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5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평소라면 내 본체는 마그마 아래에서 자고 있고, 아바타는 방송실에서 오늘의 방송 계획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 아바타는, 드물게 방송실을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게이트의 입구에서 내 권속들과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저기 오고 있구나.”

       

        “네.”

       

        슈우우우웅!!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인간들이 만들어 낸 ‘비행기’가 이곳을 향해 날아온다.

        그렇게 수직 착륙한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

       

        = 엄마!

       

        “…….”

       

        인간의 모습을 한 벨제투스와 슈르네. 그리고 그 뒤로 몇몇 인간들이 따라 내렸다.

        슈르네는 전에 본 적이 있지만, 벨제투스는 정말로 오랜만이다.

        특히나 벨제투스의 아바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만이로구나. 벨제투스.”

       

        “어머니.”

       

        척척척…… 쿵!

       

        빠르게 다가온 벨제투스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상태로 말했다.

       

        “어머니!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냐?

        지금 인간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인간들은 공경의 표시를 이렇게 한다더군요.”

       

        “……그랬던가?”

       

        벨제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째 아들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또 한구석으로는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자기 우두머리에게 존중을 표시할 때 저렇게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선을 벨제투스의 뒤로 돌렸다.

        그리고 얌전히 서 있는 인간들과, 벨제투스가 타고 온 비행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간들이여. 평소처럼 공간 이동 능력자의 능력으로 오지 않고, 어째서 비행기를 사용한 것이냐?”

       

        “그게…….”

       

        나의 질문에 헌터 협회의 인간이 말을 잇질 못한다.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자, 무릎을 꿇고 있던 벨제투스가 인간을 대신해 대답했다.

       

        “제가 요구했습니다.”

       

        “네가?”

       

        벨제투스가?

        인간은 물론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도 탐탁지 않아 하던 아이가?

       

        “블레이즈의 영역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아…….”

       

        순식간에 납득했다.

        그런 이유라면, 벨제투스가 인간들과 더 오랫동안 가까이 있는 것을 감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인간들을 바라본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다. 어찌, 내 게이트에서 머물다 돌아가겠느냐?”

       

        “아, 아닙니다.”

       

        “저희는 물러가 있겠습니다. 다음에 연락 주시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 벨제투스에게 인사를 한 인간들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남쪽으로 떠나가는 비행기를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내 옆에 있던 자예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도련님. 일단 들어가심이 어떠신지요.”

       

        “그래. 그러도록 하지.”

       

        자예의 말에, 나와 벨제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뻗어 벨제투스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아들의 손을 잡고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 여우다! 꼬리꼬리 북슬북슬…….

       

        “막내 아가씨…….”

       

        뒤에서 자예와 슈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방금까지 벨제투스의 머리를 깨물고 있더니, 이제는 자예의 꼬리를 노리는 것인가?

       

        “슈르네. 자예를 너무 괴롭히지 말거라.”

       

        = 넹~!

       

        가볍게 슈르네에게 일러둔다.

        슈르네야 워낙 자유로운 아이이니,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자. 들어오거라 벨제투스.”

       

        “네!”

       

        그렇게.

        오늘 나는, 마침내 둘째 아들의 아바타를 나의 게이트에 들이게 되었다.

       

       

        *            *            *

       

       

        “반갑구나 아이들아.”

       

        – 라하

        – 용하

        – 용하이용

        – 하이용

        – 하요하요

        – 라하

        – 라하

        – 용하

        – 라하라하

       

        방송을 시작하자, 오늘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방송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음료수인 ‘망고’라는 과일의 과즙으로 만든 음료수를 마시며, 시청자들이 충분히 입장하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채팅창에 특정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옆에 누군가요?

        – 헉! 설마 남자 친구?

        – 애인?

        – 옆에 누구예요?

        – 오늘은 합방인가요?

        – 누구지?

       

        “흠.”

       

        의문을 표시하는 시청자들이 계속 늘어간다.

        본래는 좀 더 시청자들이 들어왔을 때 정체를 밝힐 생각이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먼저 정체를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빈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채,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벨제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다시피, 오늘의 방송 콘텐츠는 합방이란다. 그리고 이쪽은 오늘의 손님이지.”

       

        – 오오오오오

        – 왕!

        – 그런데 누구시죠?

        – 뭔가 특이한 느낌인데?

        – 건방져 포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포즈가 대범하닼ㅋㅋㅋㅋ

        – ㅋㅋㅋㅋ

        – 누구예요?

       

        잠시 뜸을 들이며 시청자들의 의문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들의 의문이 충분히 높아졌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나는 벨제투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내 방송에 내 아이들이 모두 한 번씩 출현했지만, 유일하게 출현하지 못한 아이가 있었지.”

       

        – ?

        – ??

        – ?

        – 어라?

        – 설마…. 아니죠?

        – ?????

        – 아니 설마…

       

        “소개하마. 둘째 아이이자, 오늘 나를 찾아온 ‘심해룡 에나 벨제투스’…… 의 아바타란다.”

       

        “……흥. 벨제투스다.”

       

        “슈르네다!”

       

        내 소개에 맞춰 벨제투스의 불퉁한 인사, 그리고 카메라 시야 밖에서 숨어 있었던 인간 형태의 슈르네의 인사가 튀어나왔다.

        음! 완벽한 깜짝 이벤트였다.

       

        – 왓더….

        – 아닠ㅋㅋㅋㅋ

        – 와씨. 여기서 심해룡이 튀어나오네.

        – 다른 드래곤들은 몰라도, 심해룡은 좀 그렇지 않나?

        – 이번에는 논란 좀 있을 듯?

