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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5

       “어때요? 저, 잘 어울려요?”

       “……”

         

       입으로 ‘우~’하며 관능적인 색기를 선보이는 최마리.

         

       아니지.

       빙의한 발바토스.

         

       ‘흠…’

         

       에이. 뭐라 말하기 귀찮으니,

       그냥 토끼라고 부르기로 다짐.

         

       바니걸이라는 외설스러운 차림에 눈길을 돌리는 유세하.

       토끼를 향해 마리 선배를 어떻게 한 거냐며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마하나가 므다다-! 하고 달려오는 게 더 빨랐다.

         

       “므아아!”

         

       날아오듯 달려 나가는 마하나.

       단숨에 로옹켓 점프.

       유세하의 등 뒤에 매달리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양쪽 눈을 가렸다.

         

       당황한 유세하가 소리쳤다.

         

       “므, 므냥아!?”

         

       “므아아! 세, 세하는 이런 거 보면 안 돼! 엣찌찌야. 엣찌찌!”

        “므, 므냥아. 아, 앞이 안 보여!”

       “므아아!”

         

       마하나 뿐만이 아니다.

       양팔을 붙잡는 익숙한 손길.

       각각 훙엥엥과 용아아한 기척이 절로 느껴졌다.

         

       “…이건 세하에게 아직 일러요!”

        “맞아, 유세하! 호, 혹시 보고 싶으면…내, 내가 입어줄게! 더 짧고 야한걸로!”

        “…!? 주, 주나용씨? 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뭐, 뭐 왜! 이런 게 취향일 수도 있잖아. 너는 세하가 원하면 안 입을 거야?”

       “이, 입기야, 하, 하겠지만…아, 아무리 그래도…”

         

       아웅다웅 므아용아훙엥한 다툼.

       유세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세 사람에게 잡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 모습을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는 토끼.

       은근슬쩍 다가가 어깨를 두들겼다.

         

       “…재미있는 동료를 두셨네요?”

       “…크흠.”

         

       *

         

       잠시 뒤.

       사태가 진정된 뒤 토끼는, 최마리의 가슴을 이리저리 만지며 이야기를 이었다.

         

       므냥이의 고사리손 밴드를 장착한 유세하.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소싯적 생각나네요. 제가 이렇게 보여도 한 미모했거든요. 특히 인간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남자들이 얼마나 헤벌쭉~하는지. 막상 탑에 도전하려 온 자들이랑 싸우지는 않고 연애만 잔뜩 했다니까요?”

         

       ‘하여튼 남자들이란…’거리며 후후거리던 토끼.

       곧, ‘흠?’ 했다.

       엄지와 집게로 뱃살을 쭉 만져보았다.

         

       “…쯧. 이 여자. 지금 보니 몸 관리가 소홀하네요. 이 뱃살, 단 걸 많이 먹어야 나오는 똥배인데. 이리 예쁘게 태어나서 이런 지방 덩어리를 달다니…쓰읍. 좀 짜치네요. 운동 좀 시켜야지.”

       

        “…헛소리 말고 마리 선배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걱정하지 마요. 말했잖아요? 저는 시험관으로서 오랜만에 자아를 얻은 거라 당신들을 해칠 수 없다고. 어디까지나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한 몸이 필요해서 잠깐 빌린 거예요. 다 끝나면 돌려드린답니다?”

         

       ‘아무튼 슬슬 잡담은 그만하고 시작해 볼까요?’라고 말하는 토끼.

       뒤에 있던 보드판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중 첫 번째 그림을 건드렸다.

       높디높은 산에 올라가는 장면이 펼쳐졌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딱 봐도 험해 보이는 바위산.

       특이하게도 노란색이 마구마구 칠해져 있었다.

       설마 저거 전기인가?

         

       “첫 번째 시험은 여기서 치릅니다.”

         

       토끼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야가 암전되었다.

       틀림없이 <탑>의 힘을 이용한 이동마법.

         

       일부러 저항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곧 나타나는, 조금 전 그림으로 보았던 거대한 산.

         

       선 하나 틀리지 않고 고대로인 산은,

       그림으로 볼 때는 몰랐지만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고 높았다.

         

       ‘…이게 대체 몇 미터야?’

         

       속으로 생각하는 걸 듣기라도 했는지 토끼가 대답했다.

         

       “150m 조금 더 넘을 겁니다. 여담으로 산의 이름은 천둥 산이랍니다.”

         

       ‘생각보다는 작지요?’라고 말하는 토끼.

         

       그래 뭐,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에 비해서는 작은 크기라고 칠 수는 있겠지만…

         

       “…올라가는 길이 없는데?”

         

       그렇다.

         

       산은 아무런 길이 없는, 그냥 통째 거대한 바윗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토끼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꼭대기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시선.

       천둥 산, 맨 정상 꼭대기.

         

       유일하게 자라난 작은 나무가 보였다.

       그 나무의 끝자락에 걸린 머리띠가 보였다.

