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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4

    <254 – 4단계 암흑볼>

     

    몇 안 남은 용사의 홀리 미러가 일제히 그 경로를 공으로 뒤틀 정도의 기민한 반응!

    난리 통에 회수한 공에 암흑마나 폭주기로 끌어올린 힘을 있는 힘껏 주입해서 날렸다.

    이 공의 위험성을 느낀 모양이지만 이미 늦었다.

     

    ‘막으려면 암흑마나 폭주기를 일으키는 도중에 막았어야지.’

     

    한 번 발동하면 일 터지는 필살기들이 있다.

    마왕의 <즉사광선>이나 신들의 졸렬한 <이단선포>, 드래곤교장의 <학사경고>가 그렇다.

    4단계 암흑데스볼은 그런 발동하면 못 막는 필살기패턴에서 영감을 얻었다.

     

    “크읏…!?”

     

    용사의 눈이 다급해졌다.

     

    <전력개방>

     

    지렁이도 밟으면 크와앙 입을 열어 발목을 물어뜯는다더니 궁지에 몰린 용사의 저항도 만만찮았다.

    남은 홀리 미러들이 일제히 세차게 빛을 뿜어내며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 그 이상의 엄청난 고출력을 발휘하였다.

    잔여 절명기를 모조리 쏟아 붓는 분배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총공세!

     

    ‘카시아라도 이 정도 공격을 혼자 몰아서 받았으면 탈락했겠어!’

     

    심지어 그 사이에도 발칙한 함정을 숨겨두었다.

    평범한 강화절명기로 보이는 것들 사이로 음습하게 날아드는 색이 다른 검기가 하나.

    몰래 숨겨둔 100스택 절명기가 튀어나올 때에는 용사의 철두철미함에 고인물인 나도 깜짝 놀랐다.

     

    투콰앙!

     

    세찬 폭발에 걸음이 떠밀릴 정도의 위력!

    두텁게 일어나는 폭연에 잔기침이 콜록콜록 나왔지만 연기 사이로 드러나는 형상에 희비가 엇갈렸다.

    검격이 아닌 공.

    느릿하게 전진하는 공의 형상에 깨달았다.

    4단계 블랙공이 용사의 100스택 발목트랩을 이겼다.

     

    “헤헹. 내 필살기가 이겼다!”

    “나조차 막기 벅찬 일격을 저지했어…?”

     

    강한 공격은 기믹을 지니고 있다.

    용사의 기믹은 거울을 통해 공격을 저장, 거울 사이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스택을 증폭시키거나 예기치 못한 경로에서 기습, 혹은 다방면 공격을 한다.

    저장과 스택증폭, 그리고 발사.

    이것이 홀리 미러의 요체.

    내 기믹은 이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다.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도화지에 칠한 낙서처럼 아주 간단하다.

     

    색이란 겹치면 겹칠수록 검정에 가까워진다.

    속성도 다르지 않다.

    속성의 융합.

    이중속성부터 시작되는 다중속성.

    단순한 물보다 바람을 섞은 수압이 강력하고 섞이지 않는 물과 불을 응용하여 뜨겁게 끓어오르는 수증기로 호흡기관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다중속성은 모든 마법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칠 필연적인 통과의례.

    정상에 다다르는 자는 언제든 간에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아는 모든 속성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물론 그것이 세상의 모든 속성을 포함하지는 못한다.

    단지 자신의 앎의 범주에서 최대치를 노릴 뿐.

    그마저도 능력이 부족해서, 자원이 부족해서, 여러 여건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몇몇은 제외되고 타협하게 된다.

    그런 부족한 속성마법을 마탑주들은 <궁극마법>이라고 거창하게들 부른다.

     

    ‘나도 당장은 전부 담아내기엔 부족하지!’

     

    모르는 속성은 없다.

    그러나 신체가 무르익지 못했다.

    무수한 속성을 견딜 강철보다 튼튼한 230cm의 신체가 없고, 마르지 않는 바다와도 같은 마나를 자처하기에도 부족하다.

    타협은 했다.

    마탑주들이 했던 것 이상으로.

    아마도 궁극마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밑줄이라면.

    궁극을 넘보는 기예, <비전마법>의 경지라면.

    이 작은 피구공 하나로도 능히 담아낼 수 있다.

