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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5

       “이 곳은 천마께서 기거하시는 곳이다!”

       

       생각을 해보면 한서우를 데리고서 돌아다녔어야 했다.

       

       천마신교의 부지에 워낙 익숙하다보니 저들을 내버려 둔 채 이동을 했다만 지금의 본인은 외부인이지 않은가.

       

       “백화령을 만나러 왔다만.”

       “무엄하다! 감히 그 분의 존엄을 입에 담다니!”

       

       하아. 이게 정상이기는 하지.

       

       가면을 쓴 괴한 하나가 와서 천마를 만나러 왔다 그런다면 그 누가 이야기를 들어줄까.

       

       본인이 천마신교의 입구에서 거하게 판을 벌이기는 했다만 그 때에 보통의 신도들은 자신의 업무에 종사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터.

       

       이 자들도 본인이 장로들을 제압한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보았다면 조금은 더 공손했을 터이니 말이다.

       

       “백화령 그 녀석이 무어라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느냐?”

       “하아. 이것이 보자보자하니. 천마께서 니년의 친우더냐?! 예를 갖추어라 이 잡것아!”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라!”

       

       – ㅋㅋㅋㅋㅋ

       – 찐텐이라 개 웃기네.

       – 화령이 이런 취급당하는 거 처음 아냐?

       – 근데 친구 맞지 않나?

       – 최소한 지인은 되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어? 느그 천마랑 밥도 같이 먹고! 어? 같이 담배도 피고! 어? 마 다 했어!]

       

       그래. 네 놈들이 천마가 기거하는 건물의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이러는 것은 알겠다.

       

       나도 손님의 입장에서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그대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구나.

       

       지금 인내를 하고 있는 쪽은 그대들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백화령 이 녀석은 대체 안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 진즉부터 본인의 기척을 느끼고 있을 터인데 어찌 발자국 하나를 움직이지 않는 게냐.

       

       하여간에 젊은 것이 게을러서는. 본인이 그 나이였을 적에는 말이다.

       

       음.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구나.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내 구멍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던지라 생각을 그만두었다.

       

       대신에 경비를 맡은 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슬슬 거슬리게 되었던지라 그냥 둘의 혈을 찔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널부러진 녀석들은 내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입술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으니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건 말이 되지 못한 무언가 뿐이었다.

       

       – ?

       – 방금 뭐였음?

       – 뭐 보였나?

       – 아니 이건 또 무슨 버그야.

       

       “점혈을 한 게다. 언제까지 이 두 놈을 상대하고 있을 순 없잖느냐.”

       

       – ㄷㄷ

       – 점혈 존나 치트키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쟤네 입 돌아가겠다.]

       

       “걱정 말거라. 한 시간 즈음 지나면 움직일 수 있을 테니.”

       

       이 놈들이 허술해 보이겠지만 이 곳을 지킬 정도면 나름 실력이 있는 녀석들이다.

       

       한 시간 정도 방치된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바닥에 널부러진 두 사람을 대충 한 쪽에 치워둔 후 백화령의 집무실에 들렸다.

       

       “왔느냐?”

       

       방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걸음이 닿아야 할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루마리의 향연이었다.

       

       과거 이 자리에서 백화령과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는 본인인지라 이 녀석이 얼마나 일을 미뤄두고 있었는지를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충 보아도 최소한 일주일 치는 될 것 같구나.

       

       “왔느냐는 무슨. 진즉부터 본인의 기척을 느끼고 있었을 녀석이 왜 마중을 나오지 않은 게냐.”

       “보다시피 일거리가 많지 않으냐.”

       “헛소리를.”

       

       네가 그토록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면 이만큼 일거리가 쌓이지도 않았을 터이거늘.

       

       내가 한소리를 하자 머쓱했는지 실소를 흘리던 백화령은 장식삼아 펼쳐놓은 두루마리를 접으며 목소리를 냈다.

       

       “이리 와서 앉거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어디 앉으라는 소리냐.”

       

       여기에도 저기에도 두루마리가 가득하여 앉을 곳을 찾을 수가 없는데.

       

       앉을 곳을 만들어주어야 앉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닌가.

       

       한 세력의 수장이라는 녀석이 손님을 대우할 줄을 몰라서야 원.

       

       “대충 알지 않으냐.”

       

       그래. 대충 알기는 하지.

       

       허나 그는 주가 객한테 할 소리는 아닌 듯 하다만.

       

       허공섭물로 두루마리를 적당히 치우고서 앉으니 알아서 할 수 있으면서 왜 투정을 부리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여간에 더럽게 뻔뻔한 녀석이로구나.

       

       “그래서 할 말이 무엇이냐.”

       “그대가 해주어야 할 일에 대한 이야기지 무엇이겠나.”

       

       그리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백화령은 두루마리의 산 이곳저곳을 뒤지다 겨우 이 근방의 지도를 꺼내어서는 내 앞에 펼쳤다.

       

       “그대가 이 근방의 혈교 무리를 처분해주기로 하지 않았나.”

       “그랬지.”

       “조용하게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지역이 있어서 말이다.”

       

       백화령이 손으로 가리킨 지역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곳에서 소란이 일었다가는 그 곳에 사는 이들이 불안에 떨 수도 있으니 조심을 해달라는 소리였다.

       

       “특히나 이 빈민촌은 어린 아해들이 많이 지내는 곳이라서 말이다. 그대도 알겠지만 아이들은 쉽게 불안해하거든.”

