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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2

    <252 – 용사와의 재전>

     

    가속지옥에 공 하나가 더해졌다.

    슉슉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공이 이제는 슈파바바 소리를 내며 전기와 잔상을 남기며 지나간다.

    뭐야 저게.

    나 무서워…

    갇힌 공들, 꺼낼 수 있을까?

     

    “오크노디…”

    “미안! 꺼낼 수 있을 줄 알았어.”

     

    헤헤.

    웃음으로 얼버무려도 카시아의 표정은 무뚝뚝하다.

     

    “화난 거 아니지?”

    “화났어.”

    “으으, 정말 미안…”

    “쟤가.”

    “응?”

     

    카시아가 가리킨 곳.

    제국진영 학생들이 포진한 저 위쪽에는 매스각키 황녀가 없는 무주공산의 코트 위쪽을 유린하던 2학년 학년수석 만델라 선배와 그녀를 막던 용사 이슈타르의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펼쳐지고 있어야 했다.

     

    스르릉.

     

    용사의 증표.

    성검을 뽑아든 자.

    태양의 빛을 머금은 금발을 찬란하게 반짝이는 그녀가 내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오크노디.”

    “넹?”

    “널 탈락시켜야겠다.”

     

    이렇게 갑자기?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이벤트는 없었는데.

     

    “왜요?”

    “아무것도 모르는 체 하고 싶다면 그대로 있어도 좋아. 계속 그럴 수 있다면 말야!”

     

    솔직하게 물어보니 적의만 더욱 커졌다.

     

     

    * *

     

     

    제국2황녀가 암흑마나에 심취했다.

    그것이 자신과는 관계없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건가?

    뻔뻔한 소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암흑마나를 공개적으로 가장 잘 다룬 인물은 바로 오크노디다.

     

    “제국 2황녀는 오크노디와 따로 일전을 겨룬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암흑마나에 빠질 계기를 찾는다면 분명 그 때일 겁니다.”

     

    신궁의 후예 스콜라도 그렇게 말했다.

    사실,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건 아카데미의 모두를 향한 경고이니까.

     

    “암흑마나를 다루는 자에게는 어떤 관용도 자비도 베풀지 않아.”

     

    용사는 기억하고 있었다.

    암흑마나가 만들어낸 비극을.

     

    -이슈타르. 우리 화전촌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하다. 하지만 암흑마나만 있으면 몬스터도, 영주의 사병도 전부 물리칠 수 있어!

    -아, 안 돼… 어째서 내가 자경단을 죽이고 있지…? 도, 도망… 이슈타르…

    -후우… 너는… 암흑마나 같은 것은 쓰지 마라… 이 힘의 사용자는… 언젠가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 원치 않아도 악이 될 테니까…

     

    화전촌의 기린아.

    이슈타르를 능가하는 잠재력의 소유자.

    어쩌면 용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사내, 아서.

    그는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암흑마나에 지배당하는 몸으로 이슈타르마저 해치우기 직전, 자신의 자아를 일부나마 수복하여 그녀를 베려던 검에 제동을 검으로써.

    유피를 제외한 마을의 모두를 잃은 이슈타르는 모든 암흑마나 사용자에게 죽음을 선사하리라 맹세하였고,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에게 용사로 선택받았다.

     

    그녀는 복수귀다.

    힘의 부족함을 실감했기에 다시는 힘에서 밀려 죽을 사람은 동료로 고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그녀의 근력은 현 2학년까지 통틀어 어느 누구보다도 높다.

     

    “도망쳐, 1학년! 저 용사는 위험해!”

     

    세상에 잘 나가는 이를 견제하는 실력자는 있어도 진심으로 죽이려 드는 이는 흔치 않다.

    암흑마나에 대한 사정을 모르는 2학년 수석 만델라의 눈에는 이슈타르가 미친 것처럼 보였다.

     

    “머가 그렇게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당신 마음에 안 들어요!”

     

    이슈타르가 최종확인을 개시했다.

