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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8

       파국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너무나 처참한 패배에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안면에 강펀치를 허용하고 쓰러진 복서가 이러할까. 멍하니 멈춰 선 파골의 머리는 사고 자체를 정지한 듯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조금 전까지 넘쳐나던 화조차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저, 현실감이 없어, 모든 게 흐릿한 꿈 같을 뿐. 아니, 애초에- 1세트부터 무언가에 홀렸던 것 아닐까.

        

       ‘처음, 처음에 말린, 시작부터 가벼운 견제기가 우연히 패링당해서, 거기에 말려서-’

        

       사고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어지러운 기분에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을 지경이었으니. 파골의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해주는 건, 지금도 자신을 집요하게 찍고 있을 카메라들이었다.

        

       그간 유지해온 이미지가 있다.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거나, 다시 승부를 보자고 하며, 물불 안 가리는 싸움에 미친놈답게 굴어야겠지. 여기서 더 멍청하게 굴면 끝이다. 안 그래도 질투하는 적이 많은 몸인데.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나 처참한 패배였다.

        

       바깥에서는, 이미 본인 부스에서 나온 아따먹이 무대 한 켠에 조심스럽게 서서 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 채, 아직 부스 안에 멍하니 서있는 자신을 표정 없이 바라보며.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미 게임은 꺼졌는데도 어째서인지 두려워서, 눈을 마주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집요하게 스태프로 두들겨 패던 그 싸이코패스 같은 모습이, 승리의 기쁨 따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무표정으로 다소곳이 서있는 저 모습과 겹쳐져서-

        

       -똑똑

        

       “……들어갈게. 재훈아, 괜찮으니까 일단 나오자. 뭐 리그 경기도 아니고, 이벤트전이었다고 생각해. 괜찮아.”

        

       너무 오래 있었던 걸까. 노크 소리에 이어서, 코치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어깨동무를 하며 그를 토닥여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전에 없이 부드러운 태도였다.

        

       그 덕분일까. 조금 정신이 든 파골은, 반쯤은 그를 부축하듯이 어깨를 감싼 코치에게 기대어 부스 뒤편 출입구로 나갔다.

        

       무대의 뒤편. 어둑한, 카메라의 렌즈가 비치지 않는 자리.

        

       “그냥 가볍게, 가볍게 대하자 재훈아. 아따먹 선수 정말 잘하더라고 립서비스 한번 하고, 혹시 세리머니 얘기 나오면 업보를 좀 청산한 것 같아서 어깨가 가볍다고 하고. 알았지? 인터넷 절대 들어가지 말고. 아니다, 그냥 핸드폰을 보질 마.”

        

       바로 옆에서 말하는 코치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말하는 것마냥 먹먹하게 들려왔다.

        

       “힐……그 미친년, 저한테 힐했죠?”

        

       “……재훈아, 제발. 아까도 얘기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너 팬들, 너 커리어 생각해야지. 내가 보기에 진짜 조금만 참으면 다들 네가 못한 게 아니라는 거 다 알거야. 차분하게만 해. 차분하게. 세리머니 얘기 나오면 업보를 좀 청산한 것 같아서 어깨가 가볍다고 하고. 꼭!”

        

       평소, 성깔 좀 죽이라며 자신에게 으악질을 많이 하던 코치다. 시원하게 세리머니를 펼치고 나면, 꼭 한 소리씩 하기도 했고. 그런 그가 이렇게 부드럽게 말하는 게, 역설적으로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줘서-

        

       ‘씨, 씨발 진짜……!’

        

       돌아오려는 듯하던 멘탈이 다시 나가고 있었다. 3세트의 마지막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마지막에 발차기로 카운터를 맞고-

        

       “……씨발!”

        

       “파골 선수님, 이쪽에서 대기해주실게요! 잠시 후 인터뷰 슛 들어갑니다!”

        

       “네, 네 잠시만요! 재훈아, 여기 물 좀 마시고. 곧 인터뷰라니까 쉬면서 진정하고 있어. 인터넷, 아니다. 핸드폰 그냥 내놓고.”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아씨, 나도 지금 빨리 가봐야되는데. 그래. 세리머니 얘기 나오면, 어? 당해보니 맛을 알겠다, 업보를 좀 청산했다, 다음에 갚아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같은 말 하고. 꼭. 알았지?”

        

       “……네.”

        

       그리 신신당부한 코치가 떠나간 후.

        

       파골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은, 자연스레 가방에 숨겨두었던 핸드폰을 향했다.

