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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9

    <259 – 바람직한 결과>

     

    3학년 벨벳.

    979기 서귀연.

    현 서귀연의 1인자.

    981기 서귀연의 선배.

    서부귀족연합의 거물.

    안데르센 대공자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자.

    강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귀족.

    안데르센과 서귀연의 구족들은 그 이름과 미모, 상냥한 대우에 현혹되었다.

     

    ‘와. 어떻게 저렇게 무서운 캐릭터가 있을 수 있지?’

     

    고인물인 내 눈에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만 보인다.

    979기.

    그리고 3학년.

    심지어 현 서귀연의 고학년 1인자.

     

    “아카디아가 아끼는 아이로구나. 네게는 좋은 인상만이 있었는데 어찌 나를 그리도 경계하느냐?”

    “선배는 단 한 번도 진급이 밀리지 않고 3학년이 되셨죠?”

    “운이 좋게도 그러했구나.”

    “몇 년이나 2학년이 되기 위해서, 3학년이 되기 위해서 휴학을 하고 포인트를 모으는 분들이 있는 아카데미에서 진급이 운만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무얼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구나. 그럼 내 운이 나빠야 했다는 말이니?”

    “진급을 하기 위해 몇 년씩이나 휴학을 하고 포인트를 모으는 선배들 사이에서 보통 일은 아니죠!”

     

    과연 그 말에는 긴장감 없던 안데르센 대공자와 서귀연 귀족들도 위화감을 느꼈나보다.

     

    “오크노디가 저 정도로 말할 정도면 보통은 불가능한 거 아니야?”

    “왜 그래. 벨벳 선배가 그만큼 재능이 넘칠 수도 있지. 저렇게 멋진 선배신데.”

    “외모에 홀리지 마, 바보야. 교수들 중에도 외모로 얼버무리면서 학생들을 나락으로 몰아넣는 교수가 얼마나 많냐고.”

     

    갑자기 몇 명이 굉장히 찔린다는 얼굴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학기 초에는 <어디서나 잘 자기>의 코코 교수님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다면 이런 꿀강의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었지…”

    “얼굴만 보고 좋아했다가 같이 살아보면 의외로 최악일지도 모른다고 푸념하던 10살 위의 결혼한 큰형님의 충고를 떠올려야 했어…”

    “그래서 예쁘냐?”

    “얼굴은.”

    “그래도 얼굴을 보면 화는 풀릴 거 아니야.”

    “넌 절대로 결혼하면 안 되겠다. 우리 큰형님이랑 똑같이 후회할 것 같아.”

     

    …이 사람들 정말 긴장감 없네.

    이렇게 방심하고 다니니까 심한 강의만 골라서 듣지.

    구하러 온 이쪽과 긴장감에 차이가 있다.

    역시 같은 서귀연 출신이라는 사실이 마음속의 빗장을 풀어두게 만든 탓일까.

    경계를 올려도 여전히 ‘에이 설마’ 싶은 방심하는 구석이 남아있다.

     

    “아무래도 우리 후배들이 선배들을 향한 경계심이 커 보이는구나. 그럼 이렇게 하자. 너희에게 뭘 시킬지를 미리 알려주면 안심이 들겠지?”

    “역시 서귀연의 모범이 되는 선배님이십니다. 그리 해주신다면 저희도 안심이 되겠습니다.”

    “자, 이건 광산출입증과 너희들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내 권한을 넣은 사인이란다.”

    “학생회…?”

    “그래.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말하진 않았지만 학생회의 부탁으로 임원 자리를 맡고 있단다. 정확히는 자원관리국의 국장 역할을 맡고 있지.”

     

    큰일 났다.

    안데르센과 서귀연 귀족들의 눈에 초롱초롱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어.

    뭣도 모르고 높아 보이는 직함에 홀리기 시작한 것이 블랙기업의 높기만 한 직함에 홀려버린 모양새다.

     

    “치사하다냐! 지연찬스를 쓰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 위반된다냐!”

