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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채팅 모니터링을 위해 핸드폰으로 켜둔 방송.

        

       『‘감사합니다!’』

       『대회에서 인성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따먹따먹아 제발 미친짓은 니 방송에서만 해다오』

       『속보) 위키에 아따먹/논란/공식방송 항목 새로 생김』

       『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

       『해설 수당 더 줘야 되는 거 아니냐?』

       『프로라고 남캠 상대로 너무 농락하네ㅡㅡ』

       『넌 우승상금 해설 줘라 텐련아』

       『그 와중에 잘하긴 또 존나게 잘하네』

       『아 3생존 사제 꿀 존나 잘 빨고 있었는데 너프되겠네』

       『파 또 죽』

       『파골아 좆됐어』

       『채팅 창내는게 목표임 얘?』

       『아니 ㅈㄴ 예의없네 진짜』

       『프로가 여스한테 인성질까지 당하면 솔직히 화낼 자격도 없는 거 아닌가』

       『사제가 프로고 기사가 남캠 맞죠?(진짜 모름)』

       『레꼴들을 건드리네ㄸ』

       『지도 존나 신나게 티배깅하고 다녔으면서 당하니까 표정 썩은거 보소』

        

       얼마 전까지 예나의 실력에 대한 칭찬과 파골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하던 채팅창은 아수라장으로 변한 채였다. 2경기가 이미 끝났음에도.

        

       ‘……진짜, 미친…….’

        

       프로 간의 경기였어도 커뮤니티들이 난리날 짓거리다. 그걸 스트리머- 그것도 여자가 시전했으니……결코 쉽게 진화될 화재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프로게임단 팬덤에 찍히는 건 차원이 다를 텐데.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시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분명……아무 생각 없겠지. 물어보면 보나마나 억울하다고 하며, 힐이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할 터였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외면할 생각이냐며.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저 힐이 순수한 티배깅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혹시 힐과 관련된 버그 따위를 발동시킨 것만은 아니길, 하고.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아오는 건지 모를 버그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 아닌가.

        

       마음 같아선 저 게임 부스에 찾아가서라도 한 소리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실천할 수는 없었고- 16강전에서 한 짓 덕분에, 막상 뭐라하기엔 조금 머쓱한 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제발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림막 너머의 예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을 느낀 걸까.

        

       관중석을 둘러보던 예나와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분명 마주쳤다. 조금은 반가운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결연하게 입을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불안한데.’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거 하지 말라는 의미로 다급하게 팔로 X자를 만들어 보이는 사이.

        

       어느새 다시 시선을 화면으로 돌린 예나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큰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이.

        

       .

       .

       .

        

       “네, 두 선수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면, 3세트! 픽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우선, 파골 선수는 다시 한번 성기사를 선택했네요! 2세트에 비해 공격적인, 방패를 보다 경량화한 무장입니다. 1세트 패배의 영향으로 소극적으로 움츠러든 것이 2세트의 패인이었다고 판단한 걸까요?”

        

       “파골 선수 입장에서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3세트입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줘야겠죠! 이번에는 파골 선수의 파괴적인 공격력을 선보여야만 합니다!”

        

       “아따먹 선수는 아직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정말 뭐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네요. 사제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 아따먹 선수인만큼, 마법사나 궁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도, 역시 도적 아닐까요? 아따먹 선수 입장에서도, 이번 세트로 쐐기를 박고 싶을 거예요. 자신을 결승으로 데려다 준 도적이 눈에 아른거릴 겁니다!”

        

       “어-? 광전사! 광전사예요! 아따먹 선수의 광전사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이건, 이건 정말 의외네요. 아따먹 선수, 첫 라운드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플레이하지 않은 광전사를 선택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숨겨왔던 비밀병기인가요?”

        

       “네, 지금 시청자분들도 많이 놀라고 계십니다. 그만큼 아따먹 선수의 광전사 선택이 놀랍다는 거겠죠. 그리고, 아- 아따먹 선수! 관중석을 향해 미소 짓습니다! 응원하러 와주신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겠죠?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인데- 정말, 이런 선수가 인게임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돌변하는 겁니까!”

        

       “네- 두 선수! 빌드 선택을 마쳤고, 경기- 시작합니다!”

        

       * * * *

        

       육중한 몸이다. 전신을 두텁게 감싼 중갑옷에, 등에 짊어진 거대한 양손도끼가 가벼워 보일 정도로.

        

       -쿵. 쿵.

        

       그럼에도, 그 무게감은 걸음 걸음마다 울려 퍼지는 소리로 여실히 전달되고 있더랬다.

        

       -쿵!

