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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4

       오늘도 화창한 아가씨의 저택.

         

         

       오랜만에 저택에 돌아온 나는 개집에서 한스와 놀고 있는 곰탕이를 바라보며 의문을 뱉었다.

         

         

       “뭐지.”

         

         

       분명 뒷산에 그럴듯한 은신처를 구해줬는데, 왜 개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지.

         

         

       나는 곰탕이 옆에 놓인 한스의 밥그릇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행히 개밥을 먹는 건 아니었지만 사서 고생을 택하는 한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소설 속에서 비중 있는 악역으로 등장했었는데 말이지.

         

         

       -크하하하하!!! 힘…! 힘이 느껴진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스는 엉덩이를 개집에 들이밀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오셨습니까?”

       “아…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인님.”

       “호칭이 어째 매번 바뀌십니까?”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다면 주님으로 바꾸겠습니다.”

       “아닙니다. 그게 더 불편합니다.”

         

         

       한스는 밝게 웃으며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던가, 신성 모독…아니, 시비를 건 사람은 없으셨습니까?”

       “아니요. 없었습니다. 아…. 한 명 있기는 했었는데….”

         

         

       한스는 눈에 광기를 불태우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누구입니까?! 감히 어떤 놈이 신성을 모독했습니까?”

       “볼프강… 아니, 한스 씨 호칭이 또 바뀌지 않았습니까?”

       “볼프강… 볼프강… 알겠습니다.”

         

         

       한스는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볼프강이라는 이름을 마음속에 적어두고서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나를 바라봤다.

         

         

       “더 없습니까?!”

       “네.”

       “…아쉽군요.”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스에게 말을 건넸다.

         

         

       “저택에 별일 없었습니까?”

       “침입자도 없었고 청소도 제가 다 했습니다.”

       “쉬셔도 되는데.”

       “제 삶의 낙이랍니다.”

         

         

       상당히 이상한 쪽으로 돌아서 버린 한스였다.

         

         

       한스는 머리를 야금야금 물고 있는 곰탕이를 떼어내면서 조심스럽게 개집 안으로 들어갔다.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서.

         

         

       개집 안에 땅굴을 판 모양인지 깊숙한 지하로 들어가는 한스의 뒷모습에 나는 작별 인사를 한 뒤, 뒷발로 머리를 긁고 있는 곰탕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곰탕이.”

       -곰.

       “동거인은 마음에 들어?”

       -곰곰.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곰탕이.

         

         

       확실히 머리가 큰 곰이라서 그런지 말귀를 잘 알아들었다. 한스를 비상식량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집 잘 지키고 있어. 나는 아가씨 데리고 올 테니까.”

       -곰.

       “왜?”

         

         

       곰탕이는 어슬렁거리면서 내 발목을 붙잡았다.

         

         

       반려곰답게 조심스럽게 발목을 물어서 대가리를 들이미는 곰탕이. 솔직히 잡아먹힐 것 같아서 무서웠다.

         

         

       곰탕이는 입에 물은 편지를 바닥에 놓으며 나를 바라봤다.

         

         

       -곰.

         

         

       어디서 물어온 지, 하얀색 편지봉투를 물어온 곰탕이는 빨리 열어보라는 듯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무서우니까, 좀 떨어져.’

         

         

       어색한 미소와 함께 편지를 주운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곰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편지가 왔니?”

       -곰.

       “누구한테 왔어?

       -곰곰.

         

         

       역시 동물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

         

         

       나는 작게 곰탕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이내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쳐봤다.

         

         

       꽃향기가 났다.

       최근, 수도에서 맡았던 꽃향기가 편지봉투 안에서 은은하게 났다.

         

         

       이 꽃 이름이 에델바이스였던가, 화려하진 않지만 청량한 꽃향기가. 아마도 맞겠지.

         

         

       편지봉투 안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에 나는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격도 급하셔라.”

         

         

       나는 호기심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펼쳤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인사드린 미사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편지에 놀라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지난번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리카르도…님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략

       지난번에 말씀해주신 검술 지도. 받을 수 있을까요?

         

         

       편지에는 구구절절한 인사말과 함께 회신을 받을 장소가 적혀있었다. 수려한 글씨였다. 누군가와는 다르게 정말 수려한 글씨.

         

         

       나는 편지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긴 하나 보네.”

         

         

       그것 때문인가.

         

         

       아카데미 실종 사건.

       연달아서 일어나는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학생회가 모험을 시작하는 스토리 때문에 급하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나 싶었다.

         

         

       최근에 아카데미에서 대주교의 습격도 있고 했으니까, 전력 보충이 필요해서 내게 배움을 청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미하일이 나를 찾아와서 배우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로웬이 스승이긴 했지만, 시간이 넘쳐나는 사람은 아니었고 혼자서 실력을 늘리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

       

         

       미하일의 상황을 이해하며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내 곰탕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물었지.

         

         

       “곰탕아 혹시 글씨 쓸 줄 아니?”

       -…

       “오빠가 글씨를 워낙 못 쓰잖아. 아가씨한테 시키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 곰탕이가 오빠 대신에 써줄 수 있어?”

       -곰?

         

         

       곰탕이는 동족을 바라보는 듯한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는 부탁을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2’세 곰탕이는 뒷발로 머리를 긁으며 하품을 뱉었다.

         

         

       -고오오오옴~

         

         

       “고기 줄게.”

         

         

       곰탕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육중한 엉덩이로 흙바닥에 앉은 곰탕이는 잘빠진 앞발을 들어 내게 손짓했다.

         

         

       “뭐.”

       -곰.

       “아, 펜 달라고?”

       -곰곰.