         

       유세하와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시험의 방식을 알아챘다.

         

       “…저 머리띠를 가져오는 건가?”

       “그렇습니다. 시간제한은 5분.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저 위로 올라가 가져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말에 문보라가 발끈하듯 소리쳤다.

         

       “…지금 장난하나요? 수직으로 세워진 이만한 크기의 산을 타고 올라가서 가져오라고요 저걸?”

       “싫으면 안 하시면 됩니다. 애초에 탑에서 내리는 시련인데…그냥 간단하게 해결될 거라고 여기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말을 마친 토끼는 손가락을 튕겼다.

       본능적으로 긴장하는 일행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나 싶었지만…?

       나타난 것은 그저 평범하게 생긴 러닝머신이었다.

         

       폴짝하고 그 위에 올라간 토끼.

       최마리의 몸을 요리조리 풀며 최고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요령 좋게 말을 이었다.

         

       “혹시나 말하지만, 차별이나 개인적인 감정 같은 건 일절 없습니다. 저는 탑의 관리자로서 정당한 시련을 내리는 존재. 그래도 뭐 굳이 힌트를 드리자면…”

         

       올라가기 전 산을 만져보십시오.

         

       “이상입니다.”

         

       *

         

       10분 뒤.

       유세하와 일행은 서로 뭉쳐 작전 회의를 짰다.

       시작은 우선 문보라.

         

       “세하, 발바토스의 말대로 산 만져보니 어떤가요?”

       “전기.”

       “네?”

       “전기가 잔뜩 흐르고 있어.”

         

       유세하의 말대로였다.

         

       괜히 이름이 천둥 산이라고 지은 게 아닌지,

       산 전체가 강렬한 전류를 머금고 있었다.

         

       그림에 노란색으로 잔뜩 칠해진 것부터 일종의 힌트였던 거다.

         

       설명에 문보라는 안색을 찌푸렸다.

         

       <뇌 속성>은 모든 속성 중에서도 가장 대미지가 높고, 속도가 빠른 힘이다.

         

       확실하게 대책을 세운 게 아닌 이상 저항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여기에 5분 안에 저길 올라가서 낚아채야 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시험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유세하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요리조리 몸을 풀었다.

         

       “여긴 내가 올라갈게.”

       “세하?!”

       “므아아?! 세하야 안돼. 찌릿찌릿! 아프고 위험하다고!”

       “괜찮아. 나 전기 면역이거든.”

       “므아아!?”

         

       사신수황 ‘기린’을 쓰러트리고 얻었던 에픽(Epic) 스킬.

       [굉음 치는 뇌격]의 네 번째 옵션.

       <뇌 속성> 100% 면역.

         

       강력하기 짝이 없는 성능이, 드디어 빛을 발휘할 때가 왔다.

         

       설명에 일행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면역이라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옵션인지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몸을 전부 푼 유세하는 천둥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고작 전기 흐르는 거 정도로 끝일 리는 없었다.

         

       분명, 수작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곧 주나용을 바라보았다.

         

       “주나용. 너 레벨업한 <용화>에 분명 속성 저항력도 있다고 했지?”

       “용아? 으응. 그, 근데 저 정도로 계속 지속되는 전기는 좀…”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나한테 생각이 있어. 그보다…저기 정상쯤이면 날 수 있어?”

       “어, 어?”

         

       유세하의 물음에 주나용은 당황했다.

       화, 확실히 날 수 있다고는 말하긴 했지만…

       그, 모습이 부끄러워서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증거일터.

       주나용은 살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가능해.”

       “…당연하지만, 아예 여기서부터 날아갈 수는 없지?”

       “그건 무리…내가 제대로 날개를 펼친 상태가 아니라서…다만 활공이나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가는 건 가능해.”

       “알았어, 좋아 그럼 작전 알려줄게.”

         

       모든 계획과 설명을 마치는 유세하.

       그대로 망설임 없이 전진.

       열심히 러닝머신을 뛰며 구슬땀을 흘리는 토끼에게 다가갔다.

         

       “마우, 마우! 마우우! 음, 어라라? 쓰읍? 이 몸뚱이…말버릇도 특이하네요. 무슨 개그캐도 아니고…”

       “이봐, 시험을 치르겠다.”

       “아 작전을 짜셨나 보군요.”

         

       토끼는 폴짝하고 뛰어내렸다.

       곧 가슴골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들었다.

         

       “준비되셨나요?”

       “용아아! 시작하라고!”

       “좋습니다. 그럼, 행운을 빌어요?”

         

       삐이이익-!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호루라기 소리.

       그것에 맞추어 문보라가 먼저 움직였다.

         

       양손을 펼치며 재빠르게 술식을 정렬.

       이내, 세 사람을 포함한 굵직한 얼음기둥이 위로 솟아올랐다.

       그 반발력과 함께 잠시 붕 뜨는 몸.

         

       “므아아!”

