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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나?”

        

       “저거 말입니까? 단순해보일수록 어려운 법입니다. 대충 만든 것 같지만 스킬의 작동 기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스킬이라….”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파이널 챔피언십 스쿼드 경기가 시작됨에 따라, 수많은 시청자들 뿐만이 아니라 최소 수백에서 최대 만 단위의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날아온 프로게이머와 코치들 역시도 대형 홀로그램을 띄워놓은 채 실시간으로 경기를 관람한다.

        

        시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정보가 살아생전 교범과 전술 이외의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코치들의 눈에 들어가는 순간 낱낱히 파헤쳐져 조각나고, 순식간에 분석당한다.

        

        그랬어야만 했다.

        

        

        

       “곤란하군.”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아는 것만을 더욱 발전시킨다. 기본적인 인간의 본성이었다. 반면 새롭고 낯선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었으나, 적어도 군대라는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사람의 목숨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일절의 검증조차 안 된 전략과 전술은 그 무엇보다도 많이 ‘시험’될지언정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 근방의 그 누구보다도 군문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이들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사실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았으며,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었다.

        

        선수와 코치를 가리지 않고,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인력들이었던 이들은 그 사실을 즉각적으로 짐작했다.

        

        

        

       “스킬이라….”

        

        

        

        상상도 하지 못한 변수.

        

        스킬에 대한 설명은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었지만, 이는 여지껏 그들이 손대왔던 범주에서 벗어난 요소라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했다.

        

        현 시점에서 스킬은 주류가 아닌 이제야 조금씩 연구되고 있는 영역에 가까웠다 – 파이널 챔피언십의 메인스트림 자체를 주도하는 북미 유저 및 프로게이머들이 해당 에어리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런 게 없어도 타국 유저와의 교전에서 얼마든지 우위를 점하고도 남는다’는 오만한 이유로 조금 더 구체화되었고, 그리하여 북미 유저들의 독트린은 구태여 변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심화되었다.

        

        

        물론, 외부에서 이를 깎아낼 정과 끌, 망치를 가져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초점을 어디에 맞춰 대비해야 할지. 파괴공작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IED 이상으로 대비하기 힘들겠죠. 말했다시피 작동 기전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어떤 부품이 언제, 어느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겁니다.”

        

       “영국이 초반에 스트레이트를 거하게 얻어맞았구만. 게다가 한국 팀은 이제 어떤 식으로 펀치의 궤적을 그려야만 하는지 감을 잡았을 거고.”

        

        

        

        주먹구구식으로 휘두른 펀치가 아니다. 허공 위에 표시된 궤적을 정확히 따라 뻗은 주먹이 헤비급 챔피언도 노려볼 수 있을 법한 영국의 안면에 제대로 꽂혀버린 것이었다. 그 뒤는 간단했다. SAS의 나라로 유명한 잉글랜드가 그 자리에서 목이 뽑혀버렸다.

        

        미국이 현 시점에서 그 어디보다도 강한 특수전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영국은 이러한 특수전의 시작점. 북미 유저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질 이유가 없다.

        

        그런 그들이 클린 히트를 허용하자마자 순식간에 꺾여버렸단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로건 일행이 그 짧은 사이 방에서 사라졌단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언제 나와있었습니까?”

        

       “몇 분 안 됐지. 좀 걷겠나?”

        

       “그러죠.”

        

        

        

        문을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 반기는 두 명.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로건과 오웬스, 로렌티나는 휴게실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딱히 정해지지 않았고, 건물 자체도 꽤 넓었기에, 이들은 그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복도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진 작품이겠지.”

        

       “아닐 리가 있나요. 틈날 때마다 기계 만지작거리던 막내 아니면 저런 기상천외한 방법은 안 쓰죠.”

        

       “행동이 굉장히 능숙한 걸 보면 하루이틀 굴려댄 게 아닌 것 같은데. 작용점과 무너지는 각도까지 조절해서 설치한 거 보셨습니까?”

        

        

        

        경기를 시청 중이던 수억 명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숫자만이 놀라지 않은 채 경기 내용을 받아들인다.

