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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5

       강당에서의 예비 소집이 끝나고, 학생들은 예선전 공사 작업을 재개하러 떠났다.

         

       레카체프에는 무대 설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술자와 인부들 있었지만, 이번 달은 그랑프리 시험에다 할로윈 축제도 있었기에 손이 모자랐다. 그래서 학생들은 일과시간에는 물론이고 방과 후에도 남아 무대 준비를 도왔다.

         

       그들은 저글링으로 벽돌을 주고받거나, 망치를 쓰지 않고 못을 던져서 박아 넣거나, 길들인 곰을 데려와 물건을 나르게 하거나, 판자를 수직으로 세워 그 위에 서서 위층에 오르는 등의 기행을 펼쳐서 새로 들어온 작업자들을 놀라게 했다.

         

       “우, 우왓! 떨어질라!”

       “소문은 들었지만…….”

       “저, 저래도 괜찮은 건가요?”

       “우핫핫, 놀랐나? 걱정하지 말게. 저 애들 평소에 훈련하는 거 보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공중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저글링도 하던 애들인데 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베테랑 작업자들도 어깨에 자재를 짊어지고 몇 층 높이에 걸쳐진 외줄 위를 걸으며 잡담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을 봤을 때는 탄성을 감출 수 없었다.

         

       학생들은 지금 한창 ‘땜장이 요정’이 누군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땜장이 요정은 역시 클라라 선배를 이어서 새로 학년 수석이 된 드미트리 선배 아닐까?”

       “아냐. 꼭 성적순으로 안 뽑았을 수도 있어. 땜장이 요정이 하는 건 은밀한 일인데 눈에 띄면 안 되잖아.”

       “그러면 의외로 신입생 중에서?”

       “설마 일부러 문제아를 뽑은 건 아니겠지? ‘양치기 소녀’ 같은? 우리 동아리 후배가 그러는데 걔가 실제로 자기가 땜장이 요정라고 말하는 걸 들었대.”

       “걔한테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잊었냐? 걔 말은 믿을 게 못 돼. 신입생 선발 시험에서도 거짓말로 장난치고 그랬잖아.”

       “학교 구조를 잘 모르는 1학년이 땜장이 요정으로 뽑혔을 확률은 낮아. 그리고 교수님이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단단히 줬을 텐데 자기가 땜장이 요정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되지.”

       “난 땜장이 요정보다 걔들이 어디다 보물상자를 둘지가 더 궁금해.”

       “내가 눈여겨 봐둔 데가 있는데 말이야…….”

         

       트로피가 든 보물상자가 어느 장소에 놓일지는 시험 당일까지 철저히 기밀에 부쳐졌다. 그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레이스를 설계한 교수들과 ‘땜장이 요정’으로 불리는 학생들뿐이었다.

       교수들은 직접 상자를 숨기지 않고 그 학생들을 시켜 보물상자를 두게 했다.

         

       이유는 8월에 있었던 시험 때문이었다. 앞선 6월과 7월의 시험을 지켜본 대회 참가자들은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그랬듯 규칙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대회 전 교수들의 동선을 철저하게 감시해 그들이 지나쳤던 위치들을 기록했고, 시험 당일 그곳을 우선해서 공략했다.

         

       6월 첫째 주에 장미 풍차 카바레의 시험을 마치고 7월쯤에 예테린푸르크로 넘어온 은막 서커스단이 8월 시험에서 탈락하고 10월에 재도전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아르노는 설마 다른 팀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레카체프의 교수들도 몇 개의 서커스단이 보인 조직적인 행동을 보고 사태를 파악하고는 땜장이 요정을 도입했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미완성된 작업을 마무리해주고 사라진다는 전설에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찰리도 누가 땜장이 요정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보물상자가 어느 위치에 놓이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공사 현장과 학교 지도를 번갈아 살폈다. 함정의 배치, 장애물의 설계, 눈속임 장치의 위치 등도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는 그것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차단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그렇게 형성된 동선의 흐름은 거대한 와류의 미로와도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한 척의 배를 몰았다. 그 배는 거친 소용돌이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섬에 도착했다.

         

       어디에 보물상자가 놓일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졌다.

       그는 지도 위에 세 군데 점을 찍었다.

         

       애초에 이 시험은 그의 졸업 작품인 ‘출발! 드림 레이스’를 기반으로 설계한 것이었다. 거기에 사용되는 기본 장치는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 규모와 복잡성이 커졌다고 해도 그는 그 맥락을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그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짠 미로를 간파해낼 수는 없었다. 그가 이렇게 보물상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경이 학교였기 때문이다.

