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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막판만 하고 자자, 라고 할 때의 막판 같은 승부였다.

        

       치열한 수싸움이 오가고, 아슬아슬하게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승리하는- 그런 승부.

        

       그게……기대 이상이어서.

        

       이것만으로도 대회에 출전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

        

       프로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들의 태도가 솔로랭크와는 딴판이었던 고로.

        

       솔로랭크에서는 결코 충족시킬 수 없던 승부욕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니까.

        

       방심 따위 하지 않고 전력으로 부딪혀오는 프로와 처음으로 붙은 셈이다. 기실, 여태까지 나와 마주한 프로들은 솔로랭크임을 이유로 힘을 빼고 있거나……어떤 형태로든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

        

       그나마, 미리 펑고를 해본 오소독스라서 전력으로 달려든 거겠지. 그 와중에 고집스럽게 도적을 골라가며.

        

       게다가 도적 펑고를 하던 때는 배우겠단 마인드로 또 힘을 뺐던 건지, 조금 전 경기에서는 그때에 비해서도 훨씬 잘해서…….

        

       즐거웠다.

        

       이리저리, 달리 댈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즐거웠다고 할 수밖에 없더라.

        

       그리하여, 기대감이 물씬 피어오르는 것이다.

        

       오소독스한텐 미안한 말이지만……이러니 저러니 해도 은퇴한 선수이자 코치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시간 투자의 문제가 있으니, 현역 시절만큼의 실력을 유지하기는 힘들 거고.

        

       파골은 얼마나 잘할까.

        

       현역 프로다. 게다가, 결승전이니- 아무리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겠지. 조금 전 경기를 봤다면 더더욱.

        

       주캐가……기사였던가.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역시, 나오나에서 가장 써는 맛이 있는 상대는 기사인 고로. 과연 썰어낼 수 있을지는 붙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상대로는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똑똑

        

       “10분 후 입장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사이. 스태프가 잠시 대기실에 들어와 경기 시간을 안내해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빌드……빌드 결정을 해야 할 텐데.

        

       검방이려나. 실제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기록을 보면, 검방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뭘로 상대해야 할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도적이었다. 벼랑 끝에 몰리면 손에 익은 캐릭터부터 생각하게 되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고로.

        

       다만-

        

       결승은 5판 3선승이니까.

        

       기회는 최소 3번 주어진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아직, 불완전하게 연소된 대검기사가 남아있어서.

        

       한번 더 부딪혀보고 싶었다. 패배했기에 더더욱. 설령 만회하지 못하더라도, 다시금 회복할 기회가 있을 때.

        

       * * * *

        

       “두 선수, 입장을 마칩니다-!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할, 얼어붙은 왕좌의 주인은 누구일지! 라클 해설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아, 이거 어렵네요. 오늘 파골 선수도 대단하지만, 아따먹 선수의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오소독스 선수를 상대로 첫 패를 기록했다지만, 그 패배조차 과정이 범상치 않았거든요. 오늘 경기에서는, 이 아따먹 선수의 기세와 집요함! 노림수가 빗나간 순간에도 바로 다음을 바라보는 이, 아마추어답지 않은 노련함이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역시! 막상막하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아, 오늘 제가 벌써 목이 쉬어 버렸네요. 시청자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 두 선수, 캐릭터 선택에 고민을 거듭해야겠죠! 양쪽 모두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아- 말씀드리는 순간! 파골 선수의 성기사가 등장합니다! 무스 해설님, 어떤가요!”

        

       “파골 선수의 성기사는, 네. 좋은, 안정적인 선택이자- 아따먹 선수를 인정하는 픽이라고 봐야겠죠.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하기엔, 아따먹 선수의 실력이 심상치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아따먹 선수가 문제입니다. 아직 상대가 성기사라는 건 모르거든요!”

        

       “아- 아따먹 선수, 고민을 거듭합니다. 사실, 그런 고사가 있지 않습니까? 재주가 100개가 넘는 여우는 어떤 재주를 쓸까 고민하다가 어느 재주도 쓰지 못한다는. 하지만 이 선수는 달라요! 아따먹 선수는, 100개 넘는 재주를 모두 동시에 선보이는 여우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 말씀드리는 순간! 아따먹 선수, 성기사를 고릅니다! 정통 기사전이네요! 과연 트레이드 마크인 대검 성기사를 다시 보여줄지!”

        

       열광하는 해설들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예나는 픽을 마친 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제법 진심인 듯이 진중한 표정으로, 걸치고 있던 겉옷마저 벗어서 저 멀리 던져두며.

        

       『누구 맘대로 기사가 트레이드마크야』

       『도적부흥운동이 좃으로 보이냐』

       『아니』

       『와』

       『ㅁㅊ』

       『여우 맞네 씨1발ㅋㅋㅋㅋ』

       『ㅈㄴ 쓸데없이 멋있네』

        

       이어서 화면에 등장한 건, 당연하다는 듯이 대검기사였다. 이미 노출된 전략은 쓸 수 없다는 듯이 정상적인 갑옷을 걸친.

        

       검방기사와 대검기사. 사람들의 기대는 대개 비슷했으나, 우려도 비슷했다. 묵직한 대검이 휘둘러지며 호쾌한 승부가 나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대검기사는 간격 재면서 한방이나 노리고, 검방기사는 방패를 앞세운 채 펜싱질이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결투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보는 맛이 좋은 경기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지루해지는 매치업도 있었으니.

        

       그리고 대검과 검방의 승부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렇게, 차라리 도적이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볼멘소리가 채팅을 가득 메우는 사이.

