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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3

       

        

        

        

        

       “끼얏호-!”

        

       “종강! 결코 다시 종강!”

        

       “그동안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망할 캠퍼스!”

        

        

        

        12월의 3주차.

        

        다르게 말하면, 그동안 억눌려있던 수많은 대학생들이 종강이라는 미명 하에 일제히 사회로 쏟아져나오는 시기. 마치 인생 위에 과제와 졸업, 실기와 시험, 공부만이 있을 것 같았던 대학생들의 목표가 어떻게 하면 더욱 철저히 빈둥댈 수 있는지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나라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간 종강이라는 이름. 돈이 필요한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찾고,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이들은 국내와 국제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떠나며,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싫은 이들은 활동 반경이 극도로 축소되는 종강 첫 날.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특히나 이번 년도는 더욱.

        

        

        

       “와, 어째 뉴욕에 대학생들이 이렇게 많대. 어디서 오셨어요?”

        

       “캘리포니아요!”

        

       “펜실베이니아!”

        

       “종강하자마자 마이애미에서 비행기 타고 왔지요.”

        

        

        

        인터뷰하는 이들마다 고향이 다르다.

        

        여력이 있거나 재정적으로 매우 넉넉한 이들은 얼마 남지도 않은 뉴욕의 호텔을 빌렸으며, 그보다 조금 모자라지만 어쨌든 행동력이 넘치는 이들은 캠핑카를 타고 뉴욕을 활보하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고작해야 며칠 정도의 관광으로 만족하였다.

        

        그러나, 어찌됐든 –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경기 직관이었다.

        

        

        

       “현 시간부로 파이널 챔피언십 듀오 및 스쿼드 매치 주간을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압도적인 화력.

        

        그 땅값 비싼 뉴욕 위에 세워진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었지만, 그보다도 더욱 압도적인 재력은 안 그래도 상당히 거대한 규모의 경기장이 옆의 고층 빌딩과 합쳐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 장장 2년 동안 이어진 대공사는 뉴욕의 한복판에 초거대 복합 단지가 들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거진 슈퍼볼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2년도 안 되어 얻게 된 다크 존 파이널 챔피언십은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불과 몇 년만에 순식간에 회수하는 경이를 토했으며 – 이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인근에 모인 십수만 명의 인파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되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연결된 고층 건물의 사용되지 않는 거의 모든 공간이 임시 숙소 및 캠핑장으로서 개방되고,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교통 경찰들이 배치되었으며, 돈 냄새를 맡은 푸드트럭이 최대한 빈 공간에 낑겨 들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촌극이었다.

        

        

        한편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됨에 따라, 수많은 나라에서 온 수많은 방송국들이, 또는 이카루스 자체 방송국이 이러한 상황을 사방으로 송출하기 시작했고 – 이는 TV와 스트리밍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갔다.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모인 인원들만 하더라도 63만 명, 온라인 상에 모여 파이널 챔피언십의 개막을 시청하고 있는 전 세계의 인원들은 족히 2억에 준하는 상황.

        

        종강이라는 특수와 초대규모 국제 경기, 그리고 그에 걸맞는 화려한 볼거리라는 3박자가 합쳐지며 발생한 초유의 모습이었다 – 심지어는 이러한 상황을 확인하러 온 몇몇 뉴욕 관계자들조차 이카루스 측에게 ‘내년부터는 무조건 개최지 선정 허락을 받아라’라고 말할 만큼.

        

        하지만 – 작년과는 다르게, 뉴욕으로부터 1300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국은 이 모든 상황을 말 그대로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다.

        

        

        

       “와, 무슨 월드컵 결승 보는 것 같네.”

        

       “그러니까. 하모니도 저기 가있는 거지?”

        

       “미쳤다, 이야….”

        

        

        

        중계의 중계라는 괴상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상황.

        

        트리키 소속 스트리머들이 앞다투어 경기장 인근의 모습을 실황하며, 사전에 비행 허가를 받은 여러 회사 소속 드론이 주변을 촬영하고 이러한 상황을 더욱 활발하게 중계한다.

        

        말 그대로의 즐거운 혼란.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400m 떨어진 곳에서, 여섯 명의 인원들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물론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세상에.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어요?”

