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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2

       “이어서, 아따먹 선수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어우, 팬들의 환호성이 장난이 아니네요. 아마추어 고수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무색하게도, 순수한 무력으로 4강까지 도달한 아따먹 선수! 이쯤되면, 저도 이 선수가 한국 대표가 되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기는 합니다.”

        

       “아- 이거, 배다 해설님 본인한테서도 팬 냄새가 나는데요. 혹시 팬카페 회원 아니십니까?”

        

       “저야 뭐, 모든 나오나 선수와 방송인의 팬이죠. 하지만 아따먹 선수가 이번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돌풍이 엄청나다는 건 분명합니다. 원래 도적 원챔 유저, 아마추어 도적 고수로 유명했던 선수예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 들어서는 선택폭이 급격하게 다변화됐습니다. 지금 통계 볼 수 있을까요?”

        

       “네, 지금 띄워져있습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공식경기 승률 100%네요! 물론, 공식경기 출연 횟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습니다만……이 정말 깔끔한 승률을, 무려 5개 캐릭터를 돌려가며 달성했어요.”

        

       “네, 보시면- 도적 픽률이 40%에 성기사가 30%로, 강력한 원투 펀치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저격하고 들어가자니, 뜬금없이 궁수나 법사를 꺼내들고- 또 그걸 너무 잘합니다! 뭐 통계에 잡히는 경기야 아니라지만, 우리 사장님을 모셔다 놓고 사제로 두들겨 팬 영상이야 또 너무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 두들겨 팼다는 표현은 조금…….”

        

       선수 대기실. 4강전을 마친 파골은, 소파에 늘어지듯 기대 눕다시피 한 자세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시간 중계다. 시청 인원수는 무려 23만명. 조금 전, 자신의 퍼포먼스도 이 정도 인원이 봤겠지. 그리 생각하면, 입꼬리가 절로 움찔거리는 기분이었다.

        

       ‘본선, 누구랑 붙게 되려나. 북미나 유럽 쪽은 좀 천천히 만나고 싶긴 한데. 얀센이라거나, 초반에 만나긴 싫네.’

        

       아직 결승전이야 남았다지만- 올라올 수 있는 상대라고 해봐야, 이미 은퇴한 지하 출신 코치 아니면 방송이나 하는 아마추어 아닌가. 당연하게도, 파골은 이미 한국 대표가 된 이후의 대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진운이 얼마나 좋았기에 아마추어, 그것도 스트리머 따위가 올라온 건지.

        

       그에게는 조금은 짜증나는 일이었다.

        

       스트리머들에게는 시끄러운 팬들이 부속물마냥 붙어다니곤 했다. 누구누구가 뭐는 프로급이라느니, 솔직히 누구는 방송 끄고 제대로 하면 어느 프로보다는 잘한다느니…….

        

       그런 헛소리들의 근거는 대개 솔로 랭크였다. 파골이 보기에는 세상 의미없는 지표인.

        

       그리고 가장 화나는 건, 그런 반응을 은근슬쩍 방치하는 스트리머들의 행태였다. 진짜 증명의 전장에는 올라설 생각도 자격도 없는 주제에,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팬들을 통제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두번째로 화나는 건, 그런 스트리머들에게 빌미를 주는 무능한 프로들이었고.

        

       ‘이번 대회만 해도, 그래.’

        

       프로급이니 뭐니하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던 스트리머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현실의 벽을 보여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떤 프로들은 은퇴하고 스트리머로 데뷔할 생각에 자존심도 다 버렸는지, 스트리머들에게 비비며 아첨이나 하지를 않나…….

        

       프로로서- 자신의 승패에 웃고 우는 팬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자각도 없어 보였다.

        

       ‘지기까지 한 병신들보단 낫지만.’

        

       이번 대회의 제일 큰 문제는, 쓸데없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 광대들이었다. 그 중 한명은 제 손으로 직접 보내줬지만-

        

       ‘아따먹.’

        

       파골은 핸드폰 속, 후드를 깊게 눌러쓴 도적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송 시작부터 가슴이나 까서 어그로 끈…….’

        

       결코 입밖으로 내지는 않을 여러 멸칭들을 떠올리면서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대였다.

        

       플레이영상은 몇 번 살펴보았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여자치곤, 확실히.’

        

       초기엔 핵논란이 있다고 했던가. 납득이 갈 정도의 실력이었다.

        

       빠른 반응속도.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변칙적이고 과감한 전략까지. 인정하기 싫었지만- 연습생 기간 따위 건너 뛰고 당장 2군에 가져다 두어도, 제 몫을 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일대일은-’

       

        “드디어, 조우!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입니다!”

       

       흥분 가득한 해설의 목소리가 파골의 생각을 끊어냈다. 곧이어 만날 상대의 경기다.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

        

       화면 속. 두 도적이 천천히 횡으로 이동하며 거리를 재고 있었다.

        

       이미 은퇴한 몸에, 커리어 내내 피지컬이 약점이라고 공공연히 지목받던 선수라고 하더라도- 불과 얼마 전에 세계의 정점에 도달했던 선수다. 고작 솔랭에서나 조금 유명세를 떨친 스트리머 따위야, 가벼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러나 오소독스의 움직임은 신중하기 그지없었고- 그 조심스러운 발걸음에는 상대에 대한 경계와, 그에 응당 따라오는 경의가 담겨 있었다.

