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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인간들에겐 나름 충격적인(?) 벨제투스의 ‘인간 혐오 발언’이 끝나고.

        나는 바로 다음 참가자를 뽑았다.

       

        [‘공공의 냥’님 당첨!]

       

        – 와!

        – 엄마! 나 당첨됐어!

        – ㅎㅎㅎ

       

        이번 시청자는 활기찬 인간인 모양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질문이 있거든, 어디 해 보거라.”

       

        – 이번에는 무슨 질문이 올라올까?

        – ㅎㄷㄷ

        – 이젠 슬슬 무서워짐.

        – 과연…..

        – 라나님의 방송은 언제나 레전드를 갱신한다!

       

        다른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하곤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누가 봐도 이것은 시청자들이 나를 놀리는 것이었으니까.

       

        “움마 볼 빵빵해!”

       

        “어머니 볼 찌르지 마라!”

       

        슈르네와 벨제투스의 장난을 가볍게 받아주는 사이, ‘공공의 냥’이 질문을 올렸다.

       

        – 벨제투스님은 평소에 뭘 하면서 지내시나요?

       

        “음?”

       

        이건…… 나도 궁금하다.

        벨제투스를 만나는 것은 제법 오랜만이기 때문에, 나 역시 최근에 벨제투스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른다.

       

        ‘아마 우리 가족의 최근 일상을 아는 것은 슈르네 정도겠지.’

       

        이 아이는 무려 차원을 가볍게 넘나드는 아이니까.

        심지어 우리 가족의 초월도 기억하고 있어서, 원한다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 찾아올 수 있는 아이이다.

       

        “벨제투스야.”

       

        “네, 어머니.”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전에 만난 이후로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느냐?”

       

        “그러네요. 한…… 천 년 정도 지났던가요?”

       

        “그보다는 적다.”

       

        초월자들은 ‘수명’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오래 살다 보면 시간 감각이 흐려지곤 한다.

        가벼운 시간 오차도 거의 몇백 년 단위고.

       

        벨제투스에게 주먹을 휙휙 휘두르는 슈르네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느냐? 여전히 몸을 배배 꼬고 자다가 몸이 엉키고는 하느냐?”

       

        “어, 어머니! 저도 다 컸습니다!”

       

        벨제투스가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뛴다.

       

        뭐…… 객관적으로 벨제투스가 성체라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어머니인 내 처지에서 보자면, 벨제투스는 언제나 나보다 어린아이일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벨제투스의 어머니니까.

       

        “네가 온몸이 꼬여서 내가 풀어 준 적이 한 번 있었…….”

       

        “으아아아아아악!!!”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흑역사 대방출ㅋㅋㅋㅋ

        – 심해룡 오늘 제대로 망가지는 중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역시 엄크는 등짝 스매시와 흑역사 대방출잌ㅋㅋㅋㅋ

       

        양팔을 휙휙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는 벨제투스.

        그리고 그런 벨제투스를 바라보며 웃는 슈르네와 시청자들.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웃는 상황에서, 나는 슈르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벨제투스가 진정하기를 기다리며…….

       

        “헉헉헉…….”

       

        “그래. 진정했느냐?”

       

        “네.”

       

        숨을 헐떡이며 진정한 벨제투스가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요즘은 별거 안 했습니다. 영역 순찰하고, 둥지에서 자고, 인간 놈들이 들어오면 죽이고, 인간 놈들의 쓰레기가 영역에 들어오면 전부 분해하고…….”

       

        – 쓰레기 분해?

        – 헐?

        – 해양 쓰레기 전부 대서양에 버리면, 친환경 분해 쌉가능 아님?

        – 오?

        – 킹능성 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 대서양의 재앙에서, 단숨에 쓰레기 처리 드래곤이 되어 버린ㅋㅋㅋㅋ

        –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나는 잠시 생각해 봤다.

        쓰레기 처리 드래곤이라…….

       

        ‘저건 나나 블레이즈, 헤니시아도 가능할 텐데?’

       

        나중에 저걸로 방송 콘텐츠를 해볼까?

        당장 하지는 않겠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 재미있는 방송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쨌든 이것으로 세 번째 질문도 해결되었다.

        나는 다음 질문자를 뽑았다.

       

        [‘산천비빔밥존맛’님 당첨!]

       

        – 아

        – 신남

        – ㅎㅎㅎ

        – 안녕하세요

        – ㅎㅎ

       

        “반갑구나.”

