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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쀼우우우….”

       

       나는 울음을 터뜨린 아르를 달래기 위해 아르를 재빨리 들어서 품에 안아 주었다. 

       

       아르는 무서웠는지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훌쩍였다. 

       훌쩍일 때마다 내 몸에 꾹 밀착된 아르의 작은 몸이 함께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아르가 많이 놀랐구나. 괜찮아. 괜찮아. 응?”

       

       나는 아르를 안은 채로 천천히 엉덩이를 토닥여 주며 달랬다. 

       

       “쀼우….”

       

       다행히 효과가 조금 있었는지, 아르는 내 옷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더니 천천히 울음을 그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콩닥거리던 아르의 심장 박동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숨죽인 채 바라보던 용병들은 혹시나 또 아르가 놀랄까 봐 크게 말하진 못하고 저들끼리 속삭였다.

       

       “어째 우는 것도 저리 귀여울까 모르겠네.”

       “나도 저 엉덩이 한 번만 토닥여 보고 싶다.”

       “쬐그만 게 잘 먹었는지 궁뎅이 토실한 거 봐라, 아주.”

       “이름이 아르인가 봐.”

       “이름도 귀엽구만 그래.”

       “캬, 근데 진짜 잘 달래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야.”

       

       나는 손수건으로 아르의 눈물을 마저 닦아 준 뒤, 다시 엉덩이를 토닥여 주며 달래듯 말했다. 

       

       “괜찮아. 저 아저씨도 지금 반성하고 있단다. 보렴. 다른 아저씨들이 대신 맴매해 줬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옆쪽에서 바로 흉터 난 용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그래! 그 정도로 울 줄은 정말 몰랐다고!”

       

       흉터 난 용병은 어느새 눈이 밤탱이가 된 채 다소곳한 자세로 서 있었다. 

       

       “몰랐다고? 딱 봐도 여려 보이는데 무슨 변명을….”

       “안 되겠다. 넌 좀 더 맞아야겠다.”

       “으아악! 미안! 내가 다 잘못했다!”

       

       흉터 난 용병은 주변의 야유에 질색을 하며, 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네 사역마에게 겁을 줘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사과하는 용병의 눈을 보니 그래도 꽤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아르에게 했던 말도 딱히 엄청나게 나쁜 말이라기보다는, 평생 뭔가 귀여워해 본 적이 없어서 놀리는 말이라도 하면서 말을 걸고 싶었던 모양이고.

       

       나는 조금 진정이 된 아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한테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정 사과하시고 싶으시면 여기 이 녀석한테 직접 하시면 되고요.”

       

       용병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쬐그만 놈… 아니, 와이번이 말도 알아듣나?”

       “그럼요. 얘가 얼마나 똑똑한데요. 다 알아들어요. 지금 아저씨가 호위 할 수는 있겠냐고 한 것 때문에 상처 받은 모양이에요.”

       “허어….”

       

       아무리 인간과 계약을 맺은 사역마라고 해도,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주인의 말이야 알아들을 수 있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은 뉘앙스나 담긴 감정, 자주 듣는 단어 등을 통해 짐작해야 한다.

       

       ‘우리 아르는 그걸 넘어서서 아예 말에 담긴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말하기까지 할 수 있지만…. 사람들 앞에선 그냥 ‘알아들어요’ 정도로 넘어가는 게 낫겠지.’

       

       사람의 말을 전부 이해하고 말까지 하는 마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저게 와이번이 과연 맞느냐며 의심만 살 게 분명해.’

       

       물론 이렇게 뽀송뽀송한 새끼 와이번이 대충이라도 말뜻을 알아듣는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사역마라고 해도 보통 주인 말만 알아듣지 않나?”

       “그러게 말이야.”

       “신기한 일이구먼.”

       

       지금 눈앞에 있는 용병들도 그 사실에 이렇게 놀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알겠다. 그러면 내 직접 사과하지.”

       

       나는 흉터 용병이 직접 사과하겠다는 말에, 내 쪽으로 안고 있던 아르를 조심스레 들어 반대쪽으로 돌려 안아 주었다. 

