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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2

       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이장로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졌다.

       

       콧수염 너머로 새 나오는 숨에 담긴 열기가 이 자의 분노를 드러냈다.

       

       천마신교의 제 일원칙은 강자존이다.

       

       강자는 우대받고 약자는 도태되지.

       

       그러한 세상에서 장로의 자리까지 살아남은 이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강함에 대해 거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으니.

       

       누군가가 그 선을 침범하려 든다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게 되지.

       

       그것이 자신에 비견될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허약한 자라면 더더욱 그 분노가 거대할 테고.

       

       이 곳에 나와 이장로 단 둘이었다면 저 자는 즉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주제도 모르고 입을 벌린 우둔한 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렸을 것이야.

       

       지금 저 자가 그를 참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앞에 백화령이 서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저 자는 천마신교의 신자일지니.

       

       자신의 신이 앞에 있는데 독단적인 행동을 할 정도의 머저리는 아닌 것이다.

       

       자기 부하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을 알고서도 곰방대를 피워대던 백화령은 분노가 터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입을 열었다.

       

       “이장로.”

       

       나지막히 내뱉어진 목소리에는 주변을 휘어잡을 만한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본인을 향하여 살의를 비추던 이장로는 백화령이 말을 내뱉자마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천마시여.”

       “이 자가 누군지 아는가?”

       “수제자께서 데리러 온 것을 보아 천마의 손님으로 사료됩니다.”

       “그러하다. 그런데 어찌 이 자의 불손을 탓하는가?”

       “이 곳이 천마신교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손님이라 할지언정 약자는 강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하지요.”

       “네 말은 옳다. 그럼 다른 질문을 꺼내마. 지금 내 앞에 있는 자가 약자로 보이는가?”

       “그렇습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온 이장로의 대답에 백화령이 재차 곰방대를 물었다.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을 연기했지만 나만큼은 놈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지어진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부하가 박살날 것이 그토록 기대되더냐 이 녀석아.

       

       본인이 최근에 배운 악질이라는 단어가 그대처럼 잘 부합하는 자도 많지 않을 것이야.

       

       – 천마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 개 머시써!]

       

       – 이게 바루 괴롭히는 그 사람이랑 동일인물 맞음?

       – 할 땐 하는 사람이구나.

       – 이러니까 좀 천마답네.

       – 근데 이러다가도 또 내일이면 바루 괴롭히면서 웃겠지?

       – 갭모에 미쳐따. 하앜.

       

       그러한 실상도 모른 채 백화령을 찬양하고 있는 채팅창을 보고 있자니 절로 실소가 새어 나왔다.

       

       저 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알려줄까 싶기도 했으나 그래봐야 질투니 음해니 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일 게 뻔했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좋다. 이장로. 그럼 민가가 약자임을 어디 한 번 증빙해 보거라.”

       

       (민가야. 적당히 해다오. 한 번 기세를 잡아둬야 그대의 운신이 편할 테니 내버려 두겠다만 너무 박살내면 곤란하니 말이다.)

       

       백화령은 이장로에게 명을 내림과 동시에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적당히란 어느 정도를 뜻하느냐?)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지는 용어로 이야기를 하지 말거라. 본인의 적당히와 그대의 적당히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어. 그러니까.)

       (불구로 만드는 것은?)

       (당연히 안 되지!)

       (그렇담 사지 중에 한 짝만)

       (이 녀석은 신교의 주요전력이다. 이 놈아. 신교에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것이냐?)

       

       있기는 하지.

       

       장로들에 대한 불쾌감도.

       

       허나 호의를 베풀어준 그대를 곤란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제하도록 하마.

       

       (자존심을 박살내는 것은?)

       (그건 괜찮지. 오히려 권장하겠다.)

       

       백화령의 허락도 구했겠다.

       

       주제를 알려주도록 할까.

       

       내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자 이장로도 똑같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보아하니 그대는 외부인이로군.”

       “그렇다만?”

       “한 번 죽음으로써 자신의 주제를 깨닫거라.”

