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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2

       비명이 들렸던 곳은 전부 불이 켜져 있었다.

        

       바깥에서 봤을 때 병원에 불이 켜져 있던 곳은 없었기에, 아마 그곳도 원래는 불이 켜져 있지는 않았으리라.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곳에서 발소리가 마구 들렸다.

        

       “꺅!”

        

       그런 짧은 비명이 들려, 하늘이, 수아, 소희의 걸음도 더 빨라졌다. 모두 뭐라고 말을 할 여유는 없었다. 그녀들은 오로지 사라만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이, 잠깐!”

        

       그렇게 뛰어 올라가는데,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굵은 목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가 직업에 따라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 사람은 이상하게 그 목소리가 의료인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기, 쟤네 잡아!”

        

       그 소리를 듣고, 세 사람은 더 빠르게 달렸다. 미친 듯이.

        

       우당탕하고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뛰어드는 남자가 있어서, 하늘이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앗!”

        

       남자가 휘두르는 팔 아래로 몸을 날려 바닥을 쭉 미끄러진 하늘이는 곧장 일어나 뒤를 보았다.

        

       “아!”

        

       제일 뒤에서 쫓아오던 수아가 어떤 남자에게 팔을 잡혔다.

        

       “잠깐만, 일단 좀 진정을—!”

        

       그 남자의 얼굴에 소희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남자는 간신히 뒤로 몸을 빼서 주먹에 정통으로 맞는 것은 피했지만, 그 탓에 팔이 잡힌 수아도 앞으로 휘청거렸다.

        

       “먼저 가!”

        

       소희가 소리쳤다. 하늘이는 뭐라고 대답하지도 못하고, 얼른 몸을 돌려서 뛰기 시작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찰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저 남자들은 대체 뭘 하는 사람들일까? 그런 것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저 앞에서 다시 한번 뭔가가 바닥에 쿵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남아있던 체력을 다 짜내서, 학기 중 거의 매일같이 연습했던 달리기 실력을 극한까지 끌어내었다.

        

       복도 끝에, 사라의 병실이 보인다.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한 무리의 남자들도. 복도는 환하게 밝았다.

        

       그 남자들 너머에서 다시 우당탕하고 뭔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 틈에……!”

        

       그런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최나경이 부른 남자들일까? 그래서 사라가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일까?

        

       하늘의 발소리를 듣고 몇 명이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잠깐, 학생……!”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듣고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저 온 힘을 다해 달려, 다시 몸을 날렸다. 휘둘러지는 손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바닥을 다시 한번 미끄러졌다가, 억지로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몸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렸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병실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눈앞에 열린 문이 보였다. 그 열린 문 앞에서 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잠깐만요, 양혜인 씨!”

        

       하늘은 그 남자의 등을 향해 휘청거리는 몸을 날리고 나서야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으악!”

        

       갑자기 뒤에서 자길 온 힘으로 민 하늘때문에 남자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몸이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한쪽 어깨가 앞으로 휘청거리는 바람에 병실 안으로 간신히 사람 하나가 들어갈 틈이 나왔다.

        

       남자의 기울어진 등에 하늘의 몸이 스쳐서 그 틈으로 전신이 쑥 들어갔다.

        

       “으윽!”

        

       그대로 바닥에 철썩 엎어진 하늘이었지만, 그녀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딱딱한 바닥에 온몸을 부딪혀서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렸다.

        

       “사라!”

        

       그리고 얼른 그렇게 외치다가……

        

       어째서인지 병실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사라가 벽에 기댄 채 앉아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갑자기 겁나는 일을 겪으면 다리의 힘이 그대로 풀려버리는 경우도 있는 법이니까.

        

       “하늘아……?”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어…….”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이상했다.

        

       “유하늘 양?”

        

       병실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면서 물었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사라의 주치의로 위장해 병원에 들어왔던 그 젊은 형사였다.

        

       “흐윽…….”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내려보니, 그곳에는 두 여자가 뒤엉켜 누워 있었다.

        

       아니, 다시 보니 뒤엉킨 것은 아니었다. 여자 한 명만 누워있고, 한 명은 그 위에 올라탄 상황이었다.

