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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과거 본인이 고독에 참여했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고독을 위해 죽으러 향하는 이들의 얼굴은 언제나 밝다.

       

       자신이 죽지 않으리라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저들도 인간이니만큼 마음속에서 자신이 승리하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긴하다만 그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다.

       

       이들이 진정 웃을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의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보다는 신교의 안녕일지니.

       

       나 하나가 죽고 신교가 발전한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이들에게 어찌 죽음이 과로 남겠는가.

       

       과거의 본인은 이를 역겨운 사이비 무리의 의식이라 여겼다.

       

       너무도 긴 시간을 무림에서 보내며 옅어져 버렸지만 당시의 본인은 아직 현대인으로써의 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야만을 도저히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이 의식에 아무런 효용이 없었더라면 본인이 천마의 자리에 올랐을 적에 박살을 내지 않았을까 싶구나.

       

       고독을 치르는 건물의 안에는 코를 찌르는 혈향이 풍겼다.

       

       단순한 피비린내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칠해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며 한이 서리듯 건물이 서려버린 진득한 냄새가.

       

       그 향에 자신들이 의식을 앞에 두고 있음을 깨달은 걸까.

       

       참가자들의 면면에 드디어 긴장이 서렸다.

       

       “설아야. 우리는 위층이다.”

       

       참가자들의 뒤를 따라 걸어가려는 설아의 팔을 붙잡아 위로 올라가며 의식이 이루어지는 건물을 눈에 담았다.

       

       과거의 본인은 이 곳을 그저 불길한 장소로만 여겼다.

       

       무언가 불가사의한 힘이 깃들어 있음은 알았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

       

       본인은 무에 대해서는 알아도 술에 대해서는 무지했으니.

       

       허나 지금은 아니다.

       

       여전히 일정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기는 하다만 최소한 이 곳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볼 수 있다.

       

       이는 술법이구나.

       

       그것도 정체 모를 누군가가 상당한 공을 들여 준비한 것이야.

       

       혈교의 놈들이 사용하던 술법조차도 본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복잡했거늘.

       

       이 곳에 도사린 술법은 감히 본인의 시야를 판별할 수 없을 지경이니.

       

       범상한 자의 자취는 아니겠지. 흐음.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바루를 데리고 올 것을 그랬구나.

       

       그 녀석이 있었더라면 무언가를 판별 내려주었을 터인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눈에 담는 것 정도인가.

       

       위층에 도착을 한 나는 백화령과 장로들이 자리 잡은 그 옆에 서서 고독에 참여한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신교의 주요한 의식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침묵.

       

       긴장감. 기대감.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 누구를 먼저 쓰러트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

       

       – 도박중독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저 중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내기 걸어주시면 안 되나요?]

       

       “허?”

       

       저를 보며 옛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날아든 후원에 절로 숨이 새나왔다.

       

       무어라고?

       

       누가 살아남을지 내기를 걸어 달라고?

       

       – 아닠ㅋㅋ 씹ㅋㅋㅋ

       – 발상이 무슨.

       – 넌 진짜 악마다.

       – 사이버 투기장 여는 거야?

       – 근데 재밌긴 하겠다.

       – 원래 좆밥 싸움이 제일 재밌는 거랬어.

       

       아니.

       

       하.

       

       그대들이 잔인하니 잔혹하니 하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그대들을 과소평가했구나.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내뱉던 나는 방금 전까지 마음에 품고 있던 여러 잡다한 생각들이 날아가는 것을 느끼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진짜 악질들이구나. 그대들이 본인에게 악질이니 뭐니 떠들 자격이 있는 게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원래 이런 건 그스그시인데요]

       

       “그스그시가 무엇이냐?”

       

       사자성어더냐?

       

       그런 것치고는 본인이 여태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다만?

       

       – 이런 것도 모름?

       – 화령님 실망입니다.

       – 진짜 감없네.

       – 어케 스트리머가 이것도 모르지?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 그대들에게 지루한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다만.”

       

       그대들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로만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니면 그대들이 질색하도록 어디 자동번역 기능을 끄고 무림의 언어로 그대들에게 지껄여 주랴?

       

       내 그런 식으로 협박을 했더니 저 측에서 알아서 백기를 들었다.

       

       – mz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라고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그런 이야기더냐.”

       

       참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줄임말을 사용하는 구나.

       

       저들끼리만 알아듣는 이야기를 하며 껄껄대며 웃는 일에 어디 유쾌함이 있는가.

       

       – 아닌데요? 완전 young하고 mz한데요?

       – -틀-

       – 화령님 혹시 춘추가 어찌 되시는지.

       

       “춘추라. 잘 모르겠구나. 백을 넘었을 적부터 세지 않았던지라.”

       

       – 아. 그런 컨셉?

       – 미친 ㅋㅋㅋ

       – 잘 받아친다.

       – 강하네.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만 그리 생각을 한다면 무어라 하진 않겠다.

       

       “내기를 하자 그랬었지. 잠시 기다려 보거라. 저들의 특징을 잡아줄 터이니.”

       

       어디보자.

       

       저기 삐죽머리 하나랑.

       

       머리가 새하얀 녀석이랑.

       

       쓸데없이 진중한 놈이랑.

       

       그리고…

       

       대충 고독에 참여하는 이들의 특징을 잡아서 내기를 걸어 주었더니 채팅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본인이 지적한 부분이 저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듯 했다.

       

       그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으려니 후원음성이 날아들었다.