    “조용히 하세요, 제냐. 귀족들의 적이 되면 아카데미 생활이 세 배는 힘들어진다고요.”

     

    코트 밖에서 부러워하는 목소리까지 들리니 더욱 어깨가 으쓱해지는 서귀연 일당들!

     

    “너희가 원한다면 이 광산출입증을 줄 수도 있단다. 물론 그 대가로 사소한 노동을 해줘야하고 그 사실이 명시된 기록이 남기는 하겠지만 행정상의 절차라는 것이 늘 그렇지. 알잖니? 귀족이 아닌 것들의 깐깐함이란.”

    “하하. 그렇죠.”

    “우와, 벨벳 선배. 저희도 광산에 들어가서 광부들의 수익을 빼앗거나 레어메탈을 강탈하거나 그럴 수 있는 건가요? 그런 굉장한 혜택을 베풀어주시다니!”

    “응? 아 뭐. 여러 가지로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지. 응응.”

     

    절대로 얼버무리고 있다, 이 사람!

     

    “그만 좀 속으라고요, 바보들! 당신들이 광산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는 거잖아요!”

    “뭐? 오크노디 너 말이야, 아카디아한테 잘해줘서 우리가 좋게 봐준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지 말래?”

    “맞아. 벨벳 선배가 우릴 위해서 얼마나 신경 써주시는데 옆에서 초치고 있지 말라고.”

     

    이 자식들 짜증나.

    매스각키 황녀보다 더 싫어지기 시작했어.

    생각해보니 첫 만남부터 이런 녀석들이기는 했다.

    형편이 안 좋아서 티가 안 났을 뿐.

    기가 살면 지들도 꼴에 귀족이라고 대체로 건방지게 구는 편이었지.

    아카디아가 너무 친절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너희야말로 오크노디한테 너무 무례하게 굴지 마라. 벨벳 선배 건은 오크노디가 실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씨 착한 아이 아니냐.”

     

    안데르센 대공자는 넓은 아량과 인품으로 귀족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의 그 발언으로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한 걸음 더 다가서고 말았다.

     

    “안됐구나, 오크노디. 우리 서귀연의 결속이 네 생각보다 단단해서.”

    “하. 기껏 생각해서 도와줬건만… 하나만 지켜주세요. 이 기회를 이용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고 이만 기권시켜주기로.”

    “내가 왜?”

    “광산노예가 되는 것까지는 자업자득이라고 눈감아주겠지만 이 이상 같은 학년이 착취당하는 꼴을 보면 넘어가기는 힘드니까요.”

    “다크프린세스라는 굉장한 클래스로 불리는 아이는 얼마나 나쁜아이일까 싶었더니 의외로 상냥한 편이구나. 그럼 그렇게 하자. 미움 받는 것도 싫고.”

     

    결국 계약서에 사인하고 줄줄이 선을 밟고 기권하는 서귀연의 귀족들.

     

    ━━━

    현재 남은 1학년 – 2명

    ━━━

     

    981기 서귀연 남학생들의 자멸은 안쓰럽지만 아무튼 본인들은 만족했다.

    악덕계약을 마친 벨벳 선배도 만족했고 <위기에 빠진 1학년들을 구출하라> 목표를 달성한 나도 만족했으니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했다.

    뭐 이걸로 됐나?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하던 계약이었으니.

    방학이 되면 본가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포인트채굴의 노예가 되겠지만 함부로 계약을 맺은 잘못이지.

    광산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몬스터들도 있으니 겸사겸사 실전경험도 쌓일 거다.

    다른 1학년들보다 빠르게 경험을 쌓고 학연도 함부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회의 냉혹한 부분을 체험했다는 점에서도 큰 교훈이 되겠지.

    굳세져라, 안데르센 대공자!

