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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256 – 오직공포>

     

    다사다난했던 학년대항전도 끝나고 이제는 대운동회의 끝만 기다리던 학생들.

    더러는 학년대항전 이후에 치러질 몇 안 남은 개인전 종목으로 포인트벌이 막바지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다짐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학식 두 끼가 걸린 1등에 10포인트짜리 대결이라고 얕볼 생각은 없어.”

    “맞아. 10포인트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은 5포인트가 아까워서 1포인트짜리 흑빵을 먹어본 적 없는 포인트 부자뿐이라고.”

    “뭐? 너희들 1포인트나 되는 흑빵을 먹어? 미친 거 아니야?”

    “…그게 제일 싼 거잖아. 넌 대체 뭘 먹는데.”

    “나무에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나오잖아! 식물줄기를 베어도 체액이 나오고. 덤불에 베리가 맺히기도 하고 단 맛이 나는 진딧물이나 노랑개미도 많은데!”

     

    학생들은 가난에는 끝이 없음을 깨닫고 생활력 좋은 동기의 어깨를 다독이며 눈물을 흘렸다.

     

    “힘내… 우리가 도와줄게.”

    “1등하고 싶은 종목을 말해. 우리가 꼭 같이 뛰어줄게…”

    “정말? 신난다!”

    ‘정말 격 떨어지는군. 이런 것들이랑 같은 취급을 당하며 하급반에 있어야 한다니.’

     

    재단장학생 프라이드.

    그는 이 눈물겨운 허접들의 우정에 어울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너희들이 저 허접에게 장단을 맞춰주는 사이에 나는 모두를 제치고 1등을 해주마.’

     

    포인트가 많으면 값진 것을 살 수 있다.

    맛있는 한 끼 식사.

    강의준비물.

    출석.

    심지어는 학점까지도.

    소문으로는 진급에도 포인트가 필요하다.

     

    ‘뒤처지는 녀석과의 우정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다고. 같이 퇴학이나 당해버려라, 멍청이들!’

     

    그런 이유로 프라이드는 개인전 종목 시합이 시작되기만을 고대했다.

     

    “돌아가라. 너희는 참가 못한다.”

    “아니 왜요?”

    “시끄럽다. 운동장에나 가 있어.”

     

    교관들의 축객령에 1학년들은 영문도 모르고 운동장에 모였다.

    프라이드 역시 쫓겨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왜지? 학년대항전은 이미 끝났을 텐데.’

     

    엉겁결에 2학년의 기권을 받고 1학년이 이기긴 했지만 3학년은 그 이상의 괴물.

    길에서 마주치는 귀신보다 무서운 괴담 격의 존재가 아닌가.

    실제로 3학년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가 초상을 치를 뻔했던 프라이드는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교관님. 설마 저희 3학년하고도 하는 겁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운동장에 있던 교관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휴. 역시 착각이었지?

    개인전 종목을 담당하던 교관들이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거 맞지?

     

    “당연히 해야지. 시작 5분전이다. 1학년은 전부 코트 위로 올라가.”

     

    설마설마 했던 대결이 정말로 시작되었다.

     

     

    * *

     

     

    부상자들은 안도했다.

     

    “용사한테 고마움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

    “3학년과 시합을 하라니, 무슨 괴롭힘이냐고.”

    “열심히 시합에 임했더니 복 받았나봐. 3학년과 싸우지 않아도 되다니 너무 행복해!”

     

    코트 위에 선 1학년들은 곧 죽을 사람처럼 생선의 거멓게 죽은 눈을 하며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내 손으로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될지도…!”

    “그만 둬, 멍청아. 시합 도중에 입은 부상이 아니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없다고.”

    “그럼 시합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보. 자학으로 생긴 부상까지 공짜로 치료해주지는 않는다고. 그냥 참고 해.”

    “으아앙. 이럴 줄 알았다면 용사의 검에 제대로 맞고 탈락할걸!”

     

    칭얼대는 학생들과 이미 체념한 학생들이 반반을 이루는 코트 위는 좋게 쳐도 초상집 분위기였다.

     

    “오크노디.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3학년들이 늪마법으로 우릴 꼼짝도 못하게 만들면 어쩌지? 아무도 선을 넘고 기권하지 못하고 공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

    “걱정 마!”

     

    1시간 사이에 너무 빠르게 회복해버린 나머지 코트 위에 다시 올라오게 된 즈앙의 푸념에 오크노디는 해맑게 대답했다.

     

    “그런 악독한 짓은 4학년이나 할 거야!”

    “4학년은 하는 거냐…”

     

    적어도 3학년은 기권도 못하게 만들고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무서운 선배들은 아니라는 건가.

    하나도 안심이 되지 않는 정보에 즈앙의 어깨가 더욱 힘없이 늘어졌다.

     

    “3학년들은 왜 코트에 먼저 올라오게 허락했을까?”

    “우리가 만만해서 그렇겠지?”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

    “음. 포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의외네. 오크노디 너는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그 정도야? 3학년이랑 1학년의 실력차이가. 내키지는 않지만 우리한테는 저 용사도 있잖아.”

     

    1시간동안 휴식을 취한 것은 즈앙 혼자만이 아니다.

    가장 많은 1학년을 탈락시켰던 동급생학살자,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용사 이슈타르도 있었다.

     

    “만전의 상태라면 모를까, 고작 1시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마나에는 한도가 있으니까! 큰 기술도 전부 우리끼리 싸우면서 쓰느라 들켜버렸고.”

