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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사격을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교전은 문지방을 넘기 전에 끝내야만 한다.

        

        

        이 두 개의 말은 내가 본격적으로 총을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목표되었던 기준점이었다.

        

        정신나갈 정도로 튼튼한 방탄복을 입은 적성국 특수부대와, 40mm 이중목적고폭유탄을 처맞아도 움직이는 무인기가 적으로 돌변하며 많이 사그라든 말이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저 두 개의 말은, 적이 나를 위협으로 인식하기도 전에 교전을 끝내라는 의미였다.

        

        

        

       -스탠바이.

        

       -고!

        

        

        

        내부 상황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지방을 걷어차는 순간부터, 나는 알고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룸 클리어링을 해야만 했다.

        

        시원하게 열린 문 너머로 홀로그램들이 솟아오르며 총구를 겨누지만, 그것보다 한 발짝 빠르게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준다. 뒤에 봐주는 팀원들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속히.

        

        인식하고, 방아쇠를 당기고, 총구를 돌려 동일 과정을 반복한다.

        

        

        아주 간단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걸 행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숨 한 번 들이킬 수 있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확성과 속도, 공간 장악력.

        

        CQB는 양립할 수 없는 이 세 개를 동시에 챙길수록 유리했다. 

        

        그 이후는 사실 고만고만한 영역이었다. CQB를 행하기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다면 교전 환경에 따라 장비를 취사선택하는 정도만이 필요할 뿐.

        

         

        표적 모양 벽지가 아니라 실제로 총알을 사격하는 적들이 있기 때문에 소모품은 아낌없이 사용한다.

        

        체크하기 어려운 코너에 섬광탄을 까던지고, 격발과 동시에 진입하며 보이는 위협을 우선적으로 제거한다. 본래라면 순번이 반대지만, 무력화된 상태이기에 상관없었다.

        

        

        방 네 개를 돌파하는 데 23초. 새로운 세션을 시작할 때마다 방의 구조와 기물, 적의 위치가 달라지지만, 결국 기본적인 골자는 똑같다.

        

        매 번의 시도가 나를 한 발자국씩 앞으로 이끈다.

        

        

        

       ───!

        

       “…!”

        

        

        

        잼Jam.

        

        기계적으로 카빈에서 손을 떼고 권총을 뽑아든다. 방을 클리어하던 중 발생한 돌발 상황이기에 기능고장 처치를 할 시간은 없다.

        

        적의 보호구 성능이 높게 책정되어있고, 권총은 장탄수가 많은 글록 계열. 이럴 때는 꽤나 재밌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 또한 과거에 배운 것이었다.

        

        방 안에 남은 적은 두 명. 조준하는 곳은 머리.

        

        방탄모의 성능이 좋기에 도탄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이 방법은 되려 그걸 통한 두개골에의 충격을 유발했다.

        

        

        두 발의 총소리가 울려퍼지며 적들이 비틀거리는 사이에, 즉각 한 명의 양쪽 무릎에 탄환을 한 발씩 먹여준다. 이로서 걱정할 필요가 조금 적어진다.

        

        그 사이 다른 한 명의 머리를 조금 신중히 겨냥, 인중에 정확히 한 발을 박는다.

        

        바닥에 엎어져 신음하는 인원을 마저 끝내고선 카빈의 약실에 걸린 탄환을 뺐다.

        

        기능고장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생각한 것보다 살짝 지체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신경쓰지 않고 진행한다.

        

        어느덧 막바지로 달려가는 킬하우스 훈련. 그동안 실전과 훈련을 무수히 반복하며 쌓아올린 기억들이 고작 55초 남짓한 시간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처럼, 방 안에 상주하던 적들 또한 하나둘씩 차디찬 땅바닥에 몸을 뉘인다.

        

        그리고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하여 밖으로 이어지는 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쾅!

        

       “…?”

        

        

        

        왠 예닐곱 명 이상의 인원들이 출구 바깥에서 죽치고 서 있었다.

        

        

        

       “나왔다!”

        

       “야, 나왔어! 나왔다고!”

        

       “선생님, 훈련장 어떻게 빨리 도는지 알려주세요!”

        

       “제발 마의 2분 30초를 돌파하게 해주세요───!”

        

        

        

        …아니.

        

        뭐야. 누구야, 너희들.

