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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8

       백우진의 머릿속에 깨달음의 번개가 내리쳤다.

         

       비로소 알겠다.

         

       황군이 제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서사, 바로 그거였어….”

       “응…? 서사?”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금여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러나 이미 그쪽에 온전히 신경을 몰입한 백우진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곧장 금여울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일행수께서 전하려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저, 정말? 그게 뭔데?”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냐. 조금 더 조사해보고 확실해지면 알려줄게.”

       “아, 알겠어. 그럼 난 뭘 하면 돼?”

         

       그녀가 강렬한 시선으로 의욕을 내비쳤다.

         

       백우진은 여전히 조금씩 핵심이 어긋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저 둘 좀 말려줘. 잘하면 당 소저가 저 인간 죽일 수도 있거든.”

       “으, 응! 나한테 맡겨!”

         

       금여울이 안색을 굳히며 빠르게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은혜와 원한을 반드시 세 배로 갚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뒤끝 오지는 가문의 장녀가 바로 그녀다.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백우진이 아닌 사내에게는 한껏 가시가 돋아 있기에 더욱 예의주시해야만 했다.

         

       그녀가 달려가는 사이, 백우진 또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서너 걸음 만에 드넓은 정원을 가로지르고, 단 한 걸음으로 높은 담벼락을 뛰어넘는다.

         

       그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거칠게 자라난 풀 한 포기,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허약한 지붕.

         

       경지에 다다른 신법은 그 무엇이든 밟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자그마한 객잔이었다.

         

       당연히 먹고, 마시기 위해 온 것은 아니고.

         

       “지부장한테 안내해.”

         

       하오문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점소이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지하로 향하는 숨겨진 통로로 그를 안내했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 그는 낯선 인물과 얼굴을 대면했다.

         

       “어서 오십시오.”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은빛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가 정중한 태도로 포권을 취했다.

         

       “…….”

         

       딱 봐도 알겠다.

         

       그가 이곳의 지부장이 아니란 것쯤은.

         

       은연중에 새어 나오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백우진은 조금씩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경지를 알 수 없다.’

         

       화경에 다다른 그가 상대의 경지를 읽어낼 수 없다는 건 단 하나만을 의미했다.

         

       눈앞의 상대가 그와 최소 동급 또는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는 것.

         

       만약 눈앞의 상대가 적이라면 제법 힘겨운 싸움이 될 듯했다.

         

       상대방으로부터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한 전의를 느낀 사내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이는 싸울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는 하나의 신호였다.

         

       “안심하십시오. 저는 백 공자의 적이 아닙니다.”

         

       백우진의 기세가 한층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아예 마음을 놓지는 않았다.

         

       예로부터 어느 곳에서든 적이 아니라고 안심시킨 뒤, 상대의 뒤통수를 갈기던 놈들은 존재했으니.

         

       “여기 지부장은 아닌 듯한데…, 댁은 누구?”

         

       날 선 물음에 가면 쓴 사내가 답했다.

         

       “일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제가 찾아뵙겠다고 말입니다.”

       “…아.”

         

       생각났다.

         

       정무학관에 똬리를 틀고 있는 하오문 지부장이 분명 그리 말했다.

         

       하오문주가 조만간 직접 찾아올 거라고.

         

       “…그대가 하오문주?”

       “그렇습니다.”

       “허.”

         

       예기치 못한 만남에 백우진의 얼굴에 맥이 탁 풀렸다.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조만간 만날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너무나도 공교롭고 시의적절해 당황스러울 지경.

         

       “일전의 무례를 사과드리고, 인연을 더욱 돈독하게 다질 겸 찾아왔으니, 기운을 거둬주심이 어떠신지.”

       “…좋소.”

         

       백우진은 밖으로 내뿜은 제 기운을 다시 안으로 거둬들였다.

         

       그와 동시에 방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를 본 가면 쓴 사내, 하오문주가 혀를 내둘렀다.

         

       “…본디 소문이란 것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기 마련인데, 백 공자께선 오히려 소문이 실제에 미치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백우진이 그의 경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듯, 그 또한 백우진의 경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는 곧 두 사람의 경지가 거의 동수에 가깝다는 뜻.

         

       하오문주로선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세수가 올해로 쉰.