        

       그게 불만스러우면서도, 그리 행동하는 이유가 이해돼서. 파골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웅!

        

       새하얀 잔상을 남기며 쇄도한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첫 수를 던진 건 아따먹이었다.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할 수 있는 위치에서 던져진 공격이다. 상대가 거리를 잘못 재거나, 제때 반응하지 못하길 기도해야만 하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다전제를 앞둔 입장에서 가벼이 테스트해본 걸까. 파골의 마음은 전자로 기울었다. 다전제라지만, 고작 3판 2선승이니. 첫 세트의 중요성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빗나간 공격의 여파가 아따먹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순간적이나마 빈틈이 노출되는- 그러나, 휘둘릴 정도는 아니어서.

       

       빠르게 낮춰진 자세는, 상대가 노리기 전에 이미 안정감을 되찾았다. 기이할 정도의 신체 균형이다.

        

       그럼에도 실점했으나, 큰 실점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약간의 스태미나를 대가로 공세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터.

        

       그러니-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공세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한 걸음 물러설 것인가.

       

       치열한 눈치싸움이 오가고-

        

       아따먹의 어깨가 움찔하는 순간, 오소독스의 왼손이 번뜩였다. 예측 카운터. 오소독스의 머릿속 아따먹은, 한번 잡은 공세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여러 차례 그러했으니.

        

       -드득!

        

       그러나, 애초에 공격할 생각이 없었던 걸까. 언제부터 준비한 움직임인지, 아따먹은 이미 몸을 모로 비틀고 있었다. 기습적으로 내질러진 찌르기가 가죽 갑옷을 긁고 지나가고-

        

       그 틈을 타, 땅을 짓이기듯 박찬 아따먹이 상대의 품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깊게 뻗은 손을 회수하기엔 늦었다.

        

       한 걸음 크게 뒤로 물러서는 오소독스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쳤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견제기를 뿌리며 후퇴를 종용한다. 뒤로 생존기를 쓰며 생존을 도모한다. 아니면, 스태미나를 제법 포기하며, 굴러서 피한다.

        

       파골이 보기에 정답은 2번이었다. 우수의 견제기는 너무 뻔했고, 이 시점에 스태미나를 내주면 승부를 뒤집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일단 거리를 벌리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운영으로 붙으면- 결국 아마추어니, 약점을 노출하기 마련일 터였다.

        

       -사륵

        

       붉은 띠를 두른 도적의 신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소독스의 판단 역시 그와 같았다는 의미.

       

       그러나 내심 만족스러워하던 파골의 미소는, 채 1초도 버티지 못했다.

        

       푸른 띠를 두른 도적 역시 동시에 생존기를 시전했기에.

        

       “아- 추격! 추격합니다! 이게 뭡니까! 방향을, 거리를, 위치를, 완벽하게 예측했어요! 아따먹 선수가 심리전에서 완승을 거둡니다!”

        

       해설의 비명을 배경으로, 두 도적은 동시에 사라지고, 동시에 나타났다. 둘 중 누구도 생존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같은 거리, 같은 자세로.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은 간격에서, 시선이 교차하고-

        

       두 쌍의 단검이 번뜩였다.

        

       그러나 한 쌍의 단검은 이를 의도한 자에 의해 휘둘러졌고, 한 쌍의 단검은 도주를 희망했던 자에 의해 휘저어진 고로.

        

       피를 뽑아낸 건, 한 쌍 뿐이었다.

        

       * * * *

        

       “““아따먹! 아따먹!”””

        

       이스포츠 센터. 평범한 리그전을 치르는, 중소형 규모의 경기장은 유래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름 공식 대회의 결승전까지 치르는 무대라지만, 명목상으로는 ‘지역 예선’에 불과했고- 신생 대회에의 관심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던 고로.

        

       만석을 채우고도, 복도와 계단에 서서라도 보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차단해야 할 지경이라고는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따먹! 아따먹! 아따먹!”””

        

       공간을 가득 메우는 연호는 마치 건물을 울리는 듯했다. 평소보다 실내 온도가 2~3도는 높은 듯한 열기는, 비단 기분 탓만은 아니었으리라.

        

       “아따먹 선수가 오소독스 선수를 상대로 첫 세트를 가져갑니다! 이번 대회의 돌풍! 자연재해가 월즈 우승 도적을 삼켰어요!”

        

       “1세트가 1분 34초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절대로 이렇게 끝날 경기가 아니었거든요! 오소독스 선수, 심리전에 말려든 순간 너무 휘둘리고 말았어요!”

        

       “아, 리플레이 나오네요. 여기서 보시면, 오소독스 선수가 사선으로 그림자 걸음을 쓰죠? 그런데 그 모션이 완성되기도 전에 아따먹 선수도 그림자 걸음을 시전해요. 오소독스 선수의 시전 위치를 정확하게 읽었다는 듯이, 바로 그 앞으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예측이에요!”

        

       쏟아지는 환호와, 해설들의 찬사. 물론, 아직 들리지는 않겠으나- 판넬 너머로 보이는 관중석의 분위기만으로도 경험이 부족한 선수의 가슴을 뒤흔들기 충분한 환경이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열광에는, 그 자체로 사람을 흔들어 놓는 힘이 담겨 있으니.

        

       그러나 게임 부스 안의 이예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뿐이었다.

        

       

       조금 전의 슈퍼플레이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듯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행복회로불타요옷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97 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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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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