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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팽팽하게 이어지던 고독의 현장에서 균형이 무너진 것은 한 순간이었다.

       

       모두의 견제 대상이 되어 강제적으로 대치를 이어가게 만들던 여자아이가 쓰러진 순간 암묵적 합의에 의해 서로 협력하던 이들의 관계가 무너진 것이다.

       

       목표가 사라짐에 따라 누군가가 방금 전까지 협력하던 이의 등에 칼을 꽂았고 그렇게 아비규환이 시작됐다.

       

       일전의 전투에서 이미 소모될 대로 소모된 이들이다.

       

       무의 경지보다도 누가 먼저 기습을 하는 지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

       

       고독에 참여한 이들이 하나 둘 자신이 죽인 이들의 뒤를 따랐다.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견제할 이가 줄어들었다는 소리이니.

       

       이는 곧 눈앞의 상대를 죽이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독 속에서 피가 튀기는 횟수가 많아졌다.

       

       백화령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각 장로들은 자신이 눈여겨 본 이들이 죽어가는 것에 아쉬운 티를 드러냈으며, 한 사람이 바닥에 무너질 때마다 설아의 어깨가 움찔거리는 가운데에.

       

       – 안돼! 삐죽머리! 너한테 올인했단 말야!

       – 바이바이. 내 예쁜 추억아.

       – 왜 나만. 내가 걸기만 하면 망하는 거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러게 누가 올인하라고 총들고 협박함? 난 협박 당했음. 그러니까 이거 무효좀. 제발.]

       

       – 화령님. 이거 저희 집 고양이가 배팅을 걸었습니다.

       – 환불해줘! 아무튼 환불해줘!

       – 누가 터렛 본사 해킹 좀 해봐.

       – 인터넷 안 터지나.

       

       내 방송의 시청자들은 저들끼리 웃고 떠들며 난리를 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엄숙한 고독의 분위기와 점차 난장판이 되어가는 채팅창의 분위기가 상반되는 것이 재밌어 속으로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고독이 끝을 맞이했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는 딱딱한 분위기를 지닌 남성이었다.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쓰러트린 이의 모습을 살피던 그는 죽음을 확신하고는 손에 들린 무기를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죽은 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호오. 이번에 살아남은 녀석은 꽤 마음 됨됨이가 된 녀석이구나.

       

       대개는 타인들의 죽음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는 녀석들이 많은데 말이다.

       

       녀석은 마지막으로 활기찼던 여자아이의 얼굴을 눈에 새기고 나서야 앞으로 걸어나와 무릎을 꿇었다.

       

       그에 따라서 백화령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위에서 풀쩍하고 내려와 남자의 앞에 섰다.

       

       “축하한다. 그대가 이번 고독의 생존자이니라.”

       “감사합니다.”

       “우선 의식의 마무리를 하도록 하자꾸나.”

       

       백화령은 남자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다시금 자신의 기운을 퍼트렸다.

       

       그러자 이 건물 안에 설치되어 있던 술법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술법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고독 속에서 죽은 이들의 기운을 한 군데로 끌어 모아 마지막 생존자에게 선사하는 것.

       

       천마의 자리에 오른 후로 십 몇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이 의식의 거행자가 본인이었으니 저 내용을 알 수밖에 없지.

       

       그럼에도 정확히 어떠한 원리로 저 술법이 이루어져 있는 지에 대해서 본인은 알지 못한다.

       

       본인은 그저 절차에 따라 해야 할 것을 진행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허나 지금의 부족한 본인이라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저는 혈교의 술법을 닮았다.

       

       단순히 내용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운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게지.

       

       혈교 특유의 음습하고 질척한 기운이 없기에 과거 기운을 보지 못하던 본인은 이것이 혈교의 주술과는 비슷하나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마는.

       

       아니군. 정반대였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것이었던 게야.

       

       이는 어디까지나 문외한의 시선이니만큼 바루가 본다면 전혀 다른 말을 꺼낼 수도 있겠지만.