     

     

    * *

     

     

    “우리는 세계 각지에 분점을 두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뒤에도 각지의 회원들과 교류하며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헤에. 암흑사교회는 의외로 세력이 좋구나. 굉장해 선배♡ 사교의 생명력 엄청 끈질겨♡”

     

    안데르센 대공자와 일당들이 제 손으로 파멸의 길을 걷고 퇴장한 것과 달리 매스각키 황녀는 암흑사교회 선배와 함께 긴 토의에 들어가 있었다.

     

    “뭐하고 있어?”

    “앗, 오크노디. 마침 잘왔어♡ 너도 들지 않을래?”

    “암흑사교회?”

    “오랜만이군, 1학년.”

    “앗, 양식장 선배!”

    “서로 아는 사이~? 그럼 더 잘 됐네♡”

     

    이쪽도 안데르센 대공자처럼 자멸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흘러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실상은 딴판이었다.

     

    “제국에 사교의 비밀집회장소로 사용할만한 폐쇄된 시설이 여럿 있는데 임대하면 뭐 줄 거야~?”

    “사교회의 선배들 중에는 저주마법에 능통한 선배들이 많지. 원한다면 정적에게 자주 듣는 노래가 싫어지는 저주나 뭘 먹어도 물리고 맛없어지는 저주를 걸 수 있어.”

    “하~? 그거 다이어트 마법 아니야~? 오히려 돈이 될 것 같으니까 내쪽 사람들한테 걸어줘♡”

     

    계약에 끌려가서 휘말리기는커녕 서로 대등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

    심지어 아카데미 바깥에서 암흑사교회 총본단의 활동까지 입에 담으면서!

    이 선배, 빨간버섯 양식장이나 키우는 허접사교인줄 알았더니 실은 사교회 내에서도 엄청난 권한을 지니고 협상에 나올 정도의 거물이었다.

     

    “황녀가 그런 계약을 해도 괜찮아?”

    “신경 쓰여~? 강력한 라이벌이 탄생해서?”

    “그냥 신기해서! 제국은 암흑마나 싫어하잖아.”

     

    원래 신성중앙제국은 유일신 소페미아를 국교로 삼는 국가다.

    12선신과 12악신이 속한 24신격조차 남방으로 쫓아내는 제국에서 그보다 심한 암흑마나 사용자의 유입을 허용하려 하니 어찌 신기하지 않을까.

     

    “너 때문이야♡”

    “나?”

    “암흑마나의 실효성을 입증했잖아~? 직접 겨뤄보고 더욱 확신했어. 허접 신성력보다 쓸 만해♡”

     

    아앗… 감이 왔다.

    황녀의 암흑마나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왔는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성격요소.

    그중 핵심이 되는 성격은 고정요소로 유지되지만 일부는 매 회차마다 가변요소로 랜덤 변동된다.

    건강미 캐릭터에게 건강함은 고정요소.

    가령 과일을 좋아한다, 라는 기믹에서 어떤 과일을 좋아할지는 랜덤.

    랜덤선택에 따라 사과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과녀가 될 수도 있고, 두리안을 좋아하는 두리안 빌런녀가 될 수도 있다.

     

    매스각키 황녀에게도 그런 가변요소가 있다.

    그녀의 가변요소는 강자애호.

    보통은 아카데미 생활 도중 특정 선배에게, 혹은 특정 교수에게 강함을 느끼고 해당 요소에 팟하고 꽂히는 편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암흑마나를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 탓에 암흑마나에 단단히 꽂혀버렸다.

     

    “왜~? 두려워? 특기인 암흑마나에서 밀릴까봐~?”

     

    근데 나한텐 딱히 나쁜 일이 아니다.

     

    “와 정 말 무 섭 다!”

     

    고인물이 마나량을 단기간에 대량 펌핑해서 확 늘릴 비법을 모를 리가 없잖아.

    게다가 매스각키 황녀가 암흑사교회에 들어가 암흑마나를 쓰는 추종자를 잔뜩 늘리면 그만큼 내 명령을 따를 NPC들도 늘어나게 된다.

    일은 매스각키가 하고 성과는 고인물이 챙긴다.

    바람직한 결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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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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