        

       * * * *

        

       비시즌답게 비교적 평화롭던 나이트 오브 나이츠 갤러리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애초에 파골 자체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팬도 적도 많은 선수였다. 뛰어난 실력과 거침없는 언행, 한국 정서에서 조금은 벗어난 세리머니로 유명한- 두고 보자며 벼르는 사람이 많은.

        

       거기에 더하여, 그가 소속된 팀, 레이쓰 자체도 포아글 시절부터 국내에서 나름 입지와 팬베이스 탄탄했던 팀이었다. 항상 1, 2위를 다퉜고, 나오나 첫 시즌에서도 기어이 국내 리그 우승을 달성해낸.

        

       그리고 그런 팀이 늘 그렇듯이, 탄탄한 팬베이스 만큼이나 틈만 보이면 공격하고 싶어하는 안티들도 누적되어오기 마련이어서.

        

       자연스럽게, 갤러리 등지에서는 건수를 잡은 이들에 의한 일방적인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작성자: ㅇㅇ]

       [제목: 레꼴<< 방 빼야 되면 개추]

       [(아따먹이 양손도끼로 머리를 날려보내는 순간 캡쳐 사진)

        

       황 따 먹 님께서 손수 청소해주기 전에 방 빼야 되면 개추]

       –     너이자식지금개추라고

       –     개추

       –     이건 방 빼야제……

       –     존나 시원하게 날리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     ㄴ 이거 표정이랑 같이 봐야됨 존나 뿌듯해보임 미친년 진짜 ㅋㅋㅋㅋㅋ

        

       [작성자: ㅇㅇ]

       [제목: 다들 우울감이 느껴질 땐 방 청소부터 해보자]

       [(아따먹이 양손도끼로 머리를 날려보내는 순간 캡쳐 사진)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아따먹 표정 캡쳐)

        

       자 불과 30분만에 갤에 득시글거리던 레꼴들을 일거에 청소하신 대따황 센세 표정 좀 봐라……

        

       청소를 하고 나면 이렇게 행복해지는 거야

        

       자기계발강사 GOAT

        

       대 따 황]

       –     더러운 나갤을 도끼질 한번으로 청소해주신 대 따 황 센세……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     나갤의 자랑 킹따먹! 나갤의 자랑 킹따먹! 나갤의 자랑 킹따먹! 나갤의 자랑 킹따먹!

       –     저게 나갤에서 최고에요 도적도적 도배 강제시키던 씹분탕이라니 진짜 믿기질 않네

       –     ㄴ 대 따 황 센세 음해하지마라

       –     ㄴㄴ 음해 같은 소리하고있네 내가 피해자야 씨1발아

        

       [작성자: ㅇㅇ]

       [제목: 누가 진짜 잘못한 거냐??]

       [(1세트에서 패링 직후 연계기에 즉사한 파골 영상)

        

       1세트 시작 30초만에 대가리가 뭉게진 파골이 잘못했다- 개추

        

       (2세트에서 멈칫거리다가 파골에게 힐을 하는 아따먹 영상)

        

       경기시간 30분도 못 채우는 개좆망 결승이 될 걸 깨닫고 어떻게든 티 안나게 봐준 아따먹이 잘못했다- 비추

        

       진지하게 투표 ㄱㄱㄱㄱ]

       –     티 안나게는 시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보니까 존나 대놓고 힐하네 실수는 지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힐은 ㄹㅇ 뭔 생각이었을까

       –     ㄴ 생각이란 걸 하는 년이 아님

       –     ㄴㄴ ‘어 죽을 것 같네 살리자’

       –     ㄴ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죽을 것 같으면 살리고 보는, 사제계의 나이팅게일 그 자체인 황 따 먹

       –     진짜 선이라는 게 없네

       –     ㄴ 도평임

       –     솔까 1세트 패링은 걍 아따먹이 잘한거긴 해

        

       [작성자: ㅇㅇ]

       [제목: 현 시점 레꼴들 비상인 이유]

       [‘그 씹새’가 뭔 티배깅을 하든 존나 사람 깔보는 인터뷰를 하든

        

       이게 진짜 탑이니, ‘순수무력’이니, ‘중세 여포’니 하면서 유쾌한 척 좆같이 도배질하고 그거 좆같다하면 져서 긁혔냐고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진짜 순수 무력 평가받는 자리 나가니까 사제 힐 받다가 대가리가 우주로 날아감………

        

       아…………

        

       그저 ^개 좆 꼴^]

       –     프로씬 들어오지도 못한 광대년이 매너 좆까고 지랄한게 꼽다는 건데?

