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

        시청자들이 뭔가 술렁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겼다.

       

        “그럼 다음으로…….”

       

        – 아니요. 라나님. 지금 그냥 넘기실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 이걸 이렇게 넘긴다고?

        – 버스터콜 해명하셔야 할듯?

        – ㅎㄷㄷ

        – 해

        – 명

        – 명

        – ㄹㅇㅋㅋ

        – 해

       

        “참으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 아이들이로구나.”

       

        뭘 해명하라고까지 하는 것일까?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별건 아니란다. 그냥 간단한 부탁을 한 번 들어 주기로 한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 (간단한) 세계 정복.

        – (간단한) 인류 멸망.

        – (간단한) EX게이트 정복.

       

        빌미만 주면 아주 물고 뜯고 맛보고, 다 하는 녀석들이로다.

        나라고 해서 세계 정복이나 인류 멸망 같은 일들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나름 고충을 겪어야 하는 일이란 말이다.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이미 이현의 부탁을 들어 주었느니라.”

       

        – 헐?

        – 언제?

        – ?

        – 언제요?

       

        “그것은 내가 말할 것이 아니니,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보거라.”

       

       

        *            *            *

       

       

        “으아아아악!!”

       

        이현은 도망치고 있었다.

       

        “이게 뭐야아아아아!!”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최강의 헌터.

        ……뭐, 사실 헌터 본인의 능력은 S랭크 헌터들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불과한 정도다. 심지어 각성한 헌터 능력도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정도의, 아주 간단한 능력 하나뿐.

        본래라면 흔한 공격대의 엑스트라C 정도의 인생을 살 거나, 혹은 흔한 짐꾼 정도의 일생을 살았을 능력.

       

        하지만 본인의 부단한 노력과, 그에게 찾아온 행운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핰ㅋㅋㅋ 좀 더 빨리 달려라 이현!

       

        그래. 지금 저 옆에서 박장대소를 하는 흰색 왕도마뱀 새끼.

        그와 계약을 해주고, 그에게 힘을 빌려주고, 그와 함께 싸워주는 하나뿐인 파트너.

       

        “웃지 말라고!!!”

       

        ……그리고 찐형제보다 더 찐형제 같은, 죽이고 싶은 새끼.

        이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몸을 날렸다.

       

        콰앙!

       

        그리고 그런 이현의 뒤를 이어, 거대한 털 뭉치가 떨어져 내렸다.

       

        황금색의 복슬복슬한 털이 나 있는 거대한 털 뭉치.

        그냥 볼 때는 그냥 몸을 날려서 폭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 보이는 털이다.

        실제로 저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이현도 무심코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쩍!

       

        그 털 뭉치의 한쪽이 열리며…….

       

        키릭!

       

        수십 쌍의 곤충 다리와 두꺼운 더듬이가 튀어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쿵! 쿵! 쿵!

       

        그런 거대한 털 뭉치 벌레들이 수십 마리.

        겉보기에만 푹신해 보이는 몸을 둥글게 만 상태로, 몸을 굴리고 튕기며 이현을 뒤쫓는 벌레들의 향연에 이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끼야아아아아악!!”

       

        사하라 사막에서 모래 언덕을 떠돌아다니는 낙타의 울음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비명과 함께, 이현이 한계를 뛰어넘은 속도로 황금의 대지를 주파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 시간을 재고 있던 백익룡이 말했다.

       

        = 오이오이. 이제 3분이라고? 더 빨리 안 달리면 저 벌레들의 찐~한 포옹을 받을 거라고?

       

        “시발! 넌 끝나고 뒤졌어!!”

       

        = 깔깔깔깔!!!

       

        꼬리를 휙휙 흔들어 대며 웃어대는 백익룡의 면상을 바라보며 이현은 살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언젠가 저놈이 자랑하는 비늘 하나하나에 전부 낙서를 해 주마…….

        거기까지 생각하던 이현은 문득, 서글퍼졌다.

       

        ‘내가 무슨 공명심이 있다고…….’

       

        백익룡이 준 힘으로 S랭크에 들어섰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힘이었다기보다는 전부 파트너인 백익룡의 힘이었다.

        그가 수련에 힘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파트너인 백익룡의 힘에만 의존하려는 것이 아닌, 본인의 힘으로 파트너의 곁에 서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요즘 들어, 이현은 느끼고 있었다.

        자기 수련만으로는 한계가 찾아왔다고. 이 이상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래서 멸천룡의 제안을 받았을 때, 이현은 망설임 없이 부탁할 수 있었다.

       

        드래곤의 힘을 빌려 강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내가 미쳤지.’

       

        지금 와서 생각하는데, 그냥 드래곤의 힘을 빌려서 강해지는 게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현의 부탁을 들은 멸천룡은 대견하다는 목소리로, 이현을 자기 게이트로 데리고 왔다.

        그러곤 게이트 내부에 있는, 하나하나가 이현과 맞먹을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을 이용해 이현을 수련시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수련이라기보다는……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 좋아. 5분! 끝!

       

        쿵!

       

        털썩!

       

        “헥! 헥! 헥!”

       

        백익룡의 선언과 동시에 벌레떼와 이현이 동시에 멈추었다.

