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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시험 제 3회.

     

   1회와 2회에 이어 이번에도 수많은 인재가 모인 시험장.

     

   시험장 중 하나 무학과 아레나에 또 한 번 입학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시험은 예전과 같이 오로라 석을 통한 수준 측정이었다.

     

   보유한 오러가 미달이라면 전부 떨어트리는 악독한 시험.

     

   작년 이 시험에서 오로라 석이 금이 가거나 깨진 적은 총 두 번.

   하나는 메리 다이아나였고, 또 다른 하나는 크라슈였다.

     

   크라슈 발하임은 현재에 와서 라헬른 아카데미를 가장 빛낸 이 중 하나.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크라슈가 입학시험에서 보여준 전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크라슈 발하임 님은 오로라 석을 깼다고 했어.”

   “나도 깬다. 기필코 깰 거야.”

     

   그러니 학생들은 너도나도 오로라 석을 깨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오로라 석을 깨는 그 순간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새로운 전설을 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1차 시험이 시작된 순간.

   수많은 아이가 현실에 절망하게 되었다.

     

   수백 명의 아이가 시험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오로라 석은 깨지긴커녕 금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야, 다들 오로라 석이 쉽게 깨지는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실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이번 무학과 시험을 담당하게 된 부교수 라이틀리가 헤프게 웃었다.

     

   “분명 카이란 선배님을 이기신 크라슈 학생의 영향이겠죠?”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뒷짐을 지고 있던 카이란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해적여제, 카이란.

   과거, 금역 대해에서 주름잡던 그녀는 신입 부교수를 힐끗 돌아보았다.

     

   라이틀리는 이번 추가 부교수 모집에 뽑힌 인물이었다.

   실력은 꽤 괜찮으나 평소 다른 이들에게 시비 걸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네, 그 말대로 크라슈 학생의 영향 탓일 겁니다.”

   “하긴, 크라슈 학생의 소문이 워낙 크니 말이죠. 이번 입학시험에서도 부교수가 졌다는 불상사가 나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겠죠.”

     

   그래도 라이틀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 쳤다.

     

   “그래도 이번 특급반 선정 시험은 제가 맡게 되었으니. 카이란 선배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학생들에게 현실을 알려 주겠습니다.”

     

   라이틀리가 이를 드러낸 채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카이란은 곧 그를 따라 천천히 웃었다.

     

   “한 가지 말해둘까요.”

   “어떤 거죠?”

   “학생들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될 겁니다.”

     

   라이틀리가 의문을 보인 순간 카이란은 고개를 앞으로 들었다.

   그런 카이란의 시선을 따라 라이틀리도 시선을 옮겼고, 곧 그들의 눈앞에 섬광이 이어졌다.

     

   오로라 석이 배치된 텐트 바깥으로 거센 빛줄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쩌적!

     

   곧이어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이틀리가 멈칫한 사이, 카이란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부 천재들이니까요.”

     

   곧이어 텐트 바깥으로 유유히 걸어 나온 이는 연한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였다.

     

   달레아 쥬논.

   그 이름 높은 제국의 검가, 천황 달피론 쥬논의 손녀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약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흐음, 조금 모자랐나 보네.”

     

   오로라 석이 깨지는 걸 바랐는데.

   고작 금이 가는 것 정도로 그칠 줄이야.

     

   그녀는 아쉬움에 손을 쥐었다 펴면서도 콧대를 높였다.

   모든 학생이 그녀를 우러러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응시생 중 오로라 석에 금이 가게 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다.

     

   그러니 학생들의 눈에 동경이 서렸다.

   그녀의 입가에 우쭐거림이 서린 그때.

     

   쩌적!

     

   또 한 번 오로라 석이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칫한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한 소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백발을 흩날리고 있는 아름다운 얼굴의 소녀.

   비앙카 하덴하르츠.

     

   그녀 또한 달레아와 똑같이 오로라 석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이로써 오로라 석을 금 가게 한 인물은 총 두 명.

     

   발레아는 비앙카와 마주친 순간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꽤 하네.”

   “단련했으니까요.”

     

   비앙카는 덤덤히 그녀에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카이란은 굳은 라이틀리 부교수의 어깨 위에 툭하니 손을 올렸다.

     

   “그럼 부디 학생들에게 저와 같이 패배할 일 없길 바랍니다.”

     

   혹여나 진다면 짐 쌀 준비 해야 할 거니까.

