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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4

       자신감, 투지, 불안 등이 뒤섞여 생성된 묘한 긴장감이 강당 안에 들끓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다른 팀의 전력을 탐색하며 서로 수군거리기 바빴다.

         

       제일 눈길을 많이 받은 것은 역시 괴물서커스 쪽이었다.

       ‘프랭크 10’이라는 화제의 주연 중 무려 3명이나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괴물 단원들의 외모가 유난히 눈에 띄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곳에 모인 서커스단 중에 인원이 제일 적어서 그런지 몰랐다.

         

       어느 쪽이건 그들에게 있어서 썩 유쾌한 시선은 아니었다. 경멸하거나, 혐오하거나, 깔보거나 셋 중 하나라는 의미니까.

         

       “시험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축하 공연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은 힘자랑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쇠 파이프를 엿가락처럼 휘더니 파티 광대들의 주특기 중 하나인 ‘풍선 강아지’를 만들어냈다. 놀랍게도 그것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쇠의 강성과 연성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그것을 정확하게 비틀어낼 힘과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쇠 파이프를 꺾어 만든 강아지 5마리를 일렬로 늘어놓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별 기대 없이 바라봤던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과연 레카체프군.”

       “명불허전이야.”

         

       애들 장기자랑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바라보던 곡예사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동아리별로 적게는 3명, 많게는 20명의 학생이 올라와 차례차례 재주를 펼쳤다. 그들의 공연은 구성이나 연출 면에 있어서는 단순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술은 그런 단순함을 상쇄할 만큼 정교했다. 처음 보였던 쇠 파이프 강아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동아리 하나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펼치는 곡예는 여기 모인 곡예사들에게 따라 해 보라고 해도 대부분 열 번 시도해서 한두 번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고난도였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것들을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막힘없이 펼쳐냈다.

       레카체프라는 이름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그들은 음악, 분장, 특수효과 등.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는 다른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 오직 순수한 기술만을 사용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었다. 곡예를 익혀본 사람일수록 그들의 곡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엘리트 집단만이 보일 수 있는 세련된 자기과시였다.

         

       괴물 서커스의 단원들도 재주 하나가 끝날 때마다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 명을 빼면 말이다.

         

       “뭔가 아쉽네.”

         

       엘라는 다른 사람 귀에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도 저들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강철 훌라후프 수십 개가 휘젓는 공간 속을 십수 명의 사람이 서로 몸을 부딪치지 않고 사방팔방 뛰어다닐 때는 그녀도 놀랐다.

       그녀 혼자서는 충분히 가능한 곡예였지만, 저걸 십수 명이 합을 짜서 해내는 것은 확실히 감탄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공연을 볼 때는 어디까지나 관객의 시선으로 즐기길 좋아했다. 그녀가 보기에 그들의 공연은 일부러 재미를 거세시켜 놓은 것처럼 기계적이었다.

         

       그녀라면 좀 달리했을 것이다. 훌라후프의 색도 좀 더 화려하게 칠하고, 동작도 딱딱한 제식이 아니라 흥겨운 군무의 형태로, 거기에 재미난 변수를 유발하는 복장을 추가하고, 화려한 빛과 음악까지 곁들여 노래를 부르고 결정적인 부분마다 추임새와 농담도 넣어서, 80%, 아니, 그 이상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자신들의 곡예에 집중하는 레카체프 학생들의 굳은 표정을 보면 그들에게 그런 여유는 없어 보였다.

         

       그녀의 그런 아쉬움과 별개로 축하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무리 인사를 하는 학생들에게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늘 엄격하던 엘파라 교수도 그들의 무대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학생들이 모두 내려간 무대 위로 올라와 관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서커스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엘라는 기시감을 느꼈다. 이것은 4개월 전에도 봤던 장면이었다.

       장미 풍차 카바레의 경영자 브왈레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그때, 그는 흥행이라고 답했다.

         

       “다른 극장에서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 저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말도 다 맞습니다. 흥행, 연기력, 지식 등 그 외의 것들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곡예 그 자체 아닐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객석을 바라봤다. 학생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그녀가 질문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 학교의 교훈이 뭐지요?”

         

       그녀의 질문에 모든 학생이 동시에 소리쳤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겁니다!”

         

       수백 명의 목소리가 강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방금 그들이 보인 높은 수준의 곡예를 봐서일까. 몇몇 곡예사는 그들의 기백에 압도당했다.

       엘파라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기술은 몸에 체득하는 것. 배우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건 필연입니다. 그리고 넘어지려면……우선 달려야 하지요.”

         

       그녀가 허공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거대한 두루마리가 바닥까지 펼쳐졌다.

         

       “여기 있는 서커스단 중에는 신입생 선발 시험에 참여했던 곳도 있을 겁니다. 거기서 맨 마지막 과제였던 ‘출발! 드림 레이스’를 기억하시나요?”

         

       엘라와 레이나는 2개월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26기 수석 졸업생 찰리가 설계한 장애물 경주.

       둘에게 있어서 그것은 별로 좋은 추억이 아니었다. 거기서 한 사람은 크게 다쳤고, 한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예선전 시험은 그것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전체를 무대로 하는 레이스!”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는 두루마리에 적힌 표제를 읽었다.

         

       “아크로바틱 러시!”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갈채가 쏟아졌다. 그들은 잔뜩 흥분해서 발을 구르기까지 했다. 매일같이 고된 훈련을 거듭하는 학교생활에 있어서 예선전이 열리는 주간은 그들에게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다.

         

       그들에 비해 대회 참가자들은 비교적 침착했다.

