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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쿠쿡, 쿠쿡, 쿠쿡…”

       

       유세하는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그것을 바라보며 ‘용우우!’거리는 주나용.

         

       볼을 부풀리며 발을 동동!

       그에 맞춰 머리 위에 달린 날개가 파닥파닥, 퍼덕퍼덕.

         

       유세하의 웃음이 더욱 강해졌다.

       지켜보던 주나용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야, 야, 유세하. 뭘 그리 웃는 거야!”

       “쿠쿡, 미, 미안…쿠쿡!”

       “요, 용, 용이익!”

         

       -푸풋, 푸푸풋…!

       -므, 므아. 풋.

         

       응, 어라?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주나용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문보라와 주나용.

         

       두 사람 또한 유세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세 사람의 시선이 주나용의 머리 위에 돋아난 앙증맞은 날개에 꽂혔다.

       결국,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참지 못하고 폭소했다.

         

       “푸하하!!”

       “므아, 므아아아!”

       “훙엥엥!”

         

       주나용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말 그대로 용들용들.

       엉덩이에 난 용 꼬리를 사방팔방 움직이며 고래고래 화를 냈다.

         

       “우, 웃지 마! 웃지 말라고! 나, 나도 이렇게 작은 날개 얻을 생각 없었다고!”

        “푸하하하!!”

       “야, 야 유세하!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용이이익!”

       “쿠쿠쿡!!!”

       “흐, 흐지므르용!!!”

         

       주나용은 한참을 빼애액거렸다.

       잠시 뒤, 겨우 진정한 유세하가 사과했다.

         

       “미안, 미안…너무 웃겨…아, 아니 귀여워서.”

       “용이이익!”

       “크흠! 아무튼, 그래서 설마 그게 진짜 날개는 아니지?”

         

       유세하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만약에 저게 정말로 주나용의 전력의 날개라면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 말에 주나용은 대답하는 것 대신, 양손을 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엇인가 갈라지며 생성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펄럭-!

         

       곧, 주나용의 날개뼈 부근.

       거대한 한 쌍의 날개가 펼쳐졌다.

         

       “……와.”

         

       감탄사를 터트린 유세하는, 양해를 구하고 조심히 살펴보았다.

         

       아름다웠다.

         

       하나하나 붉은색 비늘로 꽉 찼으며,

       어딘가 구조적으로 하자도 없었다.

         

       끝자락에는 날카로운 용의 발톱이 돋아난 게…

       ‘고스라’의 수많은 주나용 중에서도, 가장 완벽에 가까운 날개 형상이라 말할 수 있었다.

         

       천천히 쓰다듬.

       그리고 만지작만지작.

         

       그 손짓에 맞추어 주나용의 전신이 불그스름해졌다.

       제아무리 튼튼하니 뭐니해도, 결국 이 날개 또한 주나용의 신체 부위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은 주나용의 예민한 부분을 더듬거리는 것과 비슷했다.

         

       “요, 용우우…”

       “와, 진짜 잘났네.”

         

       그러거나 말거나 감탄하는 유세하.

       그렇기에 더더욱 의문이었다.

         

       “…아니, 이리 멋진 걸 가지고 있으면서 왜…그런 푸닥푸닥을 다루는 거야?”

       “푸, 푸닥푸닥이라 하지 마!”

         

       주나용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기어가듯 대꾸했다.

         

       “어, 어쩔 수 없잖아…아, 아무리 노력해도 이 날개는 안 움직이는걸.”

         

       주나용 왈.

       날개를 꺼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도저히 다룰 수가 없었다고.

         

       그러던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머리 쪽에 작은 날개가 돋아났고,

       이것만큼은 다룰 수 있었다고 한다.

         

       차분한 설명에 유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떻게 된 건지 파악했다.

         

       ‘아직 천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구나.’

         

       그에 대한 심상의 영향으로 저런 장난감 같은 부속 부위를 만들어 낸 거다.

         

       유세하는 빙그레 웃었다.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주나용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날개를 꺼낼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이상하지만, 저 작은 걸로도 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장담하는데 두려움을 조금씩 삼키고 적응을 마치면, 언젠가는 저 멋진 적색 날개로 힘차게 날아오를 거다.

       말 그대로 찬란했던 지배자, 드래곤의 후예임을 알리는 상징.

         

       유세하는 그런 미래의 모습을 꿈꿨다.

       그리곤 시무룩해하는, 용아아 소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요, 용아아?”

       “놀려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시험 합격했어.”

         

       덤으로, 날개 부분은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을 거야.”

       “용으응.”

         

       *

         

       아무튼, 첫 번째 시험은 합격.

