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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1

    <251 – 간덩이가 부은 것들>

     

    1학년과 2학년 학년사천왕 중 셋이 패배했다.

    1학년.

    제국2황녀 매스각키.

    2학년.

    공포의 데드캣.

    백색의 성기사 루.

    그리고 지금, 오크노디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이에 코트 위쪽에서 또 한 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파지지지직!

     

    선 안팎을 가리지 않고 허공에서 일어나는 스파크와 뇌전.

    전기를 주 속성으로 다루는 카시아와 푸른주먹의 이오가 맞붙으니 전기지옥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앗 따거!”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

    “윽. 손등에 화상 자국이 났어.”

    “이러다 진짜 사람 죽겠다. 기권!”

    “나도 기권할래.”

     

    구경꾼들이나 들러리들은 진즉에 다 기권한 지 오래.

    단 둘이서 삼백 명의 학생들을 도망치게 만든 두 사람의 피구는 오크노디나 다른 학생들의 접전과는 다른 의미의 살벌함을 지녔다.

     

    “교관에게 들었다. 1학년 중에 엄청난 뇌전의 힘을 다룰 줄 아는 연구소의 실험체가 들어왔다고.”

    “…실험체라고 부르지 마.”

    “과거를 세탁이라도 하고 싶나? 그럼 조심해야 할 거다. 네 정체가 모두의 시선에서 멀어지기를 원해도 너만을 주시하는 조직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 세상의 관심이 네게서 멀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너를 낚아채갈 거다.”

     

    엑소시스트 이오.

    신앙의 길을 걸으며 모든 부덕한 존재를 멸하는 것을 생의 업으로 삼은 자.

    직업특성상 그는 아카데미 입학 이전부터 평범한 이들은 모르는 뒷세계의 어둠을 보며 자라왔다.

    가장 많이 보아온 것은 사악한 존재에게 사로잡힌 희생양들의 말로.

    혹은 강제로 목줄이 채워진 파수견들.

    카시아의 능력과 전투력은 내로라하는 악의 조직들이 가장 눈여겨볼만했다.

     

    “선배나 앞가림 잘해. 난 운이 좋아. 1학년에는 오크노디가 있으니까.”

    “…오크노디. 기분 나쁠 정도로 강한 아이였지. 그런 1학년은 오크노디 하나면 충분해.”

     

    순간적인 전류량이 1암페어(A)를 넘어서는 정전기현상.

    사람을 죽이기에는 0.1A만으로도 충분하다.

    보통은 지극히 짧은 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정전기현상이지만 전격능력자가 인위적으로 정전기현상을 일으킨다면 어떨까.

    그렇다.

    정전기는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된다.

     

    <몰아치는 뇌우>

    <푸른주먹>

     

    하나라도 직격당하면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는 살벌한 뇌전이 허공에서 덮쳐드는 족족 엑소시스트 이오는 두 주먹에 새파란 뇌전을 머금어 흡수했다.

    통제력이 어긋나는 순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전류를 모조리 주먹에 충전하며 위력을 보태는 것!

    카시아의 입가가 비죽거렸다.

    그렇게나 실력이 자신이 있다고?

    그럼 어디 한 번 받아봐라.

     

    <썬더콜링>

     

    막대한 뇌전이 한 줄기 번개가 되어 이오의 몸뚱이에 내리쳤다.

    쾅!

    바닥이 터져나가면서 피구공 하나가 튀어 올랐다.

     

    <옐로우메탈볼>

     

    전기가 잘 흐를 것 같은 이름과 달리, 이 공의 성질은 전기 부도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전기저항이 매우 높은 합금으로 만들어진 공을 향해 이오가 충전했던 전격을 일제히 터뜨렸다.

     

    <절연파괴>

    <초전도화>

     

    절연부도체는 평상시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아 전기능력자도 부담 없이 쥘 수 있는 공이다.

    그렇지만 특정한 환경 속에서는 그 성질이 파괴되어 전기가 강제로 담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고온과 고압.

