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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3

       *** ***

         

       보리연화담.

         

       나는 그 보리연화담 앞에 서 있었다. 절정에 올라 경을 깨달은 뒤에 천지간의 기를 느끼게 되었고 검기를 깨우치며 그 천지간의 기가 흐르는 법칙, 맥을 깨달았다.

         

       만약 검기를 깨우치기 전이었다면 이 보리연화담이라는 곳의 비범함을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고산지대에 있는 작은 연못. 보리수 아래에 있다는 특이점을 제하고 나면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물웅덩이처럼 보였지만 이 연못에 고여 있는 기운은 그 무엇보다도 정순했다.

         

       “으음.”

         

       정순하기보다는 정제되어 있다는 표현이 걸맞으려나. 아직 사물의 맥을 느낄 수 있는 감각에 눈뜬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무공 증진에 상당한 효험이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정말 이런 것을 취해도 되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게나. 이 보리연화담은 스스로 자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뭐 불순물 덩어리인 자네가 들어간다면 자정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야.”

         

       뭐야, 왜 갑자기 부담을 팍팍 주는데.

         

       내 얼굴에 서린 불편함을 읽은 라노징부는 껄껄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후후! 그리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되네. 이 보리연화담이 마지막으로 쓰여진지는 벌써 백 년이 훌쩍 넘었으니까. 과거에는 수행자들의 탁기를 몰아내기 위해 종종 사용되었으나 포달랍궁의 수행법이 발달하고 그 가르침을 엄격하게 따르면서 보리연화담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행자들은 없어지게 되었지.”

         

       “그렇습니까.”

         

       “그렇네.”

         

       라노징부가 잠시 내 몸을 응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네의 몸에 축적된 불순물은 심각한 수준일세. 타고난 몸이 워낙 강골이라서 큰일이 없었을 뿐이지 자네의 근골이 범인의 것이었다면 단명했을 걸세. 천하가 넓다 한들 자네보다 이 연못의 힘이 필요한 이는 몇 없을 것 같군.”

         

       사실 나는 보리연화담의 효능이 아주 절실했다.

         

       당가에 방문해 독의 어르신의 힘을 빌려 다시 한번 한계경지를 확장하려 했지만 정철이 나타나는 바람에 텄다.

         

       그 덕에 내 체질에 대한 연구도 중단된 상태였고.

         

       아무런 단서가 없어 잠시 후순위로 밀어놓았을 뿐 잡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한계경지가 화경까지는 확장되어야 화경에 오르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네 뭐랄까, 표정이 별로 밝지 않군?”

         

       “하하, 뭐라고 해야 할까요.”

         

       라노징부의 물음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금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너무 형편에 딱 들어맞는 방법이 눈 앞에 펼쳐지니 의심이 간다고 해야 할까.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일류에 오르기 위해서 현천자의 비동에 있는 영약을 통째로 태우고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다음으로는 어떤가? 절정으로 가는 관문을 뚫기 위한 영약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뭐 연못에 들어가서 때빼고 광내면 그냥 불순물이 싹 사라진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의 개고생이 뭔가 허탈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편리한 해답이 존재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노력했나 싶어서 말입니다.”

         

       “하하, 자네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라노징부가 껄껄 웃으며 내 등을 팡팡 때렸다.

         

       “세상 모든 것은 유한하니 이 연못이 품은 정화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네. 만약 자네가 지금과 같이 열심히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이 연못으로 볼 수 있는 효험도 크게 떨어졌겠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연못이 딱 봐도 영험해 보이긴 했지만 잡혈 역시 지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녀석이니까.

         

       의술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해결한 채 이 연못에 들어가게 된 것이 천운일지도 모르지.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온 몸의 탁기가 빠지고 나면 머릿속도 맑아질 걸세.”

         

       라노징부가 내 등을 가볍게 밀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궁주님.”

         

       “감사하다면, 그 마음 잊지 말고 사라가 궁주가 되었을 때 포달랍궁을 잊지 말게나.”

         

       “하하, 물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연못을 어찌 사용하면 좋은지 방법을 알려준 라노징부는 조용히 떠났다. 참, 딸바보인 모습만 빼면 여러 가지로 존경할 만한 사람인데.