        

        

        

        

        

        

        

        

        

        

        

        

        

        

        

        한편, 유진이 느닷없이 인파에 둘러싸였을 무렵,

        

        혼란의 원인 제공자가 처한 상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이문홀트 님이 1,000원 후원!>

       -오늘도닼존내일도닼존모레도닼존너무좋아닼존에밥비벼먹어야지ㅋㅋㅋ그래서가이드는누구죠?

        

       “하이문홀트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가이드는…아직 모르겠네요.”

        

        

        

       -숨좀 쉬고 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숨셔 숨

       -닼크리트들 성불못하고 아직도 달라붙어있는 거 개추하죠? 한번해줬으면됐지

       -와 겜한번 했다고 시청자수 벌크업한거 뭐임?

        

        

        

        빨간 점, 그 옆에 7천.

        

        심지어는 당일 컨텐츠로 정해둔 게임을 켜지도 않은 채팅 온리의 상태였음에도, 그나마 뭐라 썼는지 알아볼 수는 있었던 이전 채팅창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야말로 풀악셀을 밟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속도로 메시지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나마 오랫동안 방송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비교적 평범히 대처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걸로 방송이 성장한다면 좋긴 하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이야기지. 하모니 정도로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있어선 이것은 기회가 아닌 변수에 가까웠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스트리머의 역량이긴 하나….

        

        

        

       “일단은 접속해보고 생각할게요. 인게임 컨텐츠를 짜는 것도 어느 정도 게임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니, 당분간은 시스템을 익혀갈 것 같아요.”

        

        

        

       -우리 1년 더한다!!!!!!!!!!!

       -이게임 몇년씩해도 컨텐츠가 마르질 않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1부 닼존 고정이겠네 ㅋㅋ 개꿀따리개꿀띠

       -눈나진심이야?개젛아ㅋㅋㅋㅋ

       -닼존코인 의문의 수십배떡상…이것이 재테크?

        

        

        

        …물론 한 마디씩 툭툭 던질 때마다 이렇게 신나게 반응해서야 뭘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모니는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 몇 번 정도 마우스 버튼을 클릭해야만 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고작해야 몇 번 정도 시선을 옮기고 집중하는 것만으로 스크롤이 휙휙 넘어간다.

        

        월계수잎과 이파리로 장식된 몇몇 판타지 VR 게임들 사이, 명암의 대비를 통해 표현된 도시의 폐허와, 그 가운데 서있는 한 명의 요원.

        

        다크 존.

        

        고작해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앞으로 익숙해져야만 하는 접속 화면이겠지.

        

        

        화면이 앞으로 나아가며, 총을 든 하모니의 인게임 아바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상쾌한 녹색빛 소녀와 대조되는 두꺼운 방탄조끼, 그리고 총기. 그것을 든 채, 아바타는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손에 들려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을 선택함과 동시에 점멸하는 화면.

        

        이내 눈 앞이 점차적으로 밝아지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불던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이지 쾌청하기 이를 데 없는 뉴욕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청명하게 내리쬐는 햇빛과는 다르게 입김이 쏟아지는 날씨였다. 영하 5도. 숨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날은 아니지만, 겨울이란 계절에 걸맞는 날이었다.

        

        어제 로그아웃을 진행한 장소가 목전에 있었다. 유진과 대화를 나누었던 벤치까지 그대로였다. 차이점이라면 지금은 낮이고, 유진이 없다는 점.

        

        

        

       ‘혹시….’

        

        

        

        슬며시 친구창을 뒤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녹색으로 점멸 중인 창.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이 게임에 접속해있지 않은 모습을 상상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물론, 가이드 또는 파티플레이 요청을 위해 이 사람과 연락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어제와 같은 정신나간 일이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게다가 게임 내의 대부분의 컨텐츠를 해보고, 뉴비를 끌어줄 수 있어야 가이드지. 이 양반은…후자는 얼추 맞긴 한데, 결국 게임 시작 시간은 비슷하잖아.

        

        어떻게 할까.

        

        결국 그녀는 훈수벨을 울리기로 했다.

        

        

        

       “여러분. 혹시…튜토리얼 끝난 다음에 하드코어 유저랑 파티하면, 그때도 막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적들 나오나요?”

        

        

        

       -ㄴㄴㄴㄴㄴ

       -?????????????????????

       -뭐야 누구랑파티할예정인?

       -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유진?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니들이 바라던 꿀잼! 다 주겠다 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이 악연 아닌 악연은 한 번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듯했다.

        

        앞으로의 결과를 예상하고 발화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가득히 메우다 못해 흘러내리지만, 하모니는 그것을 무시하고 친구창을 켰다.