    번개에 필적하는 에너지가 담긴 주먹이 유성처럼 쏘아 날리는 공은 절연성이 파괴된다.

    지나치는 궤적마다 스파크가 일어나며 샛노란 전기가 잔영처럼 남아 피어오른다.

    평범한 1학년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즉사다.

    그런 공의 궤적 끝에 서있는 카시아.

    그녀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전격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으니 공에 실린 물리량으로 코트 밖에 몰아세운다… 그런 상냥하고도 얄팍한 속셈, 싫지는 않아.’

     

    하지만 그녀는 배려 받아 마땅할 1학년이 아니다.

    더욱이 자신보다 더 위쪽에서 일어나는 기운이 그럴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암흑마나…? 제국의 황녀가, 차세대 실세가, 숨길 생각조차 않고 기운을 대놓고 드러낸다고?”

     

    중얼중얼.

    좋지 않은 표정으로 우뚝 선 용사 이슈타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분노의 기색에 용사와 일전을 벌이던 2학년수석 만델라의 표정이 잔뜩 무너졌다.

    저 분노를 저대로 2학년에게만 퍼부으면 용사 따위, 신경 쓸 일도 없겠지.

    문제는 암만 봐도 저 살기가 분노를 촉발한 황녀 대신 애먼 오크노디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풀이라도 할 셈인가? 오크노디가 황녀를 꼬드겼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유야 아무래도 좋다.

    용사의 살기는 말하고 있다.

    오크노디를 칠 작정이라고.

    확실히 규정에 같은 학년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없지.

    저 용사, 자신의 평판과 입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저렇게까지 막 나가는 용사라면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상냥한 배려에 기대 자연스럽게 탈락하려던 본래의 계획은 접었다.

     

    <자기이력곡선Magnetic hysteresis loop>

    <강제 분극화Force Polarization>

    <다중 분극 구역Multi-Polarization Domain>

     

    가증스러운 연구소 생활.

    그러나 그들이 주입한 지식만은 진짜다.

    카시아는 문을 열었다.

    알면서도 쓰지 않고 외면해왔던 지식의 문을.

    지면의 일정부분을 임의로 하나의 극을 띄는 성질로 변화시킨다.

    여기에 마킹이라도 하듯이 상대의 전격을 상극의 힘이나 동극의 힘으로 전환시킨다면?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고 다른 극이 서로 달라붙는 성질을 역이용하여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

     

    <절대분리>

     

    번개급의 힘이 실린 주먹이 지면에 생성된 분극이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지 못해 떠오르고, 위로 붕 뜬 공은 카시아가 옆으로 펼친 손을 따라 그녀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선회하였다.

     

    <마그네틱 필드>

    <반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역공.

    푸른주먹의 이오가 펼쳐냈던 힘이 카시아의 손에 사역되어 피구공과 함께 역으로 이오에게 쏘아진다.

     

    <매직필드>

    <스위치>

    <분극역전>

     

    공이 다가올 때에는 다른 극끼리 서로 당기는 인력을 발휘하고, 공이 무형의 매직필드를 넘어서는 순간 힘을 반전하여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는 척력을 발휘한다.

    이중으로 가해지는 가속에 수평으로 내리치는 번개처럼 이오를 덮친 일격과 피구공.

     

    콰과광!

     

    눈부신 섬광과 폭음에 필드 다른 곳에서 일어나던 모든 싸움이 중단될 정도로 모든 학생과 교관, 교수들의 시선이 쏠렸다.

     

    고놈 참 재주도 좋구나!

     

    드래곤교장의 입에서 칭찬이 나올 정도의 일격!

     

    “이오 선배… 죽은 거 아니야?”

    “바닥 새카매진 것 봐.”

    “땅이 채찍으로 할퀸 것처럼 파였어.”

     

    학생들은 저런 게 어떻게 같은 학생이냐며 공포에 떨었다.

     

    “저거… 우리가 간섭했다면 막을 수 있었나?”