       

       “쀼우…?”

       

       아르는 눈앞에 있는 험상궂은 용병이 여전히 무서운지 안고 있는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아르야, 이 아저씨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대.”

       “쀼우?”

       “응. 용병 아저씨들이 원래 말이 좀 거칠어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 같아.”

       

       나는 아르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 물론 그래도 네가 사과 받아주기 싫으면 안 받아 줘도 돼.”

       

       내 말에 주변에서도 동조했다. 

       

       “그럼! 안 받아 주면 우리가 대신 응징해 주지!”

       “크크큭, 이 정도면 너 그냥 저 녀석이 맘에 안 들어서 때리고 싶은 거 아니야?”

       “들켰나?”

       

       내 말에 아르는 시선을 내리깔고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흉터 용병을 올려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의 끄덕임에 흉터 난 용병의 안색이 밝아졌다. 

       

       “얘야, 이름이 아르라고 했나? 미안하다. 네가 말 알아듣는 거 알았으면 말을 골라서 했을 텐데, 귀여워서 아무 말이나 떠오르는 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렇게 말하고 자신도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그리고 내 말도 정정하마. 넌 사역마로서 앞으로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거다. 내가 그, 응원하마.”

       

       말을 마친 용병은 머쓱한 얼굴로 아르를 내려다보며, 사과의 뜻으로 손을 내밀었다.

       

       “쀼우….”

       

       아르는 그런 용병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조심스럽게 앞발을 내밀어 용병의 손끝을 잡아 주었다.

       

       “오오오오오오!!”

       “손 잡아 줬어, 미친!”

       “야, 잘못한 놈이 손 먼저 잡는 게 이게 맞는 거냐?”

       “불공평하다!”

       “우리에게도 손을 잡게 해 달라!”

       “저 새끼 저거 표정 봐. 잘못한 놈 표정이 저래도 되냐?”

       

       주변의 용병들은 그 모습을 보고 열광하면서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쀼우!”

       

       사과를 받아 준 아르는 기운을 차린 듯, 용병의 손을 놓으며 언제 울었냐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와아아아아아!!”

       “웃었어!”

       “아악! 이거 더 이상 못 참겠는데. 신참, 나도 손 한 번만 잡게 해 주면 안 되나?”

       “나도! 제발 부탁이네!”

       

       나는 일단 아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진정하라는 손짓을 해 후끈한 열기를 잠시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아르에게 말했다.

       

       “아르야, 아저씨들이 반갑다고 악수 한 번씩만 하고 싶다는데 어때? 괜찮겠어?”

       “쀼우!”

       

       이제는 아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에게 호의적이라는 걸 체감했는지, 별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그럼 나 먼저….”

       “무슨 소리! 내가 먼저지!”

       “이봐! 줄을 서란 말이야, 줄을!”

       “줄은 이쪽인데?”

       

       그렇게 아르는 단숨에 용병 길드의 스타가 되어, 팬 미팅이라도 하듯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아, 말랑말랑해.”

       “한 번만 더 잡아 보고 싶은데….”

       

       악수를 한 용병들은 행복해하면서도 손을 놓으며 못내 아쉬운 얼굴을 했다. 

       

       용병 길드 안은 온통 아르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했고.

       

       “저기요.”

       

       보다 못한 길드 직원이 와서 입을 열자 용병들은 헛기침을 하며 변명했다.

       

       “아, 우리가 평소보다 시끄럽긴 했군.”

       “미안허이. 조금 조용히 하도록 하지.”

       “큼큼.”

       

       하지만 길드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쪽이 아니라요….”

       

       그리고 아르에게 곧장 다가와 아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악수 한 번만 해도 될까?”

       

       아르는 활짝 웃으며 앞발을 쭉 내밀었다. 

       

       “쀼우!”

       

       ***

       

       그 뒤로 우리는 길드의 용병들이 한 푼씩 보태 대접해 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다. 

       

       꿀꺽, 꿀꺽, 꿀꺽.

       

       “크으….”

       

       나는 커다란 컵에 든 맥주를 들이켠 뒤 탁,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컵을 내려놓았다. 