     

     

   * * *

     

     

   “당신 약혼자, 꽤 하네.”

     

   비앙카가 한창 1차 시험을 치르는 와중.

   크라슈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가슴 아래 팔짱을 끼고 있는 아스트리아가 있었다.

     

   “그래.”

     

   대답하는 크라슈도 생각보다 이 상황에 꽤 놀라고 있었다.

     

   크림슨가든이 비앙카를 단련시켰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오로라 석에 금이 갈 정도의 오러 양을 보유하게 될 줄이야.

     

   ‘역시 천하십강인 독왕을 죽일 수준의 재능은 어디 안 간다 이 소리인가.’

     

   백귀 시절.

   비앙카는 독왕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제국과 스타론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하덴하르츠를 지켰다.

     

   그 시점에서 그녀의 재능은 이미 증명된 바였으나.

   1년 반 사이에 이만큼이나 성장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어쩌면.’

     

   정말로 비앙카가 무학과 수석을 달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 내가 도왔는데. 당연한 결과지 않느냐? ]

     

   그사이, 크림슨가든이 괜히 우쭐거려 왔다.

   남의 생각 좀 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크라슈는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던 비앙카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시선을 스윽 옮겼다.

     

   크라슈는 이번 입학생 중 한 명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

     

   그의 눈에 담긴 붉은 기운이 왜인지 석연치 못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

     

   ‘분명히 본 적 없는 얼굴이긴 한데.’

     

   이 느낌은 뭐랄까.

   정말 순전한 감이었다.

     

   저 녀석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감 말이다.

     

   크라슈가 나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때마침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털을 고르고 있었다.

     

   [ 저 애를 알아보라는 게냐. ]

     

   크라슈가 눈짓으로 대답하자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날개를 퍼덕였다.

     

   [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생 정보를 둘러보마. ]

     

   이쪽은 크림슨가든에게 맡겨도 되겠지.

     

   크라슈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1차 시험이 끝마쳤다.

     

   결과는 학생들에게 절망을 심어 주었다.

   이번 시험에 오른 절반이 중도 탈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예전과 똑같이 탈락한 학생들은 이곳에 남아 있을 자격을 잃었다.

   그 결과, 절반의 학생들이 그대로 라헬른 아카데미를 떠나야 했다.

     

   떠나가는 이들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한 법이었다.

     

   어느새 절반이나 준 무학과 지망 입학생들 앞에.

   이번에도 입학시험을 진행하게 된 카이란이 단상 위에 올랐다.

     

   “그럼 지금부터 2차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카이란은 그 말과 함께 곧바로 2차 시험을 화면에 띄웠다.

     

   “2차 시험은 이곳 아레나와는 다른 곳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곧이어 학생들의 앞에 텔레포트 문들이 일제히 나타났다.

   이번 시험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텔레포트 문을 넘어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의 팔에는 각양각색의 팔찌 하나가 채워질 예정입니다.”

     

   그러자 곧이어 화면에는 팔찌의 색들이 총 일곱 개 표시되었다.

     

   “시험의 통과 자격은 자신이 두른 팔찌와 같은 색을 지닌 팔찌를 빼앗아 시험 종료까지 두 개를 유지 한 사람에 한정합니다.

   시험 도중 부상이 심한 자를 제외하면 팔찌를 잃었다 해서 탈락하지 않으니.

   신중하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표시하며 시험을 진행하셔야 할 겁니다.”

     

   카이란의 설명이 끝난 순간 응시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2차 시험은 못해도 절반 이상이 떨어질 시험이었다.

   같은 색의 팔찌를 두 개 맞춘다면 다른 한 명은 반드시 팔찌가 0개가 될 테니 말이다.

     

   꽤나 악독한 시험을 내놓은 카이란은 입가에 웃음을 띄움과 함께 학생들에게 고했다.

     

   “그럼 모두 훌륭히 2차 시험을 통과하기를 바랍니다.”

     

   그녀가 단상 위에 내려옴과 함께 시험 도움관들이 학생들을 차례대로 텔레포트 문으로 안내했다.

   더불어 아레나 하늘 위에는 커다란 영상이 띄워졌다.

     

   시험을 치르게 될 장소는 평지와 산이 고르게 있는 의문의 지역.

     

   그곳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지 여러 화면으로 분할 되어 나왔다.

     

   관중석에 있는 재학생들과 입학 시험관을 배려한 화면이었다.