       –     ㄴ 무뭐머머뭐무멋 너 지금 우리 중세 여포 대황골님께서 프로씬 들어오지도 못한 광대의 부부부부부캐한테 따여서 대가리가 데굴데굴 날아가다가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거냐? 대 황 골 님이 우스워?

       –     ㄴ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발 진짜

       –     ㄴㄴ 아마한테 힐까지 쳐받은 건 좀 우습긴 해

       –     세대교체 좆망해서 32강 넘게 살아남은 새끼가 은퇴한 코치밖에 없는 개피충들이 할 말은 아닌듯ㅋ

       –     ㄴ 응~ GP는 안 나간 거야~

       –     ㄴㄴ 지랄 ㄴ 딱봐도 솔랭 전적 거의 없어졌고 바이오 이새끼는 격돌만 돌렸는데

        

       [작성자: 퀸따먹]

       [제목: 센세 광전사 ㅈㄴ 섹시하다 진짜]

       [이게 광전사고 이게 도끼지

        

       아니 이렇게 잘하는 걸 왜 안 해!!!!!!!!!!]

       –     전남친이 광전사였다가 정설

       –     ㄴ 그럼 왜 이제 함

       –     ㄴㄴ 레반이 위로해줬나보1지

       –     ㄴㄴ 보지에 왜 1을 넣어 씨발 갤에 필터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     ㄴㄴ 중의적인 의미가 있나보1지

       –     ㄴㄴ 진짜 미친새끼들

       –     아니 진짜 왜 그동안 안 했지

       –     ㄴ ㄹㅇ 비밀병기였나?

       –     ㄴㄴ 진짜 비밀병기면 본선까지 숨겼어야지 개쳐바르던 파골한테 왜 꺼내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대따황 3세트 도끼질 의도 밝혀짐]

       [(파골이 레반의 시체에 칼을 역수로 꽂아넣는 모습)

        

       파골이 레반한테 비석 세워버린 장소가

        

       (아따먹이 파골 머리를 날리는 모습)

        

       아따먹이 복수한 장소임

        

       의리는 대 따 황]

       –     캬

       –     우연 아님?

       –     ㄴ 시작하자마자 버프 다 좆까고 저기로 가서 버틴 거 보면 무조건 의도적임

       –     친우의 무기로 원수에게 복수……이게 정통무협이지

       –     ㄴ 원수에게 복수하고 대가리로 야구하는 것도 정통무협임?

       –     ㄴㄴ ㅈ통무협이라 괜찮다고 하네요

       

       그 사이사이에서 아따먹의 팬들도 함께 축제를 벌이고-  

        

       모두가 만족하던 시점.

        

       《저는 제가 약속한 일을 해냈으니, 레반님도 약속을 지켜주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 레반님도 약속을 지켜?]

       [이게 시발 무슨 소리야]

       [뭘 약속한 거?]

       [아니 무슨 약속인데]

       [아니지? 아닐거라고 믿어 제발]

        

       《네, 그렇군요! 친구에게 약속한 우승! 너무나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자, 그러면 이 기회에 홍보 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아따먹 선수는 사실 본업이 스트리머신데, 어떻게- 홍보 한번 부탁드립니다!》

       

       《음……방송 방향이 워낙 여러 차례 바뀌어서, 조금 헷갈리네요. 최근엔 소통과 캠핑, 음악 방송을 지향하고 있었어요.》

       

       《아……세계 최고 실력의 여성 나오나 방송인, 으로 또 유명하신데요. 나오나는 앞으로도 방송으로만 접하실 생각이실까요? 사실 이번 대회에서 아따먹 선수가 보여준 어마어마한 실력과 활약을 생각하면, 프로 데뷔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번 대회가 스트리머 아따먹에서 프로게이머 아따먹으로 전환하는 기점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많았습니다. 많은 팬분들께서 기대를 품고 계실 텐데, 어떠신가요!》

       

       《……프로 데뷔는, 고려해본 적 없네요. 아. 그래도, 스트리머 은퇴는 고려해본 적 있어요. 그러니까- 반 쯤은 정답으로 인정해드려도 될 것 같아요.》

       

       나오나 갤러리에 이어, 수 개의 팬카페를 포함해 모든 커뮤니티를 불태울 파국의 우승자 인터뷰가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괴도애기 님, 4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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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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