     

    애초에 2학년도 실력으로 진 것이 아니라 만델라 선배의 음흉한 이간계로 인해 기권했다.

    덕분에 1학년의 세력구도는 삼국지에 돌입했다.

     

    최강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 용사를 따르며 포인트라도 주워 먹겠다는 용사추종자들의 세력.

    허무하게 탈락했지만 제국의 자존심을 지켜줄 미지의 실력자, 제국2황녀 매스각키의 제국세력.

    용사에게 맞설 유일한 대적자이자 다크호스 카시아조차 따르는 인덕의 상징, 오크노디의 변방세력.

     

    그것도 큰 세력만 셋이고 밑으로 파고들면 매스각키의 미덥 잖은 모습에 수혜를 입은 제국3황녀 야요이 세력, 오크노디가 싫은 변방의 맹주를 자처하는 기타등등 세력 따위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삼국지보다는 오호십육국, 전국칠웅 시대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개판 난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델라 후작영애를 수석이자 지존으로 받들며 절대적인 지지가 완성된 2학년들과는 천양지차의 구도다.

     

    “어차피 받을 매, 빨리 받고 끝났으면 좋겠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갈 때처럼 힘없이 중얼거리는 즈앙.

    그녀의 표정은 3학년들이 코트 위로 입장하면서 더욱 괴로움으로 물들었다.

     

    “깔깔깔. 1학년들 피부 좀 봐 어쩜 저리 고울까 우리도 몇 년 전에는 저랬는데 부러워서손톱으로후벼파고싶지 뭐야?”

    “너희도 곧 우리처럼 될 거야… 물론… 3학년이 될 수 있다면 말이지! 크캬캬캬캬캬!! 나이만 먹으면 아무나 될 수 있는 호봉제 관료 따위랑은 다르다고. 포인트를 위해서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팔아치우지 않으면 3학년은 되지 못한다고? 캬캬캬캬!!”

    “황족이랍시고 눈가에 검은 기미도 보이지 않는 쾌락한 학창생활을 보내다니 정말 즐거워 보이는군. <사교회에서살아남기> 강의를 꼭 수강시키고 싶어.”

     

    하나같이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3학년 선배들의 주옥같은 어록!

    저 모든 발언이 코트 위에 올라오고 1분 사이에 벌어졌다는 사실에 즈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1학년들이 어지러움을 금치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까꿍?”

    “흐갸아아앗!”

    “뭘 그리 놀래. 너희도 3학년이 되면 <월 패스Wall Pass>마법 배우고 교수가 만든 108개의 벽을 통과하는 시험을 치러야 할 텐데. 미리 연습해둬. 그래야 3학년이 되고 벽 속에 끼여서 오도 가도 못하고 상태이상 <Stuck in wall>에 빠지지 않지.”

    “으아아앙! 전 3학년이 되기 싫어요!”

    “그럼 자퇴해!! 기프트 아카데미가 물로 보이냐고. 장담컨대 너 같은 겁쟁이들은 벽에 끼여 죽기도 전에 강의 도중에 사망할 거다!”

    “거기. 필요 이상으로 1학년을 겁주는 건 그만둬라.”

    “에에~? 제가 왜요? 틀린 말 하나도 안했는데? 1학년의 먹구름뿐인 미래를 사실대로 알려줬을 뿐인데?”

    “나는 4학년 진학을 목표로 하는 휴학근무자다.”

    “…”

     

    바닥에서 고개를 들이밀고 불쌍한 1학년을 겁주던 3학년이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가 두더지마냥 바닥으로 쏙 사라졌다.

    불쌍한 1학년의 이름이 티토소가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오크노디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힝잉잉 울기 바쁜 티토소가는 겁에 질려서 오크노디도 발견하지 못하고 조명대만 꼭 붙들고 울었다.

     

    “미, 미쳤어… 이건 악몽이야. 시작하자마자 무조건 기권할 거야!”

     

    프라이드의 외침에 근처에 서있던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입을 열었다.

     

    “기권할 거야! 기권할 거야!”

    “뭐, 뭐야 이 새는!”

    “뭐야 이 새는! 뭐야 이 새는!”

    “설마 사람을 잡아먹고 목소리를 훔치는 인면조!?”

    “자이언트 앵무새다, 이 터무니없는 후배야.”

     

    새 뒤에서 털을 긁어주던 선배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잘 생각했다. 시작하면 무조건 기권해라.”

    “가, 감사합니다…?”

    “시작하면 기권하기 싫어도 하게 되겠지만.”

     

    선배의 경고에 프라이드는 조금 욱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3학년이 가엾은 1학년을 산채로 붙잡아 언데드로 돌려보낸다던가, 채집에 나간 아이들을 붙잡아 촉수괴물의 둥지에 던지고 보물상자만 챙겨나온다던가 따위의 흉흉한 소문은 여럿 듣긴 했지만.

    여긴 교관들과 교수들이 지켜보는 대운동회의 운동장 한복판이 아닌가!

     

    “3학년 여러분은 최대한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1학년을 살해할 시에 막대한 포인트 감점 및 고의성에 따라서는 감옥에 수감되는 일도 있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바랍니다.”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경기 시작 전 연설을 들은 뒤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대였다.

    사실 제일 나쁜 건 저런 3학년을 만들어낸 아카데미와 저런 학생들을 손수 가르친 교수들이었다.

     

    “대운동회 학년대항전 1학년 대 3학년의 피구를 개시하겠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솟구치는 마법신호탄.

    신호탄의 불꽃이 1학년의 속마음처럼 퍼버벙 퍼벙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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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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