       

       그리 이야기를 하는 백화령의 모습은 한 집단의 머리에 서 있는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본인은 이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신교를 어디까지나 도구로 여겼던 본인이니 도구의 구성품들이 낡아가든 부서지든 관심을 가졌을 리가 있나.

       

       특히나 그것이 있든 없든 본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이라면 더더욱 그러했지.

       

       나였다면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아니군. 애초에 이런 말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야.

       

       그 이전에 혈교 채로 모든 것을 불태울 생각을 했을 테니까.

       

       누군가에게 혈교를 없애달란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

       

       흐음. 나중에 모든 일을 끝마치고 방송을 끄면 백화령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여럿 있구나.

       

       신교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그녀가 신교를 어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

       

       “이해했느냐?”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최대한 그대의 의향을 따라주도록 하마.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능 할 수 있음은 알아두거라.”

       

       혈교는 바퀴벌레와도 같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퍼져있을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하나가 모습이 포착되었다면 그 지하에는 수많은 혈교의 신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만약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불을 질러야 할 수도 있다.

       

       그를 미리 이야기해두었더니 백화령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그대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이것으로 해야 할 이야기가 끝났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독에 참여하는 이들을 구경하러 가기 위해서.

       

       지금쯤이면 설아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나.

       

       현실에서는 몰라도 게임 상에서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잘 하는 놈이니 자신의 궁금증을 풀고 있지 않으려나 싶구나.

       

       “민가야. 이것은 무엇이냐?”

       

       그러던 와중에 바깥에 널부러진 경비를 확인한 백화령이 눈으로 나를 질책했다.

       

       “그대의 잘못이다. 나를 들여보내주질 않는데 어쩌란 것이냐. 그대가 좀 더 부지런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터.”

       “…어.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그렇다.

       

       그대가 바쁜 체를 하며 두루마리를 펼치고 있을 게 아니라 미리 나와 있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터.

       

       “본인은 저들에게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 하려면 그대가 해야지.”

       

       거기에 거꾸로 질책을 했더니 백화령이 시선을 피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너무 전형적이라 할 말이 마땅치 않구나.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야?

       

       – 아닠ㅋㅋㅋ

       – 이딴게… 신?

       – 진짜 천마님 분위기가 휙휙 바뀌네.

       – 화령보다 더한 거 같은데.

       – 이쯤되면 이중인격 아냐?

       

       그래. 마음대로 하거라.

       

       나도 이 이상 무어라 하기 귀찮으니.

       

       자그마한 소란을 끝마치고 고독의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니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 너머에서 들린 것들을 생각해보면 고독에 참여하는 이들이 각자의 목표를 이야기했던 모양이구나.

       

       실로 헛되고 헛된 이야기지.

       

       이제부터는 그 중에서 하나의 목표만이 남게 될 터이니 말이다.

       

       반짝이는 눈으로 백화령을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을 지나쳐 설아에게 다가갔다.

       

       세상의 도를 바라보는 본인의 눈은 최초에 비하여 많은 성장을 거둔 상태였다.

       

       매일 같이 바루에게 많은 배움을 얻고 있으니 이제는 사람을 보기만 하면 그 사람의 기분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지경이지.

       

       그런 본인이 보기에 지금 설아의 마음 속에 품어져 있는 것은 망설임과 의심 그리고 고민이었다.

       

       아직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이만큼이나 선명히 감정을 볼 수 있다면 착각할 수가 없지.

       

       “설아야. 무언가를 보았느냐?”

       “네.”

       “설명해 보거라.”

       “꿈을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을 봤어요.”

       

       제대로 보았군.

       

       오늘 있을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도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애매하다 생각했는데.

       

       본인이 그대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구나.

       

       심지어 그 과정에서 마음에 품은 붉은 씨앗도 커지기는커녕 줄어들기만 했으니 이는 본인에게 최상의 결과라 할 만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 곳에 볼 일은 없구나.”

       

       쓰잘데기 없이 고독을 지켜 볼 이유가 사라져 버렸으니.

       

       돌아가자꾸나.

       

       신교의 인근에서 할 일이 많은 만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구나.

       

       시청자들은 여태까지 고독 한 번 보려고 기다렸는데 왜 직전에 돌아가냐고 난리를 쳤으나 본인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수들이 서로를 죽이는 걸 보며 무어가 즐겁겠느냐.

       

       거기에 있는 것은 처절함과 광기 뿐이다. 저 의식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몇 번인가 관람을 해보기도 한 본인이니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저기에 즐거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본인의 벌레사냥 쪽이 즐거우리라.

       

       내가 발을 돌렸지만 설아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여태까지 어지간하면 본인의 의향만을 따르던 녀석이다.

       

       돌아가자 그러면 응당 내 뒤를 따르리라고 생각을 했거늘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구나.

       

       “고독을 보고 싶으냐?”

       

       그리 물었더니 설아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의 의향을 거스르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결정을 뒤바꾸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마음을 굳힌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대가 그를 바란다면.

       

       오냐.

       

       한 번 본인이 참아주도록 하겠다.

       

       – 캬아아아아

       – 편집자행동!

       – 마이튜브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

       – 살릴 게 있나?

       – 얼마 전에 올라온 천마 VS 혈교주 영상 백만 가까이 찍히지 않았음?

       – 영상을 뽑아내기 위한 몸부림!

       – ㅋㅋㅋㅋ

       

       “그대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리 즐겁지는 않을 것이야.”

       

       본인은 미리 경고를 했다.

       

       그러니 부디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만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만일 그런 뻔뻔한 이가 있다면 내 친히 목을 쳐버릴 것이야.

       

       그럼 가보자꾸나.

       

       고독을 보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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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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