        

        오로지 유진과 함께 하던 이들, 혹은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은 유저들, 또는 당사자만이 모든 상황의 전말을 꿰뚫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각자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세 명은 과거부터 막내의 기상천외한 행동거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저런 건 본 적 있나?”

        

       “오퍼레이션 길로아. 그때도 창고였죠. 단지 지금 홀로그램에서 나오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하게 무너졌었지만….”

        

       “하하,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긴 하네요. 그때 제가 선임관 업고 뛴 건 기억나나요?”

        

       “덕분에 점심에 먹었던 전투식량을 다 토했지.”

        

        

        

        그래도 그딴 쓰레기를 먹고 생길 수도 있는 변비는 막아줬으니 크게 나쁜 건 아닌가 – 하고 중얼거리는 선임관과, 그 말을 듣고 빵 터져버린 로렌티나까지. 대거 팀의 모습은 늘 이런 법이었다.

        

        한 바퀴 돌아, 주제는 다시 유진. 어느덧 이들은 관계자 및 선수들만 이용 가능한 커피 샵에 도착한 상태였고, 그 중에서도 인적이 극히 드물고 개인적인 대화가 가능한 자리에 앉은 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 즈음이면, 다들 저걸 어떻게 파훼해야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이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꽤 자신있나보군.”

        

       “자신은 몰라도 남들처럼 눈뜨고 굳어있지는 않겠죠. 근데 그것 뿐입니다. 선임관은 유진이랑 1 : 1 붙으라고 하면 어디서 뭐가 날아올지 예상할 수 있으십니까?”

        

        

        

        물론, 그 누구도 대놓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어차피 다들 응원하는 나라나 팀도 없을 거고, 그냥 막내가 뿌린 씨앗이 어떻게 발아하는지나 구경하러 나온 것 아니었어요?”

        

       “사실상 그 말이 정답이지.”

        

       “아, 물론 로건은 응원 안 할 거니 걱정 마시고.”

        

       “내가 인터뷰 와중 언급하면 될 건데. 공중파 한 번 타볼 생각 있나? 지금이라도 있어야만 할 거야.”

        

        

        

        극딜과 카운터의 향연.

        

        로렌티나의 극딜을 그대로 받아서 돌려주는 로건을 보며, 오웬스는 작게 웃고는 커피를 홀짝거렸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상황이 돌아가는 방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그 녀석을 볼 기회가 점차 줄어들겠군. 당사자를 영입하기 위해 사방팔방에서 지갑을 여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그도 그런가?”

        

       “단순한 농담이지. 그런 쪽에 관심이 있는 녀석은 아니니.”

        

        

        

        커피 냄새 자욱한 방 너머 창문으로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하루가 흘러가고, 오늘의 경기가 끝나간다.

        

        내일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슬 들어갑시다. 이따 경기가 끝났을 때 나간다면 안 그래도 혼잡한 마당에 얼마나 길이 막힐지 상상도 하기 싫으니.”

        

       “좋지. 저녁은 뭘로 하면 좋겠나?”

        

       “뭐든 해먹는 건 싫군요.”

        

       “배달부들한테 줄 팁을 넉넉히 챙겨야겠어.”

        

        

        

        식기와 컵을 반납한 후, 그들은 사라졌다.

        

        그 언제보다도 짧지만 긴 저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우리 그냥 택시타고 가면 안 돼요?”

        

       “걸어서 가는 것보다 세 배는 더 느리고, 돈은 세 배 이상으로 많이 나올 걸요.”

        

        

        

        한편.

        

        도로를 가득히 메워버린 수천 대의 차량을 보며, 유진을 비롯한 이들 역시도 걸어서 30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숙소로 복귀 중이었다.

        

        물론 그 험난함은 로건 일행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다들 모이셨군요.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만, 우리에게 기상 시간은 큰 의미가 없죠. 다들 무사히 파이널 챔피언십 경기 첫 날을 보내신 느낌이 어떠신가요? 참고로 저는 더럽게 추웠습니다.”

        

        

        

        오후 11시 30분, 호텔 지하의 다용도실에 모인 여섯 명.