     

    “아이스볼을 다루던 기교, 빙결마법에 대한 조예가 대단히 깊지 않으면 불가능한 솜씨였지.”

    “그렇죠?”

     

    [진실]

     

    “일전의 구교사 얼음트랩 사건이 네 소행이라고 판단할 증거가 또 하나 늘어난 거야.”

    “그게 먼데요?”

     

    [진실]

     

    “너는…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다치게 만들고도 전부 잊은 것처럼 행세하려는 건가?”

    “자잘한 이벤트는 오래 기억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앞으로 해야 할 커다란 일이 훨씬 많은 걸요?”

     

    무엇 하나 진실이 아닌 발언이 없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다.

    저 아이는 무엇 하나 속이지 않는다.

    속이는 것은 약자의 행동.

    확고부동한 강자라고 스스로 확신하기에.

    그래서 더욱 괘씸했다.

    누군가는 저 나쁜아이에게 벌을 주어야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면 바지를 벗기고 볼기짝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선에서 그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재단의 교육을 받고 망가져버린 저 아이는.

    볼기짝을 때리는 정도로 반성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잘됐군. 그럼… 복습부터 시작이다.”

     

    용사의 분노를 드러내듯 맹렬히 진동하는 성검.

    초장부터 <성검해방>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그녀.

    이슈타르의 눈에는 보였다.

    성검의 검화가 일렁거릴수록 오크노디를 바라보는 암흑마나를 지닌 학생들의 눈이 떨리고 있음이.

    이것은 선과 악의 대표자의 싸움.

    이 대결의 승패에 따라 아카데미에 창궐하는 것이 선인지 악인지가 결정된다.

     

    <윙 커터>

     

    검기에 추진력을 실어 마치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변화무쌍한 궤적으로 날린다.

    사실상 회피불능의 유도탄검기.

    양심이 터진 용사의 사기적인 공격에 오크노디는 <가속잔상검>을 이용한 변칙 대신, 완드를 빙글빙글 돌리며 에잇! 하고 소리쳤다.

     

    <다크 포그>

     

    새카만 연기로 코트 위를 뒤덮고는 모습을 감춘다.

    그 너머로 느껴지는 생명반응은 여럿.

    용사는 처음 감지했던 기운을 끝까지 쫓아갔지만 그 끝에 베인 것이 오크노디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드득

    맨바닥을 검기가 갈아엎는 소리가 났다.

    자신과 똑같은 기운을 지닌 분신을 안개 속에 여럿 감추어 목표를 분산시키는 기교였다.

     

    “검으로 벌이던 발칙한 짓을 완드로도 저지르려는 건가? 그 정도로는 통하지 않아.”

     

    <성검기능 – 정화>

     

    모든 삿되고 부정한 힘을 물리치는 성검의 힘이 오크노디가 발을 디딘 1점 영역으로 쏘아졌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크노디의 잔상은 단번에 걷어내었던 정화가 이번에는 안개를 걷지 못했다.

     

    “복습은 제대로 해왔다고요. 저, 학년수석인걸요.”

    “암흑마나를 일반마나로 감싸 정화를 막았군.”

     

    속이지 않는 아이라던 평가는 철회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음험한 아이다.

     

    “복습을 끝냈다면 진도를 올려야지. 이번엔 어디까지 예습했는지를 시험해주마!”

    “지가 교수도 아닌데 왜 저리 복습예습을 좋아한담…? 이번 회차는 조교라도 하려는 건가? 헉. 조교용사 어감이 조금 엣지해.”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재잘재잘 떠들던 입이 용사의 검에서 쏘아지는 반투명한 벽에 흠칫 닫혔다.

     

    <홀리 미러>

    <백팔방위진>

     

    결계처럼 펼쳐지며 사방에 무질서하게 배치된 신성한 기운의 벽.

    오크노디가 손가락으로 콕 찌르자 치이익 소리를 내며 손가락에서 연기가 나왔다.

     

    “앗 따가!”