         

       성 빅터 대성당 혹은 기적궁.

       그는 이곳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그는 창립자인 교수들조차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기적궁의 숨겨진 방과 비밀통로를 1학년 때 이미 낱낱이 파헤쳤다. 그는 심지어 성당 지하에 있는 묘지도 탐사했다.

         

       카타콤이라 불리는 그곳은 한때 예테린푸르크 시민들의 화장하고 남은 뼈를 안치했던 곳이었다. 과거 역병이 성행했던 탓에 이 도시는 다른 지방보다 시체를 태우는 데 익숙했다. 그렇게 유골이 묻힌 사람들의 수는 수백만 명은 되었다. 기적궁 지하에는 반경 몇km에 걸쳐 거대한 인골의 미궁이 형성되었다.

         

       성당이 폐쇄되고 학교가 들어서면서 카타콤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막혔지만, 찰리는 숨겨진 길을 발견해 친구들과 함께 그 안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그곳에 비밀 아지트도 만들었고, 때때로 기숙사 통금 시간에 그곳을 통해 밖에 나가 놀다 들어오기도 했다.

         

       그가 2학년 때, 교내 하수도에 서식하면서 학생들을 습격하고 다니던 거대 뱀-예전 재학생이 길들이다가 실패해서 몰래 변기에 버린 것이 몇m나 되는 크기로 자라났다.-을 찾아내 처치할 수 있었던 것도 학교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찰리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곳도 바로 그 카타콤이었다. 그는 멀리서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설마 레카체프 애들일까?

       그는 자신이 만든 레카체프 비밀 지도를 물려준 후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이 머무르는 공간은 일부러 지도에 그려 넣지 않은 곳으로 잡았다. 대회로 한창 바쁠 와중에 학생들이 이 깊숙한 곳까지 내려올 리 없었다.

         

       그는 지하에 울리는 반향만으로 그 발소리를 분석해낼 수 있었다. 그는 그 소리의 주인들이 고향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얼마 안 있어 어둠 속에서 그들의 형상이 드러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속에 몸이 낀 마임을 하는 덩치 큰 남자.

         

       “어거스트.”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수 미터 키의 소년.

         

       “미키.”

         

       전신에 불에 타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한 여자.

         

       “베로니카.”

         

       그리고 온몸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여자.

         

       “비올라.”

         

       그들은 모두 할로윈 분장을 하고 있었다. 정찰 중에 혹시나 얼굴이 각인될까 봐 매일매일 다른 분장으로 갈아입었다.

         

       찰리는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이 2주 전, 주술시장에 괴물서커스 단원들을 정찰하러 갔을 때 입었던 옷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딱 로테이션이 돌아오는 날이었던 것 같았다.

         

       통에 낀 마임을 하고 있던 남자의 살이 퐁퐁 부풀어 오르면서 정상적인 형태로 돌아왔다. 그는 찰리 앞에 놓인 지도를 보며 말했다.

         

       “보물상자가 있는 곳은 알아냈냐?”

       “그래. 내가 집어준 곳을 중심으로 작업하면 될 거야. 공사 일은 어때? 할 만해?”

       “네 소개장 덕분에 작업반장이라는 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시더라.”

       “좋아. 그럼 공사 현장 문제는 그걸로 됐고……. 다들 모여 봐.”

         

       찰리는 전등 아래에 지도를 펼쳐두고 그들에게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다. 왜 하필 이 장소를 골랐는지가 가장 궁금했던 일행들은 그의 설명에 이해가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마친 찰리는 그들을 둘러보며 질문했다.

         

       “너희들은 어때? 그들이 별장을 비웠을 때, 안을 둘러보기로 했잖아.”

       “응. 단원들을 제외하면 랫맨 열 마리 정도밖에 없더라고.”

       “놈들은 그냥 고용된 일꾼들 같던데?”

       “별로 특이한 점은 없었어.”

         

       그들은 2주 전, 예테린푸르크에 도착했을 때, 복수의 대상을 어디까지 잡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들은 고향에서 벌어진 참극에 정확히 누가 개입했는지 알지 못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사건의 충격 때문인지 증언이 제각각이었다.

