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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3

       한서우는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장로들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 때의 우연으로 천마의 아래에서 수련을 받게 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저들을 상대하기 버거워했다.

       

       아예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저가 지닌 특이성 때문에 일반적인 무인들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데다가 천마에게 직접 수학을 받는 그다.

       

       세월이 부족할지라도 그 구멍을 매울 수 있는 여러 가지의 특이점이 존재하니 그는 신교의 어떤 장로와 싸우더라도 10번 중에 1번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9번은 처참한 패배를 맞이해야 한단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니만큼 한서우는 장로들의 강함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

       

       무림의 삼류 잡배들마냥 고수들이 굴러다니는 꼴을 보고 어찌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스승님을 정면에서 쓰러트리신 분이시니만큼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런 사람이 현대인이라고?

       

       말이 되나?

       

       태어날 세상을 착각하신 거 아닌가?

       

       눈을 끔뻑거리던 한서우는 방송에 출현하는 순간부터 켜두었던 화령의 방송 채팅창을 살폈다.

       

       – 저딴게 장로?

       – 천마신교 왤케 약함?

       – 내가 상상한 거랑 이미지가 많이 다르네.

       – 뭔가 화려하긴 한데 실속이 없다.

       

       화령님이 얼마나 압도적이었으면 지금 무림에 나가 각자의 문파를 만들 수 있을법한 사람들이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텃세를 당하는 입장인 한서우는 장로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력 있는 무인들이 무시당하는 걸 바라지도 않았다.

       

       저들이 이런 취급을 받는다면 저들보다 못한 자신은 그 이하라는 소리니까.

       

       어떻게 설명을 해주면 좋을까 싶어할 즈음에 화령이 오장로의 검을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피하며 입을 열었다.

       

       “착각이 있는 듯 하여 말해두자면 이들은 약하지 않다. 현 무림을 기준으로 해도 충분히 강자의 반열에 들어갈 자들이지.”

       

       – ㄹㅇ?

       –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본인이 너무 강한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곰의 앞에서 무력한 것과 비슷한 게지.”

       

       현대인들이 들어서며 왜곡되어버린 현 무림에 이 장로들이 떨어진다면 재앙이 일어날 거란 설명을 화령이 하고 나서야 시청자들은 하나 둘 납득을 하는 모양새였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검선은 님 상대로도 개쩔었잖아요.]

       

       “이 놈아. 검선 정도면 현 무림에서 천하제일인을 논할 때에 들어가야 하는 녀석이다. 그런 자와 비교를 해서야 쓰겠느냐.”

       

       화령은 후원에 대답을 하면서 오장로가 내지른 검날을 손으로 붙잡더니 검채로 오장로를 치켜 들어 바닥에 내팽겨쳤다.

       

       이로써 천마의 뒤에 있던 모든 장로들이 백화령의 아래에 굴복을 하게 된 셈이었다.

       

       천마는 그 모습을 곰방대를 문 채 구경을 하다 웃음을 흘렸다.

       

       “자존심을 부수어 달랬더니 신교의 권위를 박살내고 있구나.”

       “그러게 이 놈들을 더 강하게 키웠어야지. 네가 게으른 것이 잘못이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구나.”

       

       화령이 천마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무어라고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화령은 방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압도적인 고수임을 증명했으니.

       

       강자존의 세상에서 그녀에게 딴지를 걸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백화령아. 이쯤하면 슬슬 시간이 되지 않았느냐?”

       “그렇지. 가자꾸나.”

       

       *

       

       “만마를 세상에 떨친다는 것은…”

       

       고독이 시작되기 전.

       

       의례적으로 진행되는 의식을 뒤편에서 구경하던 나는 단상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자의 모습을 보며 가면을 매만졌다.

       

       교주.

       

       사실상 상징적인 역할만을 하고 있는 천마를 대신하여 천마신교를 직접적으로 이끄는 이.

       

       과거 본인이 무림에서 복수를 행하고 있을 적에 나를 찾아와서 신교를 재건해야 한다며.

       

       그럼으로써 당신의 복수를 더욱 완벽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설득했던 자.

       

       무의 재능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혀를 다루는 재능하나는 기가 막히는 녀석.

       

       당시 복수에 미쳐있어 사고방식이 뒤틀려 있던 본인은 저 자의 세치혀에 넘어가 천마신교를 재건하고야 말았다.

       

       그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신교를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본인은 천마의 딸이니 정통성을 지니고 있었고.

       

       무림에 홀로 피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참상에서 살아남은 신교의 무리는 토벌의 바람 속에서도 지하에 숨어 부활을 바라고 있었으니.

       

       본인이 재건을 선언함에 따라 천마신교는 다시금 세상 위에 세워졌다.

       

       돌이켜보면 그 때에 본인은 저 자의 세치혀에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저 자의 목을 날려버렸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해봐야 달라지지 않는 이야기이긴 하다만서도.

       

       저 놈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이거 컷신 언제 끝남?

       – 어릴 때 교회 예배 강제로 듣는 느낌.

       – 졸…려…

       – (잠자고 있는 이모티콘)

       – 근데 사람들 눈이 반짝거리는 게 사이비 느낌이 나긴 한다.

       – 나 예전에 이게 싫어서 신교에서 추노했었는데.

       

       다들 지루해하고 있구나.

       

       하기야 지금 하고 있는 예배는 무림에 사는 이들을 기준으로 맞추어진 이야기다.

       

       현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봐야 공감이 갈 구석이 있을 리가 있나.

