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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7

    <257 – 6인의 자살희망자>

     

    경기 시작과 함께 하늘에서 무작위 위치로 공이 쏟아졌다.

    밑에서 공을 받을 준비를 하며 다리에 굳게 힘을 주고, 3학년 선배들의 견제에도 밀리지 않을 각오를 하던 헤스티아는 아무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지?

    견제할 필요도 못 느낄 만큼 만만해보인 건가?

    마나연공법도 익히지 못한 근육여자라고?

     

    ‘자존심 상해!’

     

    어디 두고보자.

    저 공은 반드시 내가 잡을 테니까.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을 올려다보며 다리 가득 힘을 싣던 헤스티아.

    굳건한 결의와 달리 그녀는 점프하지 못했다.

    선배들의 늪마법이 발을 묶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두둥실

    슈슈슉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허공으로 떠오르는 선배들.

    빗자루에 올라타고, 양탄자에 올라타고, 심지어는 검집 위에 올라타는 기교까지 부린다.

     

    “이러는 법이 어딨어!”

    “나는 건 반칙이잖아요 선배님들!”

     

    하급반 병아리들의 삐약거리는 소리에 선배들은 웃겨 죽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하늘을 날면 왜 안 되는데?”

    “비겁해서?”

    “날지 말라는 규칙은 없는데?”

     

    그렇다. 규칙에 명시된 것은 선을 밟으면 탈락처리 된다는 항목이지, 공중을 날면 탈락처리 된다는 규정은 없다.

     

    “저희는 못 날잖아요!”

    “그럼 너희 잘못이지.”

     

    말문이 막힌 1학년들에게 3학년 선배가 대놓고 비웃으며 말했다.

     

    “꼬우면 비행마법 배웠어야지. 누가 칼 들고 비행마법 배우지 말라고 협박했어?”

    “누가 예습하지 말라고 칼 들고 협박했어?”

    “그냥 우리가 협박하자. 비행마법을 배우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하는 거야!”

     

    피구공이 닿기도 힘들 상공 저 너머에서 메시지 마법으로 대놓고 조롱을 하는 선배들.

    힘 빠진 1학년들이 자진해서 제 발로 선을 밟고 탈락하였다.

    힘없이 망치를 내리고 선을 밟는 것은 헤스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 *

     

     

    오기를 부리던 1학년들도 곧 타의에 의해 탈락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중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3학년들과 픽픽 나가떨어지는 1학년들.

     

    “스톤샤워.”

    “자, 얘들아. 잘 맞춰보렴? 백개 중에 하나는 진짜 피구공이 있단다!”

    “후배야. <흡혈동아리>에 들어와서 주 200ml의 피를 헌혈하는 계약서에 사인하면 아프지 않게 탈락시켜주마. 어서 입부동의서에 친필사인을!”

    “이 후배는 피부도 창백하고 여리여리한 것이 우리 <육탄감응일천부>에 입부시켜서 인체개조를 시킬 보람이 있겠구나. 우리 부에 들어와라! 그러지 않으면… 팔을 부러뜨리겠다!”

    “기권! 기궈어어언!!”

    “기ㄱ… 읍읍!?”

    “입 막아!”

    “기권하지 못하게 해.”

    “교관과 학생회의 눈을 막아. 환상마법으로 시간을 버는 이 틈에 얼른 지장부터 따!”

     

    차라리 탈락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은 운이 좋았다.

    반강제로 3학년들의 동아리에 납치당하는 끔찍한 일은 겪지 않았으니까!

     

    “호오. 이 후배는 중갑을 착용하고 있군.”

    “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 녀석도 우리 육탄감응일천부에 입부시켜야겠어.”

     

    1학년 사이에서는 흑기사 모브라고 불리며 어깨가 으쓱해졌던 모브도 무시무시한 선배들의 관심 앞에서는 공포에 덜덜 떨었다.

     

    “서, 선배님들.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개인수련이 좋습니다.”

    “마음씨도 기특하구나!”

    “감사합니다… 이제 선을 밟고 기권을 해도 되는지 여쭤보아도 실례가 안 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요청해도 무례하게 보이지 않을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가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모브는 울상을 지었다.