       

        이쯤 되니 시청자들도 익숙해진 것인지, 이번 시청자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질문했다.

       

        –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 심해룡은 지금까지 죽인 인간들에게

        –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 같은 게 있나요?

       

        “흠…….”

       

        시청자의 질문에 나는 벨제투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벨제투스는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죄책감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제가 죽인 인간 외의 생물들에게도 죄책감을 가지게요?”

       

        “그건 그렇지.”

       

        공감 가는 말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인간들은 공감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 헐.

        – 잔인해….

        – 그럴 것 같긴 했음.

        – ㄹㅇㅋㅋ

        – 드래곤하고 인간하고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긴 함.

        – 그래도 좀 씁쓸함.

        – ㅠㅠ

       

        “아이들아. 한 달 전에 내가 말했을 것이다.”

       

        아마 벨제투스가 내 둘째 아이라는 것이 인간들에게 밝혀졌을 때였나?

        그때 벨제투스에 의해 가족이 죽었다며 나에게 성토하는 인간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너희들은 근본적인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나는 너희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드래곤이지, 너희의 사고방식에 ‘공감’할 수 있는 드래곤은 아니라고 했었지.”

       

        – 네

        – ㅇㅇㅇ

        – 기억함.

        – 아. 영상 본 기억이 난다.

        – 그랬죠.

        – 네넹

       

        다행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몇몇은 매니저들이 올린 ‘다시 보기 영상’을 통해 뒤늦게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너희들은 한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단다.”

       

        나는 그래도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라도 하는 것이지, 내 자식들은 애초에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조차도 못한다.

        그나마 ‘블레이즈’는 오랫동안 지성체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벨제투스’, ‘헤니시아’, ‘슈르네’는 그런 것조차 없다.

       

        “그러니 벨제투스와 슈르네에게 너희들에 대한 이해를 바라지 말거라. 알겠느냐?”

       

        – 네.

        – 그러고 보니 그랬지.

        – 요즘 라나님만 봐서 그런지 잠시 잊고 있었음.

        – 외형이 인간이라서 착각해 버렸네요.

        – 죄송합니다.

        – ㅠㅠ

        – ㅈㅅ

        – 자. 다들 반성합시다!

        – 반성…..

       

        내 말에 시청자들이 반성하기 시작했다.

        저 중에서 진짜로 반성하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겠으나, 어쨌든 더 이상 허무맹랑한 질문은 올라오지 않겠지.

       

        “자. 그럼 다음 질문자를 뽑아보겠다.”

       

        나는 뽑기 버튼을 눌렀다.

       

        [‘milk웨이’님 당첨!]

       

        – 아!

        – 안녕하세요!

       

        “반갑구나 아이야.”

       

        언제나처럼 반갑게 시청자를 맞이하며, 시청자가 할 질문을 기다린다.

        그러는 사이, 나는 벨제투스와 슈르네에게 탄산수가 들어 있는 잔을 쥐여주었다.

       

        “이건?”

       

        “탄산수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물이지.”

       

        “웩! 맛업서!”

       

        안타깝게도 슈르네의 취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슈르네가 휙 던진 컵을 도화가 받아 드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탄산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그때 시청자의 질문이 올라왔다.

       

        – 제가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 심해룡은 마치 동양의 용처럼 생겼던데.

        – 그건 아빠를 닮은 건가요, 아니면 엄마를 닮은 건가요?

       

        “……음?”

       

        “……엥?”

       

        나와 벨제투스가 동시에 소리를 내었다.

        내가 벨제투스를 바라보자, 그는 컵에서 탄산수가 흘러내리는 것도 잊은 채 모니터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인간 네놈이 감히! 무슨! 그딴 말을! 어?!”

       

        “…….”

       

        말로는 질문하지 말라더니, 실제로는 다 듣고 있었구나?

        나는 벨제투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 부끄럼쟁이 같으니…….

       

        “아! 그거 아닙니다!”

       

        “그래그래.”

       

        난 벨제투스를 이해해 주었다.

       

        “아니라고요!”

       

       

        *            *            *

       

       

        이현의 집.

        펑퍼짐한 추리닝 복장으로 TV를 바라보던 블레이즈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저놈이 인방에 출현해? 지나가던 가불이 웃겠네.”

       

        “개불?”

