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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4

       “목표라.”

       

       대뜸 쏘아진 물음에 한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서우는 아피스에서 천마라는 캐릭터에 한해 세계제일이라 여겨졌던 사람이다.

       

       그러니만큼 이러한 질문을 받아 본 경험도 많다.

       

       천마 캐릭터를 어찌하면 더 잘 다룰 수 있느냐.

       

       천마신공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가.

       

       그래서 이런 물음에 꺼내는 답변도 정해져 있었다.

       

       “그건.”

       

       이제는 녹음기 소리를 듣게 된 답변을 꺼내려던 그는 문득 설아가 이런 걸 궁금해 한 게 아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떠올렸다.

       

       “저번에 물어보셨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죠?”

       “네.”

       

       그 때 한서우는 변변찮은 대답을 건네주지 못했다.

       

       그의 대답을 그의 스승이 대신했기 때문에.

       

       신교의 살아 움직이는 신이 다른 이에게 답변을 내어주었는데 그가 무얼 첨언을 하겠는가.

       

       그 이후로 따로 연락을 할 일도 없었기에 한서우는 설아에게 무언가를 알려준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 하는 이야기는 처음으로 꺼내는 이야기였다.

       

       “제 목표는 하나였어요. 강해지는 거.”

       

       아피스에서 천마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최상위권에 오른 그 순간부터 한서우의 목표는 하나뿐이었다.

       

       강해지는 것.

       

       자신의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을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서는 것.

       

       그 당시에도 한서우는 분명 실력 있는 게이머였지만 그렇다한들 최고의 게이머는 아니었다.

       

       혹시나 실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몇 달 동안 폐인처럼 튜토리얼을 반복해서 삼장로를 쓰러트려 보상을 받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여전히 벽은 높았다.

       

       몇 번인가 유의미한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그 뿐.

       

       한서우의 끝은 언제나 패배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가 화룡무인의 세상에 무작정 뛰어들어 천마신교를 찾아 헤맨 것도 그러한 연유였다.

       

       자신의 앞에 도사린 벽을 깨기 위해서.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네? 그치만.”

       “천마신공을 다룰 때에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요. 어떻게 하면 눈앞의 상대를 박살낼 수 있을까. 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까.”

       

       한서우는 딱히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고 목표로 하는 것은 그가 최고가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달라진 적이 없으니까.

       

       스승님에게 몇 번이나 박살나고, 다른 장로들에게 무시당하고, 다른 실력있는 프로게이머에게 패배를 경험하더라도.

       

       그의 목표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전 마음가짐이나 깨달음 같은 건 잘 몰라요. 그걸 가지고 생각하거나 고민해본 적이 없거든요.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을 보며 스승님께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스승님께서는 너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만 하셨죠.”

       

       충분히 기만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임을 알면서도 한서우는 자신의 진심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괜히 배려를 하겠다고 말을 비비 꼬아봐야 설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았으니까.

       

       만일 설아가 그와 함께 경쟁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승부욕에 말을 비비꼬았을 테지만 그녀는 그저 천마신공을 다루기를 원하는 여자아이일 뿐이었으니.

       

       그는 그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이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모든 말을 끝마친 한서우는 가만 설아를 살폈다.

       

       갈 곳을 잃어버린 그녀의 손을.

       

       축 늘어진 어깨를.

       

       황망히 자신을 담고 있는 눈동자 안에 비친 자신을.

       

       설아도 그러했다.

       

       그녀도 한서우의 눈동자 안에 새겨진 우둔한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기가 걷고자 했던 길을 저만치 먼저 걸어갔음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을 하고 있는 남자의 앞에서 작아진 자신을 말이다.

       

       설아가 보기에 한서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설아는 달랐다.

       

       수도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고민하기를 반복했던 그녀는 한서우가 내뱉은 말의 뜻을 이해했다.

       

       정답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그를 가르치는 이가 걱정할 필요 없다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이미 그가 정답에 도달해 있다는 소리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답에 도달해 있었으니 고민할 이유가 없단 소리였다.

       

       누구는 밤낮을 지새워가며 생각하고 고민해도 이르지 못했던 대답이었는데 말이다.

       

       설아는 손을 뒤로 감추며 자신의 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렀다.

       

       피가 스며나올 정도로 강하게.

       

       한서우는 질투의 대상이긴 했으나 그와 동시에 도움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신교의 천마가 그를 옳다고 말했다는 것은 한서우라는 사람 자체가 정답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네요. 어서 가죠. 먼저 가있으라고 하셨으니까요.”

       “네.”

       

       설아는 한서우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생각했다.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

       

       그게 정답인걸까?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그걸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는걸.

       

       난 강해지고 싶었어.

       

       천마신공을 배우고자 했던 이유도 그거고.

       

       화룡무인의 세상에 미친 듯이 살던 것도 그거야.

       

       그렇지만 화령님은 나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어.

       

       단순히 강해지고 싶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겠지.

       

       그럼 뭐가 문제인 걸까.

       

       내게 무엇이 부족하기에 문제가 되는 걸까.

       

       “수제자시여. 이 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허락된 곳이 아닙니다.”

       

       설아와 한서우가 문턱을 넘으려하자 한 사람이 걸어 나와서는 그를 제지했다.

       

       “스승님께서 허락하신 사안입니다.”

       

       그러자 한서우가 방금 전 친절하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를 냈다.