       

       “키야! 우리 신참 그렇게 안 생겨서 술깨나 하는데 그래?”

       “그러게 말이야! 맘에 들어, 아주!”

       

       용병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레온의 몸이 술이 세서 다행이야.’

       

       빙의 전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헤롱거렸는데, 다행히 건장한 시골 청년의 몸이라 그런지 아직 정신은 멀쩡했다. 

       

       나는 잡화점의 스미스 씨에게 했던 이야기를 확장팩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청산유수로 풀어냈고, 용병들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나와 아르의 사연에 몰입하며 연신 술을 들이켰다.

       

       “…그래서 결국 그렘 마을로 들어오게 됐죠.”

       “그런 사정이 있었구먼….”

       

       옆의 용병이 딱하다는 듯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테이머라면 좀 더 강한 마물과 계약하고 싶었을 텐데, 저렇게 어린 놈이 혼자 떨어져 나와 있는 걸 보고 불쌍해서 주웠다니. 사역마 때문에 평범한 삶도 포기하고…. 마음씨가 참말로 착한 청년이구만 그래.”

       

       그는 많이 취했는지 내 사연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하…. 아니에요. 지금은 이 녀석 보는 맛에 살고 있는데요 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매번 구라 썰 푸는 것도 좀 양심에 찔리긴 하는데…. 이거 뭐 어쩔 수가 있어야지.’

       

       그렇다고 대륙 반대편에서 드래곤 레어를 타고 이쪽으로 워프해 왔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쀼웃!”

       

       한편 옆에서는 아르가 테이블 위에서 뽈뽈 돌아다니며 술 대신 안주를 하나씩 주워 먹고 있었다. 

       

       “아이코, 귀여워라. 진짜 잘 먹네. 얘야, 이것도 먹어 보렴.”

       “이것도!”

       

       용병들은 아르가 자잘한 안주를 집어 먹는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쀼!”

       

       그중 고기가 담긴 접시 앞에 짧뚱한 다리를 좌우로 쭉 뻗고 주저앉아 양손 가득 고기를 들고 먹으며 꼬리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모습에는 특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르야, 가자.”

       

       시나리오도 다 풀었고, 용병들도 아르 구경을 꽤 만족스럽게 했을 즈음 나는 스윽 일어나며 아르를 불렀다.

       

       “쀼우!”

       

       아르는 내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귀를 쫑긋 세우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언제든 또 오라고!”

       “아르야! 아저씨가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

       “이 멍청아, 그렇게 말하면 오겠냐?”

       “닥쳐, 새꺄.”

       

       우리는 용병들의 배웅을 받으며 거리로 나왔다. 

       

       “벌써 깜깜하네.”

       “쀼우.”

       “알찬 하루였다, 그치?”

       “쀼우웃!”

       

       어깨에 올라탄 아르가 내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어디서 묵어 볼까.’

       

       나는 아르를 태우고 밤길을 걸으며 천천히 생각했다. 

       

       마법서를 사는 대신 스킬 동기화로 파이어 볼을 익힌 덕분에 발광석을 판 돈은 아직 거의 쓰지도 않았고.

       오늘 의뢰를 하루 만에 마친 덕에 벌써 추가 수입까지 생겼다. 

       

       ‘이번엔 반대쪽으로 한번 가 볼까. 숙소도 한곳에 머무는 것보단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경험해 보는 게 낫겠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생각보다 밝은 거리의 모습에 고개를 들었다. 

       

       ‘이건….’

       

       어두운 거리를 따뜻하게 밝히는 호롱불이 쭈욱 늘어서 있는 그곳에는, 간이 식당들이 한창 맛있는 냄새와 함께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내고 있었다.

       

       ‘아, 오늘이 혹시 그 날인가?’

       

       일주일에 한 번, 그렘 마을에서 각종 맛난 음식들로 가득한 야시장이 열리는 날.

       

       나는 맛있는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작은 콧구멍을 발랑거리고 있는 아르에게 물었다. 

       

       “아르야. 우리 오늘은 야식 사 가지고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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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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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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