       

       이장로는 그리 말을 하며 자신의 내기를 바깥으로 빼어내어 손 안에 몽둥이를 만들어냈다.

       

       눈 앞의 것을 부수겠다는 일념 하에 만들어진 검붉은 색의 무기.

       

       처음부터 꽤나 진심을 내는 구나.

       

       본인에게 무시를 당한 것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더냐?

       

       본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구나.

       

       깔짝깔짝대며 시간을 오래 끌 바에야 한 번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 손쉬우니까.

       

       이장로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향하여 손을 내밀었다.

       

       분명 저 휘두름에 담긴 힘은 강대하다.

       

       백화령에게 미치지 못할 지라도 이장로 또한 분명한 강자.

       

       그만한 힘이 없었더라면 천마신교에서 저만한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터이니 당연한 일이지.

       

       허나 그럼 무얼하는가.

       

       하늘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는 법인데.

       

       저와 나의 육신에 존재하는 격차는 분명 거대하나 본인이 마음에 지닌 경지는 이장로가 감히 엿보지 못할 정도로 드높았으니.

       

       육신의 허약함은 전혀 불리라 여겨질 수 없었다.

       

       이장로가 만들어낸 몽둥이가 내 손에 닿은 순간 신공의 내기가 주인의 아래에 고개를 숙이니. 

       

       자연스레 무기를 구성하던 천마신공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기의 형상을 이루던 것이 사라져 버렸으니 무기가 남긴 것은 결국 바람뿐이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당혹이 서린 눈동자가 보였다.

       

       “이 무슨.”

       “제 내기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가!”

       

       수작이라.

       

       본인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단순히 천마신공의 내기가 자신의 주인을 알아보고서 그 의지를 따랐을 뿐.

       

       그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이 그만큼 넓다는 이야기이니라.

       

       이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라면 좀 더 알기 쉽게 해주어야겠구나.

       

       이장로가 재차 자신의 손 안에 무기를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것은 하수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심을 담아서 눈앞에 존재하는 이를 박살내기 위한 준비였다.

       

       검붉고 거대한 것을 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떠올랐다.

       

       본인이 천마신교를 떠나고자 할 적에 가장 필사적으로 내 앞을 막았던 것이 이 녀석이었지.

       

       천마가 없다면 신교는 유지될 수 없다며 소리를 치던 것이 눈에 훤하구나.

       

       그 날과 지금 이 순간을 비교해본다면 이 놈도 아직 갈 길이 멀어.

       

       이미 노년이라 불러 마땅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러하니 죽기 전에 자신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구나.

       

       무어. 그렇다 하여 깨달음을 줄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이번에는 그 어떤 수작도 부리지 못 할 것이다!”

       

       아예 천마신교의 부지를 박살낼 생각을 담아서 위로 치켜 든 일격을 바라본다.

       

       이 녀석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이장로와 꽤 많은 싸움을 거듭했다.

       

       그것은 단순한 대련일 때도 있었고 생사를 걸고서 치르는 결투일 때도 있었지.

       

       상황이 그러하니 이 녀석이 지닌 자존심을 박살내려면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느니라.

       

       진각을 밟음에 따라 바닥을 장식하는 돌에 금이 새겨졌다.

       

       이장로는 강과 중을 수련함으로써 현재의 자리에 오른 자다.

       

       그러니만큼 자신이 지닌 위력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지.

       

       이장로가 지닌 약점을 찔러 쓰러트린다면 본인의 강함을 존중하기는 할 터이나 자존심이 깨지진 않을 것이다.

       

       존중은 할 터이나 힘과 힘으로 맞붙는다면 자신이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할 터이니까.

       

       허나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 박살난다면?

       

       그리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지.

       

       아래로 내리쳐지는 검붉은 몽둥이를 향하여 권을 내지른다.

       

       강기만으로 만들어낸 무기는 분명 견고하나 중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간단히 무너져 내리게 되니.

       

       그 안에 아무리 많은 위력이 담겨있다 한들 그 일점을 꿰뚫리게 되면 자신이 지닌 위력을 품은 채 흩어지고 말 따름.