     

    “그런데 손은 놔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리의 구속을 힘으로 뿌리칠 수 있다면 너의 개인수련이 헛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마!”

     

    모브는 억울했다.

    피구시합 도중에 왜 하늘을 나는 덤벨 위에 올라탄 선배들의 구속을 힘으로 뿌리치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심지어 실패하면 꼼짝 못하고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동아리에 입부 당하게 생겼다.

     

    “무지개색 총공격~~!”

     

    빠아악!

    곤경에 처한 모브를 구해준 것은 익숙한 목소리.

     

    “오크노디!? 무,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3학년을 공격하다니!”

     

    고개가 90도 옆으로 꺾였던 3학년이 우드득 목을 제 자리로 되돌리고는 히죽 웃었다.

     

    “아, 이놈 파워가 아주 실하네.”

    “이쪽도 육탄감응일천부에 입부시키면 저학년 천하장사 선출전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인데?”

    “그럼 학생회에서 우리 동아리에 지원포인트도 늘려주겠지.”

    “포인트가 있으면 지금 있는 설비보다 더 중량이 맛있는 최신설비의 증축을 요구할 수 있어.”

    “포인트.”

    “중량!”

     

    모브를 붙잡았던 선배들이 그를 놓아주고는 오크노디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크노디! 빨리 기권해!”

    “아이 참. 눈치는 어디다가 팔았어? 모브가 이상한 사람들한테 엉뚱한 훈련을 받지 않게 기권할 시간을 벌어줬잖아. 기권은 모브가 해야지!”

    “정말 괜찮겠어…?”

    “빨리 기권해!”

    “미안해, 오크노디. 다음에는 짐이 되지 않고 꼭 도움이 될 게…!”

     

    무한가속반복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믹이 담긴 무지개볼은 첫 일격을 막아내면 가장 적은 데미지로 연속공격을 끊을 수 있다.

    <육탄감응일천부>의 3학년 선배는 발달된 목 근육에 피격순간 마나를 실어 근육의 성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일격에 무지개볼을 막았다.

    몇 번이고 목숨을 잃다가 기권한 2학년 사천왕의 일원 <데드캣> 따위와는 격을 달리하는 강함!

     

    “기권!”

     

    뒤늦은 기권으로 코트 밖에 나온 모브는 저 무시무시한 선배에게 걸린 오크노디가 무사히 기권할 수 있을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선배들에게 붙잡혀 기권을 못한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 다른 학생들도 도울 작정인지, 선배들이 접근하고 있음에도 도망치지 않는 오크노디.

    걱정하는 그의 어깨를 자쿠가 툭 쳤다.

     

    “누가 누굴 걱정해? 정신 차려 멍청아.”

    “선배들이 너무 강해보이잖아.”

    “뭐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3학년 사천왕 같은 사람이라 일격에 쓰러지지 않은 거겠지. 설마 평범한 3학년이 오크노디의 공격을 받아냈겠어?”

     

    재단의 일원인 그에게 오크노디는 모든 장학생의 정점에 올라선 수석장학생.

    와이히엠하이 재단에서도 전례조차 없던 무려 신분을 대놓고 드러낸 인물이다.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스스로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고, 재단에서도 그녀를 믿지 않고서야 공개시키지 않을 <수석장학생>의 신분!

     

    “뭘 모르는군, 후배.”

    “…혹시 4학년이십니까?”

    “2학년이야. 긴장 풀어.”

     

    근처 관객석에서 걸려온 말에 흠칫 놀랐던 자쿠는 진심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육탄감응일천부 부장 바르크사르. 저 인간 같지도 않은 근육괴물이 3학년 상급반인 것은 사실이나 3학년 사천왕에 견주기엔 한참 부족해.”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3학년쯤 되면 저 괴물신예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는 사람은 상급반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배님께서는 누구신데 그런 귀중한 정보를 알고 계십니까?”

    “빅스톤. 연금술/화학 동아리 회원.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면 3학년들에 대해서는 싫어도 알게 되거든. 1년 내에 어느 정도의 괴물이 되어야 3학년이 될 수 있는지.”