     

    “4단계 암흑볼.”

     

    계열 – 암흑마법, 생활마법, 강화마법, 비전마법

    발동 – 모으기

    전문화 – 전능, 상쇄, 흡수, 추적, 무력화

    페널티 – 패배 시 경지퇴보

     

    원본이 되는 <모으기> 마법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청소 도중에 먼지 모으기.

    세탁물의 주머니에 남은 물건 모으기.

    현직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유부남 유부녀 마법사들이나 사용하는 마법 아니냐고 결혼한 마법사나 배우는 촌티 나는 마법 취급까지 당한다.

    하찮고도 편리한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청소메이드나 사용할법한 마법!

    실제로 리프조차도 이 마법으로 찬장에 내가 몰래 숨겨둔 간식을 <모으기>로 찾아서 간식상자에 모조리 가둬버리던 전적이 있다.

     

    ‘근데 고인물한테는 이것만한 사기마법이 없지!’

     

    모든 마법이나 기능스킬은 자주 사용할수록 경험치가 붙고 효율이나 위력, 성능이 향상된다.

    <숨기>에서 추가기능 <은신>이 개방되고 <관찰>에서 특수효과 <자동분석>이 개방되는 것처럼 마법도 성능이 훌쩍 뛰어오른다.

    그런데 어떤 마법은 경험치가 오르지 않아도 비가시성 경험치를 통해 경험치가 야금야금 착실하게 오르는 은밀하고도 놀라운 특징을 지녔다.

     

    가령 식품도감을 ‘수집’한다거나.

    곤충도감을 ‘수집’한다거나.

     

    모으고, 또 모으고.

    미지의 새하얀 도감을 앎과 이해, 경험으로 채워나가는 도감작을 통해 은밀하게 경험치가 느는 마법.

    그것이 바로 이 <모으기> 마법이다.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모으기가 과자 부스러기 모으기도 힘들어하고 유부녀의 모으기가 수저통에서 짝이 맞는 젓가락 모으기를 척척 해내는 것을 능숙함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능숙함이 무엇에서부터 기인했는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살면서 어쩌다보니 되는대로 수집하고 경험한 것들만큼만 위력이 상승한다.

    상단과 귀족의 자재들이 모으기를 잘하는 것을 정리정돈을 잘하도록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아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풍부한 수집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다.

    도감수집이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그래서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누구보다도 도감작에 진심이었던 만큼 그 위력은 보장되었다.

     

    그것을 <암흑마나>가 지닌 증폭의 힘으로 한층 더 끌어올린다.

    거기에 <고인물>이 지닌 다양한 속성을 적합한 형태로 조합하여 퍼즐을 맞추듯이 더욱 강력한 모으기를 발동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세상에 존재할 리 없던 새카만 모으기가 탄생하였다.

     

    4단계. 암흑볼.

    그 효과는 자신이 지닌 모든 속성을 흡수하기.

     

    검사들은 흔히 착각한다.

    속성은 마법사만 다루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물리속성이라는 말도 있다.

    찌르기 속성.

    베기 속성.

    무기를 휘둘러 발동하는 모든 기술에도 속성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속성의 조합으로 생기는 응용속성들도 존재한다.

    참격보다 빠르게 베는 섬격 속성.

    타격보다 강하게 부수는 강타 속성.

    물리적인 응용속성에도 외길을 깊게 판 극의나 다중속성을 결합해낸 비전속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내가 모르는 속성은 없다.

    설령 용사의 공격이라고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용사이기에 더더욱.

    당연한 소리다.

    주조연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스킬구성을 모르는 고인물은 고인물이라고 자칭하면 안 되잖아?

     

    “이만큼이나 공격했잖아. 왜 멈추지 않는 거야!”

     

    그래서 용사가 열심히 퍼붓는 공격은 전부 피구공에 속성별로 알차게 분리되어 흡수되었다.

    느리게 다가오는 공이기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커지는 절망감.

     

    하하!

     

    이 공의 원리를 깨달은 드래곤교장이 아주 오모시로이하다며 재밌어 죽겠다고 웃는 것에 반비례하여 괴로움으로 물드는 용사의 얼굴.

    아주 꼬시다.

    속이 다 시원해.

    이게 피구지!