       

       – 도박중독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이 생각하시기에 우승후보는 누구인가요?!]

       

       “글쎄. 딱 정해주기가 애매하구나. 저 중에서 가장 강한 게 누구냐고 묻는다면 답해주겠지만 우승을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거든.”

       

       – ???

       – 그게 그거 아님?

       – 뭔 차이임.

       

       “왜 에픽레전드라는 게임에서 총을 잘 쏜다 하여 꼭 1등을 하는 게 아니잖으냐. 그와 비슷한 것이다.”

       

       그 게임에서 엔리는 실로 한탄스러울 정도로 총을 잘 사용하지 못하지만 매번 하위권만을 전전하진 않는다.

       

       더럽고 치졸할 지라도 결국에 살아남아 2등이나 1등을 차지할 때도 있지.

       

       이 곳도 똑같다.

       

       단순한 1:1의 비무가 아닌 이상 반드시 강자가 살아남는다고 하긴 어렵다.

       

       오히려 강자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 봐도 좋다.

       

       유력한 강자가 있다면 모두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그 자를 먼저 처리하려 들기도 하니까.

       

       “저 안의 모두가 뭉치더라도 상대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강자가 있다면 내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겠지만 저기에는 그만한 강자가 없다.”

       

       그러니 확언하지 못한다.

       

       저 중에서 누구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고 또 누구도 최초의 탈락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역배가즈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저 중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흐음. 본인이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한 하수들이지만 그나마 격차를 나누자면 저 해맑은 여자아이가 강해보이는 구나.”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해 보인다만 몸의 동작이나 안의 내기가 돌아다니는 것이 괜찮아.

       

       저 중에서 비무를 겨룬다면 아마 저 여자아이가 모두를 쓰러트리고 우승을 거두리라.

       

       “바꾸어 말하자면 저 여자아이가 가장 먼저 공격을 당할 거란 소리다.”

       

       그러니 굳이 저 고독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남을 자를 고르라면 삐죽거리는 머리를 지닌 저 남자를 고르겠노라.

       

       여태까지의 경험상 적당히 강하며 눈에 띄기 어려운 저 녀석이야말로 고독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까.

       

       물론 저 녀석이 자신의 강점을 잘 이해했다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다.

       

       미친놈마냥 맨 앞에서 들이박는다면 또 어찌될지 모르지.

       

       – ㅇㅋ. 화령 믿고 풀배팅 간다!

       – 화성 가즈아아아아아!

       – 난 젤 강한 애 할래.

       – 역배는 어디냐.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날아가서 기분이 좋구나.

       

       그래. 그대들 중에서 누구의 기억이 날아가고 누구의 기억이 지켜질지 한 번 구경을 해보자꾸나.

       

       그러고 보면 말이다.

       

       이들이 이토록 포인트에 집착을 하는데 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구나.

       

       후일에 포인트를 가지고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 두도록 할까.

       

       *

       

       설아는 가만 고독의 의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을 보았다.

       

       최고가 되겠다 소리치던 사람. 살아남아서 신교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던 사람.

       

       장로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던 사람.

       

       그 하나하나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설아에게 저 사람들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 불과했다.

       

       심지어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그저 저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었을 뿐.

       

       굳이 따지자면 스쳐 지나간 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설아는 저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임 속 NPC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들의 투쟁을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저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긴장과 기대가 설아에게 닿는 느낌이 들어 저들이 숨을 삼킬 때에 설아도 함께 숨을 삼켰다.

       

       저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건가.

       

       “모두 준비가 된 듯 하구나.”

       

       천마가 목소리를 냄에 따라서 저마다 준비를 하던 이들이 자세를 잡았다.

       

       그들에게 천마란 살아 움직이는 신이었으니.

       

       죽음을 앞 둔 지금 이 순간 더더욱 경의를 바쳐야 했던 것이다.

       

       천마는 그를 보면서 자신의 기운을 주변에 풀었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건물 안을 가득 채워버리니 피부를 찢어버릴 듯한 포악한 기운에 설아의 피부에서 자꾸만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

       

       이대로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 이게 천마인건가.

       

       “미리 말해두겠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라. 마지막까지 대지에 서 있는 자가 강자로 남게 될 터이니.”

       

       이어진 말이 끝난 순간 천마가 내뿜었던 기운이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버렸고.

       

       “고독을 시작하겠다.”

       

       선언이 내려진 순간 아래에 모여있던 무인들의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 어느 하나 살수가 아닌 것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던 이들이.

       

       이번에는 웃음을 지으면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피가 튄다.

       

       진득한 혈향의 위로 새로운 혈향이 덧씌워진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설아는 이를 보면 저들의 심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이야기하던 화령의 뜻을 이해했다.

       

       죽음을 앞에 두게 된 저들에게서는 저들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 드러나기 마련이니.

       

       이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한 번 깨우침을 얻은 설아는 저들의 어떤 심지를 지니고서 살고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심지를 불태우는 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고독안에서 이루어지는 투쟁이 점차 기세를 더하고 있을 무렵.

       

       어디를 보아도 멀쩡한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에.

       

       심지 중의 하나가 모든 것을 불태우고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그 사람은 설아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활기찬 여성이었다.

       

       바닥에 널부러져 방해물이 되어버린 그녀의 시체에는 웃음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자신의 끝에 만족을 한다는 것처럼.

       

       설아는 그 웃음을 자신의 마음속에 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mz와는 거리가 먼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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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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