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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카페 주인은 단원들이 주문하는 음료를 만들면서도 클라라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우으으…….”

         

       그녀는 자신이(?) 찰리에게 구애했던 일화가 나올 때마다 얼굴이 점점 새빨갛게 익어갔다.

         

       “어머, 어머, 정말 우리 클라라 양이 그랬단 말이에요?”

       “푸핫핫핫, 핑크빛 나날이었군요!”

       “허허, 그렇게까지 하다니. 그 찰리라는 녀석 어지간히 잘 생겼던 모양이군.”

         

       그녀는 자신을 향해 히죽대는 단원들의 눈길을 피해 원더스타인을 바라봤다. 그 역시 입에 미소를 가득 띤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그에게 말했다.

         

       “그, 그때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어요…….”

         

       이거라면 주인님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단원들이 먼저 법석을 떨었다.

         

       “지금의 제가 아니었다? 왜 굳이 단장님에게 변명하는 거죠?”

       “푸핫핫핫, 알기 쉽군요, 클라라 양은!”

       “여인의 마음은 갈대와 같더라! 이 바람에 휘청이고, 저 바람에 눕고!”

         

       엘라는 단원들에게 둘러싸여 놀림 받는 클라라를 보며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뭐야, 완전 여우였네, 저 선배. 그건 그렇고 찰리, 이 자식 봐라? 제법이잖아. 클라라 선배 정도면 제법 미인인데.’

         

       그녀는 뜻밖의 장소에 마주친 친구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그녀는 친구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말을 꺼냈다간 자신도 놀림감이 될 수 있었다.

       

       찰리와 자신은 그저 친구일 뿐인데…….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라 한다면 자꾸 연인으로 엮으려 들었다.

         

       한 가지 섭섭한 것은 그가 자신에게 클라라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른 개인적인 얘기는 그렇게 시시콜콜 편지를 써 보냈으면서, 왜 클라라 선배 얘기만 숨긴 걸까? 역시 부끄러워서 그랬나?

         

       “그래서 두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결국 사귀었나요?”

         

       유라크네는 노파가 음료를 다 내오자 혹시나 이야기의 마무리를 못 들을까 전전긍긍했다. 노파는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몇 주 뒤 괴물이 잡히고 다들 기숙사로 다시 돌아갔어요. 고백했는지 안 했는지도 몰라요.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죠! 클라라 양, 고백했어요? 했죠? 어떻게 됐나요? 사귀었나요?”

         

       클라라는 드디어 자신이 아는 이야기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백의 결말에 대해서는 진짜 클라라가 파이렌을 찾아와 토로하는 것을 여러 번 들어서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몇 달 전에 고백했는데 차였어요. 선배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네요……?”

         

       실연당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발랄한 목소리였다. 의도적으로 슬픔을 배제한 티가 역력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상처가 아직도 깊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우리가 눈치가 없었군.’

       ‘애써 부정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그녀를 놀리는 데 동참했던 단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뒤로 빠졌다.

       만약, 뒤따른 일행이 도착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그들은 어색한 정적에 감싸였을지도 몰랐다.

       딸랑이는 종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렸다.

         

       “여기는 할로윈 느낌이 물씬하군?”

       “마야아앙!”

       “비좁네요.”

       “어이, 원더스타인 단장!”

       “안녕하세요!”

         

       홉스, 미노바, 도스빌, 카렌, 루엘로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루리는 품에 안고 있는 매를 그들에게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매돌이가 편지를 가져다줬어요! 여기로 오라고.”

       “네. 제가 심부름시켰습니다. 그런데 매돌이라뇨. 제 매의 이름은 호크인데요?”

       “어? 엘라 언니는 매돌이라고 했는데?”

       “삐에엑!”

         

       호크가 항의하듯 엘라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가볍게 해후를 나눈 그들은 추가로 음료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원더스타인이 두 서커스단의 단장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자신들에게는 다른 팀과 비교해 무엇보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번 게임은 상자 탐색 팀의 상황에 따라 강당 게임 팀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가 중요했다.

         

       판세에 따라 동전으로 상자 열쇠를 구매할지, 탈락한 주자를 부활시킬지, 아이템 구매로 변수를 창출할지 결정해야 했다.

