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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오셨습니까.”

       

       편의기능을 사용해 천마신교의 본관이 있는 마을에 도착한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한서우였다.

       

       백화령이 말하길 자신의 제자가 우리를 안내해 주리라고 했으니 이 놈이 나올 것은 알았다마는 왜 꼴값을 떨고 있는 것인가.

       

       얼굴을 가리고 되도 않게 목소리를 변조하고.

       

       그것이 의문스러워 물었더니 가면 너머에서 어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방송에 출현하는 게 좀 그래서요.”

       “신비주의냐?”

       “어… 그런 셈 치죠.”

       

       다른 이들의 앞에 얼굴을 비추기 싫다는 데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버려 두어야겠구나.

       

       본인의 부하라면 모를까 이 놈은 백화령의 제자이니 말이다.

       

       한서우에게서 눈을 떼어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내게는 익숙하다 못해 지루한 풍광이 눈에 보인다.

       

       이 곳은 어째 달라진 것이 없다시피 하구나.

       

       화룡무인 세상 속 어느 도시라도 유저의 손길이 닿아 달라지지 않은 곳이 없거늘 왜 이 곳만은 여전히 척박한 풍경 그대로인 것인가.

       

       “설아야. 천마신교는 유저들이 닿기 어려운 곳이냐?”

       “왜 그러시나요?”

       “유저들의 손이 닿은 곳은 다 융성해 지거늘 이 곳은 여전히 험악하지 않은가.”

       

       화음이 그러했고, 항주가 그러했으며, 무림맹의 본거지가 그러했다.

       

       생각을 해보자면 융성해지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 고된 일이겠구나.

       

       이 게임이 운영되어온 세월 동안에 화룡무인의 유저들은 이 세상에 많은 변혁을 이끌어왔다.

       

       그를 내 두 눈으로 보고 느꼈지.

       

       허나 그 변혁이 이 곳에는 닿지를 못했구나.

       

       본인이 생각하는 유저라는 존재는 불편을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변화를 일으키고자 마음 먹었다면 이 곳에도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했을 터.

       

       본인은 설아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대답이 돌아온 곳은 한서우 쪽이었다.

       

       그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무덤덤하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뀌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죠. 신교 측에 유저가 거의 없거든요. 저 포함해서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이 거의 열댓명 정도일 테니 이 도시를 바꾸기는 어렵죠.”

       “어찌하여 그리 된 것이냐?”

       “설명을 드리자면 긴데. 가면서 말씀을 드릴까요?”

       “그래.”

       

       화룡무인의 초창기부터 천마신교에서 활동을 해왔던 한서우는 신교가 외딴섬이 된 과정을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천마신교가 처음부터 인기 없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유저들이 바글거리는 곳이었죠.”

       “맞아요. 천마신교가 처음으로 발견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었는지. 사막에 강도가 생길 정도였다니까요?”

       

       이야기를 듣자 하니 현대의 사람들에게 천마신공이라는 존재는 일종의 낭만 같은 것인지라 천마신교로 가는 길이 개척되었을 때엔 많은 이들이 천마신교에 몰려들었다는 듯 했다.

       

       “그 당시엔 신교에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이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에서 천마신교는 처음부터 닿을 수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닿는 것이 어려운 장소도 아니다.

       

       척박한 사막을 지나가면 그 곳부터는 신교의 영역일지니.

       

       어떻게는 사막을 넘는 데만 성공한다면 천마신교에 도달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신교가 유저를 끌어들일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죠.”

       

       허나 문제가 되는 것은 신교가 상당히 폐쇄적인 곳이란 사실이었다.

       

       유저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망할 위기에 처한 정파나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 세력을 넓히고자했던 사파와는 달리 천마신교는 유저들을 유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미 한 번 무림을 제패한 후에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천마신교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만으로 충분히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저를 끌어들이려 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천마신교는 다른 곳처럼 유저와 타협을 하지 않았다.

       

       “신교는 외부인을 경계했습니다. 적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환영하지도 않았죠.”

       

       물밀 듯이 쏟아진 외부인 무리는 신교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대상이었으니 그들이 신교에 소속되기란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교의 영역에 존재하는 여러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이들의 신뢰를 얻은 끝에서야 간신히 신교에 소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몇몇 사람이 포기하긴 했습니다만 지원자가 많았던 만큼 신교에 소속되는 데 성공한 사람도 많았죠. 허나 그들의 앞에 또 다시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습니다. 천마신교의 교인이 되었다 한들 즉시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교인이 되어 무공을 익히게 되는 그 순간까지는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토록 천마신교의 무공을 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유저가 떠나가 버렸죠.”

       

       현대인들에게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은 취미다.

       

       천마신교에 속한 다른 교인들처럼 이 곳에 인생을 바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다른 교인들과 같은 헌신을 요구하면 거기에 질려 도망치기 마련이지.

       

       “그 과정을 버틴 끝에 신교의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신교는 유저를 끌어들이는 데에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유저들에게 무공의 이치를 강요했지.