        

       “어, 작년보다는 한 두 배 가량 더 많은 것 같은데에….”

        

        

        

        소란은 커질수록 더 많은 소란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존재만으로도 이목을 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된 다크 존 파이널 챔피언십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의 수는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한 번쯤 시선을, 더 나아가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바로 그 결과가 유진 일행의 눈 앞에 보이고 있었다. 원래도 발디딜 틈이 그닥 보이지 않는 뉴욕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가까워질수록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었다.

        

        

        마치 사람과 기계로 이뤄진 밀도 높은 동심원 같았다. 푸드 트럭들과 방송국 중계 차량, 교통경찰 및 수많은 인파로 이루어진. 하지만 지나갈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고, 기존에 제작해두었던 것처럼 보이는 임시 가설 육교 십수 개가 차량 및 인파의 통행을 원활히 만들고 있었다.

        

        물론 임시는 임시였기에, 육교 위에 떠있는 홀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사용 인원수를 체크했고, 교통경찰들은 이를 수시로 확인하며 간간히 통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게 사이버펑크인가?”

        

       “일단 보자마자 정신나갈 것 같단 점에선 둘 다 비슷하긴 한데.”

        

        

        

        하필이면 안 그래도 유동 인구가 무지막지한 뉴욕, 그것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야말로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과는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인파는 보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넘쳤다. 인구 밀도가 급상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체감 온도 또한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임시 가설 육교 아래로는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이 이렇게 소란스러운데도 아직까지 관련 사고가 하나도 안 났다는 것이 NYPD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거 이따가 들어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요.”

        

       “유진 씨 뒤에 든든하게 숨으면 괜찮을지도….”

        

        

        

        그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간신히 웨스트 34번가를 지나갔다. 주변에서는 차량 경적 소리와 호루라기를 부는 NYPD, 번쩍거리는 경찰 차량 불빛까지 합쳐져 클럽에라도 온 것 같았다. 그나마 야외 공연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아침 10시 30분인데도 이렇게 혼잡한 걸 보면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7시 즈음에는 어떤 난리가 발생할지 아주 벌써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고명하신 뉴욕 주 상원의원이신 브레이튼 씨께서 오늘 아침부터 문자를 다 보내시기도 했고.

        

        

        

       -[H.M.B : 한창 바쁜 와중 미안하군. 혹시 가능하다면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근방 교통 정리에 한 손 보태줄 수 있겠나? 인명 피해나 자잘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게 된다면 자네에게 얼마나 미안해질지 감도 못 잡겠군.]

        

        

        

        물론 이 양반의 입장에서는 –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거기에 솔로잉 경기 개회사까지 맡은 다음 안정적으로 끝마무리까지 해낸다면 정치 경력에 이만한 발판도 없을 테지.

        

        반대로 여기서 무슨 인명 사고라도 터지면 아마 미국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커다란 급제동이 걸릴 터였고. 헤드라인은 대강 짐작이 간다. 무리하게 연 초대형 행사가 불러온 참사라느니 뭐니, 아마 공화당이 우리 헨리 씨를 신나게 두들겨 패겠지.

        

        그런 정치적 논리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번 미국 관광 및 출장을 좋은 기억으로만 끝내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로 사실이었다.

        

        주변을 살짝 훑은 후, 펄스를 최대 출력으로 방출.

        

        

        

       -[알림 : 4,731,741대의 전자기기 식별.]

        

        

        

        동시에 모든 전자기기의 접근 권한을 획득, 이들의 GPU 사용량을 일부 우회시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NYPD 및 소방국, 그 외에도 현재 이러한 인파를 감당하기 위해 매 초마다 분투 중인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네트워크 허브를 구축한다. 

        

        모자란 연산 보조는 투 브리지스에 위치한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본사, 그 중에서도 가장 심층 구역에 있는 비밀 공간 – 간단히 말해 나를 도와준 바로 그 두 명의 인원들에게 부탁하였으니,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곳에 모인 수십만 명의 인원들이 일제히 쏟아내는 불필요한 트래픽들을 걸러내어 중계국의 부하를 덜어주는 한편, 가장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대한 필요한 정보를 몰아주어 상황 판단을 돕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보다는 주변이 좀 조용하네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방에서 빵빵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다이스의 한 마디.