       또, 강당 팀이 어떤 아이템을 얻었을 때, 탐색 팀의 어떤 단원에게 그 아이템을 주는 것이 좋을지 즉석에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미니 게임을 할 때도 다른 팀의 전력을 헤아려, 이쪽에서는 대항마를 내보낼지 사석을 내보낼지 전략적 고려가 필요했다.

         

       여기서 ‘두뇌’ 역할은 클라라가 해주기로 했다. 그녀는 게임이나 도박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머리 회전이 빨랐다. 서커스단에 들어온 이후로 단원들과의 체스, 주사위 놀이, 카드 게임 등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비록 원더랜드에서는 듀얼에서 지긴 했지만, 챔피언인 오베론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그녀가 처음이었다. 오베론이 얼마나 당황했으면 원래 비밀로 해야 할 잠든 혼돈에 대한 것을 입에 담고 말았을까.

         

       원더스타인도 그녀가 가진 전략가로서의 역량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도 정보가 부족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단원은 모두 현장에 나가야 했다. 그녀 혼자서 객석을 오가며 학교의 상황과 강당의 상황 모두를 살피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원더스타인은 미노바와 홉스 쪽에 도움을 청했다. 두 팀이 객석에서 ‘눈’의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어차피 다음 달에 시험을 치렀기에 그들과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 거기다 미리 이런 예행연습 자리를 가져보는 것은 그들에게는 이득이었다.

         

       안 그래도 그들은 정보에 목말라했다. 원래 관전하기로 되어 있었던 9월 시험은 부전승으로 승자들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일어난 시네페쿠스의 화신 출몰 사고에 하필 출전 명단에 오른 곡예사들이 휘말리면서 무려 10팀 중 8팀이 인원 미달로 자동 탈락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시험 전날까지만 출전 명단을 제출하면 된다고 한 것을 보아, 학교 측에서도 저번 달 일을 고려해서 규칙을 바꾼 것 같았다.

         

       “앗, 토마토 던진 남자!”

       “핫핫, 적이었던 분이군요.”

         

       어제 도스빌 남작을 보지 못했던 단원들이 그를 보고 경계했다. 다행히 그와 함께 놀이기구를 돌리면서 친해진 우몬과 술친구가 된 트라이머리가 변호해주면서 금방 적의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도스빌 녀석은 도박판에서 자주 굴렀잖아. 이런 데 꾀를 내는 건 잘하더라고. 솔직히 루즈에서 재도전을 했을 때, 우리가 배지를 딸 수 있었던 것도 이 자식 덕이 컸지.”

         

       미노바의 변론에 다들 납득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원더스타인은 예선전 당일 클라라를 도와줄 인원을 확보했다. 원래 서커스단 간에 인력의 교환이나 전출은 금지되어 있지만, 관중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의 상황을 전달해주는 것 정도는 규칙 위반이 아니었다.

         

       몇 주 동안 학교에 청강을 다녀본 경험이 있는 마야는 테이블 위에 기적궁의 구조를 환상으로 재현했다. 그녀는 특유의 공간 지각력과 암기력으로 이미 학교 내부의 삼차원 구조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강당 팀이 참여할 게임에 대해서는 엘라가 목록을 작성했다. 신입생 선발 시험에서 한 번 통과했던 것들이라 그녀는 기구의 원리나 공략법에 대해서는 이미 꿰뚫고 있었다. 단원들은 그녀가 칠판에 쓴 내용을 보고 이건 누가 잘하겠다 싶은 것들을 미리 눈여겨 봐두었다.

         

       “힘자랑은 우몬이겠고, 저는 줄타기. 그리고 길들이기는 역시 엘라가 나가야겠죠?”

         

       <채찍과 당근>, <그리폰과의 인사>, <구렁이 핸들링>, <호랑이와 눈싸움>, <누가 치즈를 미로에 숨겼을까> 등의 게임 항목을 읽은 유라크네가 말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예선전은 게임에서 많이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에요. 상자를 찾아내서 트로피를 손에 넣는 게 목적이죠. 학교 내부를 돌아다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탐색팀에 들어가야 합니다. 엘라 양과 마야 양 말이죠.”