         

       그런데 고작 약관을 조금 넘어선 후기지수가 자신과 동수를 이룰 줄이야.

         

       ‘그야말로 용 중의 용이로구나.’

         

       멀리서 들어도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직접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오문주는 백우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끝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산이었구나.’

         

       그는 멀리서 들은 것만 가지곤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오직 두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많았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굳어져 있던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하오문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 중원 무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그와 함께해야만 했다.

         

       다급한 마음.

         

       그러나 그러한 마음을 겉으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급히 이곳에 당도하신 까닭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실 테지요. 일단 그것부터 해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오문주의 무한한 배려가 느껴졌다.

         

       백우진은 의심의 눈초리로 유일하게 드러나 있는 그의 눈동자를 살폈다.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고요하기 짝이 없는 두 눈.

         

       ‘대체 뭘 원하기에 저러는지.’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

         

       그것이 처음 만난 사이, 남남이라면 더더욱.

         

       거기에 상대가 하오문주다?

         

       더 이상 생각하고 말 것도 없다.

         

       그는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이 무섭다고 발을 빼기에는 늦었다.

         

       그들과는 지금까지 숱한 거래를 해왔고, 자신은 그것을 낼름 받아먹었으니.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몇 번이고 들어주었듯, 자신 또한 그들이 원하는 것 한두 가지 정도는 들어줌이 옳다.

         

       물론 자신이 가능한 선까지만.

         

       만약 그 선을 넘는다면 가차 없이 쳐낼 준비 또한 되어 있다.

         

       “자아, 어떤 정보를 내어드리면 될는지요.”

         

       그의 물음에 백우진은 즉답했다.

         

       “황금상단 간부들의 정보.”

       “간부라고 하시면….”

       “정확히는 여덟 행수들의 정보가 필요하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어떤 식으로 공을 세워 행수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황군이 백우진에게 전하고자 했던 단서는 서사 그 자체였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

         

       황군은 앞서 살아온 세월 동안 숱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그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황금상단의 여덟 행수 전부가 그랬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중원 제일의 상단이라 불리는 황금상단을 이끄는 여덟 명 중 한 사람이 되려면 어지간한 공으로는 어림도 없기에.

         

       조금 전, 당선영과 실랑이를 벌이는 팔행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

         

       ‘저 인간은 대체 어떻게 팔행수에 올랐는가.’

         

       그때 번뜩였다.

         

       황금상단의 요직에 앉아 있는 이들의 과거를 샅샅이 살펴보면 뭐가 나오겠구나, 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는 팔행수였다.

         

       백우진이 판단하기에 그는 객관적인 심미안이 매우 부족해 보였고, 눈치도 밥 말아 먹은 인간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상인으로서 대성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재능들이 아닌가.

         

       그런 그가 팔행수의 자리에 올랐음은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사안이었다.

         

       “으음…, 원하시는 정보의 양이 방대합니다, 그려.”

         

       하오문주가 난감하다는 투로 말하며 제 턱을 쓸어내렸다.

         

       시간이 촉박한 백우진은 그를 재촉했다.

         

       “그래서 불가능하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원하시는 정보들을 취합하여 가져오는 데까지…, 대략 한 시진 정도 걸릴 듯합니다만.”

         

       그의 다급함이 한층 가라앉았다.

         

       “그 정도라면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시진 정도라면 충분히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투리 시간이 생겼으니, 그마저도 알차게 써야지 않겠는가.

         

       백우진은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그때까지 얘기나 들어봅시다.”

       “얘기라면….”

         

       가면 속에서 드러난 하오문주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렇게까지 날 돕는 건 내게 바라는 게 있어서 아니오.”

         

       그가 이곳까지 직접 찾아왔음은 마침내 부탁할 일이 생겼다는 뜻일 터.

         

       “그러니 말해보시오. 내가 해주었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당장 해결까지는 어렵더라도, 이야기를 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백우진의 직접적인 말투에 하오문주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시원시원하셔서 좋습니다, 허허.”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주는데 빙빙 돌려가며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을 터.

         

       그의 성격대로 하오문주 또한 시원하게 말을 꺼냈다.

         

       “백 공자께선 혹 혈교에 대해 아시는 바 있으신지요.”

       “……!”

         

       

       하오문주의 물음에 백우진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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