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5

    <255 – 이건 제 마음이에요>

     

    “이슈타르. 저 공을 떨어뜨려야만 해요!”

    “…무리야.”

     

    성녀의 재촉에도 이슈타르는 힘없이 대답했다.

     

    “남은 마력을 전부 동원하면 막을 수는 있어. 하지만 그 뒤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런…”

     

    그럼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오크노디의 암흑볼이 절대로 진화해서는 안 될 무한가속전격얼음볼로 진화하는 광경을 두고 보아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거야. 저 공의 속성은 가장 크게 흡수한 속성으로 변하니까 굳이 따지자면 무한가속볼이 되겠지.”

    “거기서 논리적으로 따진다고 득이 될 것도 없거든요! 뭐가 됐든 오크노디가 이기잖아요.”

     

    확실히 오크노디의 4단계 공의 대처마저 성공하고도 이런 식으로 허를 찔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슈타르 본인도 부쩍 체감하고 있다.

    입학시험에서부터 무력보다 더한 재치라던가 창의력이 없는 녀석들이나 무력에 의지하는 것이라거나 무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실전으로 겪어보니 비로소 체감이 든다.

    힘의 우위는 분명 이슈타르에게 있었다.

    오크노디의 암흑마나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쪽은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의 선택을 받은 정명한 용사의 사명을 지닌 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궁지에 몰리고 사실상 승리를 포기한 지경에 이른 것은 역시 창의력의 차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완패야, 정말.’

     

    코트 밖의 학생들도 술렁거렸다.

     

    “오크노디가 이겼어?”

    “외통수야.”

    “저 가속볼의 속도를 봐. 잔상도 없잖아.”

    “아무리 용사라도 남은 1학년의 반 이상을 혼자 탈락시키는데 힘을 쓴 직후에 저런 공을 막아내는 건 무리겠지.”

    “용사가 유리하더라도 오크노디가 이겼으면 좋겠어.”

    “맞아. 1학년의 승리를 챙기는 건 오크노디잖아.”

    “용사 쟨 중간고사에서도 지 파티 성적만 챙겼고.”

    “자기 사람 챙기는 건 오크노디도 똑같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이득 봤잖아.”

    “이럴 바에야 오크노디를 따르는 편이 낫지 않아?”

     

    오크노디를 싫어하고 꺼려하던 학생들마저도 오크노디와 이슈타르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면 그나마 호감상인 오크노디를 응원하는 상황.

    성녀 유이가 눈을 세모꼴로 뜨며 무어라 학생들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지만 이슈타르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내버려둬.”

    “이슈타르…”

    “명성은 잃어도 대결은 이겼어.”

    “그래도… 응? 대결은 이겨?”

    “창의력. 요는 생각하는 힘이 강한 사람이 이기는 아카데미. 본질을 깨우치니 눈이 맑아졌어. 이 상황은 절대로 내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야.”

     

    <용사의 깨달음 – 궁지에 몰리면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5000% 증가한다.>

     

    아무리 근력에 올인한 이슈타르라도 용사 본연의 힘인 깨달음의 힘은 그녀에게 근력올인애호가답지 않은 똑똑함을 허락했다.

     

    “4단계 공이 무한가속구간에 돌입하면 그 순간 패배는 결정되겠지. 저걸 막아서고자 힘을 써봤자 전부 흡수당할 뿐이고. 하지만 약점이 있어.”

    “무슨 약점?”

    “느려.”

    “응?”

    “저 공은 느리다고.”

    “…아아!”

     

    유이는 한발 늦게 깨달았다.

    오크노디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힝. 들켰당.”

    “무한가속구간에 들어가기 전에 오크노디를 먼저 탈락시키면 끝이잖아.”

     

    용사는 검 끝을 돌렸다.

    무한가속구간을 향해 느릿느릿 나아가는 4단계 암흑볼대신 오크노디를 향해서.

    지칠대로 지친 것은 이슈타르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두 번이나 저런 힘을 쓴 탓에 이슈타르 이상으로 지친 사람이 오크노디!

     

    “자. 이젠 끝낼 시간이야.”

    “…누구 맘대로?”

     

    파지직.

    바닥에서 피어오른 전기가 이슈타르의 손을 묶었다.

     

    “!”

    “용사의 저항력이라면 이런 공격, 쉽게 허락하지 않겠지. 그래도… 지칠대로 지친 지금이라면 통해.”

     

    <전기트랩>

    <감전>

     

    손을 휘둘러 윙커터 한 번만 날리면 오크노디를 탈락시킬 수 있는데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카시아의 최후의 견제에 이슈타르가 꼼짝도 하지 못하자 유이의 지팡이가 카시아를 겨냥했다.

     

    “홀리 애로..”

     

    까앙! 털썩.

    어디선가 날아온 냄비가 유이의 머리통을 가격하며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사파티만 실력자가 있는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단정한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즈앙.

    이사벨이 탈락 직전에 떨어뜨리고 간 냄비를 집어던진 장본인이었다.

     

    “냄비 찌그러지면 안 돼!”

    “오크노디가 다쳐도 좋아?”

     

    이사벨이 아까워죽겠다는 얼굴로 입을 닫았다.

    하지만 무리한 동작 탓에 혈도를 점해 지혈했던 상처부위에서 푸슉 하고 다시 피가 나왔다.

    쯧.

    정말 괴물같이 강한 여자다.

    용사 이슈타르.