       

        “……아차. 여기엔 가불이 없었지?!”

       

        오늘따라 나사가 한 3~4개쯤 빠진 것 같은 블레이즈의 모습에, 이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저 모습을 봐야 하는데…….’

       

        집에서야 무직 백수의 노하우를 뽐내는 블레이즈였으나, 사실 그는 인간 사회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일단 인간들의 편에 선 드래곤이라는 점에서 유명세는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로 블레이즈가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 모습일 때의 강함은 물론이고, 인간 모습일 때의 수려한 외모.

        드래곤 모습일 때의 친절한 모습을 물론이고, 인간 모습일 때 인간들에게 보여주는 젠틀한 모습까지!

        블레이즈는 그야말로 인간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자, 미남, 그리고 인플루언서였다.

        즉,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소리였다.

       

        물론 집에서는 그딴 거 없다.

        늘어난 추리닝 입고 낄낄거리며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딱 알 수 있는 장면이지 않은가?

       

        “낄낄낄!”

       

        “…….”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은 이현은 슬그머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블레이즈의 관심이 완전히 TV로 향했다는 판단이 든 순간, 재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네 진면목을 사람들에게 까발려주마!’

       

        찰칵!

       

        매번 자신을 놀려대는 파트너에게 피의(?) 복수를 계획한 이현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영상에 고스란히 찍히는 블레이즈의 망가진 모습을…….

       

        “쯧쯧. 젠틀하지 못 하는 놈이군.”

       

        “……?”

       

        늘어진 추리닝을 입고, 머리띠로 앞머리를 올렸으며, 소파에 드러누운 채 과자를 와삭거리던 블레이즈는 그곳에 없었다.

        있는 것은 단정한 티셔츠와 면바지를 입은 채 한쪽 다리를 꼬고.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었으며.

        얼굴에서는 광채가 흘러나오는 미남이 그곳에 있었다.

       

        “…….”

       

        “음? 왜 그러지 파트너? 자네도 한잔하겠나?”

       

        “…….”

       

        삑!

       

        = 촬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썩어 버린 얼굴로 블레이즈를 바라보던 이현은 조용히 핸드폰의 촬영을 종료했다.

        그러자 젠틀했던 블레이즈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원래의 개 백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다.

        방금 그 모습은, 블레이즈가 빛을 굴절시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이…… 개…….”

       

        “낄낄낄! 넌 나한테 안 돼 임마!”

       

        이현을 향해 히죽히죽 미소를 짓는 블레이즈.

        그 죽이고 싶은 미소에, 이현은 뒷목을 잡았다.

       

        ‘아! 언젠가 저놈 얼굴에 죽빵을 갈기고 말겠어!’

       

        이현의 혈압이 올라가고, 블레이즈가 낄낄거리는 언제나와 같은 하루였다.

        그 순간, TV 안에서 멸천룡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이번 질문이…… 음? 가장 좋아하는 형제와 싫어하는 형제가 누구냐고?”

       

        “응?”

       

        “어?”

       

        블레이즈와 이현의 고개가 동시에 TV로 향했다.

       

       

        *            *            *

       

       

        나는 10번째 시청자가 벨제투스에게 한 질문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나도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내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아예 없었지.’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그런 질문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생존 기술을 가르치고, 먹이 사냥하고, 독립시키느라 바빴는데…… 그런 질문을 할 시간이 있었겠는가?

       

        “벨제투스야.”

       

        “네.”

       

        내가 벨제투스를 부르자, 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나에게 답했다.

        아무리 인간의 육체라고 하더라도, 그 본질은 지배력을 이용해 만들어낸 ‘아바타’에 불과하다.

        그러니 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낄 리는 없고…….

       

        ‘정신적 피로인가?’

       

        드래곤이 정신적 피로를 느끼다니? 희한한 일이로군.

        나는 벨제투스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형제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가 있느냐?”

       

        “……네?”

       

        벨제투스의 얼굴이 더욱 피곤하게 바뀌었다.

        ……왜지?

       

        – ㅋㅋㅋㅋㅋㅋ

        – 어서와. 나락은 처음이지?

        – 뭘 골라도 넌 나락이닼ㅋㅋㅋㅋ

        – ㅋㅋㅋㅋ

        – 심해룡을 심해로 보내자!

        – 나락이닼ㅋㅋㅋㅋ

       

        “??”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더더욱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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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도 피해갈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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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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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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