    대만족하던 그때, 용사의 정신을 일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 차려요, 이슈타르!”

    “유피…?”

    “암흑마나의 대단함을 보여주며 굴복하려고 이 싸움을 시작했나요? 아니잖아요!”

     

    용사의 눈에 빛이 되돌아왔다.

    다급하게 무턱대고 다양한 기술의 검격을 펼쳐대던 손이 멈추었다.

     

    “저 공은 힘을 흡수해요. 하지만 세상에 조건 없이 무한히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공은 없어요.”

     

    불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

     

    “에잇!”

    “꺅!”

     

    화풀이 삼아 돌멩이를 던지자 방패 채로 선 밖으로 떠밀린 성녀가 탈락 당해 코트 밖으로 사라졌다.

    성녀를 치웠지만 이미 총기가 돌아온 용사의 눈은 내 기술을 구성하는 힘의 요소들을 마나가 실린 매직아이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학년의 수준으로 간파당할 만큼 미숙한 힘은 아니지만 이슈타르도 결코 저학년 수준은 아니다.

     

    “암흑마나구나. 암흑마나가 상극의 속성이 서로를 밀어내는 힘으로 회전을 더하고 있었어.”

    “흥. 그걸 안다고 뭐가 달라져요? 얼른 탈락이나 하세요. 나쁜 용사. 1학년의 수치, 2학년의 스파이!”

     

    원색적인 비난에 욱해서 말싸움을 하다가 깨달음을 날려먹길 바랐지만 유일신이 선택한 개사기 날먹용사 아니랄까봐 눈에 결의가 어린다.

    알아차렸다.

    미숙한 내가 펼친 <모으기>에 존재하는 약점이 무엇인지 잠시 살펴보는 것만으로.

    궁지에 몰리면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5000% 증가하는 용사클래스 직업특성의 효과다.

     

    “거울에도 담을 수 있는 한계량이 있어 100스택 이상을 충전할 수 없듯이 네 암흑볼에도 모을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존재해.”

    “윽.”

    “한 가지 힘만 과하게 모이면 그때는 그 힘과 관련된 힘이 주를 이루며 공의 균형이 깨지겠지?”

     

    거기서 그쳤으면 참 좋았을 텐데.

    용사는 역시나 고인물의 함정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검을 휘둘러 참격 속성 따위를 먹이는 대신, 아무런 속성도 실리지 않은 무속성의 기운만을 쏘아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듯이 기운을 주입했다.

    날카로운 예기도, 흉험한 속성도 모두 가라앉은 암흑볼은 아무것도 아닌 무색의 기운이 과해지며 공 전체를 뒤덮었다.

     

    쿵.

     

    공에 담긴 <추적>의 전문화 술식마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무색의 기운이 커진 결과, 공은 그대로 땅에 툭 떨어졌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원리로 암흑마나의 증폭효과를 역이용해 공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다.

     

    “자신의 힘에 당해 쓰러진다… 홀리 미러의 ‘담아내는’ 속성을 이런 식으로 눈앞에서 역이용하다니. 너 정말 무서운 아이구나?”

     

    용사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앞서 힘을 잔뜩 낭비하고 공을 멈추는 데에도 큰 힘을 들인 용사지만 지칠 대로 지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쳇. 어쩔 수 없네요. 정말로 막을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이젠 끝장을 보겠어요.”

     

    평정을 찾았던 용사의 눈에 다시금 지진이 일었다.

     

    “아직도 끝이 아니야? 설마… 5단계가 남았어?”

    “아. 5단계는 무리에요. 1학년의 몸으로는요.”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용사.

    안도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을까?

     

    <4단계 – 암흑볼>

     

    또 하나의 암흑볼이 둥실둥실 허공을 부유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공이 향하는 곳은 용사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용사의 시선이 공이 향하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츠파바바바바!

     

    진행방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굉장한 굉음을 내며 이제는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공이 희끗희끗 지나가는 무한가속반복구간.

     

    “…아, 안 돼.”

     

    가장 많이 흡수한 속성으로 공의 성질이 변해서 공을 저지하고자 날린 고위력의 필살기가 도리어 스스로를 위협하는 깜찍한 기믹이 담긴 공.

    그 공이 저 무시무시한 무한가속반복구간에 닿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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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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