         

       일부로 그런 잡생각을 하며 긴장감을 몰아낸 나는 의복을 벗고 연못에 발을 디뎠다. 마치 늪과 같이 내 다리를 잡아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계속해 심부로 나아갔다.

         

       신비한 느낌이로군.

         

       사람의 몸이 물에 들어가게 되면 부력으로 인해 저절로 떠오르기 마련인데 나는 지금 연못 바닥을 안정적으로 걷고 있었다.

         

       숨을 쉬고 있지 않았지만 어쩐지 전혀 숨이 모자란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마치 피부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더 나아가자 마치 방석처럼 원형으로 튀어나온 자리가 보였다. 나는 그곳에 자리잡고 가부좌를 틀었다.

         

       부르르르르!!

         

       그 상태 그대로 공기를 모두 내뱉었다. 공기 대신 폐에 물이 가득 찼으나 전혀 괴롭지 않았다. 공기 대신 물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모든 상황이 라노징부가 이야기한 대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하니 적어도 이 물 속에서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으으으으…

         

       공기 대신 물을 몸 속으로 받아들이며 천원심법으로 운기를 시작했다. 이젠 숨 쉬듯이 자연스러워진 이중나선식의 운용도 완전히 풀었다.

         

       그렇게 일 주천. 이 주천. 삼 주천이 흐르고…

         

       물 속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선식을 풀어버린 탓에 불순물의 방해를 받는 것인지 유달리 느리게 진행되는 운기를 끈기 있게 진행하고 있자.

         

       부르르르르!

         

       몸 속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 ***

         

       ‘으음, 이것 참…’

         

       옥수수는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옥수수는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실제로 그 능력이 매우 특출난 편이었다. 그렇지만 호천안 일행과는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몇 가지 있었으니.

         

       첫째로는 하나같이 다 아리따운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어쩌다가 오해라도 사면…’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 옥수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성적 관심 없이 그냥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과년한 처자에게 말을 걸었다가 몇 번 오해를 산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린 옥수수는 문득 억울해졌다. 차라리 장밋빛 기류라도 흘렀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다른 이들에게 오해만 사서 주변 사람들이 강제로 이어주려고 등을 떠밀어서 고생만 잔뜩 하거나 괜히 다른 남자들의 견제만 받는다던가 하는 식의 오해였다.

         

       둘째로는 일행 한사람의 면면이 너무 개성적이라는 점이었다.

         

       그냥 외모 자체가 무기인 흑묘는 절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하면 비천마차에 사람을 태우고 마음껏 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당도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당소열.

         

       성격적으로는 여일예가 가장 무난했지만, 여일예는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이들과 달리 그 이름이 천하를 진동시키는 협객이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친분을 트기에는 옥수수 역시 영 부담이 갔다.

         

       “오, 수수! 연무를 하러 가는가!”

         

       “그러하네. 자네는?”

         

       “하하, 나야 뭐 늘 수련이지. 이번 주 공연도 기대하고 있겠네!”

         

       옥수수에게는 호천안 일행보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지경. 지나가던 수행자와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은 옥수수는 연무장에 들어섰다.

         

       사라가 검을 쥐고 여일예 앞에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옥수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여일예가 괜히 대협이라고 칭송받는 게 아니구나.

         

       여일예가 호천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다들 어림짐작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은혜를 입었다고는 하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여주는 행동이 헌신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라가 대놓고 흑묘와 호천안을 이어버렸다.

         

       평소에 사라를 무척이나 귀여워하던 여일예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흑묘만큼은 아니지만 사라 역시 여일예를 따르는 기색이 있었고.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을 벌였으니 여일예 입장에서는 큰 배신감을 느낄 법도 한데 이렇게 성실하게 검술 수련을 봐 주다니.

         

       ‘이게 대협의 그릇인가.’

         

       “오늘은 마보를 합니다.”

         

       “에?”

         

       “마보.”

         

       “아, 아니…”

         

       “마-보.”

         

       “네, 네!”

         

       …그제야 옥수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평소와 같이 온화하고 침착해 보이는 여일예의 이마에는 굵은 혈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옥수수는 마보를 취한 사라의 다리가 떨리는 것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련 중에는 어떤 방해가 들어와도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법이지요.”

         

       “흐아앗!”

         

       여일예가 마보를 취한 사라의 볼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마구 주무르기! 은근히 힘이 담겨있는지 사라의 얼굴이 찹쌀떡을 문지르는 것처럼 그 형태가 변했다.