        

       광전사의 묵직한 걸음걸이는, 설산의 한 가운데 마련된 널찍한 터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끓는 피를 전장에 뿌리고자 뛰어든 전사들이라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함일까.

        

       널찍한 공터에 도착한 광전사가 굉음과 함께 도끼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자신이 고른 전장에서 적을 기다리겠다는 듯이 오연한 자세. 잠시 후면 맵 이곳 저곳에서 생성될 각종 버프 따위, 얼마든지 두르고 오라는 듯한 여유로움이다.

        

       그런 태도가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아니면, 얼마 전 다른 광전사를 이곳에서 쓰러트렸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길다란 에스톡에 버클러를 장비한 성기사 역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광전사를 맞이하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하여, 두 전사가 서로를 마주한 순간.

        

       이전까지의 신중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돌진한 광전사가 다짜고짜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우악스러운 일격. 결코 막아서는 안 되는 힘이 실린 공격이다.

        

       순간적으로 판단을 마친 기사가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부웅!

        

       그리하여 도끼는 제법 여유롭게 빗나갔으나- 기사, 파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회피할 방향이 적지 않았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뒤를 선택했다는 것이, 새삼 찝찝했던 탓이다.

        

       결투는 결국 싸움이라는 것이 평소 파골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자가 싸움에서 승리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으니- 첫 합에서 이미 미래가 보인 듯한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이다.

        

       그 상대가 조금 유리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농락을 거듭한 자라면 더더욱.

        

       그러나-

        

       위축된 심리는 들켰을지언정, 스태미나적으로는 이득을 봤다. 제법 힘이 실린 강공격을 약간의 움직임으로 피해냈으니.

        

       그러니, 돌려줄 차례. 파골은 검을 뻗은 채 발을 길게 뻗었다. 정석에 가까운 펜싱의 런지 공격. 이미 휘두른 도끼로는 막기 어려운 속도의 공격이다.

        

       -까득!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걸까. 진행 방향의 관성을 이용한 광전사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몸을 틀고 있었다. 갑옷의 곡면을 이용한 흘리기. 오소독스와의 일전부터 선보인 기예다.

        

       데미지는 받더라도, 경직은 피하는 테크닉.

        

       그리 피를 흘리는 광전사의 왼팔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도끼는 반쯤 놓아버린 채다. 오른손으로 지탱하고 있는 도끼는, 길게 늘어져 땅에 끌리고 있었고- 날아오는 건, 광전사의 왼 주먹이었다.

        

       첫 수로 머리에 양손도끼의 파괴력을 심어두고는, 즉각 주먹질로 전환했다는 의미.

        

       상식에 반하는 움직임이다. 이 타이밍에 주먹을 한번 적중시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니. 한번 맞아주더라도, 그와 동시에 방패로 강타하면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리 교환하는 건 곤란하다. 기괴한 빌드와 노림수로 연계하는 적이니. 저 주먹질에도 실은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통상 이런 공격은 일단 적중시켜 경직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고로.

        

       파골은 빠르게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저 거리에서 날아올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는 위치. 직후에 다시 공세를 잡기 위한 자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듯한 감각에 빠르게 뒷걸음질 치고-

        

       어느새 자세를 낮추며 태클을 준비하던 광전사가, 그제야 다시 쓰러지던 도끼를 집어 들었다.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굳이 저런 하이 리스크 노림수를 반복하여 던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다만……이해는 못할지언정, 그 동기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리스크 따위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의 예측을 벗어나서 판단의 틈을 찌를 수만 있다면, 온갖 기행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니.

        

       기사에게 길게 생각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양손으로 붙잡은 도끼로 땅을 끌며 다가온 광전사가, 크게 앞으로 내딛으며 도끼를 위에서 내리찍듯 휘두르고-

        

       타이밍을 읽은 파골이 방패를 얼굴 앞에 비스듬히 내밀었다. 흘리기다. 패링까지 시도하기엔 조금 겁이 난 탓이다. 일단 저 거대한 도끼를 한번 흘려내고, 다음을 노리면 될 터이니.

        

       그러나- 온 몸으로 대비한 충격은 오지 않았다.

        

       한 템포 늦게 방패 너머로 시야를 확보한 기사의 눈에 들어온 건, 휘두르던 도끼를 허공에서 멈춰 세워 다시 옆으로 젖힌 광전사의 모습이었다.

        

       반응했다는 게 놀랍지만- 그럼에도 무리한 움직임이다. 스태미나를 대폭 소진할 정도로.

        

       의표를 찌른답시고 괴이한 짓거리를 반복하는 거겠지. 그러나 파골이 보기에, 이번에는 명백한 실수였다.