        

        차라리 동료 스트리머들에게 물어보거나 해서 합방 아닌 합방 같은 느낌으로 하는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왜일까. 이상하리만치 이 유저가 눈에 밟힌다.

        

        결정을 내렸다.

        

        친구창 위로 부유하는 단 한 명의 접속 중인 유저를 향해, 그녀는 손을 뻗었다.

        

        

        

       “여기서 뭐하고 계신가요?”

        

       “흐악!?”

        

        

        

        물론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부르기도 전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 유진을 보고, 하모니가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치솟는 심장의 RPM을 낮추기까지는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니, 왜 여기 계세요!?”

        

       “그러게요.”

        

        

        

       -왜 여깄냐니 질문 수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겜하러왔겠지 그럼 뭐하러왔어 ㅋㅋㅋ

       -결례 그자체 ㅋㅋㅋㅋㅋㅋㅋ

       -살아숨쉬는 시비머신 하모니 그녀는 신인가????

       -무친련아 그걸 왜물어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당황하면 사람이 무례해진다고 했던가.

        

        하모니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으, 죄송해요. 말이 헛나왔네요. 방금 막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나오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괜찮아요. 그보다 무슨 일로?”

        

        

        

        …이 사람은 방송 출연이라는 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제 분명 자기가 운영하고 있는 채널이랑 방송하는 곳 링크까지 걸어주었는데도 이런 반응일 줄이야.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 또한 우물 안 개구리같은 생각이겠지. 세상엔 방송에 관심없는 사람도 많을 수도 있고.

        

        금방 정신을 차린 하모니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에…별 건 아니고요. 지금 막 접속한 참이라 미션을 돌까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제 혼자 도는 것보단 여러 명이서 도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스트리머라고 하셔서 같이 할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정 게임 내에 없으면 적당히 모집하려고 했는데, 마침 유진 씨가 접속한 상태더라고요. 어제의 인연도 있고.”

        

        

        

        말을 어떻게 마무리짓는 게 좋을까.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러니까 시간 괜찮으시면…아, 오늘은 어제처럼 트롤링 안 할게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누나 스트리머야 정신차려

       -애걸복걸하는 방향이 반대 아니냐? 혼란 씨게오는데 ㅋㅋㅋㅋㅋㅋ

       -킹반인은 방송같은거 안봐 병1신들아 정신차려

       -트롤링 안한다는 걸 어케 믿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이 뭐라 말하든 조또 신경안쓰는 표정인데 ㅋㅋ

       -상특)상대방이 누구든 할거함

        

        

        

        채팅창은 언제나 그렇듯 난리법석이다.

        

        그러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눈 앞의 유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거절을 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사실 승낙한다고 해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하모니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단어 조합들이었다.

        

        

        

       “실수라는 건 보통 겪어보지 않은 행동에서부터 비롯되죠.”

        

       “…네?”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건 곧 그 분야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시간적 상황을 감안하면, 바로 어제의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건 그렇긴 한데에….”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간을 충분히 들이면 괜찮다는 뜻이죠.”

        

        

        

        어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제 숨어있던 와중 탄창멈치를 눌러 하마터면 발각당할 뻔했던, 바로 그 상황의 목전에 놓여있는 듯한….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렇듯 큰 목소리의 고저차 없이 그녀 자신을 향해 조곤조곤 말하고 있었다.

        

        

        

       “시간 있다고 하셨으니 몸을 좀 풀고…교전 중 하지 말아야만 하는 행동에 대해 간략하게 배우도록 합시다.”

        

       “…눼?”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하모니는 입을 멍청히 벌리고 외마디 단말마에 가까운 의문을 토해낸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걸 바란 게 아닌데?

        

        그녀가 당일 스케줄 내에서 이 활동이 끼어들어도 되는지의 여부를 곰곰히 생각해보는 중에도, 유진은 덤덤히 말했다.

        

        

        

       “사격장은 가본 적 있나요?”

        

        

        

        사격장.

        

        오늘 자신이 널브러지게 될 곳이었다.

        

        적어도 하모니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타깝게도 제 스케줄이랑 전공 상 여러분들께 연참을 자주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공부로 땜빵할 수 있는 일반 전공이면 좋겠지만, 하필이면 클래식 피아노 전공이라….

    오늘도 제 손가락은 스카르보 알캉소나타 라흐에튀드 때문에 신나게 다짐육을 당하고 있습니다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방기해서 재성합니당…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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