       

       두 번째는 마하나였다.

       등 뒤에 맨 방패를 뽑아 든 그녀는,

       푸른빛의 마력을 모았다.

         

       그대로 얼음기둥을 내려찍자,

       사람 몸통만 한 푸른색 늑대가 소환됐다.

         

       진짜 늑대는 아니었다.

       그저 마력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힘의 덩어리일뿐.

         

       근래, 마하나가 새롭게 배운 힘.

       <칼라스 방패술>의 파생스킬이자, 제4식.

       [송곳니 늑대]였다.

       추가적인 공격과 이동기를 담당해 주는 좋은 유틸기였다.

         

       “므아! 세하야, 나용아!”

         

       마하나의 신호에 둘은, 늑대 위에 올라탔다.

       즉시 달려 나가는 ‘송곳니 늑대.’

         

       재빠른 몸놀림.

       날카로운 손톱.

         

       매끈매끈한 천둥 산 바위의 표면에 발톱을 팍팍!

       중력의 흐름조차 거스르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5초.

       10초.

       15초.

       대망의 20초.

         

       곧, ‘송곳니 늑대’의 몸이 조금씩 부서졌다.

       원래라면 이리 지속시간이 짧지 않다.

       원인은 천둥 산 전체에 흐르는 전기 때문.

         

       버틸 만큼 버틴 송곳니 늑대가 작게 하울링을 했다.

         

       감사를 표하는 유세하.

         

       “…잘 버텨줘서 고맙다. 주나용! 등에 매달려!”

       “요, 용아아! 으응! 저, 저기 나 무겁다?”

       “괜찮으니까 어서.”

         

       다그침에 주나용은 우물거리며 매달렸다.

       곧 느껴지는 기분 좋은 무게감.

         

       ‘…무겁다고?’

         

       무겁기는 무슨…

       소환해서 휘두르는 ‘노퉁’이 수십배는 더 무겁다.

         

       아무래도 방학 때 유지하던 다이어트를 아직도 하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무거운 것보다,

       예상치 못한 감촉이 더 곤욕이었다.

         

       쭐렁쭐렁-!

       말랑말랑-!

       물컹물컹-!

       용아용아-!

         

       바로, 더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빵빵해진 주나용의 화염 주머니 촉감이었다.

         

       근래, 어머니 주예용에게 브레스에 관련된 모든 기예를 전수받은 주나용이다.

         

       <용검미르>의 여자들에게 있어, 브레스의 힘은 흉부로 직결되는 법.

         

       안 그래도 컸던 주나용이다.

       이번 훈련을 통해 무려 문보라만큼이나 성장한 주머니.

         

       무려 G~H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크기.

       이는 곧 유세하에게 천국에 가까운 지옥을 선사하였다.

       유세하는 차오르는 남성성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 저기. 주나용. 조, 조금만 떨어져라.”

       “…아, 안돼. 떠, 떨어진다고!”

       “아니, 너 힘세잖아! 그냥 어깨만 잡아도-”

       “-요, 용아아 몰라! 안돼!”

         

       그리고 이 사실을 영악한 주나용은 놓치지 않았다.

       부끄러워하는 유세하를 눈치챘다.

       기회라는 듯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유세하에게 어필할 거야!’

         

       놀이공원에서 다짐한 맹세.

       주나용의 육탄공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렇게 쭐렁쭐렁한 대화는, 완전히 사라지는 ‘송곳니 늑대’에 의해 끝나게 되었다.

         

       탁-!

         

       자연스럽게 다리를 천둥 산에 내리는 유세하.

         

       곧, 가공할 전류가 그의 몸을 타고 흘렸다.

         

       대부분의 각성자라면 전신에 마력을 둘러 공격을 저항해야 하는 법.

         

       하지만 유세하는 자신을 지킬 마력을 오히려 주나용의 몸에 둘렀다.

         

       믿는 구석이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유, 유세하 괜찮아?”

       “말했잖아. 나 면역이라고.”

         

       유세하는 숨을 돌렸다.

       가슴속 깊은 곳, 굉음 치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상체에 기린 특유의 형상이 문신처럼 그려졌다.

       그와 동시에 천둥 산 위로 먹구름이 몰려왔다.

         

       무려 신수 ‘기린’의 정수이자, 권능의 힘.

       그것은 그저 발동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힘이었던 거다.

         

       [‘굉음 치는 뇌격’이 발동됩니다.]

       [‘기린’의 번개가 당신의 의지에 따릅니다.]

       [뇌속성 스킬의 데미지가 300% 증폭됩니다. 뇌속성 스킬의 효율이 50%증가합니다]

       [모든 ‘뇌’ 속성 피해에 100% 면역입니다.]

       [‘기린’의 힘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세하는 씩 웃었다.

       힐끗 시선을 아래로,

       당황한 토끼가 얼을 빼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가졌을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좋아, 그러면 어디 한번…’

         

       제대로 날먹하러 출발해 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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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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