    두 번이나 상대했지만 세 번은 겪고 싶지 않은 강함이었다.

     

    “선을 밟으면 탈락이었지?”

     

    즈앙은 제 발로 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앗~핫핫핫하하~~!”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1학년들의 내전을 지켜보던 2학년 수석, 드릴머리의 만델라가 입을 열기 전까진.

     

    “981기에 재능 넘치는 학생들이 많다더니 정말이네요. 빛의 용사와 어둠의 다크프린세스. 어느 쪽이건 굉장히 수준 높은 싸움이었어요.”

    “…방해하실 겁니까, 선배?”

    “천만에요. 넘쳐나는 재능이 우리 2학년을 겨냥하기 전에 서로 싸우며 자멸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답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포인트쯤은 잠시 내려놓죠.”

    “…그렇다는 말은?”

    “예에. 기권이랍니다.”

     

    용사의 공격이 오크노디를 노리기도 전에 만델라는 기권을 선언했다.

    981기 1학년의 두 축을 이루는 용사와 오크노디.

    두 사람의 대결이 결착을 내기 직전에.

    앞으로도 그 대립이 끝나지 않도록.

    거시적인 시야로 학년대항전의 승자의 자리를 내어주는 대신, 1학년의 내분이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정리되지 못하도록 강제로 대결을 끊었다.

     

    “만델라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따라야지.”

    “만델라의 선택이라면 이견은 없어.”

    “후작영애님은 믿을만하지.”

     

    남아있던 2학년들도 만델라의 뒤를 따라 일제히 선을 밟았다.

    변방과 제국, 하급반과 상급반으로 나뉘어 활동하는 1학년과 달리 학년 전체가 만델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따르는 모양새.

     

    “학년대항전 1학년 및 2학년의 대결은 1학년의 승리로 끝났다.”

     

    양보를 받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1학년이 2학년을 이기는 이변이 벌어졌다.

     

     

    * *

     

     

    [학년대항전에서 1승을 거두었습니다.]

    [승리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결정적인 기여도가 인정되어 1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만델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대부분의 1학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용사 이슈타르를 따르는 소수 1학년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교수들이 당신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몇몇 교수들이 당신을 조교로 삼고 싶어 합니다.]

    [오모시로이 드래곤교장이 당신을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위보상보다 더 큰 보상을 얻었다.

    넘쳐나는 관계도 변동!

    그만큼 학년대항전이 대운동회의 핵심이벤트였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만델라 선배가 슬쩍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탈락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도 용사의 일격에 맞고 엄청 아프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만델라 선배님!”

    “오옷~홋홋호~~! 감사인사라면 기특한 후배에게 하세요. 이쪽이 누구인지는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죠?”

    “아카디아 언니?”

     

    아카디아 백작영애.

    대운동회에서 억까충 빌런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이 종종 보이던 그녀가 뜻밖의 타이밍에 나타났다.

     

    “후후. 만델라 영애와는 사교계에서의 친분이 있어 부탁을 드렸답니다. 디가 제게 준 많은 도움에 대한 답례로 퉁 치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요.”

    “아니에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1학년들도 전부 공짜포인트를 벌었는걸요!”

     

    아카디아의 공적이 알려지거든 그녀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던 학생들이 모두 종적을 감추게 되리라.

     

    “아뇨. 제 이름을 내세우지는 말아주세요. 제 마음은 디만 알아줘도 충분하답니다.”

    “왜요? 언니는 입장이 불안정하잖아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후배의 무리한 부탁도 들어주는 만델라 선배도 있고, 동급생이지만 믿음직스러운 디도 있는걸요.”

    “그래도요.”

    “정 마음이 쓰이거든 저 대신 이번 일은 디의 공적이라고 널리 알려주세요. 용사가 저를 견제하기 시작한다면 후견세력이 불안정해진 저로서는 심히 부담스럽거든요.”

     

    그런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나.

    하긴 이번 회차의 용사는 앞뒤 가리지 않고 거슬리면 일단 족치고 보는 타입이지.

     

    “그럼 이건 제 마음이에요!”

     

    공녀님의 허리를 와락 안자 아카디아가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싸움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는 손길에 기분좋게 눈을 감았다.

     

    “고마워요, 디.”

    “제가 고마워해야죠. 언니가 왜 고마워요?”

    “그냥요. 전부 다 고마서워요. 이번 운동회동안 저를 위해서 뒤에서 해준 일들도 그렇고요.”

     

    아앗.

    괜한 걱정을 사지 않게 뒤에서 몰래몰래 다녔지만 실은 이미 들켰었나?

    하긴 모기에 물린 억까충들이 워낙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고 사고를 당하는 통에 나도 근처에서 염탐하다가 깜짝깜짝 놀라기는 했었지.

     

    “공작영애가 아닌 지금의 저라도 디의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도 오늘처럼.”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냥 알아줬으면 싶었어요.”

     

    이벤트가 없는 사람이라고 다른 이벤트를 쫓아다녔던 것이 아카디아를 조금 섭섭하게 했나보다.

     

    “그럼 언니한테만 좋은 거 알려줄게요.”

    “뭔데요?”

    “1시간 동안 푹 쉬세요. 최대한 많이.”

    “후후. 왜요?”

    “다음은 3학년이잖아요.”

     

    어리둥절해하던 아카디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2학년을 이겼으면 3학년이랑 피구 해야지.

    뭐, 물론 지겠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1학년들은 3학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들이 온다… 3학년들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