        

        일반적인 학교 교실만한 방의 벽면에는 여러 개의 홀로그램이 띄워져 있고, 중앙에는 누가 보아도 푹신해보이는 여섯 개의 의자가, 벽면에는 마치 단상과 비슷해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솔로잉 한국 대표들이었다.

        

        

        드물게도 유진의 농담 아닌 농담으로 시작된 분위기는 실로 화기애애했으나, 그렇다고 활동적이지는 않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반쯤 강행군 아닌 강행군을 겪었으므로.

        

        다들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편한 복장을 입은 채 의자에 앉았다. 임시 테이블과 작은 다과까지 구비되어 있어 다들 편하게 이번 스케줄에 임할 수 있었다.

        

        

        

       “여러분들은 오늘 네 번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스쿼드 경기 두 번, 듀오 경기 두 번. 내일부터는 스쿼드와 듀오 경기 모두 그보다 횟수가 하나 늘어날 예정이죠. 파이널 챔피언십 스쿼드 및 듀오 경기는 주말 전까지 끝날 테니까요.”

        

        

        

        짧은 헛기침.

        

        히터까지 틀어져있었기에 유진은 연단에 미리 구비된 음료수를 마시며 중간중간 목을 축였다.

        

        

        

       “경기 횟수는 네 번이지만, 그 사이에서 여러분들이 참고해야만 하는 교전은 굉장히 많이 나왔을 겁니다. 아마 이번 주 내내 점진적으로 늘어나겠지요. 본래라면 제가 그 중에서 중요한 교전 십수 개를 추린 후 배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 말은 없었다.

        

        대신 유진은 덧붙였다.

        

        

        

       “…그리 하지 않을 겁니다. 이유는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은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유진의 눈 앞에 모인 이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결국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발전이다. 유진 없이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한국 팀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 부분은 첨언입니다만, 여러분들은 어쩌면 이 즈음에서 기본기가 중요한지, 아니면 스킬의 응용이 중요한지. 혹은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해야만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힐끔.

        

        큰 반응은 없었고, 유진은 별 생각 없이 덧붙였다.

        

        

        

       “아님 말구요.”

        

       “푸흡….”

        

        

        

        순간적으로 훅 들어오는 유진 특유의 개그에 다들 참지 못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녀는 그닥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질문을 해보죠. 과연 그게 중요할까요? 그 둘을 반드시 분리해서 구분지어야만 할까요?”

        

       “….”

        

       “스킬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기가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교전을, 그리고 생존을 위한 도구니까요.”

        

       “요컨대 맹신하지 말란 소리군요. 그냥 여태까지 해온 대로만 하면 된다는 뭐 그런.”

        

       “결국은 그렇게 되겠네요. 맞아요. 괜히 엉뚱한 마음 먹거나 딴 길로 새지 말란 소리예요.”

        

        

        

        그렇게 웃음 어린 짤막한 사전 당부를 끝내고, 유진이 덧붙였다.

        

        

        

       “그래서, 질문이나 피드백 있는 사람?”

        

        

        

        이어지는 정적.

        

        누구 한 명 결연한 표정을 짓지 않는 이가 없었고, 그 중 마치 총대라도 맨 것마냥 미카엘이 손을 들었다.

        

        유진은 그를 지목했고, 이어지는 말.

        

        

        

       “네, 말하세요.”

        

       “말씀은 굉장히 진지하게 하시는데, 옷이 뱀 잠옷이라서 집중이 하나도 안 됩니다.”

        

       “…후흐흐, 푸흡…!”

        

        

        

        그랬다.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복장이란 말 그대로의 복선이었다.

        

        힐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유진이 미묘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필 광고주 측이 오늘 옷을 잘못 보내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옷이라도 입었습니다.”

        

       “귀여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되겠습니까!”

        

        

        

        뱀 잠옷.

        

        그것도 꼬리를 내놓을 수 있는 잠옷은 유진과 참으로 찰떡스럽게도 어울렸고, 유진은 가장 근엄하게 보여야만 할 장소에 가장 귀여운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었다.

        

        당사자의 얼굴 위로 홍조가 떠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주차의 첫 밤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아기자기함과 함께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뱀잠옷은 실제 귀엽다

    날이 춥습니다 여러분

    연말 잘보내시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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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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