       

       하루아침에 강해질 수 있는 여러 무공을 보던 이들에게 이치라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

       

       허송세월을 보내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급속도로 무공을 익혀 화룡무인의 세상을 유람하는 다른 유저들을 보며 신교에서 수련을 하던 유저들이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의 선택은 두 가지였죠. 게임을 때려치우던가. 다른 무공을 익히러 가던가.”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천마신교의 무공은 NPC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유저가 익히려 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시간만 낭비하다가 포기하게 된다고.

       

       천마신공을 사용하고 싶거든 차라리 아피스에 가서 천마를 선택하라고.

       

       “지금은 옅어졌습니다만 당시에 천마신공을 수행한다 그러면 호구나 멍청이, 중2병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만연했거든요. 덕분에 유입이 완전히 끊겨버렸죠.”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변화의 시작은 유저로부터 시작하니.

       

       그들의 발길이 끊어진 이상 천마신교는 본인이 기억하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뉴비들이 관광 삼아서 들렸다가 볼거리가 없음에 실망하고 떠나가는 곳 정도의 취급이죠.”

       

       백화령이 여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겠구나.

       

       녀석. 신교의 폐쇄성 때문에 여러 행복을 빼앗겼음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는지.

       

       가면을 살짝 들어 곰방대를 입에 문 나는 신교 거리의 풍경을 눈 안에 담았다.

       

       이 곳의 정경을 설명하자면 척박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느 하나 풍족한 것이 없는 대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지혜가 섞인 곳 말이다.

       

       건물은 낡았고, 사람은 더럽고,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들지.

       

       본인이 이 거리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천마의 자리를 내던지고 떠나간 후로 한 번도 찾은 일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변화했더라면 다른 세상이라 여기고 말겠거늘.

       

       그러질 못하겠구나.

       

       만약 이 도시에 많은 유저들이 끼어들었다면 도시의 풍광이 어찌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라 여기고 곰방대의 연기와 함께 잡념을 날려버렸다.

       

       본인은 이 세상의 천마가 아니고, 설령 천마라 할지라도 저들을 이끌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백화령의 일이다.

       

       내가 아니라.

       

       거리에 볼 것이 없으니 만큼 시청자들도 무언가를 보러 가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우리는 바로 신교의 건물로 향할 수 있었다.

       

       “천마강림! 만마앙복!”

       

       대문 앞에 도착한 우리들을 처음으로 맞이해 준 것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함소리였다.

       

       신교 부지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거센 울림.

       

       오랜만에 듣는 것이지만 전혀 반갑지 않구나.

       

       – 우와. ㄷㄷ

       – 양 귀에 스테레오로 들려.

       – 저 가난한 사람들의 몸에서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 종교의 힘인가.

       

       “예천을 준비하는 모양이구나.”

       “예. 의식을 앞에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쯤이면 고독에 참여하는 무인들이 앞으로 나서 서로의 강함을 과시하고 있으려나.

       

       고독의 순서는 대략적으로 기억을 하고 있으니 아직 여유가 있구나.

       

       “스승님께서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우선 그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예?”

       “성미가 급한 백화령 그 녀석이 이미 이 곳으로 오고 있으니.”

       

       내가 말을 하고서 얼마 있지 않아 저 먼 곳에서 백화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색의 무복을 어깨에 걸친 채 곰방대를 물고 있는 녀석의 얼굴은 평소 바루를 괴롭히는 정신머리 없는 자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중했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천마신교의 장로들이 백화령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었다.

       

       정말 더럽게 익숙한 얼굴들뿐이구나.

       

       가면을 쓰기를 잘했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린 게 티가 났을 터이니 말이다.

       

       백화령이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한서우가 한 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지만 나와 설아는 멀뚱히 서 있었다.

       

       “나설님. 빨리 저 따라 하세요.”

       

       한서우는 설아를 질책하며 자신처럼 예를 표하기를 바랐지만 설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해요? 제가 따르는 분은 저 분이 아니라 화령님인데요.”

       

       그렇지. 그대가 따르는 게 본인이라면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되었다. 본인이 알아서 할 터이니.”

       

       설아를 설득하려는 한서우를 말리며 느긋이 백화령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녀자야. 어찌 예를 표하지 않는가.”

       

       백화령과 장로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이장로였다.

       

       몇 안 되는 전란의 생존자로써 천마의 권위를 중시하는 녀석의 입장에서 본인과 설아의 행동을 용납하기가 어려운 듯 했다.

       

       “기껏 해봐야 절정에 도달한 듯 만 듯한 녀석이 주제를 모르는 구나.”

       

       이장로가 본인을 질책함에 따라 뒤 편에 선 다른 이들도 은근히 동의를 표했다.

       

       그런 와중에 백화령은 곰방대를 물며 본인을 지켜볼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침묵한다는 것은 본인이 알아서 이 자들을 정리하라는 것일 터.

       

       알겠다.

       

       그대가 바라는 대로 해주마.

       

       대신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불평은 하지 말거라.

       

       “입을 실로 꿰매기라도 했는가? 왜 아무런 답도 하질 않는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제 주제를 모르는 녀석이 눈을 치켜 세우는 꼴이.”

       “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림서우님 2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작품을 쓸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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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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