       

        “음?”

       

        그런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왜들 그러느냐?”

       

        – 심해룡이 대서양 막고 행패 부린 게 좀 크지 않나요?

        – 대서양에서 죽은 분들이 제법 되실 텐데요?

        – 인간 죽인 전적이 좀 되시는 분이라서….

        – 어우.

        – ㅎㄷㄷ

        – 심해룡에게 피해를 본 이들이 제법 될걸요?

       

        “흠.”

       

        그렇지.

        나는 잊고 있었지만, 벨제투스는 이쪽 세상에 온 이후로 수많은 인간들을 죽인 전적이 있다.

        인간들의 처지에서, 벨제투스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 아닠ㅋㅋㅋ

        – 존나 쿨하시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아들 일인데욬ㅋㅋㅋㅋ

        – ㅋㅋㅋㅋ

       

        “그래. 내 아들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지 않느냐?”

       

        시청자들과 뭔가 대화가 살짝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잠시 고민해 보다, 인간들의 습성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너희들에겐 ‘연좌제’라는 문화가 있었지.”

       

        부모가 지은 죄를, 그 후손에게도 적용하는 문화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식의 죄를 부모에게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들었다.

        내 처지에서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동시에 ‘무리 생활’을 하는 ‘약자’의 처지에서는 당연한 문화라는 생각도 든다.

       

        – ?

        – 왜 당연함?

        – ???

        – 연좌제가 당연한 일이었나?

        – 뭔가 어지럽넼ㅋㅋㅋ

        – 오늘 레전드넼ㅋㅋㅋㅋ

       

        “무리 생활하는 생물체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무리’를 1순위로 생각해야만 한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개인의 생존을 등한시하란 소리는 아니다.

        무리 생활하는 동물에겐 ‘무리의 안정’이 곧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리의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물론이고 연관된 것들까지 전부 배제하려 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문화인 ‘연좌제’가 바로 그런 것들 중 하나다.

       

        이쪽 세계에선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대략 그랬다.

        어디까지나 드래곤으로서의 관점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ㅋㅋㅋㅋㅋ

        –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 이거 분명 논란 될 듯?

        – 하지만 라나님은 1도 신경 쓰지 않겠지.

        – ㅋㅋㅋㅋ

        – ㅎㄷㄷ

        – 어? 카메라가 비뚤어짐!

        – 역시 드래곤!

       

        채팅창을 옆으로 살짝 치운 후 카메라의 위치를 살짝 조정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툭툭 건드리는 슈르네를 품에 꼭 안아준 후, 느슨하게 풀린 카메라 고정 나사를 다시 조였다.

       

        – 고양이 행동ㅋㅋㅋㅋ

        – ㅋㅋㅋㅋ

        – 냥아치 행동 막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진짜 고양이 같넼ㅋㅋㅋㅋㅋㅋ

       

        “큼큼.”

       

        슈르네도 품속에 가두어 두었고, 카메라도 고정했고, 벨제투스에 대한 소개도 대략 끝났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합방을 시작할 차례다.

        나는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벨제투스야.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느냐?”

       

        “먹이를 채집했습니다.”

       

        “그렇구나.”

       

        – 아닠ㅋㅋㅋㅋ

        – 엌ㅋㅋㅋ

        – 대화가 무슨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논란이랑 상관없이, 대화는 레전드넼ㅋㅋㅋ

        – 저게 모자의 대홬ㅋㅋㅋㅋㅋ

       

        채팅창이 연신 ‘ㅋㅋㅋ’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벨제투스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벨제투스는 구석에서 대기하는 도화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벨제투스의 지시받은 도화가 무언가를 가져왔다.

       

        “제가 채집해 온 먹이입니다! 어머니께 바치겠습니다.”

       

        “어…… 그래. 고맙구나.”

       

        벨제투스가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그것들은 상자였다.

        종이로 만든 상자로 보였는데, 대부분의 상자에선 강한 ‘부패’의 기운이 느껴졌다.

       

        “…….”

       

        내가 부패한 유기물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부패한 유기물을 섭취했을 때는 어디까지나 식량이 없어서 그거라도 먹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맛’을 따지는 몸은 아니지만, 그런 나에게도 ‘기호’ 정도는 존재하는 것이다.

       

        “제가 인간들에게서 식량을 강탈해 왔습니다! 음핫핫핫핫!”

       

        “음…… 그래. 고맙구나.”

       

        상자를 도화에게 다시 넘겼다.

        도화는 눈치 빠르게 상자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저건 두었다가 나중에 처리해야지.

       

        – ?

        – 뭐임?

        –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데?

        – 라나님 표정 굳으셨나요?

        – 뭐였을까?

        – ????

        – ?

        – ??

        – ?

       

        “큼큼.”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 눈치채기 전에, 나는 헛기침으로 시청자들과 아들딸의 주의를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갔다.

       

        “자. 오늘은 벨제투스와의 합방을 할 것이란다. 하지만 단순히 벨제투스를 옆에 앉혀두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기에 오늘, 벨제투스와 함께 무엇을 해야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방송을 시청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벨제투스와 너희 인간들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고 들었다.”

       

        – 음?

        – 설마?

        – 에이…. 설마 여기서 장작을 넣겠어?

        – 아니죠?

        – 왤케 불안 하지?

       

        “그러니, 오늘은 벨제투스와 너희 인간들 사이에서 질의 문답의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한다.”

       

        – 헉!

        – 미친

        – 라나님이 또 라나님했다!

        – 아이곸ㅋㅋㅋ

        – 분탕 막아!!

        – 갸아아악!!

       

        “??”

       

        나는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아이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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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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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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