        

       결승전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파골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의외성에 의존하는 아마추어의 한계라는 생각과 함께.

        

       흔치 않은 대검기사의 기묘한 킬각을 파악하지 못하여 당한 1세트나, 일대일로 붙어볼 일이 거의 없었던 사제의 운영에 말렸던 2세트나- 모두, 생소한 빌드로 경험 부족을 찌르고 들어왔을 뿐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더욱이,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스태미나 싸움으로 몰고 가면 질래야 질 수가 없어 보였으니. 우선은 사각을 찌르고- 그 공격을 피할 때 다시 반대편을 공략하면 된다.

        

       상대가 회피를 반복하다 결국 스태미나 부족으로 허덕일 때까지.

        

       그렇게 머릿속에서 떠오른 승리공식의 첫 단추로, 당연히 빗나가리라 생각하며 광전사의 가슴팍을 향해 에스톡을 찔러 넣은 순간.

        

       몸을 돌리며 옆으로 반 발자국만 회피한 아따먹의 왼팔에 검이 깊게 박혔다.

        

       공격한 본인이 더 당황할 정도의 결과였다. 이런 견제기에 당할 사람이 아닐 텐데. 순간, 파골의 머릿속에서 손을 붙잡힌 채 당한 오소독스의 모습이 떠오른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판단은 늦지 않았다. 빠르게 검을 다시 뽑아내고, 이번엔 보다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고 파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초였으니.

        

       그러나 첫 공격이 적중하기도 전부터 이미 입력해둔 광전사의 발차기가 뻗어오는 데까지는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체력이 내려갈수록 움직임이 빨라지는 특성마저 발동된 탓이다.

        

       ‘애초에 노림수가-’

        

       움직임이 빨라지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특성 포인트를 몰아주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파골의 입에서, 나지막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씨발.”

        

       읽기 쉬운 타이밍을 눈앞에 던져대던 그 모든 게, 실은 한 템포 빠르게 기어를 올리기 위함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욕설이 상황을 바꿔주지는 않는 고로.

        

       묵직한 갑옷을 두른 광전사의 발이 복부로 파고들어, 길게 밀쳐냈다. 데미지는 적으나, 균형은 분명하게 흐트러트리는 공격. 하필 격한 움직임을 시전하는 중에 들어온 발차기에, 다음 순간 뒤로 넘어지리라는 것을 직감한 파골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째, 자꾸만 넘어트리는데 집착하는 게- 파골 자신이 16강전에서 벌였던 짓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어서.

        

       눈밭에 누운 채 올려다보이는 사형집행인의 도끼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파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째 2세트부터 또라이짓을 하더라니. 끝나고 나서도 곱게 끝내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

       .

       .

        

       -퍼억!

        

       넘어진 채 목을 내어준 기사를 향해 거대한 도끼가 휘둘러진 직후.

        

       주인 잃은 머리가 눈밭을 굴렀다. 승리의 트리거다. 양측 모두 컨트롤이 불가능해진 채, 승리 화면이 떠오르는.

        

       다만, 상대가 쓰러지기 전에 이미 입력해둔 움직임은 그 후에도 수행되어서.

        

       어째서인지 대단히 뿌듯한 표정의 아따먹이 멈춰선 이후에도, 광전사는 계속하여 움직였다.

        

       베어진 머리를 찍어서 위로 던지고, 도끼를 옆면으로 세운 채 뒤로 젖혀서-

        

       야구 배트마냥 휘둘러, 저 멀리 날려보낼 때까지.

        

       어떤 의미에서는, 결승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동작이었다. 아직 베어내지도 못한 머리를 찍어 던지는 모션부터, 어디 있을지 모를 타겟을 날려보내는 동작을 취하는 것까지.

        

       아따먹 본인으로서는, 가장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었으리라.

        

       * * * *

        

       “……네! 아따먹 선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어, 먼저……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왕좌의 주인! 격돌 대회의 지역 예선에서 우승을 거머쥐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기쁘네요. 다만……네. 4강이, 아니, 4강도 5판 3선승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결승은-”

        

       “네, 승부는 많을수록 좋다! 과연 우승자 다운 답변이었습니다. 자. 그러면, 우승하시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요. 우승하시게 만들어준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요?”

        

       “……역시, 약속 아닐까요. 승리는 늘 기쁘지만, 이번엔 약속을 지켜서 더 기뻐요. 아. 저는 제가 약속한 일을 해냈으니, 레반님도 약속을 지켜주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 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분량이 조금 길어져서 시간이 지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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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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