         

       “아우, 아우.”

         

       옥수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잔혹한(?) 현장에서 눈을 떼었다.

         

       “하, 그 놈이 없어지지만 않았으면 나도 수업을 빼 준다는 조건으로 볼따구를 주무를 수 있었는데….”

         

       옥수수의 시선이 사라의 볼을 쪼물딱대는 것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연초를 빡빡 피워대는 당소열과 지금의 촌극에 쓴웃음을 짓고 있는 당도연을 거쳐 흑묘에게 닿았다.

         

       옥수수가 볼 때 현재 태풍의 핵은 흑묘였다.

         

       그런 태풍의 핵, 흑묘는 사라의 뺨을 마구 주무르고 있는 여일예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일예가 호천안에게 관심이 있다는 짐작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보여준 여일예의 싸늘한 모습과 호천안의 반응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호천안이 그렇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얼버무리려 들고 여일예 역시 그렇게 대놓고 차가운 반응을 흘렸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어제 일은 선배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 었을 테니 얼버무린 것은 이해가 가. 그리고 여일예 소저 역시 선배에게 은근히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서늘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우, 아우우…”

         

       ‘그렇구나.’

         

       흑묘는 도움을 바라는 눈빛을 쏘아내는 사라를 보며 깨달았다. 지금 여일예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호천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저런 여일예가 왜 지금까지 특별한 행동 없이 호천안을 내버려 두었을까.

         

       ‘…이미 마음을 전달했어.’

         

       흑묘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확인해볼까. 지금의 여일예라면 적어도 그런 사실을 숨기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라야, 이리 온.”

         

       마치 흑묘의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도망치려는 사라였지만 볼을 놓아주지 않는 여일예의 손길에 막혔다.

         

       “제가 사라의 검술을 가르치는 시간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저 시선을 마주 보았을 뿐인데도 숨막히는 공기가 흘렀고 그 두사람 사이에 끼인 사라가 오들오들 떨었다.

         

       흑묘는 여일예의 눈을 마주하면서 여일예의 행적을 떠올렸다. 언제였을까? 서장으로 달려오던 여행길? 아니면 당가에서 머무를 때? 아니면 낭인객잔에 머무르며 개인비무전을 치를 때?

         

       흑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두 아니었다.

         

       그렇다면….

         

       “개선식.”

         

       흑묘의 말에 여일예가 흠칫했다. 그 모습에 흑묘는 확신을 얻었다.

         

       “그때 선배에게 고백이라도 한 모양인가봐요?”

         

       “고백 뿐이겠습니까.”

         

       여일예가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 의미심장한 모습에 흑묘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나보다 먼저?

         

       여일예는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는 흑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쐐기를 박았다.

         

       “침을 발라두었지요.”

         

       여일예의 선언에 흑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야말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충격적인 발언!

         

       그 와중에 흑묘는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분노였다.

         

       단순하게 화만 난 것은 아니었다 그 분노는 기폭제가 되어 평소에 여일예에게 쌓여 있던 불만이 마음 속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려아와 함께 다닐 때 려아의 쓰다듬기 지분이 밀렸다는 점이라던가.

         

       여일예가 호천안의 무공 스승 역할을 자처하면서 호천안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다던가.

         

       호천안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때 접촉이 너무 잦다던가.

         

       그런 것을 따지지 못할 급박한 상황과 호천안의 비약적인 무공 발전에 묻혀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불만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무래도. 우리 둘 사이에는 털어야 할 것이 많겠군요.”

         

       “예, 저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일예라고 흑묘에게 불만이 없었겠는가.

         

       호천안에게 흑묘를 봐 달라 부탁받은 것이 몇 번인가.

         

       그때마다 여일예는 흑묘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양보해 왔다.

         

       ‘선배의 발전 때문에.’

         

       ‘은공의 부탁 때문에.’

         

       호천안을 위해서 서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삭혀왔던 두 사람은 전신의 내공을 일으켰다.

         

       콰아아!

         

       스스스!

         

       여일예의 방대한 내공이 연무장 전체에 바람을 일으켰고 흑묘의 구음기가 방출되여 연무장 바닥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꽈아아앙!

         

       두 사람의 강기 충돌하며 그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시간이 살짝 부족했네요.

    다음 편은 완성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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