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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 ***

       

       “허허, 보리연화담의 공능으로도 자네의 체질을 말끔하게 고칠 수 없었다니…정말 놀랍군.”

         

       “그래도 큰 성취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중원에 파견할 수도승들도 어느 정도 추려졌다네.”

         

       마지막으로 라노징부와 계획을 점검했다. 운남에서 주의해야 할 고수, 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 동향은 월복당을 통해 주기적으로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운남의 고수들과 세력 현황도 그리고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월복당의 정보가 있다면 포달랍궁 측도 충분히 줄타기를 해낼 수 있겠지.

         

       “떠날 준비를 하는가?”

         

       “예. 서장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그런가…사라가 섭섭해 하겠구만.”

         

       “하하…섭섭해지 않도록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자네들이 성심성의껏 사라를 대해주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네. 마지막까지 사라를 위해서 노력해준다니 정말 고맙군.”

         

       포달랍궁의 궁주로서의 라노징부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라노징부는 합장을 해 보였고 나 역시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포권을 해 보였다.

         

       궁주전을 나와 숙소로 향하니 숙소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던 사라가 반갑게 날 맞이해 주었다.

         

       “어서 와요, 마술사님!”

         

       아무래도 세 사람에게 삐진 것 때문에 혼자 들어가기는 뭐해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그렇게 나란히 사라와 함께 숙소로 들어가자 일행이 나와 사라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흥!”

         

       아직 사라는 인사를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이 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사라야.”

         

       “네?”

         

       “흑묘와 여일예 소저가 사라와 화해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제 화해를 받아 주는 것이 어떻겠니?”

         

       “….”

         

       사라도 언제까지 화만 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입을 다물었다. 나와 노는 것도 좋지만 역시 여일예나 흑묘와 놀고 싶겠지.

         

       “흐으음…어쩐다. 새로운 마술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데 흑묘나 여일예 소저가 풀이 죽어서야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운…마술공연?”

         

       사라가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뭐…사라는 마술공연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당연한 반응이려나.

         

       “그래, 이러면 어떨까? 흑묘와 여일예 소저가 저래서야 제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을 테니까. 사라가 두 사람과 화해해서 흑묘와 여일예 소저의 기운을 나게 해 준다면 특별히 호천안 마술사단에 끼워 주마!”

         

       “…끼워 준다고요?”

         

       솔깃하긴 하지만 마술사단에 끼워 준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기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라.

         

       “우리와 함께 이번주에 라사에서 펼칠 마술 공연을 함께 짜는 거지!”

         

       “마술 공연을…?”

         

       “그래. 사라가 원하는 마술을 마구마구 볼 수 있는 기회란다?”

         

       사라의 얼굴이 몽롱해졌다. 사라는 전체적으로 마술이라면 다 좋아했지만 그래도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마법이 있기 마련. 자신이 좋아하는 마법으로만 구성된 마술공연을 직접 짤 수 있다?

         

       “흐, 흐흠! 언니들이 불쌍하니까 봐 주는 거에요!”

         

       “그럼그럼~”

         

       “저, 정말이에요! 언니들이 슬퍼하는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봐주는 것 뿐이니까!”

         

       “그래. 다 알지!”

         

       그렇게 이런 저런 변명을 주절거리며 내 손에 이끌려 흑묘와 여일예에게 다가갔다. 아직은 어색한 듯이 두 사람을 보며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부리는 사라.

         

       “마법의 다람쥐! 마법의 다람쥐도 공연에 넣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그런 모습도 일행을 불러모아 마지막 마술 공연을 짜기 시작하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후후, 그럼 그 마술도 넣어 볼까요.”

         

       “그럼 공연 순번은 내 뒤쪽으로…”

         

       흑묘와 여일예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사라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밀어주자 사라는 신이 난 모양이다.

         

       “마법의 다람쥐는 정말 재미있는 마술이에요! 다만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단점이니 금색이나 은색으로 반짝이는 패를 만들면 더 멀리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반짝거리는 눈으로 평소 마술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승님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네. 스승님?”

         

       “하, 알았다.”

         

       “음, 그리고 고리 마법도 평소에 색이 달랐으면 더 신기했을 거 같았어요!”

         

       “스승님?”

         

       “아주 골수까지 빨아먹으려 드는군…알았다.”

         

       당소열은 한숨 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기는 했지만 눈에서 별무리가 쏟아지는 사라의 모습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요…!”

         

       끝없이 나오는 사라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일단은 무작정 수용했다. 듣기만 해도 무리한 것들이 제법 있었지만 그 무리한 것들은 내일 예행연습을 하며 가다듬으면 되겠지.

         

       사라를 위한 무대였고 사라가 납득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이런 저런 사라의 개선사항 및 희망사항을 들어주고 그걸 어떻게 마술에 적용해야 할지 토의하다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사라, 돌아갈 시간입니다.”

         

       “힝…좀더 있고 싶은데.”

         

       “어머니,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기면 안 되지요.”

         

       아쉬운 표정을 짓던 사라는 여일예와 흑묘에게 한번씩 안기고는…잠시 머뭇거리다가 당소열에게도 한 번 안긴 뒤에 잽싸게 도망쳤다.

         

       “귀여운 것.”

         

       당소열이 키득거리며 대장간 쪽으로 걸어갔다. 아마 오늘 사라가 요구한 사항을 반영한 도구를 만들러 가는 모양이다.

         

       “으음…취지는 좋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저도 조금 그래요. 이렇게 연습과정까지 다 공개하면 마지막 무대를 즐길 수 있을까요?”