         

       열심히 러닝머신을 뛰는 최마리,

       아니 토끼에게 머리띠를 제출했다.

       토끼는 음, 음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요. 솔직히 탈락해서 다시는 안 볼 거로 생각했는데.”

       “…당연하지만 그리됐어도 마리 선배 몸은 돌려주는 거지?”

       “물론이죠. 말했잖아요? 어디까지나 시험 도중에만 빌린다고.”

         

       토끼는 ‘읏차…!’하고 내려왔다.

       곧바로 지체할 시간 없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다시 한번 주위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서로 성미 급한 사람들인 것 같으니 바로 두 번째 시험으로 갑시다. 이동하면서 설명할게요? 잘 들으세요.”

       토끼가 보드판을 두드리자 흐릿했던 두 번째 그림은, 어둠으로 가득 찬, 미로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미로에는 여러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같이 뭔가를 보고 놀란 얼굴과 홀린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자, 두 번째는 욕망의 어둠입니다.”

       “…욕망의 어둠?”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각각 찢어져 자신들만의 어둠에 갇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어둠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욕망을 자극하는 환상을 펼치지요.”

         

       그 모든 환상을 이겨내고 돌파하면 성공!

         

       “참 쉽죠?”

        “……”

         

       유세하와 일행은 말없이 토끼를 쳐다보았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설명.

       그래도 대충 무슨 시험인지는 알아냈다.

         

       특히 유세하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이건 뭐…뭔가 연이라도 있는 건가.’

         

       미몽의 숲도 그렇고 두 번째 시험 때도 그렇고.

       뭔가 정신적으로 테스트하는 걸 많이 겪는 느낌이었다.

       사실상 이골이 난 상태.

       웬만해서는 걸릴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시야가 반전되었다.

       드러나는 것은 완벽한 어둠으로 가득 찬 장소.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행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였다.

       귓가로 토끼의 첨언이 들려왔다.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펼쳐지는 욕망을 이겨내세요. 먼저 모든 욕망을 떨쳐낸 도전자는 다른 도전자의 환상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전원 무사히 통과하면 시험은 끝입니다.”

         

       ‘과연 그런 구조인가.’

         

       유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과거 <미몽의 숲>을 지났을 때와 흡사한 구조였다.

       그것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하면 그만일 터.

         

       ‘이 정도면 크게 문제없겠어…’

         

       어서 합격하고, 혹시라도 환상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애들이 있다면 찾아가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진.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괜히 <탑>이 내린 시련이 아니라는 걸까.

       점점 난관에 봉착하였다.

         

       지금, 그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유세하 생도. 도, 도와달라.”

       “……”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세하는 시선을 내렸다.

       말없이 물끄러미.

       그 시선에 투덜거리는 상대.

         

       “보, 보지만 말고 도, 도와달라! 스승의 부탁이 들리지 않느냐?”

         

       정체는 바로 팽진아.

       다만 그냥 팽진아가 아니었다.

       허리에 겨우 올까 말까한, 작은 크기의 어린아이 버전 팽진아였다.

       틀림없이 검후가 보여주었던 옛날 사진 속 팽진아와 판박이였다.

         

       ‘미친…’

         

       졸라 귀엽잖아, 이거?

         

       미니 팽진아가 양손을 위로 들어 동동거렸다.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러면서 병으로 밀봉된 음료수를 따달라고 조르는 게…

       정말이지 심장에 해로울 만큼 귀여웠다.

         

       ‘크, 크흑…’

         

       위험했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네.

       유세하는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욕망을 겨우 참으며 전진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미니 팽진아에게 손을 대는 그 순간 환상에 갇히게 될 거라는 것을.

         

       등 뒤로 팽진아가 울며 악담을 퍼부었다.

         

       “유, 유세하 생도! 너도 결국 나처럼 될 거다!”

         

       그게 대체 무슨 잔인한 말인가.

       저런 땅꼬마가 되면, 얼마나 곤란할지 잘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하다니…

         

       ‘역시 스승님이 아니네.’

         

       그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

         

       곤란하기 짝이 없는 시련은 계속되었다.

         

       야릇한 오두막 안, 나체상태의 문보라가 등을 돌린 채 힐끗 바라보았다.

         

       “…세하? 아직 몸이 좀 추운 것 같아요…”

         

       환상 속 문보라가 이불을 들쳤다.

       원본도 만만치 않게 요염한데,

       이건 뭐 그냥 서큐버스였다.

       혀를 날름거리며 살랑살랑 유혹했다.

         

       “서로, 따듯하게 하지 않을래요?”

       “하아…”

         

       유세하는 전진했다.