        

        실제로도 그러했다. 아마 방금 전에 비하면 교통체증 및 유동 인구 복잡도가 최소 17% 이상 개선되었을 것이고, 몇 분 정도 더 지나면 두 배 정도는 더 나아질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모자란다면 조금 다른 수법을 사용해야겠지만.

        

        본격적으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인근으로 들어서니 꽤나 맛있는 냄새가 진동 중이었다. 물론 푸드 트럭 근처는 말 그대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고. 물론 그만큼 어메이징한 메뉴들을 팔긴 했다. 확실한 건 먹었다가는 다이스나 하모니는 다음 날 1kg 정도 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NYPD 등을 도와주느라 간과한 것이 있다면-

        

        

        

       “유진 씨.”

        

       “네?”

        

       “저희 큰일난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내가 그 말에 동의하기 위해 입을 열기도 전,

        

        

        

       “야, 야! 저기 유진 아니야?”

        

       “한국 솔로잉 대표팀이다!”

        

       “팬입니다! 선생님들 보려고 한국에서 날아왔어요-!”

        

       “소통해요오오!”

        

       “아휴, 증말.”

        

        

        

        그놈의 소통해요.

        

        언제쯤 알아보려나 했지만, 역시나. 세상은 우리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첫 매디슨 스퀘어 가든 방문은 다소의 한파, 그리고 대량의 인파를 동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게 뭔가요, 선생님?”

        

       “각 맵의 파괴 가능한 지역과, 특정한 파괴 형태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폭발물 및 화학 물질의 양입니다.”

        

        

        

        파괴는 정교함의 예술이다.

        

        폭파학이라는 학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지점에 어떤 각도로 얼마만큼의 폭발물을 쑤셔박아야만 하는지를 논하는 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아군을 보호하고, 퇴로를 차단하며, 새로운 루트를 개척한다. 그러나 이러한 폭파학의 목표는 변변한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든 허허벌판에서 대도심으로 교전 구역이 옮겨감에 따라 몇 배는 더 심화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명제가 있다면, 이 학문의 기본적인 지상과제는 아군에게 유리한 상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수류탄을 던져대고 로켓포를 쏘아대며, CAS 좀 요청하는 것과는 그 근본부터 달랐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미국에 오기 전 내 앞에 있는 이들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말했었고.

        

        

        

       “스킬은 벽을 무너뜨려 길을 만들고, 천장을 부숴서 만든 낙석으로 시야를 차단하거나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드론을 붙잡고 떨어짐으로서 낙하 대미지를 줄일 수도 있죠. 여러분들은 이러한 전투 보조 도구가 교전의 지평을 얼마나 넓혔는지를 절실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다들 무슨 소린지 이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뉴욕 땅을 밟기 한참 전부터 나와 몇 번이고 VR 내에서 교전하였고, 그 와중 내가 행했던 온갖 기상천외한 스킬 사용법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직시하였으니.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순간적인 센스는 모방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숙련도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나의 목표는 파이널 챔피언십 솔로잉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들을 최대한 다양한 교전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일종의 근육 기억 형성이라고 해도 되겠지.

        

        

        

       “…우에.”

        

       “무슨 문제 있나요?”

        

       “이걸 나한테도 진짜 줬어….”

        

        

        

        그 와중 하모니가 신나게 땡깡을 부린다.

        

        물론 나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생각해놓은 지 오래였다.

        

        

        

       “하모니는 직접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인원이 아니니, 볼 수 있는 만큼만 봐요.”

        

       “아, 진짜요? 역시!”

        

        

        

        지금은 이렇게 조금만 풀어줘도 좋아하겠지.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다이스, 잉크, 미카엘, 갬빗에게 본격적으로 두들겨맞기 시작하면 아마 내가 배부해준 이 참고서를 보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샘솟을 것이다.

        

        딱히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의자에 강제로 앉혀놓고 보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민아가 갑자기 공부 욕구가 화수분처럼 솟구친다는데 어떻게 말리겠어.

        

        

        여하간, 오늘의 할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가령-

        

        

        

       “어, 어? 야, 일어나! 세상에, 특별 코치님 왔어!”

        

       “어으, 밖이 이만큼 붐비든데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오셨나요?”