       

       – 악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포인트 배팅해 주세요. 까까머리 남자가 이겼잖아요!]

       

       “그래. 그랬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거듭하던 중에 후원음성이 들려와 무의식적으로 포인트를 배분해 주었다.

       

       – 헉.

       – ???

       – 헉.

       – ㅈ댔다.

       – 비이이이사아아앙!

       – (불타는 엔리 이모티콘)

       

       “흠? 무어냐. 대체 왜 그러는 것이야.”

       

       갑자기 채팅창에서 난리가 나서 눈을 끔벅이고 있으려니 후원음성이 새로 날아들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잘못 배분함. 쟤는 까까머리가 아니라 딱딱한 애잖음.]

       

       그를 듣고서 다시금 백화령의 앞에 무릎을 꿇은 자를 보았다.

       

       “아.”

       

       그랬다.

       

       내 저 자를 지정하며 딱딱해 보이는 남자라 글을 썼었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창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절로 곰방대에 손이 갔다.

       

       큰일 났군.

       

       세상을 불태우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이들에게 불을 지필 빌미를 줘버렸으니 말이다.

       

       “미안하게 됐구나. 본인이 실수를 저질렀어.”

       

       – 말로만 죄송하면 다임?!

       – 벌게임 드가자!

       

       대충 저들끼리 떠드는 꼴을 보아서 포인트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무형의 재산이라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을 듯 싶었다.

       

       저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쓰는 게 아니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었다.

       

       그 벌이라는 내용은 아마도 방송을 하며 본인은 곤란해 하고 저들은 그를 보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겠지.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생각해보니 억울하구나. 본인의 실수로 득을 본 자도 있을 터인데 어찌 그 놈들은 가만히 있는가!”

       

       본인으로 인해 득을 보았다면 응당 본인의 앞에 서서 방패막이가 되어야 할 터인데 어찌 뒤에 숨어 득만을 챙기려 하느냐!

       

       빨리 앞으로 나와 본인을 공격하는 무리와 싸우란 말이다!

       

       그리 소리를 치자 진짜로 몇몇 놈들이 튀어 나와서는 채팅창에서 도배를 시작해 성을 내는 이들의 글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그에 반격을 하듯 포인트를 잃은 이들도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본인과의 소통이라는 기능조차 잃어버린 채팅창을 구경하던 나는 곰방대의 연기를 뱉어내고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떼버렸다.

       

       일단 저들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꾸나.

       

       대화라는 것이 쌍방향으로 맞아 떨어져야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

       

       저렇게 혼자서 제 할 말만을 내뱉고 있으면 어찌 대화가 성립되겠느냐.

       

       저리 불타는 것이 몇 시간 동안 이어지지도 않을 터이니 말이다.

       

       무슨 연유에서간에 본인이 실수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니 진화가 되는 동안에 저들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생각해봐야겠구나.

       

       으음. 미리 엔리에게 조언을 해달라 메시지를 보내두도록 할까.

       

       그렇게 소란 속에서 빠져나오고 나니 어느새 고독의 의식이 끝이 나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남자는 고독으로 인해 얻은 기운을 다스리느라 운기를 하고 있었고 백화령과 장로들은 그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서인지 자리를 지켰다.

       

       이제 이 곳에서 볼일은 진짜로 끝이 났으니 일어서도록 하자꾸나.

       

       지금 본인의 마음속에 쌓인 답답함을 혈교의 무리에게 풀어야 할 듯 싶어서 말이다.

       

       “설아야.”

       

       내가 이름을 부르자 설아가 한 박자 늦게 소리를 내고는 고갤 돌렸다.

       

       “내가 그대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깨우쳤느냐?”

       “네.”

       “그렇다면 되었다. 가자꾸나.”

       “저기.”

       

       본인이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설아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이 의식의 끝을 구경하고 싶더냐?”

       “…네.”

       

       시선이 저 남자에게 닿는 것을 보며는 저 자와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은 듯 하구나.