         

       클라라는 두 사람의 이름을 탐색 팀 쪽에 써넣었다.

         

       “어, 그러면 길들이기는 누가 나가요? 강당 팀에는 최소 다섯 명을 넣어야 하잖아요. 다섯 마당에 맞게 말이에요. 엘라 말고는 길들이기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요?”

       “길들이기는 버리는 패로 써야겠죠. 제가 나가면 되겠군요. 저는 어느 쪽에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쏴는 엘라 양과 마야 양 다음으로 밴딕 씨가 제일 잘하죠?”

         

       구석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붕대투성이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입에 이쑤시개처럼 물고 있던 못을 뱉어 보였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건너편에 있는 나무 벽에 박혔다. 그것은 정확히 나이테의 중앙을 꿰뚫었다.

         

       “훌륭합니다. 그리고 땅재주는 트라이머리 씨가 주특기로 삼은 재주죠?”

       “맡겨만 둬.”

       “게임 내용을 다 살펴 봤는데.”

       “중위권은 노려볼 만한 거 같아.”

         

       홉스가 삼 형제의 몸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군. 확실히 ‘좌우로 넓은’ 것은 땅재주를 펼치는 데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이야. 버티고 서기 쉬우니까.”

         

       그렇게 팀 배정은 끝났다.

       탐색 팀에는 엘라, 마야, 가스통, 스벤이 배치되었고, 강당 팀에는 원더스타인, 우몬, 유라크네, 트라이머리, 밴딕이 들어갔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전술, 전략 회의가 진행되었다. 거기서는 클라라와 도스빌이 두각을 발휘했다.

         

       “패널 뒤집기 아이템을 활용해서 전략적인 길목 틀어막기를 할 만한 위치는…….”

       “탐색 1순위 지형들을 꼽아보자면, 본관에서 접근하기 쉬운…….”

       “열쇠가 없을 때, 보물상자를 발견하면…….”

         

       두 사람은 그렇게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다가 때로는 규칙을 비트는 비열한 꼼수를 생각해내기도 했다.

         

       “땅만 안 밟으면 되는 거잖아! 때려눕혀서 인간 징검다리로 쓰자!”

       “지나간 자리에는 나중을 대비해 함정을 설치해두거나!”

       “엘라에게 장애물로 나온 맹수를 조종해서 다른 참가자를 공격하라고 하는 것도 괜찮겠군!”

       “탈락해서 칸을 못 벗어나는 애들에게 쏴의 함정을 일부러 발동시킨다든가!”

         

       어떻게 이 유쾌한 축제를 저렇게 삐딱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찝찝하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감탄했다. 두 사람 덕분에 이번 시험을 바라보는 안목이 몇 배는 더 넓어진 거 같았다.

         

       회의는 그렇게 두 사람이 주도하며, 간간이 원더스타인이 게임에서 본 적 있는 나올법한 함정과 장애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그가 마야가 만든 학교 건물의 환상을 통해 그런 발상을 했다고 여겼지만, 정작 마법을 쓴 마야 본인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스승은 그녀가 구현하지 않은 공간에도 당연히 그런 구조물이 있는 것을 상정하여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그리고 마야의 기억상으로도 그의 전제는 사실이었다. 그저 마력을 아끼기 위해 생략한 디테일을 그는 꿰뚫어 보았다.

         

       그것은 똑똑하다는 말로 설명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분명 학교 내부 구조를 원래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마야는 지난 한 달 동안 그가 내준 과제를 열심히 탐구했다. 다시 파피락스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에 대한 마음을 억제하며 연구에만 집중했다.

         

       데볼루트, 저주 역병, 성 빅터.

       그를 설명할 수 있는 3개의 단어.

       방금도 그는 자신의 숨겨진 면을 드러냈다.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의 연혁을 생각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저 3가지 중 하나로 연결되었다.

         

       마야는 그 정보를 조용히 속으로 갈무리했다. 그녀는 함부로 뭔가를 결론짓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의 마력 운용 방식에 다만 몇 방울의 감정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달 전에 깨달았다. 그녀는 언제나 이성적으로 굴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는 나날이 늘어가는 마력을 통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시 옛날처럼 환상이 제멋대로 구현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들려오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우는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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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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