        거대한 황금 털 뭉치 공벌레(?)들이 데굴데굴 굴러서 어딘가로 사라지는 사이, 슬그머니 이현에게 다가간 백익룡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 야. 살아 있냐?

       

        “……닥쳐.”

       

        아무래도 자신은 몬스터들의 장난감이 된 것 같다.

        이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그의 육체는 착실하게 단련되고 있었다.

       

        ‘시발…….’

       

        이현이 차마 내뱉지 못한 쌍욕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            *            *

       

       

        잠깐 이현이라는 인간의 상태를 살핀 후 다시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려 일주일을 쉰 덕분에 할 것들이 조금 밀려 있는 상태다.

        시각은 넉넉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시간을 사용할 수는 없는 법.

       

        “다음으로 알려줄 사실은, 드디어 나에게 매니저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니라.”

       

        – 오?

        – 라나님 대기업 되는 거임?

        – 시청자 숫자 보면 이미 대기업이긴 함.

        – 애초에 방송 안 하셔도 대기업이긴 함.

        – 아! 황금 복사하는 분이시라고ㅋㅋㅋ

        – ㄹㅇㅋㅋ

        – ㅊㅊㅊ

       

        시청자들이 축하해 준다.

        이게 그렇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하해 주니 좋게 받아들였다.

       

        – 매니저는 어떤 분이신가요?

        – 궁금합니다.

        – 무슨 일을 하시나요?

       

        “그래. 그게 궁금하겠구나.”

       

        나는 어제 받아둔 명함을 카메라 앞에 보여 주었다.

       

        – 양지 매니지먼트?

        – 거기 라튜버 전문 회사 아님?

        – 나름 대기업인데?

        – 라나님. 소속사 생기신 건가요?

       

        내가 회사에 소속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

        그들의 댓글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소속사에 들어가지는 않았단다.”

       

        어제 주민등록증을 받은 후.

        김두식 헌터 협회장은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며 나에게 한 인간을 데려왔다.

       

        검은색 정장을 잘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명함을 주었던, 양지 매니지먼트라는 회사의 대표였다.

       

        “그 인간이 나에게 제안을 하더구나. 자기 소속사에 들어와달라고 말이다.”

       

        – 용자였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드래곤을 영입하려고 했네.

        – 와우.

        – 역시, 대기업이 되려면 저 정도 깡은 있어야 하는 건가?

       

        솔직히 조금 신기하기는 했다.

        겁을 먹어서 덜덜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망 하나로 나에게 그런 제안 한다는 것이 말이다.

        그 탐욕이야말로 인간다워서 조금 웃음이 나와버렸다.

       

        거기서 나는 조금 고민했다.

        아무리 내가 이것저것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도 아닌 내가 방송과 관련해서 모든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방송에 관련된 일들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실제로 방송하는 다른 인간들도 매니저나 편집자 같은 이들을 직원으로 거두어들이지 않더냐. 소속사라는 것이 생긴다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소속사라는 곳에 소속된다면, 내 방송을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니, 제약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겠지.”

       

        – ?

        – 방송으로 돈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 방송을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닌가?

        – 취미도 있지 않나?

        – 그런데 라나님은 솔직히 돈 안벌어도 되시긴 함.

       

        그렇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나는 방송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인간들의 돈을 내가 어디다 쓰나?

        게다가 ‘돈’이라는 것은, 방송하는 데 있어서 많은 것들을 묶어 버린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저작권’이라고 했던가? 그것 때문에 막혀 버리고.

        돈이 되지 않는다고, 내가 생각한 콘텐츠 하나하나 간섭이 들어갈 거다.

       

        그 때문에 소속사에 소속되는 것은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소속사가 처리해 주는 것은 편하겠지만, 그 정도는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인간들을 고용해서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을 하려 했었단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이 회사라는 것을 세운 이유도…… 결국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

       

        그리고 ‘소속사’라는 것도, 결국에는 방송인들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 준 후, 그 ‘대가’를 받아 가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소속사’의 ‘수익’만 보장해 주면 나의 자유도 간섭 받지 않지 않을까?

       

        – …….

        – 잠깐. 나 왠지 이후 전개를 알 것 같아.

        – 라나님. 아니죠?

        – 아니 설마?

        – 미친ㅋㅋㅋㅋ

       

        “그래. 그냥 양지 매니지먼트라는 회사 자체를 내가 고용했단다.”

       

        그냥 황금을 주고 내가 회사 전체를 ‘매니저’로 고용했다.

        내 방송의 관리와 편집, 그 외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전부 처리해 주는 대가로 일정량의 황금을 지급하는 고용 관계.

        사실 인간을 고용하든, 회사를 고용하든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 아닌가?

       

        “그러니 소개하마. 내 첫 매니저란다.”

       

        – ★(매니저)(주)양지_매니지먼트 :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빛. 양지 매니지먼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그녀는 드래곤입니다.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르지요.

        – 아닠ㅋㅋㅋㅋㅋ 회사를 고용햌ㅋㅋㅋㅋㅋ

        – 와씨. 황금 복사 개꿀이넼ㅋㅋㅋㅋㅋ

        – 아! 드래곤님 FLEX해 버렸다곸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왠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버렸다.

        ……무엇이 웃긴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은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르십니다.

    근로자의 날은 잘 쉬셨나요?
    전 알바가느라 못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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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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