        

       누워있는 것은 최나경이었다. 양팔로 얼굴을 가린 채로 몸을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 그녀는 몹시 연약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말랐다고 해야 하나, 별로 건강하게 지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별로 관심은 없는 영역이긴 했지만.

        

       그 위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양혜인이었다.

        

       에이프런이 없는 메이드 복을 입은 채로 최나경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양혜인은, 그대로 최나경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꽃을 듯한 팔을 치켜들고 있었다. 시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최나경은 아직 얻어맞은 것 같지도 않았고, 양팔도 자유롭기는 했지만, 아마 저 상태에서 양혜인을 밀어내고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신술을 배웠다는 것이, 사실은 호신술이 아니라 무슨 살인 기술이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늘아, 네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사라가 조금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

        

       양혜인 씨 방에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여기로 온 것 같아서 따라왔어. 그런데 여기로 오는 길에 사람들이 엄청 많길래 미리 잠복하고 있던 경찰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죄다 제치고 뛰어왔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아…….”

        

       그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된 하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녀는 그대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

        

       “…….”

        

       그로부터 십 수 분 후.

        

       상황이 대충 정리되고, 일단 최나경은 경찰이 체포해서 데리고 나갔다. ‘사라’와 최나경은 둘 다 깜짝 놀란 상태였기에, 서로에게 뭐라고 할 여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 정신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사라’는 일단 일행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방을 두 개 빌리기는 했지만, 지금 다섯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한 곳이었다.

        

       ‘사라’는 팔짱을 낀 채 화가 난 표정으로…… 아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나머지 네 사람, 그러니까 하늘, 소희, 수아, 양혜인은 그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하늘, 소희, 수아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양혜인이 이곳에 있는 것은 영 어색했다. 원래 이런 모습을 보일 일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머지 세 사람과 나이 차이가 꽤 났으니까.

        

       “다들 무슨 생각으로 거기 있었던 거야?”

        

       “…….”

        

       그저 ‘사라’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는 양혜인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사람은 엄청나게 부끄러운 표정으로 서로 눈치만 보았다.

        

       “……양혜인 씨부터 한번 말해 보세요.”

        

       결국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사라’는 자길 계속 올려다보고 있는 양혜인을 보았다. 그나마 제일 대답을 듣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예요?”

        

       아니, 그보다는 그냥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서 먼저 물어보았던 모양이었다. 하긴, 나머지 세 사람은 그녀가 보더라도 이유가 너무 명확했을 테니까.

        

       양혜인의 의도도 명확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의도가 명확한 것과 그걸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병원 인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였습니다.”

        

       “……거길 몰래 들어왔다고요?”

        

       “병원 문이 잠기지 않았기에.”

        

       “그야 당연히 그랬겠죠! 최나경 쪽 사람들이 경계하면 안 되었으니까! 병원에서 그 사람들 말을 들어주는 척을 해야 했으니까요!”

        

       ‘사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거기까지 오는데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았다고요? 그 복장으로?”

        

       에이프런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튀는 디자인의 옷이었다. 게다가 치마도 꽤 긴 편이고, 검은색 일색이라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니, 그게 노력으로 되는 거냐고…….”

        

       대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경찰들이 진을 치고 노리고 있었다. 양혜인이 들어왔는데 대체 어떻게 들키지 않았는가? 그건 양혜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 전직이 특수 부대원이나, 뭐 그런 거였어요?”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호신술을 조금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조금?”

        

       ‘사라’는 아직도 양혜인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튼, 그래서, 그 방에 들어온 뒤로 계속 구석에 서 있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자고 계신 아가씨는 무방비하기에.”

        

       “제가 비명을 지르면 경찰들이 들어오도록 미리 짜두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병실 바깥에서 최나경 쪽 사람들이 제압당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던가요?”

        

       “최나경 본인이 들어오기 수 분 전에 들었습니다.”

        

       ‘사라’나 사라 모두 한번 잠들면 쉽게는 깨어나지 않는다. 아마 그 정도 소리에 깨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결국 사라는 그 상황에 대해서 끝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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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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