        

       “그렇죠. 반갑습니다. 다들 연습은 잘 하셨나요?”

        

        

        

        IRL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Vlog라고 해야 할지.

        

        1만 하고도 3천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나라는 선수들의 생활에 참으로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시시콜콜한 이들의 일상생활이나 경기 전의 준비 같은 것조차 간단한 편집 영상으로라도 보길 원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반쯤 암묵적으로 한국 대표팀의 선수임과 동시에 원정 코치로 활동하는 내가 오늘부터 본격적인 경기에 돌입하는 파이널 챔피언십 – 듀오 및 스쿼드 한국 대표들을 만나는 건 충분히 영상감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예삿일이었다.

        

        바로 그로 인해서인지 휴게실의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아무튼, 이들에게 그리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당장 몇 시간 후면 경기에 투입되어야만 하니까.

        

        주변에 흩어진 채 각자 해후를 나누던 다이스를 위시한 이들이 내 근처에 모임과 동시에 대화가 시작된다.

        

        

        

       “작전 계획은 몇 가지로 구분합니까?”

        

       “안전지대가 위치하는 사분면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사분면의 경계선에 안전지대가 정확히 걸치는 경우가 나타날 확률이 1/5000 정도라 간단히 대비만 해놨습니다.”

        

       “좋네요. 각 사분면에 표기된 붉은 점은 웨이포인트나 허브겠죠.”

        

        

        

        홀로그램을 통해 허공 위로 띄워지는 여덟 개의 맵.

        

        그 중 하나를 골라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일종의 모의전이었다. 하지만 그 정교함은 단순히 말판을 움직이며 행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와는 차원이 달랐다.

        

        

        

       “화염방사 터렛 설치.”

        

       “단독으로 설치하면 포말 수류탄 등으로 쉽게 무력화될 수 있어요. 가급적 일반 터렛 하나를 더 설치하세요.”

        

        

        

        실제로 잘 던진 포말 수류탄이 순식간에 두터운 폴리우레탄 벽을 형성하면서 일시적으로 화염 분사를 차단하고, 그 사이 적 스쿼드 절반이 건물 내로 돌입한 상황.

        

        그리고 여기서 놓칠 수 있는 점도 하나 있었다.

        

        

        

       “폴리우레탄 벽은 타면서 계속해서 시안화수소 가스를 내뿜는데, 이를 차단 가능한 방독면이 없다면 화염방사 터렛 자체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목재 건물이라면 꼼짝없이 타죽을 수도 있고….”

        

       “리스크가 상당하군요.”

        

       “하지만 특정한 위치에서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죠.”

        

        

        

        그와 동시에 몇 가지의 제안을 던진다.

        

        

        

       “해당 건물은 출입구 및 계단이 예측 가능한 곳에 있죠. 사전에 먼저 자리를 잡은 후 다른 곳에 위치한 비상구를 봉쇄하고, 미리 한 층 아래 구역에 터렛의 연료를 폭발물과 같이 배치해둔 뒤, 적들이 올라오면….”

        

        

        

        쾅.

        

        퇴로가 화염에 의해 막히고, 적 분대는 꼼짝없이 타죽는다.

        

        시뮬레이션이 재구성된다.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3층이 통째로 폭발하더니 화염이 혓바닥처럼 넘실댄다. 불은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가는 특성이 있었으며, 삽시간에 4층으로 옮겨붙고는 침투한 적 분대를 화르륵 태워버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주의깊은 폭발물 매설, 그리고 확실한 탈출 루트 확보가 필요합니다. 가령 등강기나 사다리, 그 외의 여러가지 밑준비를 해야만 하겠지만…그 부분은 여러분들의 역량에 달렸겠죠.”

        

        

        

        단 한 가지 예시. 하지만 감탄할 시간은 없었고,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대로 분석 중이었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이어지는 말.

        

        

        

       “한 하루이틀만 더 일찍 찾아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분들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스쿼드 규모의 트랩입니다. 중요한 건 그 어느 상황에서도 퇴로의 확보를 우선시해야한단 점 정도고…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봅시다.”

        

        

        

        그렇게 시작되는 수많은 IF 시나리오와 그에 대한 대응책.

        

        그러나 내가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단순 녹화가 아닌 실시간 송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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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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