       그나마 공통된 의견이라곤 엘라가 악마를 마을로 불렀고 그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처음에는 단원들의 생김새를 보고 우리 마을을 습격한 놈들이 그들이 아닐까 했는데.”

       “겉모습과 달리 놀랄 정도로 순박한 사람들이야.”

       “맞아. 그냥 보통 사람들이야. 몇 번이나 관찰했는데도 같은 결론이 나왔어.”

       “우리 목표는 엘라 누나 하나잖아. 다른 사람들은 무시해도 될 것 같은데?”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던 찰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의 시선은 구석에 놓인 칠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분필로 쓴 글씨가 빼곡했다. 그들이 조사한 괴물서커스단 단원들의 이름, 성격, 특징 등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 관계도의 중심에는 엘라가 있었다.

         

       “한 명 더 잡아야 해.”

         

       그는 그녀와 연결된 한 이름을 주시했다.

         

       “단장 프랑크 원더스타인.”

         

       찰리의 눈에 스산한 살기가 떠올랐다.

         

         

       ***

         

         

       예비 소집을 마친 괴물서커스는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왕 밖으로 나온 김에 밖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에 그 난리를 치면서 나왔는데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까웠다.

         

       원더스타인 덕에 그들은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곳을 피해 쪽문을 통해 학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대단하네. 이런 길은 어떻게 알았대?”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개구멍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멀리서 황금 카니발과 은막 서커스에 달려드는 기자들의 모습을 훔쳐보며 조심히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과자 공장 맞은편에 있는, 마야가 이전부터 자주 다니던 그 카페였다. 이 정도 인원이 시선을 끌지 않고 있을 만한 곳을 찾다가 마야가 자신이 다니던 카페 2층에 단체 손님을 위한 방이 비어있다고 했다.

         

       “어머, 마야, 오랜만이구나.”

         

       카페를 홀로 운영하고 있던 노파가 그들을 반겼다. 그녀는 반가움에 마야를 꼭 끌어안으며 키예프식 인사를 했다. 그녀는 이어서 몇 번 본 적 있는 원더스타인과 엘라의 볼에도 입을 맞췄다.

         

       그리고 또 아는 얼굴 없는지 일행을 둘러보던 그녀는 클라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클라라 학생 아니에요?”

       “네? 네?”

         

       그녀는 깜짝 놀라 노파를 바라봤다. 학교 가는 길에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할로윈 가면을 쓰고 있던 그녀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갑갑하다고 가면을 벗었다. 그런데 설마 뜻밖의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

         

       “후후, 재작년에 그렇게 자주 얼굴을 마주쳐 놓고 벌써 까먹은 거예요? 친구들 앞이니까 모르는 척하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만…….”

       “그, 그게, 저…….”

         

       병에서 나오기 전에 클라라로 행세하기 위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한 그녀였지만, 이런 하찮은 노파와 관련된 대화는 미처 그러지 못했다.

       카페 주인은 우물쭈물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클라라 누나가 자주 왔어요?”

         

       노파는 우몬의 모습을 보고 잠시 ‘누나’라는 단어 선택에 당황하는 듯했지만,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그럼요. 재작년에 말이죠. 레카체프 학생들이 밤마다 의문의 괴물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기숙사가 몇 주 동안 폐쇄됐었죠. 그래서 학생들은 근처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하숙했는데, 저도 이 카페 2층에 있는 방을 내놓았었어요.”

       “그럼 클라라 선배가 여기 머물렀던 거예요?”

         

       그 질문을 기다린 듯 노파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클라라를 바라봤다.

         

       “아뇨. 클라라 학생이 좋아하는 학생이 여기 살았죠. 사랑에 빠진 여인이 다 그렇듯 매일 이곳에 들러 그를 찾았답니다.”

       “핫핫핫, 크, 클라라 양이 누군가를 좋아했다고요?”

         

       스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그건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평소 하는 행동을 보면, 그녀는 그런 순정적인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떤 남자애였나요?”

         

       유라크네가 유독 흥분해서 질문했다. 그녀는 저 천방지축 아가씨에게도 봄날이 있었다는 것에 반쯤 감동한 듯했다.

       노파는 클라라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것을 나름의 긍정 신호로 받아들이고는 답했다.

         

       “클라라 학생보다 한 학년 높은 찰리라는 이름의 키 크고 잘생긴 학생이었죠. 무려 전교 수석이었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NKE 님, 10코인 후원! 꾸준한 관심과 응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글을 자주 못 올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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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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