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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3

    <253 – 절대로 못이기는 용사>

     

    카시아는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라 불리며 선 진형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처럼 여겨지는 기프트 아카데미가 실은 연구소의 실험체를 <매입>했다는 사실을.

     

    “교관님. 매점에 가고 싶어요.”

    “불허한다. 교육과정을 제외한 개인활동을 희망한다면 학생들이 통행하지 않는 야간시간을 이용해라.”

    “고작 매점이에요.”

    “고작 매점에서도 너는 같은 땅에 발을 디딘 학생들을 모조리 감전시켜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너는 아직 신용이 부족하다.”

    “…”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전담교관 알렉소는 전기내성 및 저항기술, 카운터기술 및 방어아티펙트를 둘둘 두르고 있다.

    심지어는 만약의 상황에서 곧장 자신을 죽여도 범법행위가 아님을 공증하는 즉결처형권도 있다.

    연구소에서 몸의 고통을 받았다면 아카데미에서는 자유로운 학생들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마음의 고통을 받는다.

     

    ‘이들도 연구소와 다르지 않아. 고통을 주는 방법만 다를 뿐.’

     

    즉, 모두가 선진형 교육기관이라고 여기는 기프트 아카데미는 자신에게만큼은 결코 선이 아니다.

    이것은 카시아의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선진형을 대표하는 실력자로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가 선택한 당대 용사 이슈타르를 그 지위가 아닌 행동으로 평가했다.

     

    ‘나와 같은 아이. 모두에게 미움받는 오크노디를 적대하는 용사.’

     

    용사가 연구소나 아카데미처럼 실험체를 괴롭히는 조건이 <암흑마나>임은 이해했다.

    그래서 무엇이 다른가.

    자신 또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전기속성>을 지녔기에 이토록 고통 받고 있는데.

    속성이 다르고, 성질이 다르고.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차별받는 이들은 모두 같은 소수자다.

    카시아는 홀리미러에 갇힌 오크노디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다.

    실험실의 차가운 벽에 갇혀 두려움과 호기심이 반반 섞인 눈으로 벽을 만지작거리던 어린 날의 자신을.

    그 벽이 끊임없이 전기를 뿜어내는 벽이며 자신에게 고통을 줄 수단임을 깨달은 뒤로 호기심이 공포로 뒤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크노디 역시 그럴 것이다.

     

    “그건 곤란해.”

    “너는…암흑마나가 없는 안전한 사람이었을 텐데?”

    “적은 암흑마나의 보유유무로 구분되지 않아. 네가 오크노디를 괴롭히겠다면… 너는 내 적이야.”

     

    그래서 거울을 깼다.

     

     

    * *

     

     

    용사는 웃었다.

    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정말 대단해. 어쩜 이리도 인복이 좋은지 모르겠어. 매번 또 매번 질리지도 않고 앞을 막아서는 것들이 계속 나오는지 존경스러울 지경이야.”

     

    용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분위기만 보면 무슨 암흑마나 폭주기라도 사용할 것처럼 예사롭지 않다.

     

    “조심해, 카시아!”

    “네가 할 소리야?”

     

    용사가 말했다.

     

    “아, 됐어. 이제 신경 끌래.”

    “…!”

    “누가 끼어들든 어디서 방해하든 전부 같이 치워버리면 그만이야.“

     

    이슈타르의 성검이 다시금 빛을 분출하였다.

    그 세기는 홀리 미러를 발동할 때보다도 곱절은 더욱 강력했다.

     

    <절명기 – 템페스트 블레이드Tempest Blade>

    <절명기 – 세븐 볼텍스Seven Vortex>

    <절명기 – 호라이즌 디몰리셔Horizon Demolisher>

     

    거울을 향해 연달아 추가되는 절명기.

    그와 동시에 앞서 거울에 충전되었던 참격들이 일제히 분출되었다.