        

       첫 세트가 시작되고, 약 30초가 흐른 후-

        

       -콰직!

        

       “……아! 아따먹 선수, 깔끔한 패링에 이어, 결정타를 날립니다! 정교한 운영으로 1세트를 가져가는 아따먹 선수! 대단합니다!”

        

       “아따먹 선수, 정말 신인이 맞나요? 패링까지 가기 위해 깔아둔 심리전이 대단했습니다. 아, 리플레이가 나오네요. 여기, 여기서 왼발을 꺾어서 몸을 열어주고는, 약점을 일부러 노출했는데- 이게 함정이었습니다. 빈틈이라고 확신한 파골 선수가 뛰어든 순간에……여기, 여기서 왼팔을 보시면- 이미 대검을 휘두르는 중입니다. 파골 선수가 움직이기도 전에 네 수 앞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자, 파골 선수! 침착해야 합니다. 이제 겨우 첫 세트예요! 충분히 만회할 수 있습니다!”

        

       승부는 빠르게 갈렸다. 모두가 생각했던 지루한 대치 없이. 그리하여, 대검의 낭만을 그대로 구현한듯한 한방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사이-

        

       당사자인 예나는, 게임부스 안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뭐지.’라고, 누구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내뱉으며.

        

       .

       .

       .

        

       [작성자: 퀸따먹갓따먹황따먹]

       [제목: 따———–황]

       [(사진)

        

       어 누나야

        

       누나는 사람을 찢어]

       –     따———황

       –     얼굴이랑 매치가 안 되네 진짜

       –     또 당신입니까……

       –     피꼴이 너무 비참하게 찢긴 거 아니냐

       –     ㄴ 업보여

       –     머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작성자: ㅇㅇ]

       [제목: 이딴게 결승?]

       [내가 뭘 본 거지]

       –     2세트의 파꼴은 다르다고 본다

       –     ㄴ 색다르게 찢긴다고 본다

       –     ㄴㄴ 한판 내줬다고 지랄들 진짜 심하네 이래서 아마 상대로는 한판도 지면 안 되는데

       –     ㄴㄴ 피꼴이 피가 질질질

       –     대검 멋있었으니 됐잖아~

       –     ㄴ 아니 좀 합이 맞아야 멋있지 아따먹도 당황하드만

       –     ㄴㄴ 걘 표정이 원래 그래

        

       [작성자: ㅇㅇ]

       [제목: 옷 한번만 더 벗자 제발]

       [으흐흐]

       –     신고합니다

       –     아따먹의 죄가 깊구나

       –     ㄴ 겉옷 벗는게 좀 너무 육수 무빙이긴 했어

       –     ㄴㄴ 걍 불편한 옷 벗기만 해도 즈그들이 알아서 끓는 걸 어쩌라는 거임

       –     ㄴㄴ 나 현직 육순데 옷 벗는 건 끓이는 게 맞다

       –     ㄴㄴ ㄹㅇ 나 그거 보고 이상해져써……

       –     ㄴㄴ 진짜 한결같이 병신 같은 새끼들이구나 자랑스럽다

        

       [작성자: 검방은시니다]

       [제목: 아니 파골이 못한게 아닌데?]

       [나갤 병신들이 티어가 어딘진 몰라도 게임보는 눈 좆도 없어서 말해주자면

        

       파골은 존나 정석적으로 잘했다.

        

       근데 아따먹이 미친 수준이야

        

       애초에 검방이 견제기 넣는 걸 대검으로 패링하고 카운터 넣는다는 게 그냥 말이 안 되는 짓거리임.

        

       이거 보고 대검하러 갈 생각한 새끼들은 제발 접어둬라]

       –     대대대검은 해도 됨?

       –     ㄴ 나붕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     ㄴ 대대대검에는 낭만이 있다

       –     노림수에 당해서 상대적으로 못해 보인 거지 ㅇㅇ 다음판은 다름

        

       [작성자: ㅇㅇ]

       [제목: 사제?]

       [미친년인가 진짜로]

       –     ???

       –     아니 저거 이론적으로 좋음 힐에 버프에 길게 가면 점점 유리해져서

       –     ㄴ 저걸로 어떻게 길게 가 병신아

       –     ㄴ 넌 진짜 제발 솔랭 돌리지 마라

       –     ㄴ 사제로 길게 갈 수 있는 실력차면 걍 기사를 하라고 씨1발

       –     아따먹 원래 일대일 사제도 했음

       –     ㄴ 그 사장 팰 때 한 번 한게 다잖아

       –     ㄴㄴ 잘 패긴 했자너

        

       그리하여 시작된 2세트.

        

       어딘가 고민이 깊어지는 듯한 표정의 아따먹과, 이를 부서져라 악문 파골의 얼굴이 화면에 송출되고-

        

       “어……실수, 실수가 있었네요! 아따먹 선수, 포커페이스와 달리 사실 조금은 긴장한 걸까요? 상대에게 힐을 시전하고 맙니다.”

        

       “네, 그……대세에 영향이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만……어, 조심해야겠습니다! 사제의 힐은 피아를 가리지 않거든요!”

        

       “……어, 그럼에도, 아직 사제가 유리한 구도입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사제가 스태미나를 훨씬 더 잘 관리했어요. 기사가 파고들기 까다롭습니다.”

        

       “아, 다시 한번 일격! 아따먹 선수의 스태프가, 파골 선수의 검을 빗겨내며 어깨를 가격합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요!”

        

       

       전문 해설들조차 포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기가 시작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필스 님, 1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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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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