     

   “비앙카 하덴하르츠.”

     

   그때 마침, 비앙카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녀가 텔레포트 문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 달레아 쥬논도 문 앞에 선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시선이 한차례 맞부딪쳤다.

   입학장을 찾을 때도 그렇고, 꽤나 엮이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팔찌.”

     

   먼저 입을 연 것은 달레아였다.

   그녀는 자기 손목을 스윽하니 들어 보이더니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같은 색이면 좋겠네.”

     

   만약, 같은 색인 순간 그 즉시 찾아와 팔찌를 빼앗겠다.

   달레아는 그렇게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게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비앙카는 늘 그렇듯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유유히 텔레포트 문 안으로 걸어 들어섰다.

     

   한순간 바뀌는 시야와 함께 비앙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졸졸졸-

     

   귓가에 제일 먼저 들려온 것은 물이 흐르는 소리였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 숲속 환경이 비쳤다.

     

   평화로워 보이는 숲속이지만 그녀의 감각에 여기저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분명 다른 학생들이겠지.

     

   비앙카는 자기 손목을 스윽 들어 보였다.

   그러자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팔찌의 색깔은 노란색.

   그녀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빼앗아야 할 팔찌는 노란색이었다.

     

   띠링!

     

   그때 마침 하늘 위로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쏘아졌다.

     

   하늘을 장식한 폭죽을 비앙카가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이내 터벅터벅 숲속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다급함 없이 느긋했다.

     

   처음 온 숲속임에도 당혹감이 조금도 없는 무표정한 비앙카의 앞.

     

   한 무리의 인원들이 스윽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비앙카와 같은 입학 응시생들이었다.

     

   본래라면 팔찌를 두고 싸워야 할 이들이었으나.

   그들은 같은 색의 팔찌를 지니고 있음에도 싸우지 않고, 비앙카의 앞길을 막아섰다.

     

   더불어 비앙카와도 팔찌 색이 달랐다.

     

   “팔찌 색도 다른데 왜 막아요?”

     

   그러니 비앙카는 자신에게 볼일이 있냐고 그들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빼어 들었다.

     

   “팔찌의 색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었잖아?”

     

   그건 맞는 말이긴 했지만.

   구태여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에 관해 비앙카는 의문을 보였다.

     

   “가장 강한 경쟁자는 제거해 두는 게 좋거든.”

     

   라헬른 아카데미 시험은 총 네 번으로 이루어진다.

   원래는 세 번이었으나 특급반으로 인해 통과자들에게 추가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세 번째 시험.

   작년과 재작년에서 세 번째 시험은 대부분 1:1전이 치러진 적이 많았다.

     

   그러니 그들은 그러한 시험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자기들끼리 무리를 짜 강자들을 미리 떨어트려 놓을 속셈이었다.

     

   비앙카는 곧이어 자신이 포위되었음을 눈치챘다.

   꽤나 많은 응시생이 이 일에 가담한 것이다.

     

   “알았어요.”

     

   납득한 비앙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노란색은 없으니 갈래요.”

   “가긴 어딜 가!”

     

   그 순간 응시생들이 일제히 비앙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못 가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들의 발과 몸이 옴짝달싹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몸은 전원이 얼어붙어 있었다.

     

   “어윽!?”

   “이, 이게 뭐야.”

   “모, 몸이!”

   “추워!”

     

   대체 언제 자신들 전원을 얼어 붙였단 말인가?

     

   그들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린 순간.

   그들은 자기 머리 위가 어두워졌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을 때.

   거기에는 터무니없는 크기의 용 한 마리가 숲 전체에 똬리를 튼 채 자리하고 있었다.

     

   비앙카가 창조한 환수룡.

   빙룡 크리마.

     

   비앙카가 텔레포트 된 시점.

   그녀의 빙룡은 이미 숲 전체를 두르고 있었다.

     

   빙룡의 보이지 않는 냉기는 모두 응시생들의 옷과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들이 움직인 순간 발동된 냉기가 모두를 묶어 버렸던 것이다.

     

   응시생들이 넋 놓은 표정으로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빙룡 크리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는 같은 입학 지망생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해야 할 만큼의 수준 차이가 아닌가.

     

   압도적.

   그 말이 잘 어울리는 비앙카는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비앙카 하덴하르츠.

   앞으로 3기생으로서 또 다른 전설을 써 내려 갈 얼음 공주의 데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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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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