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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9

       *** ***

         

       정철의 행보가 온 무림에 알려진 지 약 두 달.

         

       사천 전역은 사방에서 몰려든 사파 잡배들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었다. 사천의 거대세력들은 운남의 거대사파들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전력을 분산시키가 어려웠으니 사천의 나머지 정파들은 각지에서 유입되어오는 사파 세력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운남의 거대사파들이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도 왜 사천으로 각지의 사파 잡배들이 유입되는가.

         

       이는 사파 문파와 정파 문파의 차이에서 기인한 현상이었다.

         

       정파 문파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무공이 중심이다. 그 문파에서 내세우는 무공을 기준으로 문파가 운영되고 돌아간다. 핵심 무공을 익힌 자가 곧 문파의 중심이다.

         

       그러나 사파 문파는 다르다. 사파의 문파는 바로 최고수가 중심이다. 가장 강한 자를 필두로 모여드는 회(會)나 당(黨)에 가깝다.

         

       바로 그 점이 사파 잡배들이 사천으로 몰려드는 이유였다. 정파의 세력을 몰아내고 조금이나마 사천에서 세력을 쥐고 있을 수 있다면, 추후 운남의 사파세력이 본격적으로 사천으로 진출 할 때 그 영역을 바치며 산하 세력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산하 세력으로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나쁠 것은 없었다. 사천이라는 지역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먹음직스러운 곳이었으니 그 고기를 몇 점 뜯어 먹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였으니까.

         

       정파를 지향하는 무인들에게 사천성이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다면 사파 잡배들에게는 사천 자체가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고 있는 셈이었다.

         

       사천이 사파가 없는 지역이라도 무림에서 가장 흔한 이야기가 정파와 사파의 다툼이었으니, 사천의 정파 세력들 역시 사파 잡배들이 사천을 향해 몰려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규모가 상상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또한 평화는 검을 녹슬게 만들기 마련이니.

         

       오랫동안 사파와의 대립 없이 평화를 누리던 사천 정파들은 오랜 평화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렇게 사천 전역이 사파들의 침공에 홍역을 앓고 있을 때.

         

       정철은 회의에 나온 다섯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하에는 정파 세력 못지않은 수많은 사파 세력이 있지만 정파 세력의 구파일방, 오대세가와 같이 상징성이 있는 세력이 없다.

         

       애초에 사파의 문파는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름을 잇더라도 그 무공까지 같이 계승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운남 사파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정철과 직접적으로 손을 잡은 문파는 다섯 뿐이었다.

         

       오독문.

         

       흑사문.

         

       참호당.

         

       속령파.

         

       암룡문.

         

       오독문과 흑사문은 운남에서 그 세력이 탄탄하고 문파의 이름을 믿을 수 있는 자들이었고 참호당, 속령파, 암룡문은 각기 현경의 고수를 주축으로 모인 문파였다.

         

       “다들 모이신 듯 하군요.”

         

       각 문파의 대리자들을 바라본 정철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슬슬 개전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각 문파에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각 문파의 대표들이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정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오늘 회의 결과가 좋기는 어렵겠군.’

         

       참호당, 속령파, 암룡문은 각기 현경 고수들이 이끄는 문파. 참호당은 혈도 사복설, 속령파는 귀곡혈조 악경철, 암룡문은 흑패 독고영천이 중심이다. 아니 중심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그들이 전부다.

         

       결국 참호당, 속령파, 암룡문의 대표자들은 진짜 전권을 가진 사자가 아니라 세 현경 고수의 말을 전하러 온 전령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이 침묵하고 있으니 세 현경 고수들은 아직 개전의 의사가 없다고 봐야 했다.

         

       치열한 눈치 다툼 끝에 결국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오독문의 대표자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오.”

         

       “허나, 슬슬 저희 [사도련]에서도 행동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사천에 사파의 동지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그에 호응해야지요.”

         

       각지의 사파가 사천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에는 운남의 거대방파들이 움직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 기대감을 부채질한다면 사천 공략이 훨씬 쉬워질 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운남의 거대 방파들이 움직임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희생은 싫고 과실은 취하고 싶다 이거겠지.’

         

       나서게 될 문파 입장에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었다. 아직 사천의 진짜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거대방파들의 전력이 깎여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철은 두달 전에 있었던 당가타 습격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그곳에 독의와 사천낭인이 있을 줄이야….’

         

       본래의 계획과 크게 틀어진 일이었다. 수 년간 당가에 방문하지도 않았다는 독의가 하필 그 순간에 당가에 있었고 비축된 독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든 뒤 암기를 만들 장인들을 처리하려는 찰나에 또 사천낭인을 만나고 말았다.