     

    <13스택 증폭 광풍난격>

    <14스택 증폭 광풍난격>

    <12스택 증폭 광풍난격>

     

    검사는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

    뉴비들의 상식이 무너지는 개사기 원거리 공격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나와 카시아.

    두 사람을 향해서 동시에!

     

    ‘카시아가 버틸 수 있을까?’

     

    이번 회차의 카시아는 엄청나게 강하다.

    아카디아가 다재무능이 아닌 다재다능 아카디아가 되었다면 카시아는 전격능력의 랜덤변동게이지가 오른쪽 끝까지 최대치로 올라간 느낌.

     

    “이야압!”

     

    <얼음벽생성>

    <강철화>

    <지탱>

    <다중방벽>

     

    겹겹이 세우는 방어벽이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는 광풍난격에 연달아 펑펑 터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훅훅 아래로 까이는 자연마나들.

    완드가 마나를 흡수하는 것보다 홀리 미러가 주변 자연마나를 흡수해서 광풍난격으로 배출하는 위력이 몇 곱절은 더 강하다.

    1학년에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용사.

    어째서 고인물들이 그렇게 평가하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강함이다.

     

    “으읏. 자존심 상해!”

     

    검사 오크노디가 슈슉 슈슈슉 잔상도 만들고 막막 이케 저케 찌르기도 잘하고 매섭다면 마법사 오크노디는 마법을 폭격처럼 쏟아붓는 대마법사의 풍모를 보여주고 싶었건만.

    개인적인 희망이 무색하게도 용사의 파상공세에 수비조차 급급하더니 이제는 끌어올 자연마나마저 부족해서 방어벽이 다 떨어진다.

     

    쾅!

     

    그래도 어떻게든 마나를 쥐어짜내어서 마지막 광풍난격을 막아냈다.

     

    “방심 따윈 없어. 첫 번째가 끝났다면 두 번째 파상공세를 이어나갈 뿐이야.”

     

    홀리 미러가 다시금 빛을 분출하며 검격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광풍난격을 막느라 애를 먹는 사이, 몇몇 거울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스택을 올려두었던 절명기들이 위력이 폭증한 상태로 거울 표면에 떠오른다.

     

    ‘와. 제일 지독한 각성을 했네!’

     

    저거, 게임에서는 2학년 여름방학은 되어야 챕터보스를 잡을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챕터 4 : 고요한 죽음, 침묵의 숲>의 챕터보스, 사다코 교수님의 애완나무 포피.

    발성을 막아 스킬발동 및 영창시전을 원천차단하며 가까이 접근할수록 독과 저주 데미지를 주고, 피격 시에는 랜덤한 저주를 마구 추가시키는 미친나무.

     

    마법사라면 무영창을, 검사라면 체화를, 스킬발동의 제약을 뚫는 높은 숙련도로 승부를 보는 챕터이지만 용사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홀리 미러.

    스킬이 사용한 원거리에서 내부에 거울을 잔뜩 띄우고 검격을 거울에 쏟아 부어 보스 근처의 거울에서 마구마구 사출시킨다.

    플레이어가 용사와 함께 도전한다면 거울을 지키기만 해도 능히 1인분을 할 수 있는 용사참전루트!

    개사기 미친나무 포피도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나갈 억까패턴을 몸소 상대하니 포피(아직 안 죽음)의 서러운 마음이 절로 이해가 간다.

     

    “모두들 거울을 깨십시오!”

     

    그런데 이 억까패턴을 동료들이 참전해서 막았다.

    지젤의 외침을 시작으로 모두가 근처의 거울에 공세를 펼쳤다.

     

    <흑암비도술>

     

    멋지게 비수 여러 개를 흩뿌리는 즈앙.

     

    <손도끼던지기>

     

    손도끼를 던져 거울을 깨부수는 헤스티아.

     

    <투척>

    <투척>

     

    열심히 돌과 얼음파편, 심지어는 피구공을 주워 던지는 이사벨과 손오천, 도로시, 그 외 기타등등.