       

       흩어진 천마신공의 내기를 뛰어넘어 전해진 권의 위력이 이장로의 몸을 날린다.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서 중심을 다잡은 이장로는 경악으로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 이번에는 변명을 할 거리가 있느냐?”

       “당신께선 도대체.”

       “자아. 다시 한 번 물어보자꾸나. 본인이 그대의 하수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손님이시여.”

       

       고개를 숙이는 이장로에게서 시선을 떼어 백화령의 뒤에 있는 자들을 살핀다.

       

       경황 중인 그들의 눈빛 속에는 은근히 이장로에 대한 깔봄이 묻어나 있었다.

       

       으음. 이래서야 단순히 이장로의 자존심을 뭉개는 것으로 끝나지 않겠구나.

       

       강자존의 세상은 이러하다.

       

       자신보다 강자를 존중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위에 있는 강자를 집어삼킬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지.

       

       이렇게 끝을 맺으면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이장로는 수많은 도전을 감당해야 할 것이야.

       

       (백화령아. 장로들의 자존심을 공평하게 뭉개어 줄까? 아니면 지금 이 상태로 저들끼리 다투게 내버려 둘 터이냐.)

       

       손님된 도리로써 그대의 의향을 따라주도록 하겠다.

       

       (으음. 시간도 좀 남겠다 저들이 그대를 존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다오.)

       (알겠다.)

       

       저들도 어느 정도 수준 있는 무인이니만큼 이미 본인의 경지가 어디인지를 짐작했을 것이다.

       

       그 어떤 수단을 쓴다할 지라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그를 몸으로 느끼는 것과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

       

       “다른 녀석들은 구경만 할 터이냐? 덤벼보거라.”

       

       강자와의 투쟁을 업으로 삼는 녀석들이다.

       

       덤벼보라는 이야기에 하나 둘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보인다.

       

       “허하마. 아직 시간도 많이 있으니 하늘을 느껴보거라.”

       “그럼 제가 먼저 나서도록 하지요.”

       

       백화령이 말을 꺼내자마자 뒤 편에서 사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권술을 다루는 그는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고는 자세를 다잡았다.

       

       이 녀석도 잘 알고 있지.

       

       본인이 신교를 빠져나가고 나서 가장 집요하게 따라 붙은 녀석이니 말이다.

       

       “사장로 천택결이라 하옵니다. 귀인께 도전하겠습니다.”

       “오거라.”

       

       *

       

       사장로를 상대하는 민가의 모습을 보면서도 백화령은 민가가 이장로를 상대했을 때의 모습을 되새기고 있었다.

       

       처음 격돌하는 그 순간.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던 민가의 손에 이장로의 내기가 닿자마자 그것이 흩어져 버렸다.

       

       다른 이들은 그를 보고서 이장로가 방심하였다 생각을 했으나 백화령만큼은 달랐다.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이장로의 제어를 벗어나 민가의 아래에 굴복하는 것이.

       

       언제나 주변을 집어삼킬 생각밖에 하지 않아 주인조차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신교의 심법으로 쌓게 되는 내기다.

       

       위와 아래를 따지지 않고 모든 걸 자신의 아래로 두고자 하는 그 오만한 것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뻔했다.

       

       민가를 자신의 주인이라 인정했기 때문에.

       

       미쳐버리겠군.

       

       도대체 미래의 자신은 얼마나 드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언젠가 저를 뛰어넘겠다고 당당히 이야기를 했거늘 그만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릴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구나.

       

       그렇지만 고맙기도 하다.

       

       지금 나의 앞에 넘어서야 할 하늘이 존재하니 본인은 그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 생각을 하며 백화령이 웃음을 지을 때에 사장로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가 내지른 모든 노림수가 파훼당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일까.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칠장로 순유옥이라 합니다.”

       

       저를 보고 있자니 절로 피가 끓는 느낌이구나.

       

       마음같아서는 당장에 붙자고 하고 싶으나 그랬다간 여러모로 본인이 곤란해 질 터이니.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민가와 다시 한 번 맞붙어보자 권유를 해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선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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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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