       가짜 문보라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서큐버스 문보라.

       그러나 유세하는 이불 안에 들어오는 게 아닌, 오히려 이불로 그녀를 칭칭 감아버렸다.

         

       “…훙엥?!”

         

       가짜여도 잘만 외치는 훙엥.

       곧, 침대 위에 김밥말이가 되어 널브러졌다.

       가기 전, 볼따구를 쭉 당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 훙엥, 훙엥엥!”

       “음, 원본에 비해 찰기가 약하네. 탈락!”

       “…훙엥엥.”

         

       계속되는 환상.

       이번에는 현관문이었다.

       조심히 문을 열자, ‘어서 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등장하는 것은 조금 더 성숙해진 주나용이었다.

       귀여운 복장에, 하늘거리는 앞치마를 두른 주나용.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내 내뱉는 말은 여러모로 치명적이었다.

         

       “오늘도 고생했어.”

         

       여보.

         

       “……하아.”

         

       그 뒤로도 무수히 많은 욕망이 펼쳐졌다.

       유세하는 거칠 게 없다는 듯 묵묵히 인내하며 나아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 등장한 미니 스승님이 제일 힘든 것 같은데?’

         

       그렇게 마지막 관문에 들어서는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충격적인 것들.

         

       유세하는 돌처럼 굳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는 것은 최소 20명이 넘는 ‘므아아’한 눈빛을 가진 므아므아한 존재들이었다.

       

       “므아아~세하다!”

       “세하야?”

       “세하다!”

       “므아, 므아아~”

       “안아줘 세하야~”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은 므냥이들.

       전원, 다양한 연령대로 추측되는 므냥이들.

       하나같이 므아아한 매력을 풍겼다.

         

       유세하는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직감했다.

         

       ‘이, 이건…’

         

       이건 위험하다.

       지금까지 겪은 환각 중 가장 위험했다.

         

       다가오는 므냥이들.

       유세하는 도망치려 하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들어왔던 문은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 안돼…”

       “므아아~”

       “오, 오지 마!”

         

       -므아아아~

       -아, 아아악!!!

         

         

       * * *

         

         

       같은 시각.

         

       바니걸 최마리,

       일명 토끼는 러닝머신을 달리며 ‘후후…!’하고 웃었다.

         

       그녀가 향하는 시선은 바로 투명한 수정구슬.

       그 안에는 유세하를 포함한 일행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다.

         

       토끼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진한 미소를 보였다.

         

       ‘이걸로 저 꽃미남은 탈락이군요.’

         

       솔직히…

       음, 그래 솔직하게 말하겠다.

       쫄리긴했다.

         

       너무나도 거침없이 환상들을 돌파했으니까.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건, 첫 번째 시험으로 알았지만,

       설마 저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

         

       ‘…정말로 평범한 인간이 맞나요?’

         

       하지만, 그런 그도 마지막 시련은 넘을 수 없었다.

       도전자가 원하는 가장 강렬한 욕망을 보여주는 환상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토끼는 ‘후우~’ 하고 입김을 불어 수정구슬의 화면을 넘겼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문보라.

       ‘훙엥, 훙엥엥!’거리는 소녀의 옆에는 집사 복을 입은 유세하들이 잔뜩 있었다.

         

       뭔가 달콤하기 짝이 없는 말을 속삭이는데…

       토끼는 오글거리기에 일부러 듣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잔뜩 붉어진 문보라가 유세하에게 둘러싸여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거였다.

         

       결국, 문보라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등에 키스하는 유세하의 공격에 녹다운 되고 말았다.

         

       ‘…취향하고는, 여튼 그다음은…’

         

       세 번째는 주나용.

         

       아담하고 예쁘장한 오두막 안.

       벽난로에 집어넣은 장작이 고운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소파 위,

       같은 이불을 덮은 남녀가 보였다.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두 사람은,

       주나용 그리고 유세하의 환상이었다.

         

       ‘용헤헤…’거린 주나용이, 유세하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유세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따듯한 미소와 함께 정수리를 쓸어주었다.

         

       덤으로 주나용의 옆에는 문보라와 흡사하게 생긴 띨빵한 봉제 인형이 하나.

       그리고 ‘므아아~’거리며 우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놓여있었다.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각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달콤한 꿈을 꾸고 있네요.”

         

       토끼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초점을 옮겼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사람이었다.

       묵묵히 전진하는 검은색 털 뭉치.

       바로, 마하나.

         

       그녀를 바라보던 토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당신뿐입니다.”

         

       과연, 동료들은 모두 패배한 이 시점.

       당신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

         

       “어디 구경이나 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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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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