도, 뭔가 안 좋은 신호로 보일 테니.

        

       그럼에도, 내게 화장이란 아직도 퍽 이질적인 작업이었다.

        

       방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방송을 할 때 캠을 켜는 일도 거의 없었고.

        

       애초에, 시청자들과……서로 격식을 차리는 사이가 되고 싶지도 않아서. 캠을 켜기 시작한 후에도, 얼굴에 그림을 이리저리 그릴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는 무려 1시간째 앉아있었다. 전문가의 손길은 뭔가 다르긴 다른 것 같은데, 속도 쪽으로는 스탯을 안 찍는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마무리되셨습니다! 방수력 있는 제품으로 도와드렸으니, 땀 흘리셔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세요. 닦으실 때만 티슈로 톡톡 두드린단 느낌으로 닦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와, 와-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그냥 그림이- 이거, 이거 봐봐! 이걸로 인스타에 올리고 예나 태그해도 돼? 진짜, 그냥 누가봐도 오프닝 행사하러 온 아이돌이다, 진짜루. 아- VR대회만 아니었으면 헤어도 했을 텐데!”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의 말을 쉼없이 내뱉고 있는 아리가, 도주를 허용하지 않은 탓이었다.

        

       자리를 피하는 용으로만 언급한 거였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운전도 했는데, 안 피곤해?”

        

       “응! 예나 얼굴 보고 있으니까 피로가 사라지고 있어. 수명이 늘어나는 기분이야. 여기 보고 조금만 웃어볼래? 아니, 좀 자연스럽게. 아니, 눈도 좀 웃어줘. 아니다, 그냥 무표정하게 이쪽, 이쪽으로 볼래? 약간 내려다보면서.”

        

       …… 수명이 이전되는 건가. 내 수명은 줄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응원하겠다고 와주는 걸로도 모자라서, 운전까지 해준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몰상식하지는 않다.

        

       다만, 이……팔자에 없는 사진 모델 노릇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어서.

        

       “……지니님.”

        

       고개를 돌려, 얼마 전 대기실로 합류한 지니에게 구조를 호소했으나- 화장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에, 구경하던 그녀조차도 지쳐버린 건지. 지니는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방관하고 있었다.

        

       몇십 분 전만 해도, 곧 시합해야 하는 사람이니 편히 있게 두라고 하던……유일한 아군이었는데.

        

       차라리 빨리 경기가 시작되면 좋았겠지만, 내 경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제법 남아있었다. 4강 1차전 경기 후에, 2차전에 출전하는 일정이었으니.

        

       1차전이라도 시작하면, 사전답사라는 핑계로 나가봐야지.

        

       

       ……이 괴로움은, 누군가의 목을 날리지 않고는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

       

       

       * * * *

       

       

       “아- 이렇게 해서, 파골 선수! 결승전에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호쾌합니다. 정말 호쾌해요! 아, 뭔가요 지금? 아- 기사 도발 모션 세리머니네요! 하하, 확실히 쇼맨십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야, 지금 채팅창의 반응도 아주, 아주 뜨겁습니다.”

       

       .

       .

       .

       

       “자, 그러면 과연 파골 선수와 결승전에서 맞상대할 선수는 누구일지! 4강 2차전에 임하는 두 선수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소독스 선수입니다!”

       

       “네, 최근 가장 유명한 코치죠. 이렇게 잘 하면서 대체 왜 은퇴했냐는 팬들의 아쉬움이 하늘높이 쌓이고 있습니다. GP팀의 지하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낸, 최고의 커리어와 실력을 가진 오소독스 선수! 주 영웅은 광전사에, 서브로 성기사와 도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 오소독스 선수의 도적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죠!”

       

       “네, 맞습니다. 그래도 역시 지금, 도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바로 그 오소독스 선수조차도 샤라웃을 했던, 아따먹 선수입니다! 시즌 1의 랭크게임을 1등으로 마무리했고, 이번 제1회 격돌 대회! 서리 왕좌에서 현재까지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과연 4강에서도 승리를 거머쥘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곧이어 4강 2차전 첫 세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승언_836 님, 2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파페포포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업로드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주말 중으로 벌충하려던 휴재분이 결국 늦어졌는데…조금만 더 기다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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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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