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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2

       *** ***

         

       이몸 호천안.

         

       “휴우.”

         

       방 안에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어제는 흑묘에게 입술박치기를 당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마구마구 당했다.

         

       “하아.”

         

       원없이 내 입술을 탐한 흑묘는 이런 저런 소음이 들려오는 숙소의 연무장 쪽을 바라보더니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음 포상을 기대할게요, 선배.”

         

       라는 말을 남기고는 유유히 떠났다.

         

       …뭐 차를 마시던 곳도 사방이 훤하게 뚫린 곳이었고 포달랍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숙소가 작은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장소였던 것은 사실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흑묘는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협객으로 성장했으니 그 결단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지.

         

       유보해 두었던 여일예 건도 합쳐서 말이야.

         

       “후우.”

         

       여일예와 흑묘를 생각하니 가슴이 묵직해졌다. 예일예를 선택하느니 흑묘를 선택하느니 하는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그 전에서부터 결론을 내려야 할 부분이 산더미와 같았다.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

         

       연애관이야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나 나는 연인관계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약속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작을 하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끝을 책임질 각오가 있어야겠지. 그러나 나는 그런 각오를 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이몸 호천안.

         

       이몸 호천안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호천안이라는 몸은 ‘내 몸’인가? 환생트럭행을 당한 내 몸은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죽었거나 못해도 중상이겠지만 어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무협게임에 빙의되는게 말이나 되냐고.

         

       내가 아는 것은 [환생트럭]이 의도적으로 날 이 무림천하에 집어넣었다는 사실 하나 뿐.

         

       대체 [환생트럭]은 날 이 무림천하에 넣고는 뭘 어쩌고 싶었던 것일까? 그냥 날 이 무림천하에 넣는 것 자체가 녀석의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딱히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환생트럭]이 원하는 것을 달성해 주리라고 여겼을까?

         

       그래 환생트럭에 대한 건은 그냥 그렇다 치자.

         

       그래도 문제가 있으니 ‘이몸 호천안’ 그 자체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잡혈이라는 특성을 불어 넣었다는 증거가 내 몸에 남아 있을 뿐 현재의 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없다.

         

       지금까지는 별 탈이 없었지만 그건 그냥 얌전히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점차 내 명성치가 높아지며 무림에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흑묘나 여일예나 모두 아리땁고 좋은 여자들이다.

         

       솔직히 현대인일 시절이라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날 향해 웃어주기만 해도 좋아서 아스팔트 바닥을 마구 굴러다녔겠지.

         

       손끝만 스쳤어도 결혼식 파노라마에 애들 이름까지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몸 호천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어느 순간 내가 귀환할 수 있는 길이 펼쳐진다면. 이 호천안의 몸은 어떻게 되는 거지? 두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무림천하에 들어올 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맥없이 현대로 귀환해버린다면?

         

       남겨질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연인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되었을 때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 나는 그 최소한의 책임조차 질 수도 없는 몸이었다.

         

       내 상황은 천하에 다시 없을 만한 특수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한 명의 소시민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이조차 그냥 핑계에 불과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겁쟁이일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 맞다.

         

       나는 겁쟁이다.

         

       나는 치킨에 쪼다라서 내 마음속에 있는 이러한 불안을 씻어내지 못하면 두 사람의 마음을 마주하지 못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어느 남자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여일예는 포용력 있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으며 흑묘 역시 이젠 타인을 마음에 품고 돕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저 두 사람이 가급적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의 나와 이어진 두 사람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누구랑 이어지더라도 지금의 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쿵쿵!

         

       그때 누군가 내 숙소의 문을 두들겼다.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새가슴이 되어서 문 쪽을 주시했다.

         

       “교관님? 아침 연무를 거르십니까?”

         

       옥수수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이런, 제가 명상을 방해한 모양입니다. 그럼 다른 일행분들에게는 오늘 아침 연무는 거른다고 말씀드릴까요?”

         

       “아니, 곧 가지.”

         

       이몸 호천안.

         

       겁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흑묘를 피하고자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 정도로 쪼다가 될 수는 없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일행은 모두 기본적으로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 대충사는 인생 대표주자 같은 당소열조차도 꾸준히 시간을 들여 무공을 갈고 닦는다.

         

       연무장에 들어서니 각자 몸을 풀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여일예는 가벼운 체조를 하고 있었고 당소열과 당도연은 암기를 점검하고 있었으며 옥수수는 피튀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흑묘는…

         

       철썩 달라붙은 사라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흑묘는 잠시 짓궂은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곧 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휴우.

         

       왠지는 모르겠지만 절로 긴장이 풀리고 한숨이 새어나왔다.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 사는 것일까. 왠지 마음속에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 내심 캥기긴 했나보다.

         

       일단 당장의 위기는 넘겼다고 봐야 할까.

         

       …조금은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사라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악동이나 지을 법한 장난기 어린 미소와 동시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불길함이 몰려들었다.

         

       “뭐라구욧!”

         

       갑자기 사라가 펄쩍 뛰어오르며 큰 소리를 냈다.

         

       “어제 호천안 마술사님이랑 뽀뽀했다고요?!”

         

       “사라야!!”

         

       “읍! 읍!”

         

       흑묘가 깜짝 놀라 사라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연무장에 있는 모두가 동작을 멈춘 채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 시발.

         

       ***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마.”

         

       “별말씀을요. 포달랍궁의 신세를 지고 있는 저희가 포달랍궁의 앞길을 막아서야 쓰겠습니까. 뜻대로 행하시길.”