       

       광신의 씨앗을 품은 설아라 할지라도 이 내용에는 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을 하고서 옆으로 고갤 돌리니 설아는 예배를 집중해서 들으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아예 저 세치혀에 현혹될 것 같은 모습에 절로 한숨이 샜다.

       

       그래. 미안하다. 본인의 판단하에 재단을 내려버려서.

       

       그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광인에 가까운 모양이구나.

       

       그녀의 혈자리 중 하나를 눌렀다. 그에 따라 고통이 찾아온 듯 어깨를 움찔거린 그녀는 슬며시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화령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무림을 기준으로 하여도 과격한 이야기들이니. 현대인인 그대에게 알맞을 리가 없지 않나.”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 아닠ㅋㅋㅋㅋ

       – 편집자 귀 존나 얇네.

       – 도를 믿으십니까 당하면 바로 따라갈 듯.

       

       그나마 본인이 한 번 다잡고 나니 이상한 부분들을 인지하는 듯 해 다행이구나.

       

       이러고 나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더라면 그냥 목 뒤를 쳐서 기절을 시켜버렸을 것이야.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설교가 끝을 내리고 백화령이 단상 위에 올라서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따른다.

       

       자그마한 말소리 하나조차도 들려오지 않는 완벽한 침묵.

       

       신교의 신이 이 자리에 강림하였으니 교인들이 할 일은 그를 바라보며 경배하는 것뿐이었다.

       

       과거 본인이 저 자리에 서 있었을 적엔 이 침묵이 실로 짜증났었다.

       

       본인이라는 인간이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목을 매달 것 같은 분위기가 싫었다.

       

       과연 백화령은 어떨까. 천마신교에서 태어나 나고 자란 그녀는 나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까?

       

       그리 생각을 하고 있자니 백화령이 목소리를 내었다.

       

       “오늘 고독에 참여할 이들의 이름을 부르겠노라.”

       

       그녀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사람의 이름을 내뱉을 때마다 이 공간의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진다.

       

       그것은 고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이들의 좌절이요.

       

       고독에 참여하게 된 이들의 긴장이니.

       

       그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으로 끝이다. 이후에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

       

       백화령이 단상에서 내려가기 무섭게 신교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에 본인도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설아야. 가자꾸나.”

       “네?”

       “그대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바로 저 고독이라는 것이다. 저기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심지를 지닌 이들. 저들이 하는 것을 보다 보면 내가 이야기했던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고독이 뭐임?]

       

       “아. 그것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가. 요약을 하자면 유망한 무인 여럿을 한 공간에 집어 넣고 그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을 가려내는 의식이다. 비슷한 것을 찾아내라면 지난 번에 본인이 했던 에픽 레전드인가 하는 그것과 유사할 듯 싶구나.”

       

       한 군데에 가두어 두고서 생존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 배틀로얄을 한다고?!

       – 겁나 살벌하네.

       – 그런 걸 의식이라고 부른다니?!

       – 마교가 괜히 마교가 아니구나.

       

       “알겠느냐? 천마행동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덧붙이려면 이만큼 무자비하고 잔혹해야 하는 것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거 말하려고 방송 킨 거였어?!]

       

       – 쪼잔해.

       – 지마행동.

       – 너 누구야! 우리 멋진 화령님을 돌려줘! 우리 화령님은 너처럼 쪼잔하지 않아!

       – 이 사람은 원래 이랬는데요.

       – 그릉가?

       

       그저 사실을 알려주려했을 뿐인데 쪼잔하니 뭐니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구나.

       

       방송을 키지 않았다면 또 그것을 가지고 무어라 했을 놈들이.

       

       

       참으로 한탄스러워.

       

       어쩌다 본인의 이미지가 이런 식이 되어버린 것인지.

       

       절로 곰방대에 손이 가는 구나.

       

       *

       

       화령님은 말하셨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다들 심지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그 사람들의 무공을 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정말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까?

       

       설아는 그에 대해 자신감을 지닐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여태까지 실패만을 거듭했다.

       

       화령이 수도 없이 기회를 주었음에도 잘못된 길만을 걷다가 결국 화령이 직접 자신을 이끌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무언가를 마음에 품을 수 있을까?

       

       만약 깨우침을 얻는데 실패한다면 화령님은 어떤 생각을 할까.

       

       분명 실망하시겠지.

       

       이런저런 생각에 점차 발걸음이 무거워짐을 느끼던 중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령님.”

       

       그는 화령과 설아를 천마신교까지 안내해 주었던 한서우였다.

       

       “스승님께서 약속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천마를 스승이라고 불렀다.

       

       이는 천마신공을 다루며 천마에게 가르침을 얻을 만큼의 재능이 있다는 소리였다.

       

       설아 자신과는 다르게. 그런 생각을 하던 설아는 문득 이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심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무엇을 마음에 다잡고 있기에 천마에게 인정을 받은 건지가 말이다.

       

       “지금?”

       “예. 그렇습니다.”

       

       화령은 곰방대를 입에 문 채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빠르게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한서우에게 설아를 맡기고 떠나가 버렸다.

       

       “그럼 저희는 먼저 가 있도록 할까요?”

       

       이전에 대화를 해보았기 때문일까.

       

       살가운 티를 내며 말을 꺼낸 한서우의 모습에 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열었다.

       

       “저기 한서우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거라면.”

       “저어. 천마신공을 익힐 때에 뭘 목표로 하셨나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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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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