    “…모든 부정한 존재를 정화시키는 정화의 기운이 담긴 성스러운 거울이다. 악한 존재는 이 거울을 뚫고 지나갈 수 없어. 안에서 밖으로도. 그리고 밖에서 안으로도.”

    “우와. 멋진 신기술이네요!”

     

    암흑마나를 다루는 오크노디에게 지배당할 다른 학생들도 이 거울을 뚫고 도움을 줄 수는 없다.

     

    “근데 1학년끼리 이렇게 싸우면 만델라 선배만 엄청나게 점수가 쌓이지 않을까요?”

    “상관없어. 학년대항전 따위, 어둠에 물든 사악한 다크프린세스의 야욕을 짓누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면…”

     

    이슈타르가 코트정중앙의 10점 존에 올라선 만델라 선배를 돌아보았다.

     

    “방해라도 할 겁니까, 선배?”

    “전혀…? 볼 일들 마저 봐! 이기는 팀 우리 팀!”

     

    폴짝폴짝 뛰며 응원까지 하는 체통 없는 학년수석.

    만델라 선배의 방임이 확실시 된 이상, 이슈타르에게 닥칠 변수가 또 하나 사라졌다.

     

    “<홀리 미러>는 악한 힘은 물리치지만 성스러운 힘은 거울에 충전시켜 근처의 다른 거울로 전송시키는 신비한 효능이 있지.”

    “그렇게 다 알려줘도 돼요?”

    “이 정도 형평성을 맞추지 않으면 교수들이 벨런스를 운운해가며 끼어들 여지를 허락하니까.”

    “아항! 들으셨죠, 명호스님?”

     

    난입각을 재고 있던 명호스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뛰어난 정글러처럼 갱각을 절대 놓치지 않는 명호스님이지만 이미 들킨 갱은 장로드래곤마냥 지엄한 눈을 한 드래곤교장에게 단단히 찍혔다.

     

    “교장님…”

     

    애들 말이 조리가 있네. 끼어들지 마.

     

    “마무리다.”

     

    모든 변수가 사라졌다.

    그렇게 확신한 이슈타르가 성검의 힘을 매직미러에 폭발적으로 쏘아보냈다.

    <윙 커터>로 치자면 참격 백회분.

    그만큼의 검격을 광풍난격마냥 쏟아 붓는다.

    대체 얼마나 커다란 힘이 홀리 미러에 담겼을까.

    추정만으로도 무시무시한 힘이 배후의 거울에서 빔이 되어 쏟아졌다.

     

    “!!”

     

    <증폭>

    <흡수>

     

    증폭된 힘이 다른 거울에 빨려 들어가며 또 다시 흡수된다.

    그제야 홀리 미러의 진가를 깨달은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거울을 깨!”

    “오크노디, 거울을 깨지 않으면 용사의 비겁한 힘은 거울 사이를 오가면서 계속 증폭될 거야!”

     

    오크노디의 구간반복무한가속피구공처럼 이론상 무한대의 스펙업이 가능한 기술!

    실전에서 사용하더라도 108개나 되는 거울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엄청난 스택의 강화를 벌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마음만 먹으면 거울 여러 개에서 여러 적을 동시에 몰살시킬 수도 있고, 한 명의 강자를 가능한 한 많은 스택을 쌓아 일격에 밀어버릴수도 있다.

    용사의 기술.

    선택받은 강자임이 여실히 느껴지는 기술!

     

    “그건 곤란해.”

     

    그러나 이슈타르 역시 모든 변수를 배제하지는 못했다.

    파지직

    챙강!

    어디선가 날아든 뇌전이 거울을 단숨에 깨뜨렸다.

    이만한 뇌전을 다룰 사람은 이 코트 위에서는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너는… 암흑마나가 없는 안전한 사람이었을 텐데?”

    “적은 암흑마나의 보유유무로 구분되지 않아. 네가 오크노디를 괴롭히겠다면… 너는 내 적이야.”

     

    C그룹의 수장.

    융합실험체 카시아.

    최강의 전격능력자가 오크노디의 지원에 나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얘들아 이거 피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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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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