     

    “윽. 우리 공격은 왜 한 번에 거울이 깨지지 않는 거야?”

    “역장이 쳐져있으니까. 안목키우기 강의를 들으면 알 수 있어. 요리를 해도 눈대중으로 감이 오고.”

    “요리가 상관이 있어!? 그보다 헤스티아는 한 번에 하나씩 와장창 깨부수잖아! 즈앙도 적중할 때마다 잔뜩 금이 가게 만들고.”

    “뭔 뻔한 소리를 하냐. 쥐방울의 위험한 친구들에 비하면 우리가 더 약해서 그렇겠지.”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보탬을 주는 모두에게 건재한 거울의 공격이 분산되었다.

     

    “꺅!”

    “악!”

    “윽.”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탈락하는 1학년들.

    후반까지 버텼던 상급반 학생들과 하급반에 머무르기엔 아쉬운 실력을 지닌 숨은 에이스들이 줄줄이 쓰러져나간다.

    그런 모두의 희생 덕분에 내게 향하는 공격이 옅어진 지금이 기회였다.

     

    ‘흥. 어차피 내 근처의 자연마나는 전부 거울이 뺏어갔으니 내 공격 따윈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거지?’

     

    속셈이야 뻔히 읽힌다.

    용사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폭주기>

     

    자연마나가 없다면 체내에 사역한 고유마나를 쓴다.

    당연한 상식 아닌가.

     

    “검과 마법을 따로 쓰는 여유는 여기까지야.”

     

    용사의 반격에 바닥을 구르며 발치를 구르던 이사벨의 장검을 들었다.

    탈락 직전에 손오천의 힘을 빌려 이쪽까지 던져진 무기다.

    한 손에는 검, 다른 손에는 완드.

    풀템을 장착하고 나니 전의가 고양된다.

    애 하나 돕겠다고 귀한 포인트도 포기해가며 나를 도운 뉴비들의 마음씨는 솔직히 감동적이다.

    이러니 이 게임을 수도 없이 반복했지.

    억까는 많고 운빨도 심하게 타는 게임이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주조연 NPC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씨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받게 만든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버텼어.”

    “안 돼. 아직, 이 정도로 쓰러져서는…! 내게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도움을 주었던 오크노디가 도움을 바라고 있는데, 뭐라도 해내야만… 억!”

     

    난리 통에 주목받기 싫은 자쿠는 슬쩍 공격을 막는 척 선을 밟아 탈락하고, 성실히 단련하던 모브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검격에 맞다가 투구가 거꾸로 돌아가 서른 대쯤 얻어터지고 기절했다.

     

    “큭, 오크노디와 카시아는 이런 공격을 계속 받아내고 있었던 건가?”

    “…수지가 안 맞아. 암살의뢰였다면 이런 엉터리 같은 난이도, 함정에 빠졌다고 할 수준이야.”

     

    헤스티아와 즈앙조차도 슬슬 벅차하는 공세.

    정작 이슈타르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예상보다 거울의 소모가 너무 컸다.

     

    “…몰래 수작을 부리던 사람이 있었네.”

    “갸하핫. 눈치 채는 게 늦었다고?”

     

    정신을 집중하자 이슈타르의 기감에 범인의 모습이 걸렸다.

    혼란을 틈타 무음마법을 걸고 몰래몰래 총질을 하며 거울을 깨던 사략해적 지고쿠!

    지고쿠마저 탈락하니 무력상위권의 네임드들도 줄줄이 탈락했다.

    가히 용사 혼자서 1학년 전체를 압살해버리는 구도.

    그러나 충분히 빨리 이들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이슈타르의 실수였다.

    마침내 오크노디가 암흑마나의 폭주기가 만족스러운 수준의 충전을 끝마쳤다.

     

    “못된 용사, 혼쭐을 내줄 테다!”

     

    형형색색의 3단계 무지개볼보다 상위단계의 필살볼.

    4단계 피구공이 새카만 흑암의 색을 띠며 느릿느릿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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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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