       

       바루를 괴롭히며 놀던 천마와 천마신교의 천마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듯 한서우도 그러했다.

       

       신교에 속한 사람들은 다들 저런 식인걸까?

       

       그러고 보면 화령님도 가벼울 때와 진중할 때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신 편이지.

       

       “허나.”

       “당신께서는 스승님의 뜻을 의심하는 겁니까?”

       

       천마의 뜻이라는 이야기에 더 할 말이 마땅치 않았던 것일까.

       

       둘을 제지하던 이는 그 이상 말을 더하지 않고 옆으로 물러섰다.

       

       그렇게 한서우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서게 된 설아는 고독의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의 면면을 눈에 담게 되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겨 있었다.

       

       보통 창작물에서 천마신교에 속한 사람들이라 하면 광인으로 묘사되기 마련이다.

       

       눈에는 혈기가 서려 있고 정상적인 언어가 통하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목을 쳐 날리는 이들 말이다.

       

       허나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무인들이었다.

       

       누군가는 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의식을 앞두고서 자신의 무를 점검하거나 명상을 하고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긴장도 되지 않는지 의자에 드러누워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수제자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신지요.”

       

       그를 보며 신기하단 생각을 하고 있던 때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

       

       길가의 카페에 가면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 여성은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뒤의 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스승님의 손님입니다.”

       “천마님의 손님!”

       

       반짝거리는 눈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본 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이 사람은 설아와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눈에 새겨진 활기가 그를 증빙했다.

       

       “천마님께서 다른 사람을 초대하시는 건 처음 보는 듯 합니다! 당신께서는 무슨 재능을 지니고 계신가요?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기에 천마님과의 연을 얻으셨나요?”

       “어. 저. 그게. 그러니까.”

       

       방구석 외톨이인 설아는 극한에 이른 외향인을 두고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차라리 그녀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테지만 호의를 드러내니 어찌 대처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적당히 해라. 곤란해 하신다.”

       

       설아가 곤경을 호소하고 있으려니 다른 남자가 여성의 옆으로 다가와선 그를 말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 사람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천마신교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정파 어디의 일류제자쯤으로 있어야 할 캐릭터잖아.

       

       네가 그러니까 윗 분들에게 미움을 사는 거라며 다그치는 남자와 그 분들도 자기를 좋아한다며 큰소리치는 여자를 구경하던 설아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저 두 사람이 고독의 참가자라면 두 사람은 얼마 안 가서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소리잖아.

       

       근데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 수 있는 거야?

       

       당신들은 게임 속의 유저도 아니잖아.

       

       당신들에게 이 세상은 현실이잖아.

       

       자신의 친구를 자기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거잖아.

       

       “저기.”

       “네?”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에요? 조금 있으면 서로를 죽여야 할 텐데?”

       

       설아가 자신의 마음 속에 품은 의문을 드러내자 여자는 살짝 눈을 치떴다가 이내 눈웃음을 지었다.

       

       “저는 신교의 신자니까요! 이로써 누구 하나라도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해요.”

       “외부인께선 이해하기 어려울 터이나 우리의 목표는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신교의 발전입니다. 하나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죠.”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자그마한 의심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광신.

       

       그 단어가 설아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저기. 하나만 더 여쭈어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여러분은 왜 신교의 무공을 익히려 하시나요?”

       

       화령은 이야기했다.

       

       이들은 심지를 지닌 이들이라고.

       

       그 때문에 신교의 무공을 다루면서도 멀쩡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이 펼치는 무공을 구경한다면 설아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만마의 위에 서보고 싶어서요! 무엄하고 허무맹랑하다며 혼나지만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은 거잖아요?!”

       “어릴 적부터 저를 보살펴 준 신교에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려면 강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뭐야. 고독에 들어가기 전에 꿈 이야기 하는 거야? 그럼 나도 끼어야지!”

       

       두 사람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걸까.

       

       뒤편에서 무공을 점검하던 남자가 갑자기 튀어 나와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었다.

       

       자기는 최강이 되고 싶다고.

       

       천하제일이라 불리고 싶다고.

       

       그리 소리를 쳤다.

       

       그의 목소리가 컸던 탓일까.

       

       또 헛소리를 한다며 다른 무인이 튀어나와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갑작스레 시작된 소란의 중심에 서 있던 설아는 화령이 꺼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은 천마신교의 광신자들이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을 지닌 광신자들이었다.

       

       그들이 마음에 품은 것의 기반이 다른 이를 기점으로 할지라도 그를 목표로 정해 추구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의지였으니.

       

       천마라는 신을 동경하고 있을지라도 그들의 목표는 그들의 것이었다.

       

       설아의 목표는?

       

       그녀의 것이었으나 마냥 그녀의 것이라 하긴 애매했다.

       

       그는 막연한 동경이었다.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 하고자 하는 동경.

       

       그 사람의 옆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위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처럼 되고 싶기에 강해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었다.

       

       꿈을 남에게 맡겼느냐.

       

       아니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가.

       

       설아와 이들의 차이는 그러한 종류였다.

       

       그럼.

       

       그렇다면.

       

       화령님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나도 나만의 꿈을 가져야하는 걸까?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설아가 침묵하며 생각을 거듭하던 때에 방의 문이 벌컥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은 곰방대를 문 천마와 가면을 쓴 화령이었다.

       

       “나오거라. 고독을 시작하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씨앗과 진짜배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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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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