       

       “저 운기조식이 끝이 나려면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설령 그가 끝난다 하더라도 바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 터이니.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와야 할 것이다.”

       “그렇군요.”

       “내 나중에 백화령에게 이야기를 해 둘 터이니 후일 이 곳에 다시 방문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

       

       천마신교에서 빠져나와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한 설아는 VR캡슐에 드러누운 채 가만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뇌리에 맴도는 것은 얼마 전에 보았던 고독의 풍경이었다.

       

       저 마다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심지를 불태우다가 하나 둘 꺾여가는 광경은 그녀에게 수많은 감정을 전달했다.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의지.

       

       죽어가며 내뱉는 체념.

       

       자신의 의지를 이루어 달라는 부탁.

       

       해맑던 여자아이의 얼굴을 떠올린 설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여태까지 게임 속 NPC가 죽는 데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을 거야.

       

       나 스토리를 보려고 게임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VR에 너무 몰입해서 다시는 그 게임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여태까지 이해 못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한참이 지나 겨우 진정을 한 그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대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하다. 그대의 심지를 찾아내 보거라.’

       

       화령님의 말은 옳았다.

       

       그 분께서는 나아가야 할 길을 이미 비추어 주었으니 그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 정도는 설아에게 할당된 일이었다.

       

       내 목표는 뭘까.

       

       나는 왜 천마신공을 배우려 하는 걸까.

       

       나는 왜 화령님에게 매혹된 걸까.

       

       설아의 머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는 대신에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리기만 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향연에 신음하던 설아는 물을 마시러 걸어가다 자신이 바닥에 내던져 놓은 무언가에 걸려 방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야…”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홀로 고통을 감내하던 설아는 이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넘어트린 물건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그건 무협지였다.

       

       얼마 전 이 곳에 찾아 온 하린이 설아와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걸 알아채고는 신이 나서 추천한 물건.

       

       하도 강권하기에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 책을 구매했지만 하린이 이야기한만큼 재밌진 않았다.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그 뿐이었던 것이다.

       

       역시 무협지 중에 그 책만큼 재밌는 건 없나봐.

       

       설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녀를 처음 무협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던 책이었다.

       

       주인공으로 천마가 나와 무림을 손 아래에 두던 그 책.

       

       설아에게 무협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었던 물건.

       

       우연히 그 책을 접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

       

       그러고 보면 그거 안 본지도 오래 됐네.

       

       오랜만에 한 번 읽어볼까.

       

       *

       

       <화령님. 왜 그런 실수를.>

       

       신교에서 빠져 나와 혈교의 흔적을 찾아 걷고 있으려니 엔리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음에도 저리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대충 사정을 듣고 온 모양이구나.

       

       “이미 엎지른 물이다. 어찌 하면 좋을 지나 이야기 해다오.”

       

       지금도 채팅창에서 도배되는 걸 구경하고 있으면 어지러우니 말이다.

       

       <전화 걸어도 될까요?>

       “그대가 괜찮다면 상관없다.”

       

       내 답을 하자마자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화재 진압의 전문가 엔리입니다! 이 곳에 도움을 드리러 왔습니다!”

       

       – 사과해!사과해!사과해!…

       – 전문가 맞아?

       – 화재 내기 전문가 같은데.

       – 화령지켜!화령지켜!화령지켜!…

       – 불이 더 번질 것 같은 건 기분 탓임?

       

       “원래 불을 많이 내 본 사람이 불을 더 잘 끌 수 있는 거랍니다!”

       “그래서 마땅한 방법이 있느냐?”

       

       저들을 좀 조용하게 만들어야 혈교를 처리하는 데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만.

       

       “없으면 오지도 않았죠!”

       “어디 한 번 이야기 해 보거라. 그 방법이 무어냐.”

       “룰렛을 한 번 돌리죠!”

       “룰렛?”

       “네! 벌게임 룰렛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작의 여왕님이 또 불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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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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