         

       독의가 없었더라면 허겁지겁 대피하던 당가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었을 일이었고.

         

       장인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 살아남은 당가 무인들도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당가가 관리하던 사천의 많은 영역이 무주공산이 되었을 테고, 눈앞에 있는 다섯 문파가 이렇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대신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겠지.

         

       그렇게 정철이 쓰린 속을 달래며 다른 문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고 할 때였다.

         

       “아 참, 혹시 정철 님 이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돌연 속령파의 대표가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요 근래 운남과 사천의 경계를 포달랍궁의 고수들이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식 말입니다.”

         

       “…그런 일이?”

         

       “포달랍궁이 왜 이곳까지…”

         

       “벌써 운남의 사파들과 가벼운 충돌이 몇 번 있었다는군요.”

         

       정철은 이야기를 꺼낸 속령파의 대표를 바라보았다. 침묵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소식을 꺼내는 이유가 뭐지?

         

       속령파는 아직 몸을 사리고 싶어한다.

         

       회의 시작부터 이 주제를 꺼냈다면 사천성을 공격하는 사파인들에게 호응해 공격해 들어가자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텐데 왜 지금 와서야 운을 띄우며 이런 소식을 푸는 것일까.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이 중원에 볼일이 있을 수도 있지요. 운남에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야 흔한 일 아닙니까.”

         

       “사파인들이 호기로운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일이 조금 심각합니다. 포달랍궁의 무인들 중에서는 화경의 경지를 보여준 고수도 있었다 합니다.”

         

       정철의 얼굴도 살짝 굳었다. 화경의 고수는 곧 문파의 중진이다. 그런 문파의 중진이 섞인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이 운남의 사파인들과 충돌했다는 것은 쉬이 볼 일이 아니었다.

         

       “…큰일이로군요.”

         

       “허어, 저희 사도련에서도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철은 기회다 싶어 포달랍궁의 일을 입에 올리는 대표자들을 보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포달랍궁의 움직임을 핑계로 개전을 미루자고 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하하, 사도련의 호걸들이 이리 의기가 충천하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사해가 동도라 하였습니다. 감히 오랑캐 따위가 중원을 넘보다니 중원인으로써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맞습니다. 이는 쉬이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또 포달랍궁인가. 되는 일이 없군.

         

       정철은 그렇게 한탄하며 서로 북치고 장구치는 다섯 문파의 대표를 바라보았다.

         

       “시급히 사도련의 이름으로 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흑사문 역시 동의하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파의 대표들은 겉으로는 심각한 척하며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외세의 침략에 대응한다. 사천의 정파들을 상대하는 일을 피하면서도 체면을 차릴 수 있는 기회였다.

         

       ‘포달랍궁이 서장에서는 유명한 문파라고는 해도 결국은 변방의 오랑캐들이 세운 문파일 뿐이야.’

         

       ‘화경의 고수라고 한들 제대로 된 무공도 없는 변방의 무인일 뿐. 중원의 절학을 익힌 고수라면 그들을 제압하는 일은 닭 모가지를 비트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문파의 대표들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자신들의 입으로 불려나가고 있을 때.

         

       “하하, 사태의 심각함을 사도련의 동도분들이 알아주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저희 속령파에서 이미 조치를 마쳤으니 걱정 마시지요.”

         

       각 문파 대표들의 얼굴이 굳었다. 정철 역시 안색을 굳히고 속령파의 대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시오?”

         

       “문주께서는 포달랍궁 고수들이 감히 중원의 무인을 해하였다는 사실에 직접 징치하겠노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쯤이라면 아마 포달랍궁의 고수들을 추적해 일벌백계의 교훈을 내리고 있으실 겁니다.”

         

       모두가 침묵했다. 현경의 고수가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을 격퇴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또한 이런 일이 없도록 본문의 고수들을 동원하여 운남과 서장의 경계를 지키라 하셨습니다.”

         

       “허어…!”

         

       “그런!”

         

       “운남을 위협하고, 사도련의 행보를 방해하는 포달랍궁의 준동은 저희 속령파가 저지하겠습니다. 그러니 사도련의 영웅들께서는 후방의 위협일랑 저희 속령파에게 맡겨 두시고 사천을 도모하시지요.”

         

       정철은 속령파의 대표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적절하게 포달랍궁이라는 미끼를 던져 다른 문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서 사천정파와의 싸움에서 빠질 명분을 강화하려는 속셈이었다.