     

    단순히 괴팍한 강의에 시달리며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차던 것이 1학년 시절이라면 2학년부터는 그 너머, 3학년 진급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선배님은 정말 친절하시군요.”

    “친절? 풋. 친절한 녀석은 2학년에 못 있어. 성격이 나쁘거나 영악하다고 해야지. 나도 재능 넘치는 후배들이 얼른 마음이 꺾여서 자퇴했으면 하는 마음에 알려주는 거거든?”

    “…친절하다는 말은 철회하겠습니다. 정말 영악하시군요.”

    “칭찬 감사~.”

    “하지만 2학년도 알아두셔야 할 겁니다.”

    “응?”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오크노디가 날아오는 바르크사르와 맨손대결로 손목을 낚아채어 두바퀴 붕붕 돌리다가 뒤따라오는 육탄감응일천부 부원들에게 집어던졌다.

    자쿠가 놀랐던 것만큼이나 빅스톤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저건 꼬맹이의 탈을 쓴 괴물입니다.”

     

     

    * *

     

     

    ━━━

    [위기에 빠진 1학년들을 구출하라!]

    긴급사태! 긴급사태!

    자동차 무서운 줄 모르는 동물들이 차도로 뛰어드는 것보다 위험한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1학년들이 3학년과의 시합에서 기권을 하지 않고 있는 일이에요!

    이대로면 살아서든 죽어서든 1학년들의 몸과 마음에 짙은 후유증을 남길 참사가 벌어질지도 몰라요.

    얼른 모든 1학년들이 탈락하거나 기권하도록 도와주세요!

    ━━━

     

    ━━━

    현재 남은 1학년 – 7명

    ━━━

     

    모브를 구하고 무식한 육탄감응일천부 선배들도 무찌르고 나니 한시름 덜었다.

    플라잉덤벨을 타고 날아다니는 괴기스러운 근육질의 선배들이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는지 간을 보던 1학년들이 우르르 기권한 덕분이었다.

     

    “플라톤 교수의 개인지도까지 받는 괴력의 바르크사르 부장이 풍차돌리기를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이런 건 현실이 아니야!”

    “우리의 3년은 대체 뭘 위한 거였냐고! 으아아!”

     

    덩달아 3학년 선배들의 마음에도 파킨 금이 간 모양이지만 방금은 한 번만 가능한 럭키펀치다.

    1학년이라고 만만하게 본 다기보단 혹시나 과하게 힘을 주어서 1학년이 우지직 부러질까봐 힘조절을 하던 바르크사르 선배.

    그 방심을 역이용하여 단숨에 이화접목의 묘리를 이용해 일망타진했다.

    플라잉덤벨에서 떨어진 선배들은 모두 낙법을 취하며 멋있게 지상에 착지했지만 선을 넘어간 것으로 판정받아 모조리 장외판정!

    이제 나를 제외한 남은 6명의 학생들을 기권이나 탈락시키면 돌발이벤트는 성공이다.

    6명의 학생은 5명과 1명으로 쪼개어져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좀 대박이다.

     

    “제국2황녀 매스각키. 그대의 암흑마나에 탄복하였다. 암흑사교회에 가입하여 비밀스러운 사교의 어둠을 누리지 않겠나?”

    “아앗~~!? 암흑마나를 다루는 동아리~~? 굉장해♡ 엄청 들어가고 싶어♡”

     

    힘을 하나도 안 쓰고 탈락한 나머지 기운이 아주 왕성하신 매스각키 황녀.

     

    “3학년 중에 우리 서부귀족연합의 모태가 되는 선배님들이 계시다고 들었다. 갈 때 가더라도 인사는 드리고 가야 하지 않겠나.”

    “대공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무려 3학년이 된 선배님들이라면 눈도장이라도 찍어야죠.”

    “여기까지 잘 올라왔다고 좋게 봐주시려나?”

    “기말고사 시험족보나 알려주시면 좋겠다. 그지?”

     

    서귀연 패거리를 이끌고 겁도 없이 코트 한 구석에 당당히 남아있는 안데르센 대공자와 귀족자제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6인의 자살희망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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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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