         

       흑묘와 여일예가 각기 한 마디씩 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마술이라는 건 사실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한 속임수인 경우가 많다. 아니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마술을 다 그런 식이다. 나도 뭐 엄밀히 말하면 가짜 마술사니까.

         

       속임수를 모두 깨닫고 나면 마술에 대한 환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도 끝까지 관객으로 남아있는 것보다는 마지막에는 함께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여일예가 피식 웃었다.

         

       “정말로 은공다운 대답이시로군요.”

         

       “음?”

         

       “그냥 다시금 안심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사실 그날의 답을 채근하지 않고 뒤로 물러선 것이 조금은 불안했었는데…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여일예가 한결 편안해진 안색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여간!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홀랑 정을 줘버리기는…! 뭐…그렇기 때문에 곁에 있을 수 있는 거겠지만요.”

         

       “후후, 그렇습니다.”

         

       흑묘의 말에 여일예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이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나만 손해지.

         

       박수를 쳐서 주위를 환기시켰다.

         

       “자, 그럼 오늘 사라가 지적한 사항들을 고려해서 마술을 다시 짜 봅시다.”

         

       “후후, 알겠습니다.”

         

       *** ***

         

       “멀리서도 잘 보여요!!”

         

       먼 곳에서도 잘 보이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사라와 함께 호천안의 마술을 구경하고 있던 여일예는 신난 사라를 본 뒤 무대의 호천안을 응시했다.

         

       ‘은공.’

         

       사실 친분이나 이득만 따지면 호천안은 사라를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호천안은 사라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었고 친분 역시 돈독했으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고생고생해가며 새 무대를 준비할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이 쓰이니까.’

         

       여일예와 달리 무대 뒤편에서 마술을 시연하고 있던 호천안을 바라보고 있는 흑묘 역시 여일예와 비슷한 답을 내놓고 있었다.

         

       ‘함께하고 싶으니까.’

         

       흑묘는 사라를 위해 금색 다람쥐 패와 은색 다람쥐 패를 흔들며 마술을 시연하고 있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호천안은 인연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이 무대는 그 사실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사라의 마음속에서 호천안 일행은 특별했고 호천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기대에 응하기 위해 이런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구나.’

         

       여일예와의 비무, 아니 싸움을 벌인 뒤 사라의 눈물에 손을 거두었다. 그 뒤로는 솔직히 사라의 눈치를 봐서 억지로 여일예와 화해했다. 그렇지만 화해라는 화두를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호천안의 답을 기다리고 여일예와는 화해하자는 결론이 튀어나왔다.

         

       결국 그 결론대로 행동하고 말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흑묘는 어째서 자신이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이도저도 아닌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그냥 선택을 유보하고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했다. 아니 이해는 어제도 했었을지 모른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사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호천안을 보고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납득했다.

         

       여일예는 생각했다.

         

       호천안은 타인의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답을 주지 않으셨지.’

         

       그 사실에 섭섭하고 화가 났다. 마음을 표현한지가 언제인데 대답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다니. 자연히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호천안을 용서하고 다툼을 벌인 일을 사과했는가. 흑묘와 같이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여일예 역시 흑묘와 같이 해답을 얻었다.

         

       ‘은공께서는 나와의 인연 역시 소중히 여겨주시겠지.’

         

       믿음.

         

       사라를 위해 늦은 밤까지 마술을 연습하고 시연을 선보이는 것처럼, 사라와 호천안의 인연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일예와 호천안의 인연을 위해서도 이리 노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당장 호천안이 내놓은 답이 침묵이라는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호천안의 내면에 들어 있는 자신과의 인연을 결코 허투루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 한 발 물러설 수 있었던 것이다.

         

       여일예와 흑묘가 호천안을 보며 각기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에 호천안의 시연이 끝났다. 사라의 박수소리가 두 사람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멀리서는 귀여운 다람쥐 형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살짝 아쉬운데…그래도 충분히 재밌으니까요!”

         

       “가까운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점도 숨겨진 비밀 같아서 나쁘지 않을지도요.”

         

       “으음…그래도 마술을 다 함께 즐기는 게 좋은데.”

         

       여일예는 기특한 말을 하는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완전히 마음이 풀린 사라는 방긋 웃으며 여일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무지개색으로 칠한 고리 마술 시연이 있겠습니다.”

         

       “와!”

         

       흑묘는 호천안을 스치며 무대에 오르며 생각했다. 호천안이 이렇게 사라를 위해 열심인데 자신 역시 뒤처지고 싶지 않다고. 흑묘는 손을 흔들어주는 사라를 보며 웃었다. 자신이 돕고자 했던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고는 저렇게 활기차졌다.

         

       흑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뿌듯함에 마음이 간질거렸다.

         

       문득 흑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배도 날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다.

         

       “…?”

         

       갑자기 뒤를 돌아본 흑묘의 행동에 호천안의 얼굴에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흑묘는 피식 웃었다. 아무려면 어때. 뿌듯해 하면 더 뿌듯해 하게 해 주면 그만이고 뿌듯해 하지 않더라도 이제부터 뿌듯하게 해 주면 될 일이었다.

         

       그래 지금은 우선 사라부터 즐겁게 해 줘야지.

         

       “자, 시작해볼까요!”

         

       “와아!”

         

       쩔그렁!

         

       사라의 환호성을 들으며 흑묘가 형형색색으로 물든 고리를 들어올리며 마술을 시작했다.

         

       라사에서 열릴 공연 이틀 전의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서장에서의 여정도 마무리로 진입하네요.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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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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