       서커스 그랑프리가 시작한 지 이미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6대 극장이 어떤 시험을 내는지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학생들의 환호가 가라앉고 엘파라가 본격적으로 예선전의 세부적인 규칙을 설명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그 부분부터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6대 극장의 시험은 큰 틀에서는 같았지만, 시험을 치를 때마다 매번 조금씩 규칙이 수정되고 있었다. 당장 장미 풍차 카바레의 시험만 해도 첫 번째 시험에서는 사은품 문제 때문에 논란이 있었고, 괴물서커스단이 치른 세 번째 시험에서는 시장 가격을 측정할 수 없는 물건 때문에 주최 측에서 골머리를 앓았어야 했다.

         

       그들은 변경되거나 추가되는 부분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설명을 경청했다.

         

       “학교 안에는 ‘별’로 교환할 수 있는 트로피가 3개 숨겨져 있습니다.”

         

       교수 중 한 명이 견본 트로피를 단상 위에 들고 올라왔다. 그것은 바닥에 둬도 보통 사람 허리에 닿을 만큼 컸다.

         

       “그 트로피가 들어있는 보물상자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여러분의 목표입니다.”

         

       두 번째 두루마리가 펼쳐졌다. 그것은 첫 번째 것보다 몇 배는 넓었다. 그곳에는 상공에서 본 학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시험 당일, 우리 학교 전체는 거대한 장애물 경기장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곡예 기술을 활용해야 하죠.”

         

       레카체프 출신의 사람들과 학교 견학을 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는 정지 마찰력 이상의 힘을 유지해야 열리는 문을 떠올렸고, 마야는 자신이 계단을 만들어 올랐던 중앙 정원의 대나무 숲을, 엘라는 목에 방울을 달고 길목에서 잠들어 있던 호랑이를 떠올렸다.

         

       “아마 경연 당일, 학교는 여러분이 기억하는 것 이상의 장소로 변해 있을 겁니다. 좀 더 어려운 레벨의 함정과 장애물이 추가됩니다. 거기다 우리는 경연에 예테린푸르크 시를 대표하는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바로 ‘테트로미노 광장’에 있는 바닥 타일이죠.”

         

       학교 지도 위로 빽빽한 격자가 떠올랐다. 격자를 이루는 칸은 총 10가지 색깔로 칠해져 있었다.

         

       “각 서커스단에는 한 가지 색깔이 부여됩니다. 보물찾기에 나선 참가자는 자신이 소속한 서커스단의 색깔이 있는 땅만 밟을 수 있습니다. 각 팀에 배분된 색을 확인해주십시오.”

         

       엘라는 두루마리에 떠오른 글을 읽고 입맛을 다셨다.

         

       “우린 빨간색이네.”

       “황금 카니발은 노란색, 은막은 회색이군요.”

       “핫핫, 이거 은근히 직관적입니다?”

         

       사람들이 각 팀이 받은 색깔은 무엇인지 살피는 동안 엘파라 교수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바닥에는 10가지 색의 타일이 무작위로 배치될 것입니다. 물론 진짜 패널은 아닙니다. 우리 학교의 환상 마법사들이 옅은 조명을 바닥에 덧입히는 것으로 구현했습니다. 방금 말했듯 각 팀은 각자의 색에 해당하는 타일만 밟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색을 밟는다면 그 참가자는 탈락해 그 칸에서 더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탈락한 참가자가 3명이 되면 그 팀은 실격입니다.”

         

       공격적인 탐색.

       그 목표는 트로피 획득.

       그것을 막는 3아웃 제도.

         

       원더스타인은 야구를 떠올렸다. 학교를 무대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점수를 내는 타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럼 투수와 수비수들도 있나?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엘파라 교수는 그가 궁금해하는 것을 말했다.

         

       “보물 탐색 팀에 참가할 수 있는 단원은 최대 5명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단원들은 그냥 놀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탐색 팀이 학교를 돌아다니는 동안 다른 단원들은 이 강당에서 ‘미니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엘파라는 강당 구석에 쌓여있는 곡예 훈련 기구들을 가리켰다. 그것들은 신입생 선발 시험에 사용되었던 물건들이었다.

         

       “5분마다 이곳에서 10개 서커스단의 대표 선수들이 나와 하나의 곡예 기구를 두고 기록 경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그 순위에 따라 ‘동전’이 누적되지요. 1등은 10개, 10등은 1개. 180분 동안 총 36번의 미니 게임이 펼쳐지죠.”

         

       그녀는 동전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했다.

         

       발견한 상자를 여는 데는 100개.

       탈락한 참가자를 다시 살리는 데는 30개.

       무작위 효과를 가진 아이템 카드를 구매하는 데는 10개.

         

       즉, 학교 탐색 팀이 게임의 승리를 위한 ‘창’이라면, 강당 팀은 그들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방패’였다.

         

       학교 내부에서 상자를 탐색할 팀은 ‘최대’ 5명의 단원을 넣을 수 있었고, 강당에서 미니 게임에 임할 팀은 ‘최소’ 5명을 넣어야 했다.

         

       즉, 많은 인원수로 탐색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없었고, 우수한 한두 명의 단원으로 미니 게임을 제패할 수도 없었다.

         

       “서커스단별로 각 팀에 어떤 단원이 나갈지 정해 경연 전날까지 그 목록을 제출해주십시오.”

         

       창 팀과 방패 팀.

       각각 5명씩 베스트 멤버를 고르는 것이 이번 예선전의 최적값이었다.

       벌써 각 서커스단 내부에서는 누가 나갈지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인원수가 적은 괴물서커스단에게 그런 경쟁은 사치였다.

       그들에게 사람을 고를 여유는 없었다.

       전원이 출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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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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