    “무리입니다.”

    “전담으로 붙은 알렉소 님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죠.”

     

    교관들은 카시아의 전담교관 알렉소를 돌아보며 술렁거렸다.

     

    “재미없네. 가르칠 게 없겠어.”

    “실적도 좋지만 교수도 부담스러울 실력은 조금.”

     

    오죽하면 교수들조차 난색을 표할 지경!

     

    “카시아가 그렇게 뛰어납니까? 교장님께서 오크노디만큼 탐을 낼 정도로?”

     

    무슨 소리냐.

    당연히 그 손버릇 나쁜 것을 말했지.

     

    “예?”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의 물음에 드래곤교장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공의 마지막 행방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카시아! 선배는 탈락했으니까 이거 써도 되지?”

    “오크노디… 그거, 잘못 다루면 죽어.”

    “괜찮아 안 죽어!”

     

    간덩이가 붓지 않고서야 잡을 엄두도 못 낼 공을 무슨 재주로 끌어당겨서 손에 쥐고는 공 네 개가 떠도는 무한반복구간에 휙 던진다.

    전격을 팡 터뜨려 충격으로 공을 밖으로 꺼내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달리, 무한반복구간은 폭발의 여파로 무작위 궤도로 전격을 담아 가속하는 미친 뇌전무지개아이스볼이 떠도는 지옥이 되었다.

    교장은 폭소했고 마하바라타는 기가 막혔다.

    이제는 저 공을 꺼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오지 않게 잘 가두면서 없애는 것이 더 큰 관건이 되었을 정도로 속도가 미쳐 날뛴다.

     

    “막을까요?”

     

    내버려둬.

    그래야 용사를 상대로도 급이 맞지.

     

    쟤들은 같은 1학년인데요…?

    마하바라타의 공허한 말 따위, 이미 학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드래곤교장의 귀에는 닿지도 않았다.

    물론, 오크노디를 향해 노골적인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용사 이슈타르에게도.

     

     

    * *

     

     

    황녀가 암흑마나를 사용했다.

    이는 오크노디가 암흑마나를 사용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제국이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가장 위에서부터.

    귀족들의 눈에는 벌써 감탄이 감돌았다.

    암흑마나의 절대량과 안전성이 문제라면 돈의 힘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는가.

    매스각키 황녀는 해답을 보여주었다.

    암흑마나를 모은 마인들 따위가 기를 쓰며 한평생 모을 것보다 더 많은 마나를 모은 황녀가 누구에게 지배를 받겠는가.

    그녀의 뒤를 따르는 귀족들이 황녀의 암흑마나를 능가하지 못한다고 한들, 귀족이 황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의 무어가 나쁜가.

    마땅히 바쳐야 할 충성에 힘이 더해질 뿐이다.

    모든 학생들이.

    모든 귀족들이.

    이처럼 암흑마나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졌다.

     

    용사는 공포마저 느꼈다.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사람을 마의 길에 빠지도록 유혹한 마족들은?

    마에 물든 인간이 아닌 종족들은?

    그들의 일생은 길어봤자 60년인 인간의 일생을 아득히 능가한다.

    드워프는 200년을 살고 엘프는 500년을 산다.

    드라이어드는 1000년을 살고 드래곤은 5000년을 산다.

    그 막대한 세월 동안 암흑마나를 모아온 존재들을 상대로도 감히 우위를 자부할 수 있는가?

     

    ‘적이 될 거야.’

     

    마왕군의 거물이 인계에 나타나는 순간.

    언젠가는 저들 전부가 적이 될 것이다.

    제국황녀부터 휘하의 귀족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과 그 밖의 모두가.

    저지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암흑마나에 몸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짓인지 자신의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2학년 만델라 선배와의 결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이슈타르의 목표가 정해졌다.

    오늘, 이 경기 안에서 오크노디를 꺾는다.

    제국귀족들이 감히 암흑마나를 몸에 품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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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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