         

       회의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아예 작정하고 다른 문파들의 뒤통수를 치려고 계획해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속령파가 빠진 공백은 이곳에 있는 어느 문파들이 메워야 하니까.

         

       그런 속령파의 의도를 읽은 각 문파의 대표자들은 날카로운 안광을 발하며 속령파의 대표를 노려보았다.

         

       “자자, 그럼 이제 사천에서 고군분투하는 호걸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속령파의 대표의 발언에 회의장의 분위기는 더욱더 싸늘해졌다.

         

       “후우.”

         

       정철은 기고만장해진 속령파의 대표를 보며 결국에는 한숨을 토해냈다.

         

       *** ***

       

       귀곡혈조 악경철은 인적 없는 폐사찰을 향해 거침없이 걸었다.

         

       “이곳에 땡중들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총 일곱 명이라 합니다!”

         

       악경철은 수하의 보고에 폐사찰을 바라보며 요 근래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정철이라는 녀석,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했지만…’

         

       당가를 습격한 작전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상황이 애매해졌다. 당가에 큰 타격을 가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가의 영역에 밀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출혈을 감수한다면 사천을 도모해 볼 법도 하지만 악경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 놈들을 어찌 믿고.’

         

       악경철은 사도련을 구성하는 문파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사파들이 득시글거리는 운남에서 정점에 오른 독사 같은 놈들이다.

         

       동맹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 있더라도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거침없이 물어뜯을 녀석들이었다. 그런 짐승 같은 놈들을 뒤에 두고 출혈을 감수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정철 그놈이 또 무슨 수를 부리면 모르겠지만…’

         

       악경철은 정철을 떠올리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정철과 운남의 사파들은 입장이 달랐다. 정철이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명분이 약해지고 세력을 만들 기회가 줄어들겠지만 운남의 사파들은 손해볼 것이 없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팔 텐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목마른 자는 결국 정철이었으니 정철이 희생할 때까지 뒤에서 관망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문제는 그 최선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는 것인데.

         

       “이 악경철에게 운이 트이는구나.”

         

       포달랍궁의 고수들이 운남의 외곽을 들쑤시며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후방을 지킨다는 아주 강력한 명분을 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을 운남에서 몰아내는 손쉬운 일만 해치운다면 속령파는 아무 피해 없이 기회만을 노릴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늘도 문주님이라는 영웅을 알아본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악경철은 수하의 아부에 웃음을 터트리며 폐사당 산문을 넘었다. 악경철은 폐사당 앞에 도열한 여덟 명의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을 보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들이 감히 중원인을 해한 포달랍궁의 무인들이냐?”

         

       “시주, 포달랍궁에서 온 것은 맞으나 중원인을 해하지도 않았으며 무인이 아니라 수행자라고 하오.”

         

       “내 중원인을 해한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였거늘!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말로 해서는 안 될 종자들이구나!”

         

       “그들이 먼저 우리를 욕보이고 공격했으니 보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뿐이오.”

         

       “뻔뻔하게 입을 놀리는구나!”

         

       악경철은 기세 좋게 호통을 치면서도 상대를 살폈다. 수하가 파악한 것보다 인원이 한 명 많기도 했고 포달랍궁 측의 전력은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포달랍궁 측에서 대표로 나선 이를 제외한 일곱 명. 그 중 여섯이 초절정이었고 한 명이 화경이었다.

         

       악경철은 포달랍궁의 대표자로 나선 이를 탐색했다. 과연 대표로 나설 실력이기는 한지 가장 경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변방의 사술을 익힌 모양이지.’

         

       유독 기운을 감지하기 힘들어 10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드러난 기의 움직임을 보아서는 화경인 것 같았다.

         

       “중원은 감히 네놈들이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 악경철이 몸소 알려주마!”

         

       “허허…기어이 피를 보시겠다면 응해 드리겠소.”

         

       악경철은 감히 현경의 경지인 자신을 상대로 투지를 드러내는 중년 수행자의 모습이 가소로웠다. 상대와의 격차조차 재지 못하는 천둥벌거숭이들이라니!

         

       “으하하하하! 피를 봐? 네놈이 내 옷깃이라도 스친다면 그 실력을 가상히 여겨서 물러나마!”

         

       중년 무인은 말없이 기수식을 취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악경철은 태연하게 뒷짐을 졌다.

         

       “무기를 들지 않으셔도 괜찮겠소?”

         

       “쥐새끼가 고양이 걱정을 하는구나!”

         

       악경철은 자신의 주 무기인 호조를 꺼내들 생각이 없었다. 변방의 오랑캐들을 상대하는데 호조를 사용했다는 소문이 도는 것만으로도 체면에 손상이 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중년 무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본인은 라노징부라고 하는 수행자요.”