         

       라노징부는 라마와 합장을 주고 받았다.

         

       ‘끝났군.’

         

       드디어 포달랍궁에 머무르는 모든 밀승과 라마의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호천안의 뜻에 따라라 수행자들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라노징부는 호천안에 대해서 생각했다.

         

       ‘천하를 시야에 놓고 있는 자다.’

         

       라노징부는 호천안이 자신이 원하던 것을 털어놓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천과 운남의 충돌의 명분이 된 사천낭인. 그 명분을 회수하고자 사천낭인인 자신이 화경 고수인 정철을 직접 꺾겠다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라노징부는 호천안의 거대한 배포를 느꼈다.

         

       호천안의 몸 상태는 빈말로라도 좋지 않았다. 온 몸에 가득찬 불순물이라니. 무림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벌모세수니 뭐니 하며 불순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갖은 난리를 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정말 특수하게 기를 꼬아서 운용하지 않으면 경조차 쓸 수 없는 몸을 지닌 호천안. 그런데 그러한 몸으로도 천형을 극복하고 화경에 오르겠노라고 말하는 모습에 라노징부는 한 명의 무인으로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천정파와 운남사파 그리고 포달랍궁의 삼자구도에 대한 계획을 들었을 때는 압도당했다.

         

       ‘제 뜻대로 천하를 움직일 생각을 하다니.’

         

       문파도 가문도 없는 한 명의 낭인이 거대방파의 알력을 조율하겠다는 발상을 떠올렸다는 점에 놀라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 이 서장까지 왔다는 것에 또 놀랐으며.

         

       마술이라는 기술로 걸어잠긴 포달랍궁의 빗장을 열고, 구음절맥의 치료라는 기적까지 일으키며 기어이 포달랍궁을 움직일 수 있을 공적까지 쌓았다는 점을 깨닫고 경악했다.

         

       “그렇다고 딸을 내 줄수는 없지.”

         

       …물론 그 평가는 과거의 것이었고 지금의 라노징부에게는 호천안의 모습이 그저 잠재적 딸 도둑놈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본디 이런 일을 예상하고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좋은 의도를 품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 마련이지.”

         

       라노징부는 호탕하게 웃으며 호천안 일행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달랍궁의 고수들을 동원해 주는 것과 호천안이 사라를 치료해 준 것. 그것만을 따지면 호천안의 요청은 딱 적절한 선이었다.

         

       그러나 포달랍궁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받았다. 아수라나한진을 실전에 운용해 본다는 귀한 경험을 얻었고 그 귀한 경험을 얻으며 응당 따라와야 할 희생자도 없었다.

         

       뿐인가.

         

       사라의 증세가 회복된 것 뿐만 아니라 그 장점을 살리고 단점마저 다 보강해 주지 않았던가.

         

       주고 받을 것을 따져 보면 포달랍궁은 여전히 호천안에게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달랍궁의 역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빚이지만, 라노징부는 과감하게 투자해 저울추를 뒤집기로 결정했다.

         

       ‘호천안 저 자는 분명 큰 인물이 된다.’

         

       그러니 도움을 주어 빚을 만들어 준다면 언젠가는 그 이상의 대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투자는 사라가 어엿한 궁주로 성장한 먼 미래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그렇기에 라노징부는 밀승들과 라마들을 만나며, 수행자들의 출정 외에도 다른 사안 역시 동의를 구했다.

         

       ‘호천안 그자가 들으면 꽤 놀랄만한 소식이지. 암. 잘됐어. 자연스럽게 사라와 호천안을 떼어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하하하!”

         

       라노징부가 청명한 웃음을 터트리며 성큼성큼 걸었다. 역시! 선행을 베풀면 어떤 식으로든 그 선행이 돌아오기 마련이니!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지금까지의 노력이 딸 도둑놈을 막아낼 방벽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호 마술사! 자네 있는가!”

         

       그렇게 한달음에 호천안의 숙소에 도착한 라노징부는 곧바로 호천안을 찾았다.

         

       “오 궁주님! 궁주님이 오셨습니까아!”

         

       라노징부는 자신을 구원의 동아줄이라도 내려준 사람처럼 살갑게 맞이하는 호천안을 보면서 의아함을 느꼈다. 어쩐지 연무장의 분위기가 싸늘한 것도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공기 파악보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선 자네가 요청한 대로 수행자들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네.”

         

       “오…! 그렇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 참으로 잘된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이마에 그득한 식은땀을 닦으며 연신 흑묘와 여일예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호천안! 라노징부는 어쩐지 호천안을 향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흑묘와 구음기를 운용하고 있는 흑묘 못지않은 서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 여일예를 한 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 라노징부는 그리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동료들간의 불화를 씻어 낼 때는 역시 좋은 소식 만한 것이 없는 법.

         

       “그 외에도 전해줄 소식이 있네. 이 포달랍궁에는 신비한 비처가 몇 곳 있는데 자네가 그런 비처 중 한곳인 보리연화담(菩提蓮花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

         

       “아….그렇군요!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호천안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흑묘와 여일예의 기세에 짓눌린 호천안이 금세 입을 다물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그 보리연화담이라는 곳이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아, 그렇군. 내 설명을 잊었구만!”

         

       껄껄 웃음을 터트리는 라노징부. 호천안은 제발 저 두 사람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 법한 놀라운 소식이기를 간절히 발하며 라노징부의 입을 바라보았다.

         

       “자네 피 속에 녹아 있는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정화의 힘을 지닌 성소라네!”

         

       …정말로 놀라운 소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치킨! 호! 천안!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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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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