       “고마워 나중에 오빠가 간식 많이 줄게.”

       -곰곰.

         

         

       역시 누구 집 반려견…. 아니 반려 곰인지 모르겠지만 똑똑한 아이였다.

         

         

       곰탕이는 거대한 앞발에 펜을 끼우고 발목을 움직였다. 발로 쥐기에는 팬이 너무 작았기에 두 발가락만을 이용해서 글씨를 쓰는 곰탕이.

         

         

       집중하는 곰탕의 미간에 덩달아 나도 주먹을 쥐고 곰탕이의 발짓에 집중했다.

         

         

       “내일 오후 두 시.”

       -곰 곰곰곰 고고고곰.

         

         

       “하멜 산맥 평야로 와주세요.”

       -고고고곰.

         

         

       곰탕이는 앞발로 주둥이를 닦으며 내게 편지지를 보여줬다.

         

         

       “오…!”

         

         

       [고고고곰. 고고고고곰.]

         

         

       “오….”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 보다.

         

         

       나는 곰탕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개집을 문을 두드리고 한스를 불렀다.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무리수를 둔 것 같았다.

         

         

       “리카르도 배고파!”

         

         

       담벼락 너머로 들리는 아가씨의 목소리에 나는 한스에게 편지지를 넘겨주고 자리를 떠났다.

         

         

       아카데미 실종 사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으로 사도를 보는 에피소드를 미하일이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질 않았다.

         

         

       ***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하멜 산맥 평야 아래.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온 미하일은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마법으로 길렀는데 이상하지 않을까.

       화장이 이상하진 않을까.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미하일’이란 이름을 싫어한다는 거겠지.

         

         

       미하일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평소에 들고 다니는 검이 아닌, 리카르도가 말해줬던 작은 크기의 검을 가지고 말이다.

         

         

       미하일은 익숙하지 않은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폈다가를 반복했다.

         

         

       잘할 수 있을까, 그 아이를 속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하는 걱정을 뱉으면서 미하일은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고개를 숙였다.

         

         

       “…싫어.”

         

         

       미하일은 거짓말하는 자신이 싫었다.

         

         

       날씨는 좋고 몸은 가벼운데, 마음은 좋지 않았다. 의미 없이 가슴은 뛰고 있고 그 소년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은 좋고.

         

         

       “왜 이러는 거야… 정신 차려.”

         

         

       본인도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자신을 덮쳐온다. 설레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두려워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파도를 말이다.

         

         

       지난날 동안 수없이 울었다. 방안에 틀어박혀서 자신이 그동안 어떤 말을 해왔는지, 그의 충고를 어떻게 무시했는지를 떠올리면서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제발, 제 말 좀 들으세요.

       -내가 네 말을 왜 들어야 하는 건데, 너 같은 사람이 되라고 그러는 거잖아. 안 그래?

       -그래야 제가 일을 덜 하지 않겠습니까. 연장 근무 하는 건 싫단 말입니다.

         

         

       ‘꽈악’ 주먹이 쥐어진다.

         

         

       수많은 시간 동안 리카르도에게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깨닫게 된다.

         

         

       조금만 더 착하게 말했다면.

       단 한 번만 그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면서.

         

         

       미하일은 고개를 숙이고 슬픔을 삼켰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확실하게 귓가에 꽂히는 목소리가 숲의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여기에서 서 있으면 잘 보이겠지.”

         

         

       리카르도였다.

       자신의 위치를 쉽게 알리기 위해 주변의 풀을 베어오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40분이나 남았는데.

         

         

       리카르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늘 보여줬던 붉은 머리를 가지고.

       걱정 없는 미소와 함께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주먹이 쥐어진다.

       홀로 서 있을 때보다 더욱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쥐다가 손바닥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쓰라리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표정 지으면….”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야…”

         

         

       소년의 해맑은 미소가 미하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죄어왔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가슴이 조여온다.

         

         

       리카르도는 나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어? 미사 씨!”

         

         

       손을 가볍게 흔들며 내게로 천천히 걸어오면서 오른손에 들었던 검을 황급히 검집에 집어넣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왔다.

         

         

       “언제부터 계셨던 겁니까? 날씨도 더운데.”

       “…”

       “더위를 먹으셨나 보군요. 말을 못 하는 것 보니까.”

         

         

       이마 위로 손을 들어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습이 어찌나 이리 달콤한지. 미하일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터질 듯한 죄책감을 느끼고 말이다.

         

         

       리카르도는 미하일의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며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그늘에 앉아 쉴까요?”

         

         

       미하일은 굳게 닫았던 입을 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네.”

       “혹시…”

       “혹시…?”

       “제가 가지고 온 검.”

       “네.”

         

         

       미하일은 검을 리카르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잘 가지고 왔나요? 평소에 쓰던 검 말고 다른 걸 가져왔는데.”

         

         

       리카르도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합니다.”

       “…그런가요?”

       “네.”

         

         

       리카르도는 지금까지 보여준 미소 중 가장 환하게 웃으면서 미하일에게 말했다.

         

         

       “미사 씨 체형에 딱 들어맞는 검입니다.”

         

         

       리카르도는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가지고 왔네.’

         

         

       리카르도는 오랜 시간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미하일의 어머니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지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검술 파트는 짧게 가져가겠습니다!

    [후원 감사]

    비공개로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흐이이익! 감사합니닷!!!
    이 요정 요즘 콧물이 흐릅니닷…!
    실수로 에어컨 온도를 낮게 맞추고 잠에 드는 바람에…!
    전기세도 왕창…! 냉방병도…!
    독자님도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마법의 요정! 이불과 에어컨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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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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