         

       “곧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질 녀석이 혓바닥이 길구나! 냉큼 덤비거라.”

         

       라노징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겠소.”

         

       타아악!

         

       악경철은 한 번의 도약으로 화살처럼 솟구쳐 오른 뒤 깃털처럼 느리게 떨어지는 라노징부를 보며 흠칫했다. 경신의 묘리를 운영하며 동시에 자신의 몸에 이기의 수법을 전개하지 않으면 보일 수 없는 재주였다.

         

       ‘생각보다 무공이 고강한 녀석이었군!’

         

       “하하하하하! 한수 재주는 있구나!”

         

       그러나 악경철은 대소를 터트렸다. 상대방의 무공이 예상보다 고강했지만 선택이 잘못되었다. 경지가 한 단계 위인 이에게는 근접에서 강기를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인 판국인데, 아무리 주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들 화경의 고수가 멀리서 쏘아내는 장영이나 장풍 따위로 현경의 고수를 상대하려 하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스스스스!

         

       그러나 그런 악경철의 대소는 순식간에 경악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으니.

         

       수십 장 높이에서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져 내리고 있는 라노징부의 주변에 강기의 덩어리들이 하나 둘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강환(剛環)!

         

       “혀, 현경!”

         

       상대가 현경의 고수였다니! 대경한 악경철이 서둘러 호조로 손을 뻗었지만 라노징부의 강환이 호조를 장착할 시간을 주지 않고 날아들었다.

         

       콰과과과광!!

         

       무자비한 강환의 폭격이 그대로 악경철을 두들겼다. 승리한 악경철에게 어떤 아부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속령파 수하들은 경악해 입을 쩍 벌렸다.

         

       “이, 이놈…!”

         

       강환의 폭격권에서 빠져나온 악경철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치명적인 부상은 피했지만 황급히 펼친 호신강기로 강환의 폭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옷은 강기의 폭격에 상해 넝마가 되었고 입가에는 한 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여유롭게 지상에 착지한 라노징부가 빙그레 웃었다.

         

       “옷깃을 스쳤으니 약조대로 이만 물러가시는 것이 어떻겠소?”

         

       악경철은 라노징부의 조롱에 얼굴을 붉히고 온 몸을 떨었지만….

         

       “내 오늘 경솔하게 입을 놀린 탓에 네 녀석들이 살아 있음을 잊지 말아라!”

         

       상황은 명백하게 열세였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들 속에는 화경의 고수가 섞여 있는 것에 비해 악경철이 데리고 온 수하들은 끽해야 초절정이었다. 거기에 부상까지 입었으니 이대로 충돌했다가는 필패였다.

         

       라노징부는 도망치는 악경철의 뒷모습을 보며 호천안의 계획을 떠올렸다.

         

       ‘우리들의 안전을 고려해 준 것은 정말 고맙지만, 그래서야 언제 대업을 성취하겠나.’

         

       수행자들에게 위험할 만한 충돌은 모두 배제한 만큼 운남사파 전체가 주목할 만한 위협으로 떠오르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일이었다.

         

       그렇기에 라노징부는 포달랍궁에 현경의 고수가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며 운남사파의 경계심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중원에 나섰다.

         

       ‘내가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자네도 몰랐던 모양이야.’

         

       작전을 수립할 때 철저하게 현경의 고수를 회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던 호천안을 떠올리며 라노징부는 껄껄 웃었다. 호천안이 지금의 소식을 들으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니 절로 유쾌해졌다.

         

       ‘자네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라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주었으니 나 역시 숨기는 것 없이 자네를 위해 열과 성을 다 해주겠네.’

         

       “자 벌집을 들쑤셨으니 우리도 일단 서장으로 후퇴하세.”

         

       “예, 궁주님!”

         

       호천안을 위해 대외적으로 숨기고 있던 자신의 경지를 완전히 드러낸 라노징부.

         

       “일이 잘 풀리기를 빌겠네.”

         

       라노징부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포달랍궁의 수도승들을 폐사원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수도승의 행방과 현경 고수의 등장으로 온 운남이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그 시각.

         

       “찾았다!”

         

       호천안은 비급을 발굴하고는 기뻐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현 정세를 한 편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에 계속 쓰다보니 늦었네요…

    두끼급 고봉밥….?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평소 후원보다 텀이 짧은 것 같다고 멋대로 판단하고 에피소드 마무리가 마음에 드셨다고 멋대로 판단하겠습니다!

    흡-족(아니면 시무룩..)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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